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24 / 세계일보
전남 순천서 수행공동체 '천담' 운영하는 산공스님소외된 이웃 위해 '붓디의 자비'를 실천
산공 스님은 말보다 행동으로 부처님의 법을 따르려고 한다. “열반 시 가져갈 것은 눈물밖에 없다”는 그가 잠시 서울을 찾아 모후산 수행공동체 ‘다하여지다’에 관한 이야기 한 토막을 전했다.
“우리 주변에는 미혼모나 독거노인 등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모여 서로 위로도 하고, 사회봉사도 하며 보람을 찾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전남 순천시 송광면 모후산 중턱의 수행공동체 ‘천담(天潭·별칭 ‘다하여지다’)’을 이끌고 있는 산공(山空·45) 스님은 불교 수행자이지만, 특정 종단에 소속하지 않은 채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 모후산 400m 고지에 자리 잡은 천담은 어머니 품 속 같이 아늑한 곳. 눈앞에 조계산 16국사봉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주암호도 조망된다. 산공 스님은 이곳 2만3000㎡ 대지에 황토방 6개동을 지어놓고 자작농도 하며 회원들과 붓다의 자비 정신을 삶 속에 구현하고 있다.
한때 상적암으로 불렸던 천담에서 산공 스님은 지난 10년 동안 회원들과 친환경 농사로 각종 김치를 만들어 전국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무료로 배송했다. 공양주 없이 사는 스님이 안타까웠던지 올해에는 마을 사람들도 도왔다. 또 손수 재배한 차(茶)도 보낸다. 2004년에는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홀에서 미혼모 쉼터 마련을 위한 콘서트도 가졌고, 한국 아이를 입양한 호주 양부모들을 위해 재호주한국문화원을 열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일에도 힘을 쏟았다. 공동체에는 대학교수, 작가, 회사원,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종교를 초월해 참여하고 있다. 산공 스님은 이곳에 미혼모, 혼자 사는 여성, 독거노인 등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불러모아 생활 공동체를 운영하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준비해 왔다. 그 결실로, 내년 상반기에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올 전망이다.
“자신을 희생한 채 아이를 버리지 않고 돌보는 미혼모야말로 가장 영혼이 맑은 사람인데, 오히려 우리 사회는 미혼부에는 관대하고, 미혼모는 낙인찍어 버리지요. 인류 모두가 ‘어머니 마음’으로 깨어나야 합니다.”
산공 스님은 ‘북송담 남진제’로 통하는 이 시대의 선지식 송담 스님으로부터 사미계를 받은 뒤, 전국 주요 선방에서 10년 가까이 안거를 나며 참선 수행을 했다. 1988년 청도 운문사 승가대를 졸업하고, 한때 부산에 도심포교당인 천불선원을 개원, 6년 동안 붓다의 법을 전하기도 했다. 승가대에서 월반할 정도로 이론과 수행력이 높았던 그는 어느 날, 종교의 변질된 모습을 발견한다. 카테고리에 갇혀 있는 불교 역시 크게 예외는 아니었다. 종교가 더 이상 진정한 자아를 찾아주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자, 붓다의 제자로서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온 것.
“오늘의 종교는 너무 거추장스럽고, 호화로워졌습니다. 근원적 빛의 작용만 할 뿐, 진정한 자아를 돌아보지 못하게 합니다. 우리가 본래 면목을 찾았다면, 우주의 은혜에 감사하고, 그것을 인류 앞에 돌려줘야 합니다.”
그가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그들이야말로 복을 지을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도왔다는 조건으로 죄업이 소멸되며, 구원의 길도 열린다는 것. 이 때문에 부처는 깨달은 후에도 49년 동안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중생을 제도했고, 예수도 “섬김을 받으러 오지 않고, 섬기러 왔다”고 설파했다는 것이다.
“성인의 말씀은 모두 ‘사랑과 자비’에 관통합니다. 부처님과 예수님은 종교 간 갈등을 빚는 제자들을 보고 어이없어 하실 것입니다. 아마 두 사람은 종교의 통폐합을 원할지도 모릅니다.”
그는 어떤 종교도 유일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 이유는 신이 달라서가 아니라,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천차만별의 사람에 맞춰 종교가 나왔다는 뜻이다. 진리만 소통하면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것.
“인류의 구원자가 모두 여기에 동의했는데, ‘내 종교만이 유일하다’는 것은 자기 그림자에 가려 남의 종교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자기 것밖에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남의 것을 알 수 있겠습니까. 인류사회에 피해를 줄 뿐입니다. 가장 종교적인 자세는 차이점과 다른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는 붓다 이후 2500년 동안 잠자고 있는 불교가 2000년 잠자는 기독교를 지탄할 것이 못된다고 말했다. 종교가 가진 이론의 껍질은 보편화돼 있으므로, 허세와 맹목적성을 버리고, 서로 비움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종교인은 자기 종교를 떠나 인류 공존의 코드인 ‘사랑’ 앞에 헌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대표적 실천자로 고난의 현장에서 살다 간 마더 테레사 수녀를 꼽았다. 테레사 수녀를 보살과 예수의 화현이라고 여기고 사진도 모시고 있다. 산공 스님은 붓다의 가르침을 ‘만국 공용어’인 음악으로 전하기 위해 전공자도 아니면서 직접 곡을 쓰고 노래를 해 음반도 7집이나 냈다. 그의 음악은 곧 눈물이었다.
“우리 모두에게 탐·진·치(탐심·성냄·어리석음)의 불이 어서 꺼지고, 고통받는 이웃들이 따뜻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산공 스님은 “천국의 문은 여전히 좁고, 힘들다”는 말을 남기고 서울을 총총 떠났다.
글·사진 정성수 선임기자
산공스님 홈 http://mymothers.co.kr/until_album/until_album.php
산공스님 앨법중에서 참회진언 듣기---> http://cafe.daum.net/ysh3586/KPS7/117?docid=1BxjH|KPS7|117|20100128161426&q=%BB%EA%B0%F8%BD%BA%B4%D4&srchid=CCB1BxjH|KPS7|117|2010012816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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