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경전을 더듬다가 즐거울 때가 있다.
諸佛世尊以大悲為力 弘益眾生故
여기서 즐거움을 준 부분은 다름 아닌 홍익중생[弘益眾生]이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은 소위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이기에,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귀에 못이 박히고, 눈이 어릿하도록 많이 만난 단어다.
그런데 홍익 뒤에 바짝 붙은 것은 인간(人間)이 나이라 중생(衆生)이다.
중생이란 사람만 지칭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다.
생명[生]을 가진 것들을 모두[衆]를 일컬으니 육도의 모든 것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논에서 울고 있는 개구리도, 설악산 공룡능선의 다람쥐도 중생이며, 저기 아수라, 아귀까지 중생이다.
[諸佛世尊以大悲為力 弘益眾生故]은 원효스님의 [기신론소(起信論疏)]에 나오는 대목이다. 대충 풀어보자면 [모든 붓다는 큰 자비를 힘으로 삼아 중생을 이익 되게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의 자비의 힘이 닿는 자리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이다.
이런 대목을 만나면 의식의 지평은 가이없이 넓어진다.
겨우 나 하나?
겨우 가족 하나?
겨우 민족 하나?
겨우 사람에 한해서?
이렇게 인간계, 축생계, 하나하나 넘어서 우주의 끝까지 자비가 펼쳐지니 자비동체다.
관세음보살.
이렇게 말하면 참 고루하고, 지나치게 종교적이고, 불교냄새가 풍겨 그렇고 그렇지만, 관세음보살이 이런 일의 [대표주자] 혹은 [대표에너지]다.
관세음보살이라는 내키지 않는다면 [홍익중생]이러 불러도 큰 상관없으니, 다만 열심히 닮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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