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 불교명상치료는 과학적인 증명과 임상효과에 근거해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수많은 심리치료사들이 불교의 마음챙김(sati, Mindfulness)을 활용한다. 또 어느 대학에서건 불교명상치료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이다. 현재 불교적 심리치료는 미국 심리치료의 주류로서 가장 현대적이고 두드러진 형태의 행동치료로 주목받고 있다.”
상담·심리치료의 본고장 미국에서 불교명상치료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가 본격적으로 심리치료에 접목된 지 불과 30여 년에 만에 불교명상치료는 단연 주류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11월 20일부터 24일까지 대한불교진흥원,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 상도선원, 중앙승가대, 동국대 등 주관으로 잇따라 열린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크리스토퍼 거머(Christopher K. Germer·사진) 교수 초청강연회 및 세미나는 미국 심리치료의 새로운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거머 교수는 “불교명상치료는 그 어떤 치료방법보다도 불안, 우울증, 공황장애 등 심리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에이즈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불교명상을 하면 할수록 면역세포인 CD4-T세포가 증가함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심리학계에서 매년 마음챙김과 관련된 논문이 1200여 편씩 발표되고 있으며, 미국인 심리치료사 중 41%가 그들의 치료에 마음챙김을 통합시켜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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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말 불교명상을 토대로 심리치료 기법(MBSR)을 개발한 존 카밧진 박사가 최근 출간된 『명상치료 핸드북』(2009년)에서 분석한 불교명상치료 서적 간행 흐름. |
실제 미국의 저명한 심리치료 잡지인 「사이코테라피 네트워크(Psychotherapy network)」(2007년 3·4월호)에 따르면 미국에서 불교명상치료를 활용하는 심리치료사가 무려 41.4%로 나타났다. 이는 68.8%의 인지행동치료보다는 낮지만, 오랜 전통을 지닌 정신분석(35.5%)을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올해 발간된 『Clinical Handbook of Mindfulness(명상치료 핸드북)』(페브리지오 디돈나 편집, 존 카밧진 서문)에 따르면 2000년까지만 해도 책 제목에 ‘마음챙김’이 들어간 불교명상치료 서적은 한 해 1~2권에 불과하거나 아예 없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불교명상치료 서적이 급증해 최근엔 연간 50여 권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도표 참조) 이 같은 최근의 흐름과 관련해 미국 버클리대 메트케프(T. R. Metcalf) 교수는 “서양의 불교는 심리학화 되어가고 심리학자들은 불교적이 되어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서구의 불교심리치료 열풍은 지난 5월 1~2일 달라이라마와 거머 교수 등이 주축이 돼 개최한 미국 보스톤 심리치료 관련 컨퍼런스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났다. 비싼 참가비용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저명한 심리학자와 심리치료사 등 1200여 명이 모여 불교명상치료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벌여 미국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올해 컨퍼런스는 불교명상치료가 마침내 미국에서 주류 심리치료로 우뚝 섰음을 천명하는 자리였다는 평까지 받고 있다.
그러면 불교명상이 왜 그토록 주목을 받는 걸까. 거머 교수는 과학적인 효과를 그 이유로 꼽고 있다. 정신분석이나 인지치료로 못 고치는 질병도 불교명상으로 치료되는 임상사례가 두드러질 뿐 아니라 뇌과학 등 발달로 불교명상의 우수성과 효과가 과학적으로 속속 증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재성 서울불교대학원대 교수도 “불교의 마음챙김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순간순간의 상황을 지켜봄으로써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게 하는 특성이 있다”며 “불교와 결합된 제3의 심리치료는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장밋빛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에서 심리학을 연구한 서광(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스님은 “자장면 원조는 중국이지만 우리가 먹는 자장면이 중국의 그것과 다르듯 불교명상은 이미 다른 종교와 문화에 뿌리내리기 시작했다”며 “명상치료가 단순한 사회복귀의 치료수준을 넘어 불교적인 이상에 이를 수 있도록 우리 불교계가 불교명상치료의 심화 및 체계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025호 [2009년 11월 30일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