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중흥을 위한 4월 대토론회가 지난 4월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생명·생태문제와 한국불교’ 주제로 열렸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한국불교가 생명평화운동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지역공동체 구축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생명.생태문제와 한국불교’ 주제로 지난 4월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4월 대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유정길 에코붓다 공동대표는 “세계 사회운동의 흐름은 분권화, 지역자치, 자립, 지역공동체를 키워드로 하고 있다”며 “한국불교의 사회활동의 목표 또한 풀뿌리 지역에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스님과 <불교와 정책> 편집인 법응스님, 허남결 동국대 교수와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이 참여해 열띤 논의를 벌였다.

 


■ 유정길 / 에코붓다 공동대표

   
토론회에서 유정길 대표는 불교국가인 부탄의 국민총행복정책(GNH)이나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의 라다크 생활기인 <오래된 미래>, 스리랑카의 사르보다야 운동, 일본 일련종 이모토 스님의 사방승가운동, 한국의 인드라망생명공동체와 정토회의 예를 들며 한국불교 역시 생명과 생태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지역에 뿌리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사찰 주축으로

불교와 사회교육 실시

소규모 위원회 활동 유도

 

 

간디는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저서에서 가난한 사람들끼리 상호부조와 마을공동체가 산업사회자본의 횡포에 대항해 스스로를 지키는 운동이라 주장한 바 있다. 또 스리랑카의 ‘사르보다야 슈라마다나운동’은 가난한 나라의 개발운동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빈곤하지도, 풍요롭지도 않은 생활을 추구하는 이 사회개발운동에 스리랑카의 반이 넘는 1만3000여개 마을이 참여한다.

2000년에 시작된 사방승가운동은 환경운동이자 바람직한 개발협력운동이며 비폭력 평화운동이기도 하다. △순환적이고 자족적인 삶 △마음의 수행 △자율적인 자치와 상호부조적인 연계 등 3가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불국토’라는 이름의 지역공동체를 구성해 세상의 억압과 부조리를 감시하며 비폭력 평화운동을 펼친다.

이미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불교국가에 지부를 설립, 지역공동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만불교를 대표하는 불광산사와 자제공덕회를 보면, 지역공동체의 중심센터를 건립해 불교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지역공동체의 거점이자 평생교육센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의 재가불교교단 ‘입정교성회’는 매월 1회 이웃과 생명을 위해 ‘한 끼를 바치는 운동’을 하고 기금을 모아 환경운동, 개발협력 및 평화운동을 하는 불교기구이다. 다양한 신도기구와 교육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대안적인 생명운동이 지역과 마을,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 대표는 “약탈적인 세계화에 대응해 지역의 경제적 자립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며 “가난한 사람들이 생존하는 방식은 결국 서로 의존하는 것인데 이는 외부의존을 통해 자본과 산업에 포섭되고 고유문화도 파괴되며 공동체도 해체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끊임없이 쏟아지는 개발문제나 환경오염에 종단과 환경단체들이 일일이 대응하기 쉽지 않다. 결국 지역에 애정을 갖는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풀뿌리 지역공동체운동의 강화로 결론이 내려진다. 유 대표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결국 지역”이라며 “지역자치, 지역공동체, 지역문화운동이야말로 앞으로 초점을 둬야 할 사회활동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종교운동은 ‘저항’ 아니라

대안 제시·가치 창조하는

긍정적인 성격 지녀야

 

각 사찰이 지역공동체 구축을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적 실천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불교교리는 물론, 인권이나 다문화가정, 평화, 환경, 여성문제 등 사회교육과 지역의 지리와 역사, 문화, 생태교육을 통해 지역에 대한 애정을 높여야 한다. 또 자녀지도법, 수험생이나 부모를 위한 교육 등과 더불어 지역사회의 쟁점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해 지역에서 주요한 사회적 문제를 이슈화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교육적 기반을 구축한 후에 조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유 대표는 “교육과 조직화의 방향은 지역공동체를 목적으로 수렴돼야 한다”며 지역문화위원회, 지역자립경제위원회, 풀뿌리자치위원회, 환경위원회, 슬로라이프위원회, 종교위원회 등을 구성해 활동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종단에서는 이 같은 지역사회활동을 통합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사안별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보다 일상적으로 지역내에 많은 사람들이 공동체 활동에 참여할수록 권장해야 한다. 유 대표는 “특히 종교운동은 저항과 반대를 조직하는 네거티브 운동이 아닌 대안운동과 자원활동 등 가치를 창조하는 포지티브 운동이 돼야 한다며 “평상시 관심도 갖지 않다가 피해를 당할 때만 결의대회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조계종이 추진하고 있는 자성과 쇄신을 위한 5대 결사를 언급하며 “종교개혁은 시스템의 개혁이 아니라 정신개혁이 돼야 한다며 “신앙과 수행의 원점을 명확히 확인하고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그간 조계종은 부정부패와 권력유착, 불교내 각 이해세력들의 종권경쟁 등 전근대적인 문제들이 있었다”며 “이런 문제들에 대해 발로 참회하는 포살을 거쳐야만 종단과 종교들로부터 지지받는 개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환을 위한 시간단위를 정할 것을 제안했다. 자제공덕회는 △자선 △의료 △교육 △문화 등 4대 원력을 세워 일정한 주기로 중점적 목표를 변화시켰다. 일본 입정교성회도 20년을 하나의 단위로 매 5년마다 새로운 지침과 원칙을 세웠고, 1년마다 세부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해왔다. 유 대표는 “총무원장이 바뀌더라도 지속성을 보장받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3년을 단기 목표기간으로 설정하고 21년을 중간단위로 해 그것을 3번 반복한 63년을 한 주기로 장기단위로 정해 여기에 기반해 매년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 도법스님 / 조계종 화쟁위원장

“생명공동체 확대해 가야”


   
 
불교역사는 생명평화운동의 역사였다. 그러므로 불교계가 21세기 구원의 종교로 자기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생명평화운동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안으로는 불교중흥, 밖으로는 세상을 구제하는 희망의 등불로 빛나게 된다. 토론자 역시 불교가 21세기 문명사적 대안의 등불로 타올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그간 범종교시민사회가 함께할 운동으로 생명평화운동을 펼쳐왔다. 이는 간단히 말하면 불교적으로는 생태자립 사부대중공동체, 사회적으로는 생태자립마을(지역사회)공동체, 민족적으로는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 세계적으로는 지구촌 생명공동체라는 깃발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불교인들은 그 깃발을 내걸고 그에 맞는 내용과 방법을 만들고 채우는데 진력해야 옳다.

 


■ 법응스님 / 불교와 정책 편집인

“종단 집행부 인식전환 필요”


   
 
한국불교의 문제는 부처님 가르침이 진리가 아니어서가 아니고, 현대문명의 폐해를 풀어갈 지혜가 없어서도 아니다. 종단 운영철학의 부재, 세속화된 조직, 유기적이지 못한 소통구조와 이것을 이끄는 ‘사람’의 문제다.

유정길 대표가 성공사례로 제시한 인드라망공동체와 정토회는 도법스님과 법륜스님이라는 지도력 있는 스님이 존재하며, 일본의 사방승가, 대만불광산사 역시 출중한 지도자에 의한 것이다. 종단의 집행부 스님들의 인식 전환이야 말로 생태 생명운동을 실천하는데 전재돼야 한다. 본말사의 기능 역시 강화돼야 한다.

도심사찰을 중심으로 생태운동, 생명운동을 전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단위로 옮겨가는 점진적 확대방안이 필요하다.

 


■ 허남결 동국대 교수

‘자리(우선)이타행’ 현대에 절실


   
 
인간이 배제된 환경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인류의 모든 문제는 ‘인간중심주의’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확장된 인간중심주의’ 개념 즉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의 이익을 배려해야 하며 동시에 인간의 위익을 위해서라도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들에 대한 고려, 생명생태계 전반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시각은 환경문제의 논의에서 대중성과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접근법이다. 불교의 자리이타행의 원리 역시 현대적인 의미로 재해석해야 한다. 인류가 이타적으로 대해야 할 대상의 범위를 나를 중심으로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모든 유정체로 확장한다면 산천초목과 바위 및 개울물까지 포함될 수 있다. 자신과 남에게도 이익이 되는 ‘자리(우선)이타행’이야 말로 현대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버전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사찰림 방치해서는 곤란”


   
 
지난 10년 간 불교계가 사회 속에서 치열하게 고뇌했던 현안 중 가장 큰 문제가 환경이었다. 대표적인 사안이었던 천성산 고속철도, 사패산 터널문제의 뿌리는 사찰림이었다. 국책사업과 사찰림이 충동하거나 지자체가 사찰림을 난개발로 몰아가는 것에 대한 불교의 저항이 환경현안으로 부각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겪고서도 조계종의 사찰림 관리는 달라진 것이 없다. 문제의 핵심과 본질을 제대로 보려는 노력은 미비했고, 21세기 사찰림을 어떻게 관리하고 정비해야 하는 지에 대한 깊은 각성과 관리대책이 마련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조계종이 관리하는 사찰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우리 국토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거기에 어떤 동식물이 살고, 생물다양성은 얼마나 높은지 총무원부터 나서서 국민들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더 이상 사찰의 근거지인 사찰림을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불교신문 2717호/ 5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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