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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말걸기

병역거부

이 시간이 지난 후, 아마 길지 않은 몇년 후, 나는 지금보다 더 단단한 가슴을 가질지 모른다. 마치 지난 몇년이 내게 준 경험들처럼 때론 커다란 상처를 통해 나를 진실에 더 가까이 끌어다놓을 것 같다. 현명해진다거나 남들은 터득하지 못한 도 따위를 깨닫게 된다는 말이 아니다. 내가 구축한 환상이 걷히고, 깨어나오기를 거부했던 꿈에서 깰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내 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말이다. 그 상황은 내가 부정하고 싶던 내 안의 모순을 들이밀며 "보라."고 요구할테다. 나는 마치 주사를 맞기 위해 줄을 선 어린아이처럼 중얼거리고 있다. '얼마나 아플까? 내 바로 앞에서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나는 피해갈지도 몰라.'

병역거부를 선언한 후 몇달 간 비일상적인 일상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감정과 불규칙한 생활, 그리고 온전히 타인에게 의존하는 경제생활. 이것에 익숙해지면 무책임해질지도 모른다. 꿈은 달콤하지만 언제나 깨는 법이다. 내가 디디고 있는 땅의 촉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것은 한낱 치기어린 반항으로 귀결될지 모른다. 젖어들어가는 발을 서둘러 빼야만 한다. 스스로에게 다시 강조한다. 이것은 곧 깨어날 비일상이다. 잃는 게 많을 것이 분명한 사건을 선택했다면 스스로 긴장하는 수밖에는 없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 각성에 한해서 주체는 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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