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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셔온 글

우리집 세 아들이 교회에 안나가는 이유

 

중국에서 여러 해 동안 선교활동을 하시던 이 목사님 부부가 몇 달 전에 미국으로 아주 오셨다.
오셨을 때에는 어느 교회 부목사 자리를 맡고 오셨는데 어쩐 일인지 두 달만에 그만 두셨다.
나한테 은퇴연금 계좌 관리를 맡기고 계신 손님이기도 한 두 분이 사무실에 오셨다.

두 분 다 든든한 일자리를 훌훌 털고 중고등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도 기숙사에 보내며 불타는 사명감으로
떠났는데 이제금 돌아와 흰머리만 성성한채 일자리도 없는, 막막한 모습에 가슴이 아파온다.
그동안 은퇴연금이 얼마나 불어있나 보고 여러가지 상담을 하신 뒤에 사모님이 내게 물으셨다.

"집사님, 교회는 어느 교회 나가세요?"
"녜. 제 마음에 교회가 있어요. 사모님, 제가 왕같은 제사장이구요."

나는 쑥스럽게 얼버므리며 조금 답답한 이 고비를 넘기려고 씩 웃었다.

"아니, 교회를 안 다니시는군요. 그러면 안돼요. 왜 안나가세요? 까닭이 뭐예요?"
"글쎄요... 그냥 교회에도 실망하고 예수님한테도 실망하고요."
"실망이라니요? 집사님네 믿음좋은 아들 삼형제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뿌듯한데 아이들을 봐서라도
그러시면 안 되잖아요. 아들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교회는 잘 다니고 있지요?"

"아니요."
"어머나! 왜요? 무슨 일이 생겼나요?"

사모님은 기도라도 하실 듯이 내 두 손을 덥석 잡는데 나를 보는 눈빛이 간절하다.
길 잃은 어린 양을 대하듯이...

"큰아이는 사우스 아프리카와 케냐를 다녀보고, 의료단체 일원으로 소말리아에서 일년 반
동안 일을 했답니다. 사모님, 그 이야기 아세요?
백인 선교사가 아프리카에 가서 흑인들한테 복음을 전한 뒤에 성경책을 놓고 기도를 했답니다.
눈을 떠보니 성경책은 흑인 손에, 백인 손에는 광활한 아프리카 땅이 있었다지요.
그렇게 선교를 앞세워 땅을 빼앗아 식민지로 삼았잖아요. 우리는 성경책을 얻고 무엇을 빼앗겼을까요?
삼팔선, 민족분단과 아무 관계가 없을까요?"
"......"
"아프리카에 맑은 바다는 황금어장이라지요? 믿는 나라들이, 우리나라까지도, 그 곳에 가서 고기를
잡는다고요. 터전을 빼앗긴 해적들이 그 곳에 출몰할 수 밖에요.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러 간
우리 선교사들은 그 곳에서 한국말을 가르치고 한국 복음성가를 가르친다네요.
우리 애는 세상에 나가서 너무 많은 것을 보았어요. 그래도 돌아와서 한 동안은 교회에 다니더니
지금은 안 다닌답니다. 그 애 마음속에 아직도 하나님을 믿는 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면 둘째는요?"

"그 애도 대학교 때에는 인도에 선교로 여섯 달 동안이나 머므른 적이 있었지요.
그러다가 다니는 미국 교회에 목사님이 장로로 일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장로가 되었는데
이제 임기 세 해를 마치고 임원으로 봉사할 뿐 장로는 아닙니다. 교회는 가끔 갑니다."

"막내는요?"

"막내 아이 또한 어느 해 추수감사절에 버클리 미국교회에 갔는데 한국계 미국인 2세 목사가 설교를
하였답니다.
'우리같이 보잘 것 없고 가난한 나라에 전쟁이 터지자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우리를 은혜가
풍성한 미국이 살려주어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서 있으니 무한한 영광이라고, 오늘 추수감사절을
맞이해서 미국한테 감사를 드려야 한다'고 하더랍니다.
동포사회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던 막내아이가 한국말도 늘고 욕도 배웠는데
그 목사를 xx놈이라고 욕을 하면서 분을 못 참아 눈물까지 글썽이데요.
'우리나라가 왜 갈라지고 어떻게 전쟁이 일어났는데....' 하면서요. 교회는 안 다닙니다."

"그래도 집사님, 이 험악한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을 땅끝까지 전파해야 해요.
그것이 우리가 이 마지막 세대에 할 일이예요."

"사모님이 땅끝까지 예수님 오신 기쁜 소식을 전하러 다니시는 동안 바로 우리 옆에는
불의한 자본앞에 힘없는 민중들이 짓밟혀 일자리를 잃고 삶터를 빼앗겨 애통하고,
자살을 하고 있어요. 하나님의 공의가 강같이 흐른다고요?
예수님이 오셔서 언제 우리들 눈물을 닦아 주셨나요?
"......"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이 말씀을 일러 주시려 오셨나요?
그래서 죽으면 천당 갈터이니 애통하면서 죽을 때까지 참으라구요?
나라와 민족이 갈라진 지 예순 해가 넘어 이산의 아픔에 겨운 남녁과 북녁땅 피붙이들이
오늘도 속절없이 죽어가는데 하나님은 이렇게 보고만 계십니까?

저는요. 하나님이 계시다면 아주 무능하시거나, 만일에 전지전능하시다면 아주 잔인하시거나
둘 중에 하나이라고 생각해요. 도대체 이천년 전이나 예수님이 오신 지금이나 무엇이 달라졌나요?"

나는 울고 있었다.

"가겠습니다."

목사님과 사모님은 조용히 일어나 가셨다.

맙소사! 소신과 사명으로 살고 계시는 두 분한테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쯧쯧

그냥 '녜녜'하면서 넘어가지. 못나긴, 참 한심한 나.

주여! 도대체 어디에 계십니까?



http://blog.ohmynews.com/june1346/370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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