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여 년 전 세법상의 분류로 ‘자영업자’가 되고 나서 갑근세 내는 친구들에 비해 고향을 자주 찾게 되었고 명실상부하게 음과 식을 겸비한 단골집을 만들 기회가 찾아왔다. 내가 생각하는 단골음식점은 이런 곳이다.
첫째, 주인장 관상이 좋아야 한다. 타고난 인상이 평범하다면 웃음이라도 자주 볼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 전통의 맛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맛이 없더라도 퓨전은 안 된다.
셋째, 나보다 먼저 출입하는 단골들이 적어도 연필통에 들어가는 필기구 개수 이상의 숫자여야 한다.
넷째, 텔레비전이 없어야 한다.
다섯째, 기타나 오디오에서 나오는 풍악은 있어도 되지만 일부 손님의 취향으로 다른 손님의 흥이 깨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시계는 없는 편이 좋다. 당나라 시인 이백의 「장진주(將進酒)」에 따르자면 ‘그대와 더불어 만 가지 시름을 살라버릴 제’ 시계고 달력이고 학교종이고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없는 편이 좋은 것에는 단골집 경영에 지장을 주는 외상도 있다. 그리고 좌석 귀퉁이의 호출기.
마지막으로 공기 속에 적당한 밀도로 품위와 예의의 입자가 떠다녀야 한다. 취객이 주정을 하거나 취객끼리 시비를 하거나 하는 일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잦아서는 곤란하다. 이건 참 어렵다. 단골일수록, 친한 사이일수록 허물이 없고 허물이 없다는 것이 자칫 상대를 무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발견했다. 발견해 내고야 말았다. 약 칠팔 년 전의 일이다. 배추로 전을 부치는 곳을 찾다가 우연치 않게 들어간 음식점이었다.
……
무엇보다도 나는 거기서 편안함을 느꼈다. 모두가 편안한 도취가 이어지니 다음날 아침 몸도 마음도 편안했다. ‘누런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에 소소리 바람 불 제’(정철 「장진주사」)마다 가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저와 생각이 비숫합니다. 셋째 까지는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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