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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검찰이 온다-김의겸 글

 

[검찰이 온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살짝 베끼면 지금은 <검찰이 온다>로 규정할 수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낚아채서 긴급체포하는 솜씨를 보라. 윤석열도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전광석화란 딱 이런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한동훈-한덕수의 ‘2차 친위 쿠데타’를 물리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건 검찰의 힘이다.
# 윤석열은 왜 꺾였나?
기세등등하던 윤석열이 갑자기 한동훈에게 무릎을 꿇은 건 검찰 때문이다.
6일 상황을 보자. 아침 일찍부터 두 사령관이 ‘배신’을 하고, 국정원 1차장의 ‘폭로’가 이어졌다. 이때만 해도 윤석열은 분기탱천했다. 그러나 검찰의 동향을 보고받고는 그만 맥이 풀려버렸다고 한다.
그리도 고분고분하던 심우정 검찰총장이 일방적으로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데다, 그 책임자로 ‘한동훈 사람’을 앉혔기 때문이다. 박세현 서울고검장이다. “심우정은 자기를 총장 자리에 앉혀준 김주현 민정수석과도 상의를 하지 않았다”고 검찰 관계자가 귀띔을 해주었다.
윤석열로서는 마지막 기댈 언덕마저 무너진 것이다. 무릎이 부들부들 떨리며 털썩 주저앉고 만 것이다.
# 박세현은 누구인가?
박세현도 ‘친 윤석열’이지만 한동훈과의 인연이 훨씬 끈끈하다.
현대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 직계 후배다. 둘 다 4학년 때 합격했으니 '소년 등과'한 공통점이 있다. ‘충암고 라인’이 지고 ‘현대고 라인’이 뜨는 징조일지도 모른다.
나는 <한겨레> 기자로서 김영삼 정부 말기~김대중 정부 초기 검찰을 출입했다.
그때 한동훈의 장인 진형구를, 그리고 박세현의 아버지 박순용을 만났다.
당시 대검찰청에서 진형구는 감찰부장, 박순용은 중수부장이었다. 시험은 박순용이 진형구보다 3년 앞섰지만 둘이 동갑이었고 술을 좋아해서 제일 가깝게 지내는 사이였다.
언젠가는 박순용이 불러 중수부장 사무실에 가보니 진형구와 폭탄주를 돌리고 있었다. 벌건 대낮이었다. 기자들 몇을 더 불러서 술판이 커졌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 한동훈-박세현은 '대를 잇는 우정'인 셈이다.
# 검찰 명문가
진형구는 다 알다시피 아들도 사위도 검사다. 손꼽히는 검찰 명문가다.
박순용 집안은 더 성골이다. 장인이 김영제 검사장이다. 박세현 입장에서 보면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검사장이니 3대 내리 검사장을 배출한 집안이다. 박순용은 검찰총장도 지냈다.
한동훈 박세현 둘 다 검찰 내 초 엘리트 귀족 집안인 것이다.
지금 검찰은 궁지에 몰렸다. 이대로라면 윤석열만 죽는 게 아니라 검찰 조직도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다. 뭔가를 해야 한다. 심우정 박세현이 나선 것이다. 한동훈이 먼저 '국정원의 정보'를 건네고 제휴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엊그제까지 윤석열과 맺었던 운명 공동체의 파트너가 이제 한동훈으로 바뀐 셈이다. 검찰은 어미를 잡아먹는 살모사의 본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여태 어미 품안에서 따뜻하게 지냈지만 위기를 느끼는 순간 독사의 이빨을 어미 가슴에 박아 넣는다.
# 신군부 그리고 검찰
윤석열의 1차 친위쿠데타 실패 이후 권력의 공백이 생겼다. 검찰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시민들이 이뤄낸 역사적 성과를 가로채려고 하고 있다. 윤석열-한동훈 사이 정치적 타협에 맞춰서, 증언을 오염시키고 증거를 조작할 수 있다. 앞으로 확대될 윤석열-김건희 사건에서 행여 검찰 조직에 불리한 부분이 나온다면 삭제할 것이다. 10.26 직후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해 간 과정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검찰 수사를 막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검을 도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우선은 경찰 수사를 독려하며 서로 경쟁시켜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면서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게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현실적 방법처럼 보인다.
물론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 사진/ 왼쪽 한동훈 장인 진형구, 오른쪽 박세현 부친 박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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