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장로인 재판장이 판결을 뒤집었다.”
예배 참석 등을 강요한 모교 대광학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2심에서 패소한 강의석 씨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회원 10여 명은 서울 대법원에 상고장을 접수시키기 전 이 같이 주장했다.
강 씨 등은 5월 27일 서울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모교회 장로이며 이 교회는 대광학원설립교회와 같은 예수교장로회교파”라며 “2008년 5월 8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7부(재판장 곽종훈)가 2007년 10월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내린 ‘대광학원의 강제적 특정종교 교육은 학습권과 신앙의 자유 침해’라는 판결을 이유 없이 뒤집었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거세게 비판했다.
강 씨 등은 “우리가 신앙의 자유 침해일 수도 있는 재판장의 종교를 지적하는 것은 모교회가 대광학원의 설립교회가 소속된 ‘예장통합’ 교단이라는 점”이라며 “형사소송법 상의 명시적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에서는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씨는 “2005년부터 진행된 재판에서 예배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을 손바닥을 때리면 종교 강요가 아니고 몽둥이로 때리면 종교 강요로 보는 것과 같은 법 논리를 보면 안타깝다”며 “현재도 진행 중인 학교 내 종교 자유가 사라지기 위해 100명, 1만명의 학생들이 나와 법에 호소해 종교계 사립학교의 관행이 개선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곽종훈 재판장은 “판결의 핵심은 학교 측의 조치가 과연 손해배상을 해야 할 정도의 ‘위법’이었느냐 였다”며 “이 같은 법률적 판단에 신앙의 문제가 개입될 여지는 없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강 씨 등은 기자회견 후 대법원에 상고장을 접수시켰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헌법상 상위의 기본권을 내팽개친 재판부의 판결을 개탄한다.
2008년 5월 8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7부(재판장 곽종훈 판사)는 학생의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강의석 군의 힘겨운 행진에 가시덤불을 치는 것으로 답했다. 2007년 10월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내린 ‘피고 대광학원이 강제적인 특정종교(개신교)교육으로 원고 학생의 학습권과 신앙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아무런 새로운 이유 없이 뒤집은 것이다.
우리가 2심 판결문을 살펴보고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새로운 이유라고는 오직, 강제적인 특정종교 교육을 통한 선교(포교) 실행으로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종교사학을 대안교육을 실행하는 품격 높은 교육자로 미화하고, 그런 미화를 바탕으로 종교사학에 대해서는 특정종교교육이 폭넓게 허용되어야 하며, 마땅히 신앙의 자유와 학습권이라는 상위의 기본권은 내동댕이쳐도 된다는 재판부의 경이로운 현실 인식뿐이다.
재판부는 고교진학을 하는 학생들에게 학교선택권이 없음을 버젓이 인정해 놓고서도, ‘초중등교육법’에 의해 거주지 이전과 같은 특수한 경우 외에 종교적인 이유로는 전편입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는 눈감았다. 더구나 단 두 건의 사례, 그것도 신도수 10만 명 내외의 한 특수한 종교인 ‘여호와의 증인’의 거주지 이전을 통한 전학 사례를 ‘명시적 거부의사’를 통한 해결 사례로 인용하는 등 특수를 보편으로 환치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한민국국민의 단 17.1%만이 개신교 신도다. 약48%는 무종교이며 34.9%는 불교와 천주교 등 다른 종교인이다.
판결한 바대로라면 개신교 종교사학에서는 17.1%를 제외한 82.9%의 학생이 상위의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와 학습권을 향유하기 위해 ‘명시적 거부의사’를 표시해야 하고, 또 이를 위해 모두 거주지를 옮겨서 전학을 가야한다는 것이다. 더더욱 기가 막힌 것은 신앙의 자유와 학습권이 특정종교 선교(포교) 실행의 자유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한다면, 1심판결과 같이 신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자(학교)가 침해를 당할 가능성이 있는 학생이나 부모에게 동의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함에도 고등법원 재판부는 오히려 침해당한 사람이 ‘명시적 거부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으니 강제적인 특정종교(개신교) 교육이 아니었다고 판결하고 있다.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보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판결임에 틀림없다.
재판부는 또한 고교입학 시 행한 ‘기독교 교육과 함께 모든 교육과정을 충실히 받겠다’는 선서서를 낭독한 것까지 원고 대광학원의 특정종교교육이 강제성이 없었다는 증거로 인용하고 있다. 이 판결대로라면 모든 종교사학에 배정된 고교 진학생과 그 학부모는 이런 종류의 입학식에 참여하고서 나중에 딴소리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자녀교육이 지상과제인 학부모에게 자녀에게 자칫 피해가 될 수도 있고, 정신적 불안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입학식 때부터 하는 것이 도대체 가능하단 말인가! 현실이 이러하기 때문에 1심에서는 입학 시 선서 낭독이 특정종교 교육을 받겠다고 인정한 것이라면 이는 신앙의 자유를 넘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정확히 판시한 것이다.
우리는 고등법원 재판부가 ‘종교사학에 대해서는 특정종교교육이 폭넓게 허용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폄에 있어서 한국사회 종교사학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작은 시사적 안목이라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현재 사립고등학교의 경우 실제 학교법인의 지원(전입)금이 평균 1.8%에도 못미처서 실질적으로 무늬만 사립학교이지 국공립과 거의 차이가 없는 현실이다.
필요한 학교운영비의 98%이상을 국민의 혈세인 국고의 지원과 학생의 납입금으로 충당되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이 학생의 기본권에 우선한다고 생각할 국민은 없다. 교육의 공공성을 이유로 지원하는 것이지, 특정종교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라고 지원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헌법에 정해진 학생의 기본권을 제한할 학교의 권리는 없다. 피고 대광학원처럼 선택의 여지없이 기독교교육을 받아야 하고, 이와 별도로 매주 1시간씩 개신교 예배에 참석해야 하고, 매일 아침 5분씩 개신교식 기도를 해야 하며, 매년 3박 4일간 생활관 학습교육 시에 기독교 의식으로 채워진 생활을 하게 하는 것은 비개신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감내하기 힘든 고통으로 상식수준을 벗어난 종교사학의 횡포이다. 역지사지, 불교학교에서 기독교인에게 불교과목 교육과 예불참석을 강요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개신교인이 얼마나 될 것인가. 우리나라가 종교야만국가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이다. 따라서 ‘합리적 이유 없이 사회적 허용한도를 초과한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는 고등법원 재판부의 논리는 인권감수성 부족을 증명하는 근거 없는 관념적 괴변에 불과하다.
우리가 또 한 가지 제기하고자 하는 것은 고등법원 재판부 재판장이 서울 강남에 소재한 ‘ㄴ교회’ 장로라는 점이다. 우리가 신앙의 자유 침해일 수도 있는 재판장의 종교를 지적하는 것은, 이 교회가 원고 대광학원의 설립교회가 소속되어 있는 ‘예장통합’ 교단이라는 점에 있다. 형사소송법 상의 명시적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사회적 감정에 비추어 재판부 배정에서 신중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류와 사회의 흐름을 거스르는 이번 고등법원 재판부의 판결은 학생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비판에 부딪힐 것이다. 국민의 자유와 권익을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08. 5. 27.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우리신학연구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학교종교자유를위한시민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YMCA전국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