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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조계종, 재향군인회 제휴 상조사업 최선인가

 

조계종, 재향군인회 제휴 상조사업 최선인가
기고-강동구 동국대 생사의례학과 교수

재향군인회가 불교적 죽음관 이해하나
현행법상 3억이면 자체 상조법인 설립
종단이 직접 운영하는 사업으로 바꿔야
 
2011.02.24 20:39 입력 발행호수 : 1086 호

조계종단이 종단 차원에서 재향군인회 투자사인 (주)향군상조와 제휴하여 상조업에 진출했다. 일견 별 문제없어 보이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건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본디 죽음이나 죽어감, 이와 관련된 의례는 종교의 영역이었다. 생각해 보면 사부대중이 불교의 도움을 가장 절실히 원하는 때가 바로 죽음 앞에서이다. 죽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육체적 고통은 물론 죽음을 목전에 두고 느끼는 정신적, 심리적 공포, 사랑하는 가족과의 영원한 이별이 주는 슬픔과 그리움, 죄책감,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가 주는 실존적 필연이다. 따라서 인간은 죽음 앞에서 서면 누구나 생사를 초월한 부처님의 법이나 기타 다른 절대자의 의지에 기대고 싶어 한다. 즉 종교적 구원과 가르침을 갈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통상 죽음과 관련된 의례는 종교적으로 치러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현재 조계종이 불자들의 상례를 재향군인회와 제휴해서 한다고 한다. 재향군인회가 불교를 얼마나 이해해 죽음 앞에 선 불자들의 애절하고 절박한 심정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릇 장례란 통과의례의 핵심은 죽음과 이별이 주는 복합적인 심정을 위무하고 재통합하는 것이다. 재향군인회 상조가 이러한 불자들의 심정을 헤아려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는 불자 전문 별도의 브랜드를 만든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불교의 생사관이나 의례에 맞는 여법한 별도의 장례프로그램을 만든 것 같지도 않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어색하다. 불교가 본연의 업무, 본연의 영역을 남에게 내 준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치 앙꼬 빠진 빵을 파는 것 같다. 이웃 종교들은 장례가 가지는 이러한 특성을 짚어 신도들의 장례에 적극 개입해 저변을 넓히고 포교에 이용하는 차제에 우리 불교는 마땅히 개입해야 할 장례를 타인의 손에 맡기려 하는 형국이다. 차라리 그냥 놔두는 것이 더 좋았을 일이다.


천주교엔 자체 복지사업체인 평화드림이란 회사가 있고 이 회사가 출자한 평화상조란 별도의 상조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웃 종단인 천태종 역시 금강드림이란 상조복지회사를 만들어 “정성모심”이란 브랜드로 천태종 불자들을 위한 독립 상조회사를 출범시켰다.


불교TV는 불국토란 이름으로 불교 상조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래도 천태종이나 불교TV는 나름대로 불교식의 여법한 장례프로그램을 만들어 불자 소비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반면 조계종은 타 상조회사와 제휴해 상조가입을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세상이 어떤가? 종단이, 스님이 권유한다고 해서 되는 시대가 아니다. 상품이 좋아야, 불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사는 것이다.


정도는 역시 조계종단에서 직접 투자해 상조법인을 설립해 여법한 상품을 만들어 불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방법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현행 법(할부거래법)은 자본금 3억 이상의 주식회사로 광역지자체에 선불식할부거래업으로 등록만 하면 상조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불교식 상례 프로그램은 현재 포교원 포교연구실에서 전문가들이 참여 해 이미 만들어 놓고 있다. 사업비용이 그리 많이 들것 같지도 않다. 기존 상조회사들의 영업방식은 주로 인적 영업을 통해 과다한 영업수수료를 선지급 형태로 주다보니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종단 자체사업으로 사찰-신도조직을 이용해 상조프로그램을 소개하고 가입을 유도한다면 초기 회원모집비용이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이는 불교TV가 자본금 3억에 영업사원 없이 월 500명씩 모집하고 있는 예가 증명한다. 자체사업으로 상조를 해야 자금도 종단에서 직접 관리하고, 상품 구성도 보다 저렴하게 할 수 있다. 종단 좋고, 스님 좋고, 불자들 좋은 사업구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그래야 산다. 그래야 애초 생각했던 스님들 복지사업 재원도 마련할 수 있고 불자들의 절박한 심정도 헤아릴 수 있다. 동시에 이것이 바로 포교의 첩경이자 중생을 구제하는 길이다.

 


▲강동구 교수

굳이 자체사업으로 할 여건이 안 된다면 불교TV랑 제휴해서 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다. 타상조회사와 제휴해 불자들에게 상조상품을 제공하겠다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불자들이 불교의 도움을 가장 원할 때 도움을 주어 죽어감의 여정에 환희심으로 발심해 극락에 이르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하회중생이며 부처님의 법을 실천하는 길이다. 이것이 명분이다.


이웃종교가 상례에 개입해 교세를 확장하는 이때 그럴 수 있는 기회의 곳간을 타인에게 내 주는 것은 그러지 않아도 비어가는 곳간을 더 빠르게 비우는 길이다. 불교적 의례가 아닌, 대충 불교식으로 향만 피워 불자들을 유혹한다고 해서 넘어갈 불자들도 없다. 결국 실리도 얻지 못할 것이다. 잘 못 간 길 같으면 빨리 되돌아오는 것도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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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소나무와 패랭이
글쓴이 : 푸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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