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스님 영역 (The Whee Publication No.8) 머 리 말 부처님께서 칼라마인들(Kaalaamas)에게 주신 교훈인 칼라마경(Kaalaama Sutta) 주1 은 의문이 일어날 때는 자유롭게 탐구해보도록 권장하신 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경의 참뜻은 광신, 완고함, 독단, 편협함을 벗어난 가르침을 드러내 보이는데 있다. 모든 현상은 불법의 영역 속에서 바르게 이해되어야 하므로 통찰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 경에서 통찰력은 나쁜 방법은 버리고 좋은 방법은 받아들이게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다음에 나오는 인용구들에서 보면, 조건지어진 상태 주2와 아라한의 경지를 아는 기준으로 통찰력의 작용이 중요하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칼라마경과 다음 인용구에서 볼 수 있는 검토의 방법들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아는 지식" 주3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들이 기본으로 삼는 정신자세는 이치에 맞는 사고라면 으레껏 갖추고 있는 속성인 것이다. 더구나 지혜는 그와 같은 사고의 결과인 통찰력과 이해력으로 구성되는 것이므로 비판적인 검토와 분석이 바른 안목을 계발하는 과정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명백하다.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점검되거나 영향받지 않은 채 갑작스레 나타날 수 있는 지혜나 안목이 어디 있겠는가? 진리를 찾는 구도자들이 따라야 할 원칙을 제시해주고 사물판단의 기준을 담고 있는 이 칼라마경은 부처님 가르침의 뼈대부분에 속한다. 또 이 경 속에 설해진 네 가지의 안식(安息) 주4 은 일상적인 인식을 넘어선 문제들의 경우, 어떤 범위까지 판단을 보류할 수 있는가를 정해주고 있다. 또 이 안식들을 대하면 우리가 덕스러운 삶을 살아야 할 이유가 반드시 윤회나 인과응보를 믿어서가 아니라,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극복을 통해 얻어지는 정신적 행복 때문임을 알게 된다. 50여 년 전, 「동방현자들에의 순례」라는 책을 쓴 몬큐어·디·콘웨이(Moncure D. Conway)가 콜롬보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는 당시 스리랑카 법무차관인 폰남발람 라마나탄(Ponnambalam Ramanatham)의 친구로 두 사람은 함께 비됴다야 피리베나(Vidyodaya Pirivena) 강원을 찾았다. 그 강원의 설립자인 힉카두베 시리 수만갈라(Hikkaduve Siri Sumangala) 원장스님으로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자 해서였다. 원장스님은 두 사람에게 칼라마경에 담긴 이치들을 설명해 주셨다. 대화를 마치고 라마나탄은 콘웨이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벗 사비타여, 믿음을 떠나서, 좋아함을 떠나서 ,거듭 들어서 얻어진 지식을 떠나서, 그럴싸한 추리를 떠나서, 곰곰이 궁리해낸 견해이기에 그것에 대해 갖게 되는 편견을 떠나서, 나는 이것을 알고 이것을 본다. `태어남에 의해서 늙음과 죽음이 있다'고." "비구들이여, 여기에 한 비구가 눈으로 사물을 보고서 마음속에 탐욕·분노·어리석음이 있으면 `내 마음속에 탐욕·분노·어리석음이 있구나.' 라고 알고, 마음속에 탐욕·분노·어리석음이 없으면 `내 마음속에 탐욕·분노·어리석음이 없구나.' 라고 안다.
구도의 마음, 자유
1.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큰 비구 승단과 함께 코살라(Kosala)에서 유행(流行)을 하시면서 칼라마인들(Kaalaamas)이 사는 케사푸타(Kesaputta)라고 하는 마을에 들르셨다. 케사푸타의 칼라마인들은 다음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석가족의 아들 사문 고타마 존자가 코살라에서 유행하시다가 케사푸타에 이르셨다. 그리고 저 세존 고타마에 대한 좋은 명성이 이와 같이 퍼지고 있다. '그 분 세존께선 바로 아라한[應供]이시며, 완전히 깨달으신 분[正等覺者 또는 正編知]이시며, 지혜와 실천이 구족하신 분[明行足]이시며, 피안으로 잘 가신 분[善逝], 세간을 잘 알고 계신 분[世間解]이시며, 가장 높으신 분[無上士]이시며, 사람을 잘 길들이시는 분[調御丈夫]이시며, 하늘과 인간의 스승[天人師]이시며, 깨달으신 분[覺者] 세존이시다. 세존께서는 이 세간의 모든 중생들 즉, 마라들(maaras), 범천들, 축생들, 사문들, 바라문들, 천신들 및 인간들에게 당신 스스로 직접 깨달아 분명히 파악하신 것을 널리 알리고 계시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아라한을 뵙는 것은 실로 훌륭한 일이다.' 2.그래서 케사푸타의 칼라마인들은 세존께서 머물고 계신 곳으로 찾아갔다. 그 곳에 도착하자 어떤 사람은 세존께 경의를 표하고 한쪽 편에 앉았고, 어떤 사람은 세존께 인사드리고 진심에서 우러난 깊이 새겨둘 말씀을 나누고 한쪽 편에 앉았고, 어떤 사람은 세존께 합장 공경을 하고서 한쪽 편에 앉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이름과 가문을 밝히고서 한쪽 편에 앉았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한쪽 편에 앉았다. 3.한쪽 편에 앉은 케사푸타의 칼라마인들은 세존께 이렇게 여쭈었다.
버림의 기준 4."칼라마인들이여, 그대들이 의심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심스러운 것을 대하면 그대들의 마음속에 혼란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대 칼라마인들여, 거듭 들어서 얻어진 지식이라 해서, 전통이 그러하다고 해서, 소문이 그렇다고 해서, 성전에 써 있다고 해서, 추측이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 원칙에 의한 것이라 해서, 그럴싸한 추리에 의한 것이라 해서, 곰곰이 궁리해낸 견해이기에 그것에 대해 갖게 되는 편견 때문에, 다른 사람의 그럴듯한 능력 때문에 그대로 따르지는 말라. 그대 칼라마인들이여, 스스로 `이들은 나쁜 것이고, 이들은 비난받을 일이며, 이들은 지혜로운 이에게 책망받을 일이고, 이들이 행해져 그대로 가면 해롭고 괴롭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것들을 버리도록 하라."
탐욕, 분노, 어리석음 5."어떻게 생각하는가, 칼라마인들이여. 사람의 마음속에 탐욕이 일어나면 그것이 그에게 이로움이 되겠는가 해로움이 되겠는가?" 6."어떻게 생각하는가, 칼라마인들이여. 사람의 마음속에 분노가 일어나면 그것이 그에게 이로움이 되겠는가 해로움이 되겠는가?" 7."어떻게 생각하는가, 칼라마인들이여. 사람의 마음속에 어리석음이 일어나면 그것이 그에게 이로움이 되겠는가 해로움이 되겠는가?" 8."어떻게 생각하는가, 칼라마인들이여. 이들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9."칼라마인들이여,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거듭 들어서 얻어진 지식이라 해서, 전통이 그러하다고 해서, 소문에 그렇다고 해서, 성전에 써 있다고 해서, 추측이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 원칙에 의한 것이라 해서, 그럴싸한 추리에 의한 것이라 해서, 곰곰이 궁리해낸 견해이기에 그것에 대해 갖게 되는 편견 때문에, 다른 사람의 그럴듯한 능력 때문에, 혹은 `이 사문은 우리의 스승이시다'라는 생각 때문에, 그대로 따르지는 말라고."
받아들이는 기준 10."그대 칼라마인들이여, 거듭 들어서 얻어진 지식이라 해서, 전통이 그러하다고 해서, 소문에 그렇다고 해서, 성전에 써 있다고 해서, 추측이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 원칙에 의한 것이라 해서, 그럴싸한 추리에 의한 것이라 해서, 곰곰이 궁리해낸 견해이기에 그것에 대해 갖게 되는 편견 때문에, 다른 사람의 그럴듯한 능력 때문에, 혹은 `이 사문은 우리의 스승이시다'라는 생각 때문에, 그대로 따르지는 말라. 그대 칼라마인들이여, 스스로 `이들은 좋은 것이고, 이들은 비난받지 않을 것이고, 이들은 지혜로운 이에 의해 칭찬받을 일이고, 이들이 행해져 그대로 가면 이롭고 행복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대 칼라마인들이여, 그대로 받아들여 살도록 하라."
탐욕, 분노, 어리석음이 없음 11."어떻게 생각하는가, 칼라마인들이여. 사람의 마음속에 탐욕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것이 그에게 이로움이 되겠는가 해로움이 되겠는가?" 12."어떻게 생각하는가, 칼라마인들이여. 사람의 마음속에 분노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것이 그에게 이로움이 되겠는가, 해로움이 되겠는가?" 13."어떻게 생각하는가, 칼라마인들이여. 사람의 마음속에 어리석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것이 그에게 이로움이 되겠는가, 해로움이 되겠는가?" 14."어떻게 생각하는가, 칼라마인들이여. 이들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15."칼라만인들이여,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거듭 들어서 얻어진 지식이라 해서, 전통이 그러하다고 해서, 소문에 그렇다고 해서, 성전에 써 있다고 해서, 추측이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 원칙에 의한 것이라 해서, 그럴싸한 추리에 의한 것이라 해서, 곰곰이 궁리해낸 견해이기에 그것에 대해 갖게 되는 편견 때문에, 다른 사람의 그럴듯한 능력 때문에, 혹은 `이 사문은 우리의 스승이시다'라는 생각 때문에, 그대로 따르지는 말라. 그대 칼라마인들이여, 스스로 `이들은 좋은 것이고, 이들은 비난받지 않을 일이고, 이들은 칭찬받을 일이고, 이들이 행해져 그대로 가면 이롭고 행복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대 칼라마인들이여, 그대로 받아들여 살도록 하라."
네 가지 고귀한 삶 16."칼라마인들이여, 이와 같이 탐욕을 여의고 분노를 여의고 또 어리석음을 벗어나 올바로 알고 깨어 있는 그런 성스러운 제자는 자애의 마음[慈]으로 세상의 한 방향을 가득 채우고 산다. 이와 같이 두번째 방향을, 이와 같이 세번째 방향을, 이와 같이 네번째 방향을 가득 채우고 산다. 이와 같이 위로 아래로 옆으로 모든 곳에서, 분노나 원한이 없이 위대하고 고귀한 한량없는 자애의 마음으로써 이 세상 곳곳을 가득 채우고 산다. 거기에는 온갖 중생들이 살고 있기에."
네 가지 안식(安息) 17."칼라마인들이여, 이 성스러운 제자는 이와 같이 증오가 없고 원한이 없으며 티없이 청정한 마음을 가져서 바로 지금 여기 주7 의 삶에서 네 가지 안식이 얻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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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해 1) 칼라마경 : 『증지부』 1,187,Ⅲ,7§65에 나옴. 본서는 빠알리 원전과 B. P. S. Wheel Publication No.8로 출판된 소마 스님 영역본을 참조한 것임. ∥원문으로∥ 2) 조건지어진 상태 ; 무명(無明)에서 비롯된 갈애(渴愛)에 얽매어 끝없이 고통받는 상태, 곧 중생 삶. 3) 사물을 있는 그대로 아는 지식 : 존재를 왜곡시켜보지 않고 참모습대로 파악하는 앎. 如實知. 4) 안식(安息) : 呼吸, 出息, 安息 등의 의미를 지닌 assaasa의 역어. 본문에서는 탐·진·치를 여의어 청정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 갖추게 되는 흔들림 없는 안온함을 가리킨다. 영어로는 solce, comfort로 번역되고 있음. ∥원문으로∥ 5) 증지부에는 【 】안에 든 대화가 포함된 반면, 소마 스님의 영역본에 수록된 인용구에는 이 부분이 빠져 있음. 6) 보리수 잎·여섯 『불교의 명상』중 부록 `자애경'과 보리수 잎·다섯 『거룩한 마음가짐-사무량심』 참조. 7) 지금 여기 : 넓은 뜻으로는 먼 하늘나라의 신이나, 과거의 전통 또는 미래의 생에서 삶의 가치의 기준을 구하지 않고, 현재 이곳에서의 자신의 행위와 그 인과적 의미에서 오로지 전 진리성을 찾는 불교의 독특한 입장을 집약하며, 또 협의로는 실수행 면에 있어서 과거의 추억이나 미래의 기대 등 일체의 군더더기를 배제하고 오로지 현재 이 순간에 전념하고자 하는 정념 공부의 특성을 지칭하는 용어로 경에서 자주 쓰임. 영어로는 'here and now'. ∥원문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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