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훈민정음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1.중국의 운서와 훈민정음
중국에서 범어를 받아들이기 전까지 중국에는 운서가 없었다. 당나라 지광은 ’실담자기(794)‘에서 범어의 자음을 소개하며 7음을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아음,치음,설음,후음,순음(牙音·歯音·舌音·喉音·唇音)의 순서로 소개하고 있다. '광운(1008)'에서는 7음의 순서를 바꾸어 우리에게 익숙한 아음(牙音) 치음(歯音) 설음(舌音) 후음(喉音) 순음(唇音)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범어의 자음이 36개 이듯이 광운에서 나타나는 자음의 수는 36개이다. '홍무정운(1375)'에서는 `아설순치후반설반치의 7음은 같은데 자음은 31개로 줄었다. 훈민정음(1443)에서는 홍무정운을 본받아 `아설순치후반설반치'의 7음순서로 초성 17자를 만든다. 홍무정운에서처럼 훈민정음은 "청탁의 원리(其清濁之倫)"를 적용한다. 훈민정음에서는 "ㄱㄷㅂㅈㅅㆆ는 전청이 되고, ㅋㅌㅍㅊㅎ는 차청이 되고, ㄲㄸㅃㅉㅆㆅ는 전탁이 되고, ㆁㄴㅁoㄹㅿ는 불청불탁이 된다. ㄴㅁㅇ은 그 소리가 가장 거세지 않은 까닭으로 차례는 비록 뒤에 있지만 모양을 본떠서 글자를 만드는 기본으로 삼았다."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청탁의 원리는 범어의 무성음(ka kha)과 유성음( ga ṅa)의 순서이며 범어도 비음(ṅa)으로 끝나고 훈민정음도 비음(ㆁ)으로 끝난다.
훈민정음은 1443년 12월 30일 조선왕조실록에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諺文) 28자(字)를 지었는데, 그 글자가 옛 전자(篆字)를 모방하고, 초성(初聲)·중성(中聲)·종성(終聲)으로 나누어 합한 연후에야 글자를 이루었다. 무릇 문자(文字)에 관한 것과 이어(俚語)에 관한 것을 모두 쓸 수 있고, 글자는 비록 간단하고 요약하지마는 전환(轉換)하는 것이 무궁하니, 이것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고 일렀다."라는 명백한 기록이 남아있어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훈민정음은 세종의 창작으로 알고있다. 그러나 훈민정음을 천재적인 세종이 홀로 창작했다는 것은 믿기 힘든 사실이다. 직해동자습(直解童子習) 서문에서 성삼문은 세종과 단종이 함께 훈민정음을 만들었다(我世宗文宗慨念於此. 旣作訓民正音)고 밝히고 있듯이 세종과 단종 말고도 훈민정음의 창작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였을 것이다. 훈민정음을 만든 원리도 이전에 있던 자료들을 많이 참고했을 것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운서(韻書)라는 단어가 세번 등장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중국의 운서(韻書)가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알수 있다. 그 구체적인 인용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아음의 ㆁ(疑母)은 비록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고 소리의 기운이 코로 나오나, 그 소리가 ㅇ(喩母)과 비슷하므로, 운서(韻書)도 의모(疑母)와 유모(喩母)와 자주 서로 혼용한다(唯牙之ㆁ雖舌根閉喉聲氣出鼻而其聲與ㅇ相似故韻書疑與喩多相混用)"라는 글이 나온다. 운서(韻書)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훈민정음도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설명하는 글이다. 훈민정음에서 사용하고 있는 의모(疑母)와 유모(喩母)는 중국의 운서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이다.
범어의 연구개음(아음) ka kha ga gha ṅa라는 자음의 순서를 중국운서는 견(見)ㆍ계(溪)ㆍ군(群)ㆍ의(疑) 순서로 옮겼고 훈민정음은 이것을 ㄱㅋㄲㆁ으로 옮겼다.범어의 치음 ta tha da dha na라는 자음의 순서를 중국운서는 단(端)ㆍ투(透)ㆍ정(定)ㆍ니(泥)순서로 옮겼고 훈민정음은 이것을 ㄷㅌㄸㄴ 으로 옮겼다. 범어의 순음 pa pha ba bha ma라는 자음의 순서를 중국운서는 방(幫)ㆍ방(滂)ㆍ병(竝)ㆍ명(明)순서로 옮겼고 훈민정음은 이것을 ㅂㅍㅃㅁ으로 옮겼다.범어의 자음과 사마광의 '절운지장도(切韻指掌圖)'와 훈민정음의 자음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사진1)
그러므로 운서의 의모(疑母)는 훈민정음의 아음(牙音)에 속하는 옛이음(ㆁ)에 해당하고 운서의 유모(喩母)는 훈민정음의 후음(喉音)에 속하는 ㅇ에 해당한다. 운서(韻書)도 의모(疑母)와 유모(喩母)와 자주 서로 혼용하듯이 우리말도 옛이음(ㆁ)과 이응(ㅇ)이 혼용하여 사용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훈민정음은 중국운서의 칠음체계와 자음순서를 모방했기에 운서의 설명을 그대로 가져와 훈민정음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동국정운서문에서 신숙주는 "아음(牙音)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계모(溪母) 의 글자가 태반(太半)이 견모(見母) 에 들어갔으니, 이는 자모(字母)가 변한 것이고, 계모(溪母)의 글자가 혹 효모(曉母) 에도 들었으니, 이는 칠음(七音)이 변한 것이라."라고 말하고있다. 이 말은 우리말의 자음이 바뀌어 ㅋ(계모)으로 발음되는 글자 태반이 ㄱ(견모)으로 발음되고 있고, 칠음체계도 변하여 ㅋ(계모)으로 발음되는 글자가 ㅎ(효모) 으로 발음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도 중국운서에서 사용하는 계모(溪母)와 견모(見母) 그리고 효모(曉母)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범어-운서-훈민정음으로 이어지는 자음의 연속성이 분명하다. 중국의 운서가 견(見)ㆍ계(溪)ㆍ군(群)ㆍ의(疑)의 순서이므로 훈민정음이 견모(ㄱ) 계모(ㅋ) 군모(ㄲ) 의모(ㆁ)의 순서가 된 것이다. 훈민정음이 왜 ㄱ으로부터 시작하는가를 묻는다면 범어가 k로 시작하기 때문이고 운서가 견모(ㄱ)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훈민정음을 적을 때 사성(평성,상성,입성,거성)을 표기하는 것과 글자간의 사이를 두지 않고 한문처럼 붙여쓰는 방식도 한문의 표기방식을 답습한 것이다.
2. 범어의 칠음체계
운서의 7음은 중국에서 만들었을까? 그렇치 않다. 중국의 7음체계는 범어의 7음 36자를 전승한 것이다. 범어는 인도에서 발생한 언어로 베다의 전통에 따르면 기원전 삼천년까지 올라간다. 범어를 일상에서 사용할 때는 지역에 따라 쉽고 편리하게 사용되었는데 이것이 속어(俗語) 또는 사투리라고 불리는 쁘라끄리뜨(Prakrit)어 이다. 아소까 석주에 사용된 브라흐미글자의 문자도 쁘라끄리뜨어이고 니까야를 전승하는데 사용된 빠알리어(pali)도 쁘라끄리뜨어이다. 브라흐미문자는 이 쁘라끄리뜨를 적은 가장 오래된 문자이다. 아소까 왕은 이 문자를 바위와 돌기둥에 적어 놓아서 24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인도 전역에서 많은 아소까칙령이 발견되고 있다. 이 브라흐미문자로 쓰인 칙령이 발견되는 지역을 근거로 우리는 마우리야 왕조의 영향력과 영토를 알 수 있다. 가장 오래된 문자인 만큼 브라흐미문자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사용되는 문자 체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쓰이는 문자 가운데 가장 많은 수가 이 문자계열에 속해 있다. 아소까 브라흐미는 마우리아 시대(기원전 3세기)에서 쿠산(kushan) 브라흐미(서기1세기~4세기)로 변화하고 굽타(gupta) 브라흐미(서기 4세기~6세기 )로 변화하다가 싯담(Siddham)문자와 버마문자, 크메르문자, 라오문자, 태국문자, 티베트문자로 변화한다. 브라흐미 문자는 대부분 기원전 3세기의 인도 아소까 칙령에서 발견되지만 가장 오래된 브라흐미문자는 인도의 삐쁘리하와(Piprahwa)에서 발견된 사리함에 쓰여진 것이다. 석가족이 모신 부처님의 유골(Buddha's relics)을 모신 사리함에는 "사끼야 붓다 세존의 이 사리는 형제자매와 아들딸들의 소유이다."(sukiti-bhatinam sabhaginikanam sa-puta-dalanam iyam salila-nidhane Budhasa bhagavate sakiyanam)라고 브라흐미문자로 적혀있다. (사진2)
이 사리함에 적힌 브라흐미문자는 부처님이 입적하신 그 당시에 만들어진 것으로 부처님 당시에 사용된 문자가 브라흐미 문자라는 것을 말해준다. 부처님 당시에 브라흐미문자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또 하나의 증거는 스리랑카의 아누라다뿌라에서 발견된 기원전 5세기 도자기에 쓰여진 브라흐미 문자다. 그 당시에 인도뿐만이 아니라 스리랑카에도 인도에서 건너간 브라흐미 문자가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사진3)
브라흐미문자의 7음체계는 ka그룹(ka kha ga gha ṅa), ca그룹(ca cha ja jha ña), ṭa그룹(ṭa ṭha ḍa ḍha ṇa), ta그룹(ta tha da dha na ṉa), pa그룹(pa pha ba bha ma), ya그룹(ya ra la va) sa그룹(śa ṣa sa ha la)이다. 브라흐미문자가 7음의 순서를 따르고 있듯이 놀랍게도 많은 나라의 언어들도 7음 순서를 따르고 있다. 이것을 현재 음성학에서는 연구개음,경구개음,권설음,치음,순음,반모음,치찰음이라고 부른다.(사진4) 이러한 순서는 당나라 지광의 ’실담자기(794)‘에 아음,치음,설음,후음,순음(牙音·歯音·舌音·喉音·唇音)과 같이 범어의 7음 순서로 소개하고 있다. 아음 뒤에 설음이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아음뒤에 치음이 설명되는 순서이다. 이러한 범어의 순서를 뒤에 나타난 '광운(1008)'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아음(牙音) 치음(歯音) 설음(舌音) 후음(喉音) 순음(唇音)순서로 바뀐다. 훈민정음은 이 '광운'의 순서를 따른 것이다.
훈민정음에서 "아음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뜨고, 설음 ㄴ은 혀가 윗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뜨고, 순음 ㅁ은 입모양을 본뜨고, 치음 ㅅ은 이빨 모양을 본뜨고, 후음 ㅇ은 목구멍 모양을 본떴다."라고 설명한다. 현대 음성학에서는 아음(牙音)을 혓바닥이 여린 입천장에 작용하여 나는 소리, 혹은 '뒤혓바닥소리'라고 설명한다. '뒤혓바닥 소리'는 '사진4'에서 보이듯이 가장 깊은 곳에서 나오는 소리이다. 범어가 연구개음,경구개음,권설음,치음,순음의 순서 즉, '뒤혓바닥'(아음)에서 시작하여 입술(순음)소리로 마무리 되는 것은 인간이 낼 수 있는 다양한 소리를 자세히 관찰하고나서 그 소리들을 구별하기 쉽게 그룹별로 묶은 것이다. 이러한 범어의 과학적인 원리가 그대로 훈민정음에 녹아들어 갔는데 그것이 7음 체계이다. 중국의 운서들에서 아설순치후반설반치(牙音·舌音·脣音·齒音·喉音·半舌·半齒)라는 순서로 7음이 나타나고 이 순서는 훈민정음에서도 같다. 아(牙)그룹, 설(舌)그룹, 순(脣)그룹,치(齒)그룹,후(喉)그룹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 위치가 각각 다르다. 각 그룹은 조음 위치이다.
3. 범어의 영향력
범어가 최초로 문자로 쓰여진 것은 브라흐미문자이다. 브라흐미 문자는 ka kha ga gha ṅa, ca cha ja jha ña, ṭa ṭha ḍa ḍha ṇa, ta tha da dha na, pa pha ba bha ma의 순서이다.힌디어, 미얀마, 캄보디아,태국어에서도 ka그룹(ka kha ga gha ṅa), ca그룹(ca cha ja jha ña), ṭa그룹(ṭa ṭha ḍa ḍha ṇa), ta그룹(ta tha da dha na ṉa), pa그룹(pa pha ba bha ma)이 각각 5개의 문자로 되어 있는데 파스파어,티벳어, 훈민정음은 4개의 자음으로 되어있다.(사진5)이 것은 ṭa그룹(ṭa ṭha ḍa ḍha ṇa)이 사라지고 우리나라 사람이 발음하기 어려운 '유성유기음'(gha jhaḍha dha bha) 4개가 사라진 결과이다. 범어는 7음은 각각 혀의 위치와 호흡의 세기와 흐름이 다르다. 훈민정음은 아음 ‘ㄱㄲㅋㆁ’, 설음‘ㄷㄸㅌㄴ’, 순음 ‘ㅂㅃㅍㅁ’, 치음‘ㅈㅉㅊㅅㅆ’, 후음 ‘ㆆㅎㆅㅇ’, 반설음(ㄹ), 반치음(ㅿ)으로 정확하게 7음을 모방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훈민정음에서 "아음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뜨고, 설음 ㄴ은 혀가 윗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뜨고, 순음 ㅁ은 입모양을 본뜨고, 치음 ㅅ은 이빨 모양을 본뜨고, 후음 ㅇ은 목구멍 모양을 본떴다."고 설명하는데 이것이 기본자(ㄱ ㄴ ㅁ ㅅㅇ)이다. 이 기본자도 5음에 따라 소리나는 위치와 혀의 모양이나 구강구조를 모방한 것이다. (사진 4) 반설음과 반치음을 더한 범어의 7음과 훈민정음의 7음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을 해래본에서는 "반혓소리 ㄹ, 반잇소리 ㅿ도 혀와 이의 모양을 본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기본자음은 5음체계를 몰랐다면 만들어질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 등이 세종에게 훈민정음 제작의 부당함을 상소할 때 세종은 " 네가 운서(韻書)를 아느냐. 사성 칠음(四聲七音)에 자모(字母)가 몇이나 있느냐?"라고 물었던 것이다. 그 때 세종이 말한 운서는 홍무정운(洪武正韻)등 중국의 운서였고 사성칠음(四聲七音)은 홍무정운(洪武正韻)등에서 설명하는 사성칠음(四聲七音)이었다. 이렇게 7음체계를 가진 훈민정음의 23개 자음 순서가 범어,미얀마어,캄보디아,스리랑카어,태국어,힌디어,파스파등과 닮았다는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면 금방드러난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훈민정음해례본에 나타나는 자음 순서를 공부한것이 아니라 '가나다라마사...'라는 순서로 한글을 배우다 보니 이렇게 다른 나라문자 쳬계와 훈민정음이 닮았다는 것을 알수 없었던 것이다.나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읽으며 훈민정음이 ㄱ ㅋ ㄲ ㆁ, ㄷ ㅌ ㄸ ㄴ, ㅂ ㅍ ㅃ ㅁ, ㅅㅈ ㅊ ㅆㅉ, ㆆ ㅎ ㅇ ㆅ라는 순서로 설명되는 것을 보고 온몸에 전율이 왔다. 훈민정음의 초성 순서가 범어의 7음 체계와 비슷했던 것이다.(사진6)
4. 절운지장도와 훈민정음
중국 최고(最古)의 운서(韻書)인 '절운지장도(切韻指掌圖)'와 훈민정음 해례본의 설명을 비교하면 오음(아설순치후)을 오행(목화토금수)과 오음(각치궁상우)과 사시(봄여름늦여름가을겨울)로 배대하여 설명하는 것이 완전히 같음을 알 수 있다. 절운의 오음(아설순치후)의 순서로 설명하는 것을 훈민정음과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절운) 合之以五音, 運之若四時. 합하여 오음(각치궁상우)이 되고 운행하여 사시(四時)가 되는 것이다.
(훈민정음해래)夫人之有聲本於五行. 故合諸四時而不悖 叶之五音而不戾. 무릇 사람이 소리(말소리)를 내는 것은 오행에 근본이 있는 것이므로 4계절에 어울려 보아도 어그러짐이 없고, 오음(궁상각치우)에 맞춰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절운)故始牙音春之象也, 其音角, 其行木 처음의 아음은 봄(春)이며 각(角)음이고 목(木)행이다.
(훈민정음해래)牙錯而長 木也. 聲似喉而實 如木之生於水而有形也. 於時爲春 於音爲角.어금니는 어긋나고 길어서, 오행의 나무(木)에 해당한다. 어금니 소리는 목구멍 소리와 비슷해도 실하기 때문에 나무가 물에서 생겨나지만 형체가 있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봄(春)에 속하고, 5음으로는 각(角)음에 속한다.
(절운)次曰舌音夏之象也, 其音徵, 其行火. 다음의 설음은 여름(夏 )이며 치(徵)음이고 화(火)행이다.
(훈민정음해래)舌銳而動 火也 聲轉而颺 如火之轉展而揚揚也. 於時爲夏 於音爲徵 혀는 날카롭고 움직여서 오행의 불(火)에 해당한다. 혀 소리가 구르고 날리는 것은 불이 이글거리며 활활 타오르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여름(夏 )에 속하고, 5음으로는 치(徵)음에 속한다.
(절운)次曰唇音季夏之象也, 其音宮, 其行土.다음의 순음은 늦여름(季夏)이며 궁(宮)음이고 토(土)행이다.
(훈민정음해래)脣方爲合 土也. 聲含而廣 如土之含蓄萬物而廣大也. 於時爲季夏 於音爲宮.입술은 모나지만 합해지므로 오행의 흙(土)에 해당한다. 입술 소리가 머금고 넓은 것은 흙이 만물을 감싸고 넓은 것과 같다. 계절로는 늦여름(季夏)에 속하고, 5음으로는 궁(宮)음에 속한다.
(절운)次曰齒音秋之象也, 其音商, 其行金.다음의 치음은 가을(秋)이며 상(商)음이고 금(金)행이다.
(훈민정음해래)齒剛而斷 金也. 聲屑而滯. 如金之屑𤨏而鍛成也. 於時爲秋 於音爲商. 이는 단단하고 (무엇을) 끊으니 오행의 쇠(金)에 해당한다. 이 소리가 부스러지고 걸리는 것은 쇠가루가 단련되어 쇠를 이루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가을(秋)에 속하고, 5음으로는 상(商)음에 속한다.
(절운).次曰喉音冬之象也, 其音羽, 其行水.다음의 후음은 겨울(冬)이며 우(羽)음이고 수(水)행이다.
(훈민정음해래)喉邃而潤 水也. 聲虛而通 如水之虛明而流通也.於時爲冬 於音爲羽. 목구멍은 깊은 곳에 있고, 젖어 있으니 물(水)이다. 소리는 허하고 통하여, 물이 맑아 훤히 들여다 보이고, 두루 통하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겨울(冬)에 속하고, 5음으로는 우(羽)음에 속한다.
이와같이 훈민정음의 7음(牙音·舌音·脣音·齒音·喉音·半舌·半齒)과 청탁음의 구분과 오행(목화토금수)과 오음(각치궁상우)과 사시(봄여름늦여름가을겨울)의 배대가 홍무정운과 같음을 알수 있다.
5.자음과 모음의 결합방식
브라흐미문자와 한글은 모음을 자음과 연결하여 사용한다. 이것은 빨리어 산스끄리뜨어 미얀마어등과 같다.산스크리트어는 36개의 자음에 36개의 음소를 가지고 있고 팔리어의 자음은 33개이며 33개의 음소를 가지고 있다. 브라흐미문자와 훈민정음은 일대일로 대응한다. (사진8) 브라흐미문자와 훈민정음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가.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
나.모음의 배열과 자음의 배열이 규칙적이다.
다.모음이 홀로 쓰일 때는 완전한 글꼴을 갖춘 독체자로 사용된다.
라.모음은 자음의 왼쪽과 오른쪽 또는 위 아래에 둔다.(훈민정음은 오른쪽과 아래에만 모음이 온다)
마.자음끼리 결합하여 새로운 결합자를 만든다.
훈민정음 자음 순서는 브라흐미 글자의 자음순서와 매우 흡사하며 자음과모음의 조합방법등에서 브라흐미문자와 같은 형태를 보이고 있다. 훈민정음이 ㄱ ㄲ ㅋ ㆁ의 순서라면 브라흐미는 ka(ㄲ) kha(ㅋ) ga(ㄱ) ṅa(ㆁ)의 순서다. 특히 마지막의 ㆁ의 발음(비음)이 훈민정음과 브라흐미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ㄱ 계열의 훈민정음 자음이 4개(ㄱ ㄲ ㅋ ㆁ)이고 브라흐미는 5개(ka kha ga gha ṅa)이다. 이렇게 자음이 축소되는 현상은 미얀마어, 스리랑카,태국어등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언어사용의 편리성을 추구한 결과이다. 브라흐미문자 순서로 훈민정음 문자를 배열하면 아래와 같다.(사진7)
훈민정음 혜례본에서 "ㆍ, ㅡ, ㅗ, ㅜ, ㅛ, ㅠ는 초성 아래에 붙여 쓰고, ㅣ, ㅏ, ㅓ, ㅑ, ㅕ는 오른쪽에 붙여 쓴다."라고 되어 있는데 브라흐미 문자도 그 법칙을 따르고 있다. 예를들어 Ka 에서 장음 Kaa 가 되려면 오른쪽에 점을 찍고 ka 에서 ku로 바뀌면 획을 아래쪽에 점을 찍으면 된다. 예를들어 브라흐미(𑀓𑀔𑀕𑀖𑀗𑀘𑀙𑀚𑀛𑀜𑀝𑀞𑀟𑀠𑀡𑀢𑀣𑀤𑀥𑀦𑀧𑀨𑀩𑀪𑀫𑀬𑀭𑀮𑀯𑀰𑀱𑀲𑀳)에 모음 ㅜ를 더하여 '구쿠구구우누, 쭈추주주우누, 뚜투두두우누를 만들고 싶으면 훈민정음처럼 자음아래에 점을 찍으면 된다.
𑀓𑀼𑀔𑀼𑀕𑀼𑀖𑀼𑀗𑀼, 𑀘𑀼𑀙𑀼𑀚𑀼𑀛𑀼𑀜𑀼, 𑀝𑀼𑀞𑀼𑀟𑀼𑀠𑀼𑀡𑀼, 𑀢𑀼𑀣𑀼𑀤𑀼𑀥𑀼𑀦𑀼, 𑀧𑀼𑀨𑀼
모음 ㅗ를 붙이면 '꼬코고노,쪼초조노,또토도도우노,뽀포'가 되는데 이것을 브라흐미글자로 쓰면 아래와 같다.
𑀓𑀺𑀔𑀺𑀕𑀺𑀖𑀺𑀗𑀺,𑀘𑀺𑀙𑀺𑀚𑀺𑀛𑀺𑀜𑀺,𑀝𑀺𑀞𑀺𑀟𑀺𑀠𑀺𑀡𑀺,𑀢𑀺𑀣𑀺𑀤𑀺𑀥𑀺𑀦𑀺,𑀧𑀺𑀨𑀺
6. 결론
정리해보면 '절운지장도(切韻指掌圖)'와 훈민정음 해례본은 오음(아설순치후), 오행(목화토금수), 오음(각치궁상우), 사시(봄여름늦여름가을겨울)로 각각 배대하여 설명하는 것이 완전히 같다. 범어의 7음체계와 중국운서의 7음체계와 훈민정음의 7음체계가 같다. 범어의 ka그룹(ka kha ga gha ṅa)과, 운서의 ka그룹(견모(ka ) 계모(kha) 군모(ga) 의모(ṅa)과 훈민정음의 ka그룹(ㄱ(견모) ㅋ(계모) 군모(ㄲ)의모( ㆁ)도 같다. 범어는 무성무기음,무성유기음,유성무기음,비음의 구별되는데 이것이 운서의 전청, 차청, 전탁, 비음이며, 훈민정음도 전청, 차청, 전탁, 비음으로 나누어진다. 범어의 자음은 비음( ṅa ña ṇa ma)으로 끝나고,운서도 비음(疑 泥 娘 明)으로 끝나고, 훈민정음도 비음( ㆁ ㄷ ㅁ ㄴ)으로 끝난다. 운서의 견모(ka ) 계모(kha) 군모(ga) 의모(ṅa)에서 나는 발음이 훈민정음의 ㄱ(견모) ㅋ(계모) 군모(ㄲ)의모( ㆁ)에서 나는 발음과 같다. 운서의 아음(牙音) 치음(歯音) 설음(舌音) 후음(喉音) 순음(唇音)에서 나는 발음이 훈민정음의 아음(牙音) 치음(歯音) 설음(舌音) 후음(喉音) 순음(唇音)의 조음위치에서 나는 발음과 같다.
성종 때 학자 성현은 용재총화(慵齋叢話1525)'에서 언문은 “초성·종성 8자, 초성 8자, 중성 12자의 글자체는 범자(梵字)를 본받아 만들었다”라고 전하고 있다. 이익도 '성호사설(星湖僿說1760)'에서 "원나라 파스파〔巴思八〕가 몽고글자를 만들었는데, 평성상성거성입성의 운(韻)을 7음에 넣어 빠뜨림이 없었고... 이것이 언문의 기원이다."라고 말하며 유희(柳僖)의 '언문지(諺文志1824)'에서도 “언문은 비록 몽고에서 시작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 완성되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몽고글자인 파스파는 범어를 모방한 것이므로 파스파를 언문의 기원으로 보는 것은 범어를 기본으로 본다는 말이다. 비록 훈민정음이 운서를 모방했으나 다섯개의 기본자(ㄱ ㄴ ㅁ ㅅㅇ)에 가획하여 새로은 글자를 만들어서, 눈으로도 봐도 같은 그룹이고, 소리로 들어도 같은 같은 그룹임을 알 수있도록 만든 것은 탁월한 점이다. 훈민정음은 옛사람들의 기록으로보나 그 만든 원리로 보나 범어와 중국의 운서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그러나 창조적인 문자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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