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인도 불자들이 어떻게 성지순례를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에서 비롯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만난 성지순례객들도 모두 마하라쉬트라에서 온 불자들이었다. 룸비니에서 만나 인도스님들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마하라쉬트라 주에 거주하는 스님들의 숫자가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은 거의가 남방불교전통을 따르고 있는데 이들은 꾸시나가르나 보드가야 등지에서 미얀마, 스리랑카 스님들에게 계를 받았다고 한다.
룸비니에서 바라나시로 오는 도중에 만난 순례자 그룹을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순례단을 이끄는 스님과 신도
그들을 만난 것은 나의 게으름 탓이었다. 룸비니에서 너무 편하게 있었던 탓인지 나는 기차표를 예약하지도 않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대성석가사에서 바이라하와 까지는 지프차를 탔고 소나울리에서 고락뿌르까지는 일반버스를 탔고 고락뿌르에서 바라나시까지는 기차를 탔다. 고락뿌르역에서 좌석번호도 없는 가장 저렴한 티켓을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 내가 타고 갈 고락뿌르 출발 뿌네익스프레스에 일찌감치 올라가 자리를 차지했다. 조금 있으니 한 무리의 인도인이 내가 있는 칸에 들어오는데 인도스님 한분이 그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말을 걸어보니 자신들은 마하라쉬트라 주의 어느시골에 사는데 불교성지 순례를 하고 있으며 어제 룸비니에서 부처님오신 날을 기념하고 다시 사르나트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그들과 나는 같은 시각에 같은 장소에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순례코스는 바라나시-보드가야-라즈기르-바이샬리-꾸시나가라-룸비니-사르나트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한 불자의 낡은 슬리퍼
이야기를 나누는데 옆 좌석에 앉은 할아버지의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오래 신었는지 신발의 뒷 부분이 달아서 신발을 신으면 뒷 발꿈치가 땅에 닿았다. 정말 가난한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나선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할아버지들 중에서 이빨이 온전한 사람이 드물었다. 모두 농사를 짓고 있으며 이번에 14일 일정으로 불교성지 순례를 하는데 1인당 2500루피가 든다고 했다. 우리나라 돈 6만원 이들은 14일 동안 순례를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 이들이 쥐고 있는 61루피 짜리 기차티켓도 이들에게는 비싸게 생각될 것이다.
이들을 보니 고향에 계신 노모가, 평생토록 일만하시다 늙으신 어머니가 생각나서 이들에게 더욱 애정이 느껴졌다. 이들은 군것질도 안했다.
기차는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야 사르나트역에 도착했다.
사르나트역에서 잠을자는 성지 순례단
그들과 나는 아쉬운 작별하고 헤어졌다. 기차는 오래도록 정차를 했으므로 나는 기차에서 내려서 역 주변을 걸었다. 그런데 역 바닥에 잠을 자고 있던 인도인들이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자세히 보니 방금 전까지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순례객들이었다. 이들은 저녁도 먹지 않고 이렇게 기차역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자이빔’하고 내가 인사를 하자 이들이 큰소리로 ‘자이빔’하고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들에게 과자류를 사주고 스님께 약간의 돈을 보시하고 돌아서는데 그들이 환하게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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