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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과 범어

사성통해(四聲通解,1517년)

최세진의 서문에는, 먼저 『홍무정운역훈』의 수록자를 대폭 보충한 『속첨홍무정운(續添洪武正韻)』을 짓고, 이것을 『사성통고』 형식으로 개편하여 『사성통해』를 지었는데, 그가 따로 지은 『노박집람(老朴輯覽)』도 참고하면서 4년간에 걸쳐 원고를 7 번 고쳤다고 되어 있다.수록된 한자의 배열은 『홍무정운』보다 4운(韻)이 많은 80운을 기준으로 하고, 각 운에 속하는 한자는 『사성통고』와 마찬가지로 먼저 자모(字母)순으로 분류하고, 같은 자모에 속하는 한자는 사성(四聲)순으로 나열하였다. 각 소운(小韻)의 대표자(代表者)는 『홍무정운역훈』의 그것과 거의 같으며, 소운 대표자 앞에 그 자음(字音)을 한글로 표음하고, 때로는 속음을 병기하는 방식도 같다.

 

이 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홍무정운』의 반절은 옮겨 적지 않고 한글로 표음한 『홍무정운역훈』의 음을 그대로 옮겨 적어 정음(正音:홍무정운음)과 속음(俗音:15세기 중국북방음)이라 했고, 때로는 최세진이 관찰한 16세기의 북방음을 금속음(今俗音:중원음운음과 같음)이라고 표기하였다. 따라서 『홍무정운역훈』과 『사성통해』는 정음과 속음의 음계가 같고 전탁음을 유지하고 있는 정음·속음의 31성모, 76운목(『사성통해』는 80), 운모 중성도 같다.

 

둘째, 이 책에서는 중국의 조기관화(早期官話)에서 이미 소실된 입성운미(入聲韻尾)를 그대로 반영하여 『홍무정운역훈』의 정음과는 달리, 정음에서도 입성운미를 표시하지 않았다〔약운(藥韻)의 정음만 ㅸ 운미 표기〕. 또한 『홍무정운역훈』에서는 정음입성운미로 ㄱ·ㄷ·ㅂ을 표기했고, 속음의 입성운미는 ㆆ(약운만 ㅸ)이었는데, 『사성통해』의 속음도 이와 같다.

 

셋째, 수록자의 자순(字順)은 『홍무정운역훈』·『사성통고』와 달랐고 소운 대표자도 다르며, 때로는 『홍무정운역훈』·『사성통고』의 소운을 통합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최세진이 『몽고운략(蒙古韻略)』·『고금운회거요(古今韻會擧要)』·『운학집성(韻學集成)』과 『중원아음(中原雅音)』·『고운지음(古韻之音)』 등을 참고로 하여 『사성통해』를 지을 때, 『홍무정운』과 『몽고운략』에서 음이 같은 글자부터 수록했기 때문이다.

 

넷째, 이 책에서는 정음·속음·금속음 이외에 몽고운략음·운회거요음·중원음운음 등을 표기하기도 하였다. 다섯째, 자석은 주로 『고금운회거요』에서 취했는데, 자석 가운데에는 451여 단어에 걸쳐 물명(物名) 등을 국어로 기록하기도 했다.

 

 

 

 

[오른쪽 페이지 번역] 초수(初首) 신(臣) 등의 명령을 받아 중원(中原)의 아음(雅音)을 가지고 같고 다름을 합병하고 분별하여 《홍무정운》을 바로잡은 뒤에 천고의 시끄럽고 어지러운 운이 비로소 하나로 돌아갔으니, 오직 우리 동국(東國)의 세사(世事)는 중화(中華)의 어음(語音)이 통하지 않아 반드시 전역(傳譯)에 힘입어야 하므로 관원을 설치하고 임관(任官)하여 오직 그 일을 전적으로 받들게 하였으니, 공손히 생각하건대 세종 장헌대왕(莊憲大王)께서 지극히 정성스러운 일과 크게 미루어 헤아림이 무릇 천 번이나 아뢰어 마침내 경전(經傳)을... 예림(睿覽)하사 비로소 학문하고 번역함에 마땅히 먼저 성음(聲音)을 분별해야 함을 알으시어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하고 제정하셨다.

[왼쪽 페이지 번역] 이에 《홍무정운》을 번역하여 또한 그 방대하고 난해하여 익히기 어렵고 보기에 곤란한 것을 염려하시어 병폐가 될까 하므로, 고령부원군(高靈府院君) 신(臣) 노숙동(盧叔仝) 등에게 명하여 제자(諸字)를 모아 한 책으로 만들고, 자음(字音)의 순서로 머리를 삼고 4성(聲)의 조화(調諧)로써 하되, 청탁(淸濁)의 계통을 자모(字母)로써 하고, 음서(音序)로써 4성에 통하게 하였다. 대저 중국말을 배우는 자가 먼저 《노걸대(老乞大)》와 《박통사(朴通事)》 두 책을 읽어 중국말을 배우는 계단(階梯)으로 삼으니, 처음 배우는 자가 반드시 '사성통고(四聲通攷)'를 보아 한자의 바른 소리와 속음(俗音)을 분별하여 알게 하되, 그 두 책에 훈증(訓解)과 승전(承傳)이 잘못 통하거나 잘못 전해져 글자에 소리는 있으나 풀이가 없는 것은 일일이 승전(承傳)의 훈해(訓解)를 이어 전하며 잘못 통하고 잘못 전해진 제자(諸字) 중에 소리는 있으나 풀이가 없는 것은 일일이 풀이하여 한 글자라도 남김없이 마땅히 좇을 곳이 있으므로, 신(臣) 등이 곧 두 책의 번역과 음의(音義)를 책 속에서...

 

 

 

 

 

 

 

 

 

 

 

 

 

 

[오른쪽 페이지 번역] 자모(字母)를 만든 것은 또한 본래 글자의 뜻을 취하여 그것을 든 것이 아니다. 비록 공자(公字)를 자모로 삼았을지라도 글자를 써서 그 자식으로 삼은 것이니, 대저 글자의 청탁(淸濁)과 경중(輕重)이 입술을 따르고 소리를 이루어 반드시 한 글자를 취하여 청탁과 경중의 준거로 삼고 보여준 뒤에 배우는 이가 이를 따라 흐르고 다른 갈래로 빠지지 않아 서로 이어지게 할 수 있으니, 이것이 자모를 세운 까닭이다. 제반 자모도 이와 같다. 초성을 자모의 표지로 삼는데 견(見), 계(溪) 등 31모에는 무릇 운(韻)이 없고 자모가 중성의 종성(終聲)에 있으면 곧 그것을 본떠 모여 운이 된다. 또한 중성을 운으로 삼는 자는 지(支), 제(齊), 어(魚), 모(模), 皆(개), 灰(회), 歌(가), 마(麻) 등 9운이 바로 그것이요, 종성을 운으로 삼는 자는 동(東), 진(眞), 문(文), 한(寒), 산(刪)...

[왼쪽 페이지 번역] ...선(先), 양(陽), 경(庚), 침(침), 탐(탐), 염(鹽) 등 11운이 바로 그것이며, 취하여 중성과 종성의 두 성(聲)으로 삼는 자는 소(蕭), 효(爻), 유(尤) 등 3운이 바로 그것이니, 상(上)·가(去)·입(入)의 3성(聲)과 제반 운(韻)이 각각 그 음을 따라 평성(平聲)에 통종(通隸)한다. 무릇 배우는 자가 아직 그 요령을 알지 못하고 천만 가지 글자마다 각각 천만 가지 소리가 있어 따를 바를 몰라 헛되이 힘만 들이고 기억하고 익혀도 마침내 7음(音)이 서로 섞여 끝내 분변하지 못하여 그릇되게 이를 늙어서 서두른다고 여길 것이니, 혜량(惠良)의 통해(通解)를 보면 4성(聲)을 변별할 수 있다. 비록 천만 가지 글자와 그 누리고 관통하는 이치가 넓고 오묘할지라도 만약 능히 먼저 글자마다 자모로써 그 음을 익히고 관통하여 보면 비로소 안다. 초성 31자, 중성 10자, 종성 6자...

 

 

 

 

 

 

 

 

 

 

 

 

 

 

 

 

 

 

 

 

 

通訓大夫 行內贍寺副正 兼承文院校漢學敎授 臣崔世珍 奉敎撰

"통훈대부(通訓大夫, 정3품 당하관 문관 품계)로서 내섬시(內贍寺, 궁중 물자를 관장하던 관청) 부정(副正)을 지내고, 아울러 승문원(承文院)에서 한학(漢學, 중국어) 교수를 겸한 신하 최세진(崔世珍)이 왕명을 받들어 편찬하였다."

 

— 見母(견모) 항목

오른쪽 상단에 작게 ""(견)이라는 자모 표제가 보이고, 그 아래로 東韻(동운)에 속한 소운(小韻) 대표자들이 사성(四聲)에 따라 배열되어 있습니다.

  • 韻(운) 표시 아래 : 平聲(평성) — "東", 上聲(상성) — "董", 去聲(거성) — "送", 入聲(입성) — "屋"
    → 이는 東韻 계열이 평·상·거·입 네 성조에 걸쳐 각각 東·董·送·屋이라는 대표 운자(韻字)로 나뉜다는 표시입니다.
  • 그 아래 칸들에는 見母(ㄱ 계열 초성)에 속하는 글자들이 각 성조별로 나열됩니다. 확인되는 대표자로 公·紅·工·蛩·拱·珙·攻 등이 보이며, 각 글자 아래에는 훈민정음으로 음을 달고, 이체자·속자, 그리고 "亦曰"(또는 ~라고도 한다), "俗呼"(속칭), 간단한 뜻풀이(예: "勤也" 부지런함, "堅也" 굳음 등) 같은 소주(小註)가 붙어 있습니다.

요컨대

이 면은 산문적 설명문이 아니라, 사성통해 본문이 시작되는 표제면 + 자전 첫 항목입니다. 최세진이 왕명으로 이 책을 지었다는 편찬 정보를 밝힌 뒤, 見母(ㄱ 초성) 아래 東韻에 속하는 한자들(公·紅·工 등)을 평·상·거·입 사성별로 나누어 한글 발음·이체자·간략한 뜻과 함께 정리하기 시작하는 대목입니다.

 

 

 

 

 

 

 

 

 

 

 

 

 

 

 

 

 

 

 

 

 

 

 

 

 

 

 

 

 

 

 

 

 

 

 

 



 

 

 

 

 



 

 



최세진(崔世珍)이 1517년에 편찬한 운서 **《사성통해(四聲通解)》**에 수록된 **〈홍무운삼십일자모지도(洪武韻三十一字母之圖)〉**입니다.

원문 이미지는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원문검색서비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