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라와띠 강에 앉아 사념에 잠긴 일행들
법구경 게송 113
빠따짜라 테리 이야기
부처님께서 제따와나 수도원에 계시던 어느 때, 빠따짜라 테리와 관련하여 게송 113번을 설법하시었다.
빠따짜라는 사왓티에 사는 한 재산가의 딸이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는데, 그녀의 부모는 딸을 매우 엄격하게 가두어 키웠다. 그렇지만 그녀는 어느 날 자기 심부름을 해주는 남자 종과 정을 통한 뒤 몰래 집을 나가 다른 마을에서 아주 가난하게 살았다.
시간이 지나 그녀는 아기를 갖게 되엇다. 해산 날이 다가오자 그녀는 남편에게 사왓티에 있는 친정에 가서 아기를 낳고 돌아올 테니 허락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가 한번 친정으로 가면 친정 부모들이 딸을 돌려주지 않으리라 판단하고 아내를 말렸다.
당시 풍습으로는 여자는 반드시 친정에 돌아와 친정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해산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 이유도 있고 해서 그녀는 남편이 밖에 나간 사이에 남편 몰래 친정 집으로 출발했다. 남편은 집에 돌아와 보고 아내가 없는 것을 알자, 곧 아내를 뒤쫓아갔다. 얼마쯤 가다가 남편은 아내를 찾아내어 제발 자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고 애원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러다가 길가 덤불 속에서 아기를 낳게 되었다. 이미 아기를 낳았기 때문에 친정에 돌아갈 명분이 없어졌으므로 그녀는 남편을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다시 얼마의 세월이 흘러 빠따짜라는 두 번째 아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때에도 그녀는 어린 아들을 안고 친정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남편은 이번에도 아내를 말렸으나 빠따짜라는 듣지 않았고, 남편은 계속해서 뒤쫓아오며 아내를 붙들었다. 그러는 동안 아기 낳을 시간은 급해져 가는데 날은 어두워지고 비까지 마구 쏟아지는 것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아기를 낳을 적당한 장소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었는데, 그만 독사에 물려서 죽고 말았다. 그리고 아내는 비를 맞으며 남편을 기다리다가 나무 밑에서 혼자 아기를 낳았다.
이튿날 아침이 되도록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빠따짜라는 근처를 돌아보고 남편이 독사에 물려 죽은 것을 알았다. 그녀는 자기 때문에 남편이 죽게 되었다며 가슴을 치면서 통곡했다. 그리고, 이제는 남편이 없으니 집에 돌아가는 것도 소용이 없게 되었으므로 계속해서 걸어 친정으로 향했다.
사왓티로 가려면 강을 건너야만 했다. 그런데 밤 사이에 많은 비가 내려서 아찌라와띠 강 은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비가 오지 않을 때에는 강에 물이 많지 않아서 쉽게 건널 수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빠따짜라는 두 어린아이와 일용품을 가지고는 함께 강을 건널 수가 없었으므로, 먼저 갓난 아기를 안고 보따리는 인 채 강을 건넜다. 그녀는 간난아기를 언덕위에 놓아 두고 큰아들을 데리고 오기 위해 강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녀가 강물 한가운데에 이르러 뒤돌아보니 큰 독수리가 언덕에 뉘어 놓은 간난아기를 채가려 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빠따짜라는 소리를 지르면서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이쪽에서 기다리던 큰아들은 그것이 자기를 부르는 소리라고 생각하여 물로 들어왔다. 그러자 거센 물결이 아이를 휩쓸어가 버렸으며, 갓난아기 또한 독수리가 유유하게 채가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되어 그녀는 하루 사이에 남편을 독사에게, 그리고 아들 둘은 물과 독수리에게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큰소리로 울면서 부르짖었다.
「한 아들은 독수리가 채가 버리고, 또 다른 아들은 물살이 휩쓸어 가 버리고, 남편은 독사에게 물려 죽었소!」
그렇게 울부짖던 그녀는 사왓티에서 오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어 부모의 안부를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 남자는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그에 의하면 간밤의 폭우로 그녀의 친정 집이 무너져서 잠들었던 부모와 세 형제 자매가 모두 죽었으며, 이미 화장까지 끝났다는 것이었다. 이 비참한 소식을 듣고나서 그렇잖아도 실의에 빠져 있던 그녀는 거의 미쳐 버렸다. 그녀는 옷이 몸에서 벗겨지는 것도 모른 채 반은 알몸이 되어 거리를 쏘다니면서 자신의 비참을 울부짖으며 하소연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제따와나 수도원에 계시면서 빠따짜라가 오고 있는 것을 아시었다. 부처님께서는 의지를 보내시어 그녀를 법회 장소로 이끌어 오시었는데, 그녀가 옷을 벗고 있었으므로 대중이 이를 제지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저 여인을 막지 말라.」
그렇게 해서 빠따짜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올 수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녀에게
「정신을 차려 조심하고 네 마음을 조용하게 가지라.」
고 말씀하시었다. 그 말씀에 따라 빠따짜라는 자기 몸을 살펴보고 그제서야 아래 옷이 벗겨져 있는 것을 알고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을 묻으며 몸을 구부리고 앉았다. 그러자 누군가가 옷감 조각을 던져 주었고, 그녀는 그것으로 아랫몸을 대충 둘둘 감을 수 있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어떻게 해서 자기가 부모와 오빠ㆍ언니ㆍ동생, 그리고 남편과 자식들을 하루사이에 다 잃게 되었는지를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그녀에게 말씀하시었다.
「뻐따짜라여,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이제 보호해 주 수 있고, 인도해 줄 수 있는 곳에 이르렀느니라. 이 엄청난 생사윤회 속에서 네가 부모ㆍ자식ㆍ형제를 잃고 흘린 눈물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으니라. 네가 지금까지 흘린 눈물은 이 땅 위에 있는 모든 물보다도 많으니라.」
부처님께서 이같이 그녀를 위로해 주신 다음 아마딱가라는 경을 설해주시었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 전처럼 정신이 회복되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다시 덧붙여 이렇게 설법해 주시었다.
「이미 세상을 떠나 버린 사람에 대해서 너무 지나치게 생각지 말아야 하느리라. 그보다는 자기 자신을 좀더 깨어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청정한 마음으로 닙바나(열반)를 깨닫기 위해 힘써야 하느니라.」
빠따짜라는 부처님의 이 가르침을 듣고 곧 소따빳띠 팔라(수다함)를 성취하였다.
그리고 나서 빠따짜라는 비쿠니가 되었다. 어느 날 빅쿠니 빠따짜라는 물 항아리에서 물을 퍼내어 발을 씻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해 보니 물을 처음 쏟았을 때는 멀리 흘러가지 못하고 거의가 땅 속으로 흡수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물을 쏟았을 때에는 좀더 멀리까지 흘러갔다. 그녀가 세 번째 물을 쏟고 그 흘러가는 모양을 자세하게 관찰해 보니, 이번에는 물이 아주 먼 데까지 흘러가는 것이엇다. 여기에서 그녀는 중생의 수준도 이렇게 각기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제따와나 수도원에 계시면서 신통력으로 빠따짜라를 보시고 그녀에게 광명을 놓으시었다. 부처님께서는 빅쿠니 빠따짜라 앞에 앉으신 듯이 모습을 나타내시어 이렇게 설법하시었다.
「빠따짜라여, 너는 이제 바른 길로 들어섰느니라. 너는 이제 몸과 마음 다섯가지 칸다(오온)에 대해 진실하게 알고 바른 생각을 갖게 되었느니라.
빠따짜라여, 무릇 사람된 자로서 모든 현상이 항상하지 않다는 것(諸行無常 ; 제행무상)을 모르고,
모든 생명들이 불만족과 고통과 슬픔 가운데 있음(一切皆苦 ; 일체개고)을 모르며,
모든 담마에 절대자ㆍ주인 혹은 앗따(Atta)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諸法無我 ; 제법무아)을 모른다면,
그가 비록 백 년을 산다고 해도 그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오온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모르고
백 년을 사는 것 보다는
단 하루라도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깨닫는 것이 훨씬 낫다.
yo ca vassasatam jīve apassaṃ udayavyayaṃ
ekāhaṃ jīvitaṃ seyyo passato udayavyayaṃ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빠따짜라 테리는 아라핫따 팔라(아라한)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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