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을 돌리며
11월 29일 자승스님이 칠장사에서 화재로 죽은후부터 며칠간 매우 바빴다. 자승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머리를 얻어 맞은 것처럼 기분이 묘하였다. 왜 자살을 택했는지, 과연 자살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죽음이라서 혼란이 더했다. 11월 30일 종단은 자승스님이 자발적으로 소신공양한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때 정신이 차렸다. 자승의 죽음을 역사에 소신공양으로 기록한다면 이것은 권승들의 생명을 연장하는 꼴이다. 조계종이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듯 했다. 그것에 브레이크를 거는 방법은 익명으로라도 대중의 마음을 드러내는 설문조사 뿐이었다. 12월 1일 금요일 승려 4천여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12월 2일 오후 2시쯤 16명의 스님이름으로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였다. ‘온라인불자회’의 도움으로 수천 곳의 언론에 보도자료를 보냈지만,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오마이뉴스’ ‘불교닷컴’등 겨우 몇 군데만 보도하였다. 그나마 불교계 유일한 야당 언론인 ‘불교닷컴’은 하루만에 기사를 내렸다. 참으로 난처한 일이었다.
12월 3일 일요일 아침, 오마이뉴스 기자로부터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지만 인터뷰를 거절하고 대신 글을 써서 기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날 오후에 <자승 스님의 '황당한' 유서, 국민은 크게 놀랐다>라는 제목으로 오마이뉴스에 발표되었다. 우리들의 설문조사 결과 소신공양이라는 종단의 입장은 명분을 잃었다. 문화재 구역에 있는 전각(비전)을 태우고 자살한 것과 상좌들에게 2억씩 내라고 쓴 자승의 유서에 대해서 국민들의 비판이 뜨거웠다. 이로써 적어도 소신공양이라고 역사에 쓰여지는 일은 없을 듯하다.
12월 5일에는 봉은사, 용주사, 조계사에서 자승의 초재를 지냈다. 불교신문 법보신문은 봉은사에서 지낸 초재 만을 취재 하였고 bbs와 btn은 조계사, 봉은사, 용주사 3곳을 모두 취재하여 보도하였다. bbs와 btn은 같은 시간에 진행되는 천도재 3곳을 취재하느라 매우 바빴을 것으로 보인다. 초재를 3곳에서 지내는 매우 특이한 행위는 자승의 권력을 서로 이으려는 치열한 힘 겨루기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그들만의 세상이 다시 펼쳐지는 것이다.
종단내에서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보면서 다시 답답한 느낌을 느낀다. 다시 그들만의 종단이고 그들만의 경쟁을 할 뿐, 예전이나 지금이나 소외된 대중은 여전히 소외되어 갈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고 자문해본다.
우선 희망을 말하고자 한다. ‘수행자는 언제 어디서든 희망을 말하는 자’라고 우스갯 소리로 말한적이 있다. 그것은 사실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존의 도정,진우,허정을 제외하고 13분이 더 이름을 올려 주신 것은 대단한 변화다. 울산 황룡사주지 황산스님이 당당하게 자승의 장단점을 평가하는 동영상도 올라왔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종단개혁의 목적을 단순하게 말한다면, 승려라면 누구나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말하는 것, 쓰는 것을 말한다. 발언의 자유가 있으면 그 다음에 평등권, 참종권, 대중공의 등 모든게 따라온다. 이러한 권리는 국민으로서도 승려로서도 당연히 누려야할 우리의 권리다.
그동안 우리는 발언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다. 혼자서는 두렵고 힘들어도 함께 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우리가 할수 있는 일중에서 쉬우면서고 가장 효과적인 일이 설문조사다. 스님들에 대한 설문조사는 대중공사 성격을 갖기에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한다. 이번에 우리가 한 일에 대해서 자축하자. 함께 할 수 있어서 가능했다.
* 제안사항: 그런데 스님들의 성향은 내향적이고 드러내길 싫어하고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여 매일 매일 올라오는 현재 카톡방이 불편할 수도 있다. 카톡방은 한 사람이 탈퇴하면 그는 그 동안의 자료를 볼 수가 없다. 지금 카톡방을 유지하되 좀 더 느슨한 연대를 위해서 밴드를 운영하였으면 한다. 밴드는 평소에 구경꾼으로 있다가 어떤 일이 발생하면 소식도 전하고 댓글로 의견을 나누기에 좋은 시스템이다. 밴드를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한 의견과 만든다면 어떤 이름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안건을 제안한다.
밴드보다 더 좋은 소통의 장이 있으면 다른 의견도 올려주셨으면 좋겠다.
2013년 12월 7일 허정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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