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소행찬
불소행찬 제1권
마명보살(마명보살) 지음
북량(북량) 천축삼장(천축삼장) 담무참(담무참)한역
1. 생품(생품)
감자왕(감자왕)의 후손이며
석가(석가) 종족의 가장 훌륭한 왕으로서
깨끗한 재물과 순수한 덕 갖추었으니
그러므로 정반(?반)이라 이름하였네.
모든 중생들 즐겁게 우러러 바라봄이
마치 초생달을 대하듯 했네.
왕은 천제석(천제석)같고
부인은 제석의 부인 사지(사지) 같았네.
뜻을 잡아 지님은 땅처럼 안온하고
마음 깨끗함 연꽃 같았네
임시로 이름하여 마야(마야)라 했나니
그는 실로 세상에 견줄 이 없네.
저 코끼리[상]에게
신(신)으로 하강하여 태(태) 속에 들자
어머니는 온갖 걱정 시름 모두 여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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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깨비 같은 거짓 마음 내지 않았네.
시끄러운 세속 일 싫어하고 미워하였고
텅 비고 한적한 숲에 살기 좋아했네.
저 람비니(남비니)의 아름다운 동산
샘물 흐르고 꽃과 열매 무성하네.
고요하고 고요하여 선정[선사] 들기 알맞기에
거기서 노닐기를 왕에게 청하시니
왕은 그 마음 알아차리고
기특한 생각이라 여기셨네.
안팎의 권속들에 분부하시어
동산 숲으로 함께 나가게 하니
그 때 왕후이신 마야(마야) 부인은
아기 낳을 시기 되었음을 스스로 아셨네.
편안하고 좋은 침상에 눕자
백천 채녀(?녀)들 왕후를 모셨다.
마침 때는 4월 8일이라서
맑고 온화한 기운 고르고 알맞았네.
재계(재계)하고 깨끗한 덕 닦았기에
보살은 오른쪽 옆구리로 탄생하셨네.
큰 자비로 온 세상 건지시려고
어머니를 고생스럽게 하지 않으셨네.
우류왕(우유왕)은 다리로 태어났고
비투왕(비투왕)은 손으로 태어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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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타왕(만타왕)은 정수리로 태어났고
가차왕(가차왕)은 겨드랑이로 태어난 것처럼
보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오른쪽 옆구리로 탄생하셨네.
차츰차츰 태에서 나오시자
그 광명 두루 환하게 비추었고
마치 허공에서 떨어진 듯
자궁문을 통해 탄생하지 않으셨네.
한량없는 겁(겁) 동안 덕을 닦으시어
나면서부터 죽지 않는 법 저절로 아셨네.
조용하고 편안하여 허둥거리지 않고
밝게 드러난 모습 미묘하고 단정했네.
환하게 태(태)에서 나타나는 모습
마치 처음 떠오르는 태양 같아서
살펴보면 지극히 밝고 빛나지만
바라보는 눈동자에 해롭지 않고
아무리 보아도 눈부시지 않아
마치 공중의 달을 보는 것 같았네.
자기 몸의 광명 밝게 비춤이
햇빛이 등불 빛을 무색케 하듯
보살의 황금빛 몸의 광명이
두루 비춤도 그러하였네.
바르고 참된 마음 흐트러지지 않고
편안하고 조용히 일곱 걸음 걸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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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이 편편한 발꿈치는
영롱하게 빛남이 칠성(칠성) 같았네.
짐승의 왕 사자 같은 걸음으로
사방을 두루 관찰하면서
진실한 이치 환히 깨달았기에
이와 같은 말씀 할 수 있었네.
“이 생(생)은 부처 되기 위한 생으로서
최후의 마지막 생(생)이 되리라.
나는 오직 이 한 생에
기어코 모든 중생 제도하리라.
그 때 마침 허공에서
한 줄기는 따뜻하고 한 줄기는 시원한
두 줄기 깨끗한 물 흘러 내려
정수리에 쏟아져 몸을 즐겁게 하였네.
보배 궁전에 편안히 들어
유리 평상에 누워 계시자
천왕(천왕)이 금꽃[금화] 같은 손으로
평상의 네 발을 떠받들었네.
모든 하늘들 허공에서
보배 일산을 들어 모시고
그 위신(위신)을 찬탄하면서
불도(불도) 성취하길 권청하였네.
모든 용왕(룡왕)들 기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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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그 법을 간절히 우러렀네.
그들은 과거에도 부처를 받들었는데
지금 또 이 보살을 만나게 되었네.
만다라(만타라)꽃을 뿌려대면서
오롯한 마음으로 즐겁게 공양했네.
여래가 이 세상에 나타나시자
정거천(정거천)도 또한 기뻐하였다.
애욕(애욕)의 기쁨 이미 없건만
법을 위해 기뻐하고 좋아했으니
괴로움 바다에 빠진 중생들
해탈케 하기 위함이었네.
저 수미보산왕(수미보산왕)이
이 대지를 굳게 지키고 있다가
보살이 이 세상에 나타나시자
그 공덕(공덕)의 바람에 날리게 되어
온 대지가 울리고 흔들림이
마치 풍랑이 뱃전을 두드리듯 하였네.
보드라운 가루 전단(?단)향
온갖 보배 연꽃들
바람 부는 대로 허공 따라 흐르고
어지럽게 휘날려 흘러내렸네.
허공에선 하늘옷 내려
몸에 닿자 오묘한 음악 생기고
해와 달은 평상시와 다름없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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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광명 밝기는 몇 배나 더하였네.
이 세계의 모든 불빛은
섶이 없어도 저절로 불타오르고
맑고 시원한 우물에선 깨끗한 물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솟아올랐다.
중궁(중궁)의 채녀(?녀)들은 이상히 여겨
일찍이 없던 일이라 찬탄하면서
다투어 달려가 마시고 목욕하자
모두 다 안락한 생각이 일어났네.
한량없는 하늘의 정령[부다천]들
법을 좋아해 다들 구름처럼 모여들어
람비니(람비니) 동산의
나무숲 사이를 빼곡이 메워 섰네.
신기하고 특별한 온갖 묘한 꽃들은
제 철도 아니건만 활짝 피었고
흉악하고 사나운 중생 무리도
한꺼번에 사랑하는 마음을 내었네.
이 세상의 모든 질병(질병)들
고치지 않아도 저절로 없어지고
어지럽게 울부짖던 날짐승과 길짐승들
잠자코 조용해져 아무 소리 없었네.
개울물은 모두 흐름을 멎고
흐린 물은 다 맑아졌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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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구름의 가리움 없고
하늘북[천고]은 저절로 울렸네.
일체의 모든 세간들
모두 다 안온해지고 즐거움 얻었는데
마치 황폐하고 어려운 처지의 나라가
홀연히 현명한 임금을 만난 듯하였네.
보살이 이 세상에 나오신 까닭은
온갖 고통에서 중생을 건지기 위해서다.
오직 저 악마의 하늘왕[마천왕]만
부들부들 떨면서 매우 근심하였다.
부왕(부왕)은 태어난 아드님을 보고
일찍이 없었던 기이하고 특별한 일이라
본래 성품은 평안하고 신중했으나
너무 놀라 보통 때의 얼굴 바뀌었네.
두 숨결 가슴에 번갈아 일어나고
한편으론 기쁘고 한편으론 두려웠네.
부인은 그 아드님이
평범한 방법으로 태어나지 않음을 보고
여인의 성품에 겁 많고 나약하여
얼음이나 숯불을 품은 듯 두려워져
좋고 나쁜 얼굴상을 분별하지 못하고
도리어 근심하고 무서워하였다.
오래 보살피던 여러 유모들
서로들 어지러이 신명(신명)께 기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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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컨대 우리 태자를 편안하게 해주소서.
제각기 늘 섬기던 신을 청하였네.
그 때 그 수풀 속에는
관상을 잘 보는 바라문(파라문)이 있었는데
위의(위의)와 많은 지식 갖추었고
훌륭한 말솜씨에 높은 명성 자자했다.
그는 이 태자의 상을 보고는
일찍 없었던 일이라 기뻐 뛰다가
놀라고 두려워하는 왕의 마음을 알고
진실한 내용을 왕에게 아뢰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면 누구나
특별하고 훌륭한 아들을 구하는데
왕이시여 태자는 뚜렷한 보름달과 같으니
마땅히 큰 기쁨 내셔야 합니다.
지금 나으신 특별하고 훌륭한 이 아드님은
반드시 종족(종족)을 드러내 빛내리니
마음을 편히 하여 스스로 기뻐해 경하하고
아무런 의심이나 염려치 마십시오.
신령스런 상서가 이 나라에 모여
지금부터 갈수록 흥하고 성하리니
지금 나으신 이 특별하고 훌륭한 아들
반드시 이 세상을 구원할 것입니다.
생각건대 이 상사(상사)의 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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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미묘한 광명이 있으니
이와 같이 특별하고 훌륭한 상(상)은
틀림없이 등정각(등정각) 이루오리다.
만일 세상의 즐거움 익히면
반드시 전륜성왕(전륜성왕)이 되어
드넓은 이 대지의 주인으로서
바른 법으로 강건히 다스릴 것입니다.
4천하를 다스리는 왕이 되어
모든 왕들을 통솔하고 제어함이
마치 이 세상의 모든 광명 중에서
햇빛이 가장 으뜸인 것 같을 것이오.
또한 이 분이 만일 산림(산림)에 머문다면
오롯한 마음으로 해탈(해탈) 구하고
진실한 지혜를 성취하여
이 세상을 널리 비출 것이오.
비유하면 수미산(수미산)은
모든 산 가운데 왕이듯이
온갖 보배 중엔 황금이 제일이듯이
숱한 개울 중엔 바다가 제일이듯이
모든 별 중엔 달이 제일이듯이
모든 광명 중엔 해가 제일이듯이
여래(여래)가 세상에 존재하시면
모든 사람 중에 제일이 될 것입니다.
길고도 넓은 청정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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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위로 깜빡일 땐 긴 눈썹 드러나며
바라보는 눈동자는 검푸른 빛으로서
밝고도 빛남이 반달 모양 같으니
이 상(상)을 어떻게
평등하고 특별하게 뛰어난 눈이 아니라 하리.”
그 때 왕이 이생(이생)에게 말하였다.
“만약 그대 말한 것과 같다면
이와 같이 기이하고 특별한 상은
어떠한 인연 담겨 있기에
선왕 때에는 감응하지 않다가
내 대에 이르러 나타났는가?”
바라문은 왕에게 아뢰었다.
“부디 그런 말씀하지 마소서.
많은 지식과 밝은 지혜
명칭(명칭)과 그리고 갖가지 사업 등
이와 같은 네 가지 일들은
선후(선후)를 따져서 감응하는 것 아닙니다.
사물이 생겨나는 이치는
제각기 인연 따라 일어납니다.
이제 모든 비유를 들어 설명하리니
왕께서는 우선 자세히 들어 보소서.
비구(비구)와 앙기라(앙기라)
이 두 선인(선인) 종족은
오랜 세월이 지나고서야
제각기 뛰어난 아들을 낳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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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비리하발저(비이가발저)이고
또 다른 사람은 숙가라(?가라)였소.
그들이 제왕론(제왕론)을 지었지만
그들은 조상에서 온 것이 아니었다오.
살라살(살라살) 선인은
오랫동안 경론(경론)을 단절했었지만
그가 낳은 바라바(파라파)는
그 뒤를 이어 경론을 밝혔으니
현재 지견(지견)이 태어난 것은
반드시 그 조상 때문이 아니라오.
비야사(비야사) 선인은
온갖 경론을 많이 지었지만
그의 후손 발미(발미)는
게송(게송)의 장구(장구)를 널리 모았소.
아저리(아저리) 선인은
의서(의서)를 해득하지 못했지만
그의 후손 아저리(아저이)는
온갖 병을 잘 치료했다오.
이생(이생) 구시(구시) 선인은
외도의 논서(논서) 익히지 않았지만
그의 후손 가제나왕(가제나왕)은
외도의 법을 모두 알았소.
감자왕(감자왕)의 시조는
바다의 조수(조수)를 막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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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라왕(사가라왕)에 이르러서는
천 명의 왕자를 낳아 길러서
큰 바다 조수까지 죄다 막아
정해놓은 경계를 넘지 못하게 했소.
사나구(?나구) 선인은
스승 없이 선도(선도)를 터득했으니
명예와 칭송을 얻는 것이
다 제 힘에서 생긴답니다.
선조는 훌륭한데 후손이 못난 경우도 있고
후손은 훌륭한데 선조가 못난 경우도 있으니
모든 제왕(제왕)이나 모든 신선들
반드시 그 조상을 이어받지는 않는다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는
그 선후를 돌아보고 감응하는 것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이제 이와 같나니
마땅히 기쁜 마음 내소서.
기쁜 마음을 내신다면
영원히 의혹을 여의게 될 것입니다.”
왕이 선인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공양을 더하면서 말했네.
“내 이제 훌륭한 아들을 낳았으니
전륜왕의 자리를 물려주리라.
내 나이 어느새 늙어버렸으니
나는 집을 나가 범행(범행)을 닦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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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성스런 왕자가 세상을 버리고
숲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게 하리라.”
마침 그 때 그 근처 동산에는
아사타(아사타)라 이름하는
고행(고행)을 실천하는 선인이 있었는데
관상 보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왕궁의 문 앞에 와서 왕에게 말했다.
“범천(범천)이 응(응)한 상이며
고행으로 바른 법 닦기를 좋아할 상으로서
이 두 가지 상을 다 드러내고
범행의 상을 두루 갖추었다오.”
그 때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곧 궁궐 안으로 맞아들여서
공경하고 또 공양을 베풀었다.
그가 궁(궁) 안으로 들어가서는
오직 왕자만 보는 것을 좋아할 뿐
아무리 아름다운 채녀들 있다 해도
텅 빈 숲에 머물 듯하였네.
올바른 법좌(법좌)에 편안히 앉아
더욱 공경하여 받들어 섬기니
그 모습 마치 안저첩왕(안저첩왕)이
바시타(파시?)를 섬기듯 하였네.
그 때 왕은 선인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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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서야 큰 이익을 얻었소.
큰 선인을 괴롭혀 수고롭게 하였더니
황송하게도 와서 나의 청을 들어주었소.
마땅히 해야 할 모든 일 있으면
원컨대 그때그때 분부하시오.”
이렇게 권하여 청하기를 마치자
선인은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네.
“훌륭하십니다. 상승왕(상승왕)으로서
온갖 덕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와서 구하기 좋아하는 자에게는
은혜 베풀고 바른 법 높이며
어질고 지혜로운 뛰어난 종성으로서
겸손하고 공손하며 잘 따라 순종했네.
과거에 온갖 묘한 인연을 심어
훌륭한 그 열매 지금에야 나타났으니
지금 여기에 온 인연을 말하리니
왕께선 마땅히 내 말을 들어보소서.
나는 일도(일도：태양의 길)를 따라 오다가
공중에서 하늘의 말을 들었소.
지금 저 왕이 태자를 낳았는데
분명코 정각(정각)의 도(도)를 이루리라고.
아울러 아까 상서로운 상을 보고
이제 일부러 여기에 이르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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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석가왕의 바른 법 깃대를
세우는 것 보고자 해서입니다.”
왕은 선인의 말을 듣고
결정코 의심 그물 아주 여의어
태자를 데리고 나오도록 명하여
그 선인에게 상을 보였네.
선인이 태자의 상을 보았더니
발바닥엔 일천 개의 살 바퀴 있고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엔 그물막이 있으며
눈썹 사이에는 흰 털이 감돌아 났네.
양근(양근)은 말[마]처럼 감추어져 있으며
얼굴빛은 불빛처럼 빛났으니
도인은 일찍 없었던 일이란 생각 내어
눈물 흘리면서 크게 탄식하였네.
왕은 그 선인이 우는 것 보고
아들 생각하는 마음에 전율(전율)하여
기운이 맺혀 가슴에 응어리지고
놀라고 두근거려 편안하지 못하였다.
얼떨결에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선인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선인에게 아뢰어 말하였다.
“이 아이는 기이하고 특별하게 났고
얼굴도 지극히 단정하고 엄숙하여
하늘 사람이나 거의 다름이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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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에 제일이라 그대가 말해놓고
무슨 일로 근심하고 슬퍼하는가?
혹 이 아이가 수명이 짧아
내가 근심하고 슬퍼할까 그러는 것 아닌가?
오랫동안 목마르다 감로(감노) 얻었지만
다시 도로 그것을 잃지나 않을까 해서인가?
혹은 장차 재물 잃어 집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지나 않을까 해서인가?
만일 내게 훌륭한 아들이 있어
이 나라를 맡길 수만 있다면
나는 죽을 때에도 마음 기뻐서
안락하게 저 세상에 태어나리라.
비유하면 사람의 두 눈이
한 쪽은 감겨 있고 한 쪽은 뜬 듯하니
가을 서리 내릴 때 꽃 피워
꽃을 피었으나 열매 없게 하지 말라.
세상 사람 친족들 중에
아들보다 더 깊은 사랑 없나니
마땅히 지금 미래를 예언하여
나의 근심 덜어 주소서.”
선인은 그의 부왕(부왕)이
마음 속에 품은 큰 근심을 알아차리고
곧 그 대왕에게 말해 알렸다.
“대왕이여, 너무 두려워하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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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대왕께 이미 다 말씀드렸으니
부디 스스로 의심을 내지 마소서.
지금의 상(상)도 전과 다름없나니
다시 다른 생각을 품을 것 없습니다.
그저 내 나이 늙은 것 생각하고
슬프고 애달퍼 울며 탄식할 뿐입니다.
이제 내 목숨 끝나려 하는 즈음에
이 아드님 세상에 응(응)하여 나셨으나
다시 나지 않기 위해 세상에 나셨으니
이 분을 다시는 만나기 어려우리.
거룩한 왕의 자리 던져 버리고
5욕(욕)의 경계에 집착하지 않으며
열심히 애써 고행 닦아서
진실한 이치를 깨달으신 뒤에는
언제나 일체 중생을 위하여
어리석고 어두운 장애를 없애주고
이 세상을 영원히 환하게 밝히리니
지혜의 광명 태양 빛과 같으리.
중생이 괴로움의 바다에 빠져
갖가지 병으로 물거품 삼고
쇠하고 늙음으로 큰 물살 삼으며
죽음으로 바다의 큰 물결 삼을 때
이 분은 가벼운 지혜의 배를 타고
온갖 흐름의 어려움을 건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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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 흐르는 물 거슬러 오르고
깨끗한 계(계)로써 언덕을 삼으며
삼매(삼매)는 청량(청량)한 못이 되고
정수(정수)는 온갖 기이한 새가 되리라.
이와 같이 매우 깊고도 넓은
바른 법의 큰 강물이 되어
애욕에 목마른 모든 중생들
그것을 마심으로써 되살아나게 하리.
5욕의 경계에 물들어 집착하다가
온갖 괴로움에 핍박당하고
나고 죽는 넓은 벌판 헤매면서
아득히 돌아갈 곳 알지 못하네.
보살이 이 세상에 나오신 까닭은
해탈의 길 터놓기 위해서이니
이 세상 탐욕의 불길이
경계의 섶을 맹렬히 태울 때
대자비의 구름 일으켜
법비 내려 꺼지게 하리라.
어리석음과 어둠은 두 겹 문이요
탐욕은 그 문의 자물쇠 되어
모든 중생들을 막아 가두지만
나고 죽음 초월하는 해탈의 문은
금강(금강) 지혜가 못 빼는 도구 되어
은애와 애정의 화살촉을 뽑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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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10004] 쪽
어리석음의 그물에 스스로 묶여
곤궁하고 괴로워도 의지할 곳 없더니
법왕(법왕)이 세상에 나타나시어
능히 중생의 결박 풀어주시네.
왕이여, 부디 이 아드님 때문에
스스로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마시고
그보다는 저 중생들 욕심에 집착하여
바른 법 어김이나 근심하소서.
저는 이제 늙음과 죽음에 시달려
성인의 공덕에서 멀어지고 말아
갖가지 선정(선정)을 닦는다 해도
그 이익 얻지 못하리이다.
현재 이 보살이 계신 곳에서
끝내 바른 법 듣지 못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 끝난 뒤에는
반드시 3난천(난천)에 태어날 것입니다.”
왕과 모든 권속들
이 선인의 말을 듣고는
그 스스로의 근심 깨달았으니
그 때문에 두려움 모두 없어졌다.
“이 기이하고 특별한 아기 태어나
내 마음 매우 편안하게 되었지만
만일 그가 집을 떠나 세상 영화 버리고
선인(선인)의 도(도)를 닦고 익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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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10004] 쪽
마침내 왕의 자리 이을 이 없어
다시 나로 하여금 언짢게 하리라.”
그러자 그 때 그 선인은
왕을 향해 진실을 말하였다.
“틀림없이 왕께서 걱정하는 것처럼
장차 정각도(정각도)를 이룰 것입니다.”
선인은 왕의 권속들 가운데에서
모든 사람의 마음 위로한 뒤에
스스로 자기의 신력(신력)으로써
허공을 날아 멀리 떠나 버렸다.
그 때 백정왕(백정왕)은
아들의 기이하고 특별한 상호를 보고
또 이 아사타(아사타) 선인의
결정된 사실에 대한 말을 듣고는
아들을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며
보배처럼 보호하고 언제나 생각하여
천하에 큰 사면령을 내리고
감옥의 죄수들까지 모두 풀어 주었다.
세상 사람들 아들 났을 때의 법을 따라
마땅히 취하고 버릴 일을 따랐다.
모든 경전(경전)의 방론(방론)에 의거하여
온갖 할 일을 모두 다했다.
아들 낳은 지 만 열흘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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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온하여 마음 이미 태평해지니
모든 천신(천신)께 모두 제사드리고
도(도) 있는 이에게 널리 보시한다네.
사문(사문)이나 바라문(파라문)들은
주원(주원)으로 길한 복 비네.
모든 신하들에게 은혜 베풀고
가난한 이들에게도 재물 주었네.
촌이나 도성의 채녀(?녀)들에게
소·말·코끼리·재물 따위를
저마다의 필요에 따라
모든 사람들에게 다 베풀어주었다.
좋은 날짜를 점쳐 가려
아들을 데리고 본궁(본궁)으로 돌아갈 때
정반왕(정반왕)·백반왕(백반왕)의 흰 코끼리와
7보(보)로 장엄한 수레는
갖가지 빛깔의 구슬로 얽어
밝고 고와 지극히 찬란했네.
부인은 태자를 안고
두루 돌면서 천신께 예배하고
그런 다음 보배 수레에 오르니
아릿다운 채녀들이 따라 모셨네.
왕은 여러 신하들과 더불어
모두 다 함께 그 뒤를 따르니
마치 저 제석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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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 10004] 쪽
여러 하늘들에 둘러싸인 것 같았다.
또 저 마혜수라천(마혜수라천)이
갑자기 육면(육면)의 아들 낳으면
갖가지 제구를 베풀어 공급하고
또 그를 위해 복을 청하는 것처럼
이제 이 왕도 태자를 낳고서
온갖 제구 베푸는 것 또한 그러했네.
또 비사문(비사문) 천왕이
나라구바(나라구파)를 낳았을 때
저 모든 하늘 무리들
다 함께 매우 기뻐했는데
왕도 이제 태자를 낳자
가비라위국(가비라위국)의
온 나라 모든 백성들
자못 기뻐함이 그와 같았네.
2. 처궁품(처궁품)
그 때 백정왕(백정왕)의 집은
거룩한 아들 낳았으므로
친족 자제들과 모든 신하들
모두 다 충성스럽고 어질게 되었다.
코끼리·말·보배수레와
나라의 재물과 7보 그릇 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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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더욱 늘어나
쓰임에 따라 모여 생기며
감춰졌던 한량없는 보배도
저절로 땅에서 솟아 나왔다.
맑고 깨끗한 설산(설산)에 사는
모질고 사나운 흰 코끼리들도
부르지 않았는데 저절로 오고
길들여 다루지 않아도 스스로 항복했네.
지극히 단정하고 엄숙한 생김새에
붉은 갈기에 가늘고 긴 꼬리를 가진
갖가지 얼룩말들은
마치 날 듯이 뛰어오르고
또 들에서 자란 것들도
때맞추어 저절로 모여들었네.
순수한 빛깔로 잘 길들여졌고
살지고 건강하고 잘생긴 생김새에다
바른 걸음의 순수한 향내나는 젖소들
때에 맞춰 모두들 구름처럼 모여 왔네.
원한을 품은 사람 마음이 가라앉고
공평하고 바른 사람 더욱 순후해지며
평소에 친한 사람 한층 더 친밀해지고
어지럽고 거스름은 모두 다 사라졌네.
잔잔한 바람에 때 맞춰 비 내리고
천둥도 울지 않고 벼락도 치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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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그 때를 기다리지 않아도
몇 갑절 풍성한 수확 거두고
신선한 5곡 향기롭고 감미로우며
가볍고 부드러워 잘 소화되네.
잉태한 모든 존재들
몸이 편하고 또한 화적(화적)했으며
네 성종(성종)을 받은 사람 말고도
그 밖의 모든 세상 사람들
살림살이 저마다 저절로 넉넉하여
남에게 구할 생각 조금도 없네.
교만도 없고 간탐도 질투도 없으며
또한 성내거나 해칠 마음도 없어
세상의 모든 남자나 여자는
고요하기 태고(태고) 적 사람 같았네.
하늘 사당[천묘]과 모든 사찰들
동산과 수풀과 우물과 연못들
그 모두가 하늘 물건 같았고
때맞추어 저절로 생겨났으며
모든 경계 합쳐져 굶주림 없고
전쟁도 없으며 몹쓸 병도 그쳤네.
온 나라의 모든 백성들
친족끼리 사랑하고 공경하되
법애(법애)로 서로들 좋아하고
더러운 욕심 내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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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의로 재물 구하고
이익 탐하는 마음 없었다.
법을 위하여 은혜 베풀되
그 보답을 받을 생각 없었다.
네 가지 범행(범행)을 닦고 익혀서
성내고 해칠 마음 멸해 없앴네.
과거의 마누(마★)왕은
일광(일광) 태자 낳았을 때
온 나라는 좋은 상서를 입어
온갖 나쁜 것 일시에 그쳤었네.
이제 대왕이 태자를 낳자
그 덕 또한 그와 같아서
갖가지 덕을 갖췄다는 뜻으로
실달라타(실달라타)라 이름했네.
그 때 마야(마야)부인은
그가 낳은 아들 모습이
하늘 아기처럼 단정하고
온갖 아름다움 갖춘 것 보고
지나친 기쁨을 스스로 이기지 못하여
그만 목숨 마치고 천상에 태어났네.
대애(대애) 구담미(구담미)는
태자 모습이 하늘 아기와 같고
덕스러운 모습 세상에서 빼어나며
이미 친어머니 목숨 마친 것 보고
친아들 같이 사랑하며 길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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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또한 친어머니 같이 공경하였네.
마치 해나 달이나 불의 광명이
적은 데서부터 점점 넓어지는 것처럼
태자 자라는 것 날로 새롭고
덕스러운 모습도 또한 그러하였네.
값 매길 수 없는 전단향(?단향)과
염부단향(염부단향)처럼 이름난 보배와
몸을 보호하는 신선(신선)의 약과
영락(영락) 따위로 몸을 장엄하였네.
속국이었던 모든 이웃 나라는
왕이 태자를 낳았다는 말 듣고
온갖 모든 진귀한 보배와
소·염소·사슴·말·수레와
보배 그릇과 장엄한 거리를 바쳐
태자 마음 기쁘게 하였네.
비록 갖가지 온갖 장신구와
호사스런 아기 노리개 있었지만
태자의 성품은 태연하고 묵직하며
몸은 어렸으나 마음은 원숙했네.
마음은 높고 수승한 경계에 깃들어
세상 영화에 물들지 않았고
모든 학술과 기예[술예]를 배울 때는
한 번 들으면 스승을 뛰어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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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왕은 그의 총명함과 깊은 생각이
세상 사람들보다 뛰어난 것을 보고
명망 있고 권세 높은 종족과
풍교(풍교)와 예의 있는 가문을 두루 찾았네.
아름다운 용모와 몸가짐 단정한 여인이 있었으니
그 이름 야수다라(야수타라)였네.
마땅히 태자의 아내로 맞아
태자의 마음 잡도록 유도했다네.
태자의 뜻은 고상하고 원대하여
덕이 성하고 그 모습 맑고 밝아
마치 저 범천(범천)의 맏아들인
사나구마라(사나구마라)와 같았네.
그의 어진 아내 아름다운 용모와
조신하고 맑고 묘한 자태는
곱고 아름답기 천후(천후)와 같았기에
함께 있으면서 밤낮으로 즐겼네.
그들을 위해 청정궁(청정궁)을 세우니
굉장히 화려하고도 매우 장엄했다.
높이 솟아 허공 속에 있는 듯하고
아득히 멀어 가을 구름 같았네.
따뜻하고 시원함이 네 철에 알맞아
때를 따라 좋은 곳 가려 살 때
기녀(기녀)들은 언제나 빙 둘러 있고
하늘 음악 소리 어울려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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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소리나 빛깔 가까이하여
세상을 싫어하는 생각나지 않게 하였네.
마치 저 하늘 건달바(?달파)의
자연(자연)으로 된 보배 궁전에
악녀(락녀)가 하늘 음악 연주하여
소리와 빛깔이 마음과 눈을 부시게 하듯
보살이 높은 궁전에 살 때
그 음악도 또한 그와 같았네.
그 부왕은 태자를 위해
고요히 살면서 순수한 덕을 닦아
어질고 자애롭게 정법(정법)으로 교화하되
어진 이와 친하고 나쁜 벗 멀리했네.
그 마음 은애(은애)에 물들지 않아
욕심 일으키는 독(독)한 생각에 대해
마음을 추스르고 모든 감관 단속하여
가볍고 급한 마음 없애 버렸네.
온화한 얼굴로 분쟁을 잘 듣고서
만족 모르는 중생의 마음 사랑으로 가르쳤고
모든 외도(외도)들에게 펴서 교화하여
거스름을 도모하는 모든 꾀를 끊었네.
학문을 가르쳐 세상을 구제하여
만 백성 모두 안락을 얻게 하되
내 아들을 안락하게 하는 것처럼
만 백성에 대해서도 그러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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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섬기고 모든 신(신)을 받들며
손 모아 합장한 채 달빛을 마시고
항하강[항수] 물 속에 몸을 씻으며
법의 물로써 그 마음 씻어 내어
복을 비는 것 자기 위함 아니고
오직 그 아들과 백성 위함이었네.
사랑하는 말이라 하여 의(의) 없음이 아니고
의(의)로운 말이라 하여 사랑 아님 아니며
사랑하는 말이라 하여 진실 아님 아니고
진실한 말이라 하여 사랑 아님 아니었네.
부끄러워하는 마음 있기 때문에
능히 참답게 말하지 못했을 뿐이니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도
탐하고 성내는 생각 의지하지 않았네.
고요하고 묵묵함에 마음을 두어
공평하고 올발라서 다툼을 멈추게 하고
구태여 하늘에 제사하지 않았으나
살생(살생)하지 않은 복이 그보다 나았네.
구하는 것 많은 저 중생들 보면
풍족하게 베풀어 바라는 것보다 넘치게 하고
마음에는 전쟁할 생각이 없어
덕으로 원수(원적)을 항복받았네.
하나를 조복받아 일곱을 보호하고
일곱을 떠나보내 다섯을 억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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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을 얻어서 셋을 깨닫고
둘을 알아서 둘을 버렸네.
정(정)을 구하다가 죄를 저질러
죽음에 다다르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되
추하고 나쁜 말로 억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말로써 가르쳐 훈계하였네.
재물을 힘써 베풀어
살아갈 길을 제시해 주고
신선의 도(도)를 받아 배워서
원망하고 성내는 마음 멸해 없앴네.
명예와 덕망 널리널리 퍼졌으니
세상은 망하여 없어져도
그 왕으로서 밝은 덕 닦으면
온 천하의 백성들 받들어 배우는 것이
마치 사람의 마음 편하고 고요하면
온몸과 모든 감관[근]이 따르는 것 같네.
그 때 백정왕(백?왕)의 태자와
어진 아내 야수다라가
나이 점점 들어가자
라후라(라?라)를 배어 낳았다.
백정왕은 스스로 생각하였네.
'태자는 이미 아들을 낳았으니
대대로 계속해서 후사를 이어
올바른 교화 끝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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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이미 아들을 낳았으니
그 아들에 대한 사랑 나와 같아서
다시는 출가(출가)할 생각 않고
다만 힘써 선(선)을 닦을 것이니
이제 내 마음 너무 편안해
하늘에 난 즐거움과 다름없구나.'
마치 저 겁초(겁초) 때에
선왕(선왕)이 도에 머문 것처럼
청정한 업(업)을 즐겨 행하고
제사 때에도 살생(살생)하지 않았네.
불꽃처럼 성하게 훌륭한 업을 닦아
왕도 훌륭하고 범행도 훌륭하며
종족도 훌륭하고 재보(재보)도 훌륭하며
용맹도 훌륭하고 기예(기예)도 훌륭하여
밝음을 나타내어 온 세상 비춤이
마치 천 개의 태양 빛과 같았네.
무릇 왕이 된 까닭은
장차 아들을 나타내기 위함이요
아들을 나타냄은 종족을 위함이며
명성(명성)으로 종족을 빛나게 함이네.
명성이 높으면 하늘에 태어날 수 있고
하늘에 태어남은 즐거움을 위함이니
이미 즐거우면 지혜 늘어나
도를 깨달아 바른 법 펼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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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먼저 훌륭한 명성이 있는 곳에
온갖 묘한 도를 받아 행하니
오직 바라는 것은 그 태자가
아들을 사랑하여 집 버리지 않는 것이네.
일체의 모든 나라 왕들은
낳은 아들이 아직 나이 어리므로
나라를 다스리게 할 수도 없을 것이요
그 마음이 방탕해지고
욕심을 따라 세상 즐거움에 집착하여
왕의 종족 있지 못할까 염려하였네.
이제 이 왕이 태자를 낳고는
마음대로 5욕(욕)을 누리면서
다만 세상 영화만 즐기기 바랄 뿐
도를 배우게 하려 하지 않았네.
과거의 보살왕도
비록 도(도)가 견고하였어도
반드시 세상의 영화와 즐거움 익혔나니
아들을 낳아 왕의 대를 잇게 하고
그런 뒤에야 산 숲으로 들어가
적묵(적?)의 도를 수행했다네.
3. 염환품(염환품)
밖에는 온갖 동산 숲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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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샘물과 맑고 시원한 못
갖가지 꽃들과 과일 나무들
늘어서서 그윽한 그늘을 드리웠네.
이상하고 기이한 온갖 새들은
훨훨 날면서 그 속에서 노닐었고
물과 육지의 네 가지 꽃들은
불타는 빛깔로 묘한 향기 풍겼네.
기녀(기녀)들은 그 따라 풍악 울리고
노래 불러 태자에게 아뢰었네.
태자는 음악 소리를 듣고
동산 숲의 아름다움 찬탄하였네.
마음속에 기쁨 못 이겨
거기 나가 놀 생각 간절했나니
그것은 마치 매어 있는 난폭한 코끼리가
언제나 넓은 들을 그리워하듯 했네.
부왕은 그 태자가
동산에 놀러나가고 싶어한다는 소식 듣고
곧 모든 신하에게 분부를 내려
우의(우의)를 마련해 장식하라 명령하였네.
왕이 다니는 길 다시 손보고
또 여러 가지 추하고 더러운 것과
늙고 병들고 쇠약한 이나
빈궁함에 괴로워하는 이들 모두 물리쳐
낙이 없는 태자가 그것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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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마음 일으키지 않게 하였네.
그 모든 장엄이 갖추어지자
태자는 왕께 나아가 떠날 인사 아뢰었다.
왕은 태자가 오는 것 보고
머리를 쓰다듬고 얼굴 들여다보며
슬프고 기쁜 마음 한데 얽혀
입으로는 허락하나 마음놓지 못하였다.
온갖 보배로 장식한 앞 높은 수레에는
훤칠하고 잘생긴 네 마리 말 매고
어질고도 착하며 재주 능하고
용모와 자태 아름다운 소년이
깨끗하고 고운 꽃옷을 입고
수레에 함께 타서 고삐 잡았네.
거리마다 온갖 꽃 흩뿌리고
보배 장막으로 길가를 가렸으며
길 곁에 늘어선 가로수는
온갖 보배로 장엄하게 꾸몄네.
비단 일산과 모든 깃발은
바람을 따라 어지러이 나부낄 때
길가에 늘어선 구경꾼들은
몸을 기울이고 눈빛 끊임없이 빛났네
물끄러미 바라보되 깜박이지 않나니
마치 푸른 연꽃을 벌여 놓은 것 같았네.
뭇별이 큰 별을 따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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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 다 함께 호위하며 뒤따르며
입은 다르나 같은 소리로 찬탄하여
세상 드문 일이라 칭송했네.
귀한 이나 천한 이, 부유한 이나 가난한 이
어른이나 어린이 또한 젊은이들도
모두 다 공경하고 예배하면서
다만 행복하기만을 빌고 원했네.
도시 사람이나 촌사람이나
지금 태자가 행차한단 말 듣고
높은 이건 낮은 이건 할 것 없이
깨어 있던 이 잠자던 이에게 서로 알릴 새 없네.
육축(륙축)을 몰아들일 겨를도 없이
미처 돈과 재물 받아들일 새도 없이
사립문 닫고 잠글 여가도 없이
서로 다투어 길가로 달려갔네.
다락집 위에서나 언덕 나무에서나
열린 창가에서나 골목길 사이에서
몸을 기울이고 눈을 다투어
뚫어져라 바라봐도 싫증 없었네.
높은 데서 보던 사람 땅으로 내려간 듯하고
땅에서 보던 사람 허공에 오르듯 하였으니
마음이 함빡 쏠려 자신을 망각한 채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나는 듯
공손하고 정성스레 그 모습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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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허튼 마음 내지 않았네.
뚜렷한 몸매 통통한 지절(지절)
빛깔은 마치 연꽃이 핀 것 같은 분
이제 나와서 이 동산 숲에 계시니
부디 거룩한 선인(선인)법을 이루소서.
태자는 새로 닦아 놓은 길과
장엄하게 많은 사람 따르고
옷과 수레의 선명한 빛 보고서
마음 흐뭇해져 기쁨이 가득했네.
온 나라 백성들은 그 태자의
근엄한 자태와 승우(승우)의 행렬을 뵙자
마치 저 하늘의 모든 사람들과
하늘 태자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았네.
그 때 정거천왕(정거천왕)이
홀연히 내려와 길옆에 있으면서
쇠약한 노인의 모습으로 변하여
이 세상 싫어하는 마음 내게 하였네.
태자는 그 노인의 모습 보고
놀랍고 괴이하여 마부에게 물었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머리는 희고 등은 굽으며
눈은 어둡고 온몸을 떨면서
지팡이에 의지하여 비틀걸음 걷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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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던 몸이 갑자기 변해 저런가
본래 받은 성질이 스스로 그러한 것인가?”
마부는 마음에 망설임 생겨
감히 사실대로 답하지 못하자
정거천왕이 신통력을 부려
그로 하여금 진실을 고백하게 하였다.
“육신은 변하고 기운마저 허약해져서
근심만 가득하고 즐거움은 적으며
기쁨을 잊고 모든 감관[근] 무너지나니
이것을 늙고 쇠한 모습이라 합니다.
저 사람도 본래는 어린애로서
어미 젖 먹으며 자라났으며
소년 시절엔 장난기 가득하였고
단정한 모습으로 5욕(욕)도 즐겼는데
세월이 흘러 몸뚱이 쭈그러들고
지금은 늙게 되어 무너져갑니다.”
태자가 이 말 듣고 길게 탄식하면서
다시 그 마부에게 물어 보았네.
“저 사람만 혼자 쇠하고 늙는 것인가
우리들도 다같이 저렇게 되는 것인가?”
마부가 다시 대답하였다.
“태자님께도 그런 운명 있으니
세월이 지나면 몸이 저절로 변하여
반드시 닥칠 것임은 의심할 여지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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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이 누군들 늙지 않음 없건만
온 세상 알면서도 기대[구]한다오.”
자는 보살로서 오랜 세월을
청정한 지혜의 업(업) 닦아 익히고
온갖 덕의 씨를 널리 심었다가
이제야 그 소원 꽃 피고 열매 맺게 되었네.
태자는 늙고 쇠함의 괴로움 듣고
전율하여 온몸의 털이 곤두섰으니
마치 번개 치고 천둥치는 소리를 듣고
뭇 짐승 놀라서 치달리듯 하였네
보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두려움에 떨면서 길게 한숨짓고
늙음의 괴로움에 마음 얽매여
머리를 떨군 채 똑바로 눈뜨고
노쇠해지는 고통 생각하면서
세상 사람들 무엇을 애착하고 즐기는가.
모든 것은 늙음 앞에 허물어져서
거기에 부딪치면 분간할 것 없다네.
비록 젊음의 육체와 힘 있어도
어느 것 하나 변치 않는 것 없나니
눈앞에서 그 모양 뻔히 보면서
어찌 싫어하여 떠나지 않는가.
보살이 곧 마부에게 분부했다.
“어서 빨리 수레 돌려 돌아가자.
생각생각에 늙고 쇠함 닥쳐오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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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산 구경이 무엇이 즐거우랴.”
마부는 분부 받고 바람처럼 달리니
수레바퀴 날려 본궁으로 돌아왔다.
태자 마음은 황혼 속에 헤맴이
마치 빈 묘지 사이로 돌아드는 것 같네.
부딪치는 일마다 정 붙지 않고
사는 곳은 잠깐도 편안하지 않았네.
왕은 태자가 기뻐하지 않는단 말 듣고
다시 나가 놀기를 태자에게 권했네.
그리고는 신하들에게 분부 내려서
전보다 더 훌륭하게 꾸미게 했네.
정거천은 다시 병자로 변화하여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길가에 나타났네.
몸은 깡마르고 배는 부풀어올랐으며
호흡 헐떡이고 길게 내쉬며
팔다리 뒤틀려 바싹 마르고
구슬피 울면서 신음하고 있었네.
태자는 다시 마부에게 물었네.
“이는 또 무엇 하는 사람인가?”
“이는 병에 걸린 사람인데
4대(대)가 모두 뒤틀리고
여위고 기운 빠져 견딜 수 없어
이리뒤척 저리뒤척 남의 신세 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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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 10004] 쪽
태자가 마부의 대답 듣고
불쌍하고 가엾은 마음 생겨 물었네.
“오직 이 사람만 병에 걸렸는가.
다른 사람도 또한 저러한가?”
“이 세상 사람이면 누구나 다
저러하지 않은 이 없습니다.
몸이 있으면 반드시 병 생겨나건만
어리석은 사람들 잠깐의 환락 즐길 뿐입니다.”
태자는 마부의 대답 듣고
너무도 두렵고 무서운 마음 생겨
몸과 마음 한꺼번에 떨려오니
마치 물결 속의 달과 같았다.
'이 큰 괴로운 세계 속에 살면서
어떻게 스스로 편안할 수 있으리.
아아, 슬프다. 세상 사람들
어리석어 미혹(미혹)되고 어둠에 가려
병의 도적 기약 없이 이르거늘
그런데도 기뻐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네.'
수레 돌려 다시 돌아와서는
시름에 잠겨 병의 고통 생각하면서
마치 어떤 사람이 매를 맞을 때
몸을 움츠리고 매를 기다릴 것 같네.
한적한 궁전 속에 조용히 틀어 박혀서
세상의 즐거움 등지기만 바랐다.
[41 / 10004] 쪽
왕은 다시 태자가 돌아왔단 말 듣고
무슨 일 있었는지 명령하여 물었다.
“길 가다가 병든 사람 보았습니다.”
이에 왕은 몸을 잃은 듯 두려워
길을 담당했던 사람을 심하게 꾸짖고
가슴이 막혀 더 이상 말을 못했네.
다시 기녀(기녀)의 무리 늘리고
음악연주는 전보다 배나 뛰어났네.
이렇게 눈과 귀를 기쁘게 하여
세속 즐거움에 가정을 싫어하지 않게 하였네.
밤낮으로 여인과 음악 바쳤으나
그 마음은 조금도 기뻐하지 않자
왕은 스스로 나가 돌아다니며
보다 아름답고 좋은 동산 구했다.
온갖 채녀(?녀) 가려 뽑으니
자태와 용모 아름답고 요염하다.
얄미운 아양으로 받들 줄 알고
아리따운 얼굴로 사람 홀렸네.
왕은 행차하는 길 더 잘 손보고
더러운 모든 것을 다 치우게 한 뒤
좋은 마부에게 특별히 명령하여
잘 살피며 길을 가려서 가라 하였네.
그 때 정거천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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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 10004] 쪽
다시 죽은 사람으로 변화하여
네 사람이 함께 상여를 메고
보살의 앞에 나타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보지 못하고
보살과 마부만 그것 보았네.
“이것은 또 무슨 가마이기에
꽃과 깃발로 장엄하여 꾸미고
따르는 사람들 모두 근심하고 슬퍼하며
머리풀어 헤치고 울부짖는가?”
천신(천신)은 마부 시켜 대답케 했네.
“이것은 죽은 사람인데
모든 감관[근]이 무너지고 목숨이 끊어지면
마음은 흩어지고 염식(염식) 떠나며
정신은 가고 몸뚱이는 말라빠져
마른 나무처럼 뻣뻣이 굳어진다.
일가 친척과 모든 친구들
본래부터 은애(은애)로 얽혔었건만
이제는 모두 다 보기 싫어해
빈 무덤 사이에 내다 버립니다.”
태자는 죽음이란 말을 듣고
슬프고 아픈 마음 한데 맺혀 물었네.
“오직 이 사람만 죽는 것인가
천하 사람도 다 그런 것인가?”
“온 천하가 다 그러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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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 10004] 쪽
대개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법
어른이나 어린이나 또 젊은이나
몸이 있고 무너지지 않는 법 없습니다.”
태자는 마음으로 놀라고 슬퍼하여
수레 앞 가로 댄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숨길이 끊어질 듯 탄식했네.
“세상 사람 어찌 하나같이 잘못하는가.
이 몸이 없어질 줄 뻔히 알면서도
오히려 생각 없이 방탕하게 살아가는가.
마음은 말라빠진 나무나 돌이 아니거늘
일찍이 무상함을 걱정하지 않는구나.”
곧 수레 돌려 돌아가자 명령하였네.
“다시 이와 같이 놀 때가 아니니
목숨 끊겨 죽는 것 기약 없거늘
어떻게 함부로 마음대로 놀겠는가.”
마부는 왕의 명령 받들었기에
그것이 두려워 수레를 돌리지 못하고
앞으로 수레 몰아 빨리 달려
어느덧 그 동산에 이르렀다네.
숲 속의 물 맑게 넘쳐흐르고
아름다운 나뭇잎 다 피어 한창인데
갖가지 기이한 새와 짐승들
날고 달리면서 즐겁게 노래할 때
모든 것 빛나 귀와 눈을 즐겁게 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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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 위의 난타(난타) 동산 같았네.
4. 이욕품(난욕품)
태자가 동산 숲에 들어갔을 때
많은 여자 나와서 받들어 맞이하네.
모두들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 내어
다투어 생글대며 그윽한 정 바쳤네.
제각기 아양떠는 맵시를 다해
받들어 모시면서 그가 좋아하는 것 따라
어떤 이는 손발을 잡고
혹은 그 몸을 두루 주무르네.
혹은 웃음으로 수작을 걸고
혹은 근심스러운 표정 지었네.
어찌했던 태자를 즐겁게 하여
사랑하고 즐기는 맘 내게 하려 하였네.
많은 여자들 태자를 보자
빛나는 얼굴 하늘 사람 몸 같아서
갖가지 장식으로 꾸미지 않더라도
본바탕의 몸이 치장한 것보다 나았네.
모두들 우러러 쳐다보며
월천자(월천자)가 왔다고 하네.
갖가지 방편을 베풀었으나
보살의 마음 움직이지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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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서로들 돌아보며
부끄러워 말못했는데
우타이(우타이)라 이름하는
어떤 바라문의 아들이 있다가
여러 채녀들에게 말했네.
“너희들 모두는 단정하기 그지없고
총명하고 또 재주도 뛰어나다.
색(색)의 힘도 또한 보통 아니며
게다가 일체 세간의 애욕에 대한
은밀(은밀)한 방법까지 알고 있으며
자태와 얼굴은 세상에 드물고
모양은 옥녀(옥녀)의 얼굴과 같네.
하늘이 보면 그들 아내 버리고
신선도 그 때문에 무너지리니
어떻게 인간의 왕자가
능히 그 정(정)을 느끼지 못하리.
이제 이 왕의 태자는
비록 튼튼하고 굳은 마음 지니고
청정한 덕 순수하게 갖추었더라도
여자의 힘은 이기지 못하리라.
옛날에 손타리(손타리)는
능히 큰 선인(선인)을 무너뜨렸고
그로 하여금 애욕을 익히게 하여
발로써 그 정수리 밟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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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고행한 구담(구담) 선인도
또한 천후(천후)에게 무너졌으며
승거(승거) 선인의 아들은
애욕을 익힘으로 그 흐름 따랐다네.
비시바(비시파) 선인은
도(도)를 십천 년 동안 닦았으나
천후(천후)에게 깊이 집착하여
하루 사이에 갑자기 무너졌다네.
저와 같은 여러 아름다운 여자들은
그 힘으로 모든 범행(범행) 이겼거늘
하물며 너희들과 같은 기술로
왕자를 감동시키지 못한단 말인가.
마땅히 다시금 모든 방편 동원하여
왕가의 대물림 끊이지 않게 하라.
여자의 본 바탕 비록 미천하나
승천(승천)을 따라 존귀하고 영화롭거늘
어찌하여 그 기술 다 부려
그로 하여금 더러운 마음 나게 하지 못하는가.”
그 때 여러 채녀들
우타이의 말을 즐겁게 듣고
용기와 기쁜 마음 더했으니
좋은 말에 채찍을 가하는 것 같았네.
그들은 곧 태자 앞으로 나아가
저마다 갖가지 애교 부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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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고 춤추며 혹은 농담 붙이고
눈썹을 찡긋하고 흰 이빨 드러내며
아름다운 눈매로 살짝 엿보고
얇은 옷에 하얀 살 아련히 드러내어
요염하게 흔들며 천천히 걸어
거짓으로 친밀하게 점점 가까이 갔네.
정욕이 그 마음에 무르익은 데다
겸하여 대왕의 뜻 받들었으니
함부로 비밀한 곳 추잡하게 드러내며
어느새 부끄러워하는 마음 잊어버렸네.
그러나 태자 마음 견고하여
의젓한 그 모습 변하지 않았나니
마치 저 큰 용상(용상)이
수많은 코끼리에게 둘러싸여도
그 마음 어지럽지 않는 것처럼
그런 무리 속에서도 언제나 한가로웠네.
또 마치 제석(제석)천왕이
뭇 천녀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태자가 동산 수풀에 있을 때
채녀들에게 둘러싸임도 그와 같았네.
혹은 그를 위해 옷맵시 내고
혹은 그를 위해 손발 씻으며
혹은 향수를 몸에 바르고
혹은 꽃으로 장엄하게 꾸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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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그를 위해 영락(영락)을 걸고
혹은 태자 몸을 부여 안기도 하며
혹은 그를 위해 베개나 자리가 되어 주고
혹은 몸을 기대어 소곤거리기도 하였네.
혹은 세속의 유희로 꼬드기고
혹은 갖가지 애욕의 일 이야기하며
혹은 모든 애욕의 몸짓을 해내어
그 마음을 움직이려 꾀하였네.
그러나 보살 마음 깨끗하고 맑으며
견고하여 움직이기 어려웠으니
보살은 모든 채녀 지껄이는 말 듣고
근심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은 채
곱절이나 싫어하는 생각을 내어
이것은 참으로 기괴하다 탄식했네.
모든 여자들 음욕의 마음
이와 같음을 비로소 알았네.
젊고 싱싱한 여색도 잠깐이어서
어느새 늙음·병듬·죽음으로 무너지는 것 모르나니
슬프다, 크게 미혹(미혹)됨이여
어리석음이 그 마음 덮었구나.
늙고·병들고·죽음을 마땅히 생각하여
밤낮으로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라.
칼날이 내 목에 다다라 있거늘
어떻게 오히려 웃으며 즐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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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늙고 병들고 죽는 것 보고도
제 몸을 돌아보아 살펴볼 줄 모르면
이는 곧 흙이나 나무로 만든 사람이니
어찌 마음에 생각인들 있으랴.
빈 벌판의 두 그루 나무가
꽃과 잎이 다 함께 무성하다가
한 그루 이미 베어져 나가도
다른 하나는 두려움을 모르듯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
생각 없음 또한 그와 같구나.
그 때에 우타이가
태자 앞에 이르러
고요히 앉아 선정[선사]에 들어
마음에 5욕(욕)의 생각 없는 것 보고
곧 태자에게 말하였다.
“일찍이 아들의 좋은 벗 되어 달라는
대왕의 명령을 받았기에
이제 마땅히 정성된 말 올립니다.
참된 벗에는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이익되지 않는 것 없애 주고
둘째는 남에게 이익된 일 만들어 주며
셋째는 어려울 때 버리지 않는 것이네.
나는 이미 착한 벗이라 불렸으니
장부의 의리를 저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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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은 생각 다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세 가지 유익한 친구라 하리.
그러므로 이제 참된 말 설하여
충성스런 내 마음을 나타내려 하네.
나이는 한창 젊은 때이고
얼굴과 몸도 덕을 충분히 갖추었거늘
이제 여자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그것은 훌륭한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설령 진실로 그런 마음 없더라도
마땅히 방편으로 받아들여야 하리.
부드럽고 겸손한 마음을 내어
그 생각을 수용해 따르라.
애욕으로 교만만 늘리는 것
여자보다 더한 것 전혀 없다네.
우선 지금은 마음에 어긋난다 해도
법의 방편을 따라야 하리.
여자를 따르면 마음이 즐겁고
따르는 것 자체가 장엄거리 된다네.
만일 사람으로서 순리를 거스르면
꽃과 열매 없는 나무와 같으리니
어찌하여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그 일을 거두어 받으려 함이라네.
얻기 힘든 경계를 이미 얻었거늘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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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욕은 가장 제일가는 것으로
하늘도 그것을 잊지 못했고
저 제석왕(제석왕)도
구담(구담) 선인의 아내와 사통(사통)했네.
아가타(아가타) 선인이
오랜 세월 고행을 닦았던 것은
천후(천후)를 구하기 위함이었으나
끝내 그 소원의 결실을 이루지 못하였으며
바라타(파라타) 선인이나
저 월천자(월천자)나
바라사(파라사) 선인
그리고 가빈사라(가빈?라)들
이러한 많은 무리들도
모두 여자 때문에 무너졌나니
하물며 지금은 자기의 경계이거늘
어떻게 능히 즐기지 않으리.
과거 세상에 덕(덕)의 종자 심었기에
이제 이 묘한 많은 갖춤 얻었네.
세상 사람들 모두 즐겨 집착하건만
그대 마음은 도리어 반기지 않는구나.”
그 때에 왕의 태자(태자)는
친구 우타이(우타이)의
달콤한 말과 능란한 말솜씨로
세간의 모습을 말하는 것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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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이에게 대답하였다.
“그대 성심으로 말하는 것 들었다.
내가 이제 너에게 설명하리니
우선 유의하여 자세히 들으라.
내 묘한 경계를 업신여긴다거나
또한 세상 즐거움 모르는 것 아니다.
다만 저 덧없는 모양 보았기에
근심스런 마음 내는 것이다.
만일 그 법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라서
늙음·병듦·죽음의 괴로움 없다면
나도 또한 마땅히 그 즐거움을 누려
끝내 싫어하여 떠나려는 마음 없으리.
만일 모든 여색(여색)으로 하여금
끝까지 쇠하거나 변함 없게 한다면
애욕이 비록 허물이 되더라도
오히려 사람 정(정)을 머물 수 있으리라.
사람에게는 늙음·병듦·죽음이 있어
자기 자신도 즐거울 것 없겠거늘
어찌 하물며 다른 사람에 대해
물들어 집착하는 마음을 내랴.
항상함 없는 5욕의 경계는
자기 자신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런데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마음 내면
그것은 곧 짐승과 다름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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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모든 신선들을 끌어들여
5욕 익혀 집착하게 하였더라도
그들은 곧 싫어하고 근심해야만 했거늘
애욕을 익힘으로 멸망하고 말았다네.
또 훌륭한 선비라고 칭송 듣는 이들도
5욕의 경계에 집착하여 좋아하다가
그들도 또한 함께 멸망하고 말았나니
저들은 실로 훌륭하지 못한 줄 알아야 하네.
만일 거짓으로 방편을 말해
그들을 따르고 가까이하게 하면
그 익힘은 곧 진실로 물들어 집착한 것
어떻게 방편이라 이름하겠는가.
허망하고 거짓됨 따르는 일들
나는 그런 일은 하지 않나니
진실로 그대로 따르는 사람은
그것을 곧 그릇된 법이라 하네.
이 마음을 억제하기 어려워
일을 따르면 곧 집착 생기고
집착하면 허물을 보지 못하나니
어떻게 방편이라 하여 따를 것인가.
순리를 따르다가 마음이 어그러졌다는
이런 이치를 나는 보지 못하였네.
이와 같이 늙음·병듦·죽음은
큰 괴로움이 쌓인 덩어리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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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그 가운데 떨어지게 하는 것
그것은 착한 벗의 말이 아니다.
아아, 불쌍하구나. 우타이여
참으로 간담이 크다 하겠구나.
남[생]·늙음·병듦·죽음의 근심
그 괴로움 너무도 두려운 것이어서
눈에 보이는 것 모두 다 썩는 데도
거기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좇는구나.
나는 이제 고달프고 힘도 빠졌고
마음 또한 옹졸하고 비좁아졌네.
늙음·병듦·죽음을 가만히 생각하면
언제 들이닥칠지 예측할 수가 없어
밤낮으로 잠자는 일도 잊고 있나니
무슨 경황에 5욕을 즐길 건가.
늙음·병듦·죽음은 불꽃 같아서
결정코 이를 것임은 뻔한 일이거늘
오히려 걱정할 줄 모른다면
참으로 목석(목석)의 마음이라 하리라.”
태자는 우타이를 위하여
여러 가지 교묘한 방편으로써
애욕의 깊은 근심 설명하느라
어느새 날 저문 줄 알지 못하였네.
그 때 모든 채녀들은
풍류며 갖가지 장엄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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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것 아무 데도 쓸 데 없어
부끄러워하며 성(성)으로 되돌아갔다.
태자가 그 동산 수풀을 보자
갖가지 장신구들은 못쓰게 되고
기녀들도 모두 다 되돌아가니
그 장소 텅텅 비어 적막하였다.
덧없다는 생각 갑절이라 더하여
머리 숙인 채 본궁(본궁)으로 돌아갔다.
아버지인 왕은 그 태자가
5욕에 대한 마음 끊어졌단 말 듣고
못내 걱정하고 괴로워함이
예리한 칼날이 심장을 도려내는 듯 했네.
모든 신하를 곧바로 불러들여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묻자
모두들 말하기를 5욕의 즐거움으론
태자 마음 붙들 수 없다 하였네.
5. 출성품(출성품)
왕은 다시 갖가지의
묘하고 훌륭한 5욕거리 더하여
낮이나 밤이나 오락으로써
태자 마음 즐겁게 하려 하였네.
그럴수록 태자는 더욱 싫어해
끝끝내 사랑하고 즐길 마음 없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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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고 죽는 괴로움 생각하기
마치 화살 맞은 사자(사자) 같았네.
왕은 모든 대신과
귀족의 명문 자제들로서
나이 젊고 출중한 용모에
총명하고 슬기롭고 예의를 아는 자로
낮이나 밤이나 같이 놀고 머물며
태자의 마음 잡게 하였는데
이렇게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왕에게 다시 나가 놀기 아뢰었네.
잘 길들인 준마(준마)를 타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 갖추고
모든 귀족 자제들에 둘러싸여
다 함께 성밖으로 달려나갔네.
비유하면 마치 네 가지 꽃이
햇빛 비출 때 만발한 것처럼
태자의 싱그러운 풍경에
따르는 행렬들 그 광명 입었어라.
성을 나가 동산으로 행차할 때
새로 낸 길 넓고도 편편했네.
나무마다 꽃과 열매 무성하니
마음이 즐거워 돌아가는 것도 잊었네.
그러다 길가에서 밭가는 농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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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뒤칠 때 온갖 벌레 죽어감을 보고
태자 마음에 가엾은 생각 들어
바늘로 찌르는 듯 가슴 아팠네.
게다가 그 밭가는 농부를 보니
일에 시달려 몸은 여의고
흐트러진 머리칼에 땀을 흘리며
온몸은 흙먼지를 뒤집어썼고
밭가는 소도 또한 지쳐서
혀를 빼물고 헐떡거렸네.
자비한 성품 지닌 태자는
가엾게 여기는 마음 지극하여서
개연(개연)히 길게 탄식하며
말에서 몸을 내려 맨땅에 앉으셨네.
이러한 온갖 괴로움 관찰하시고
나고 멸하는 법 생각할 때
슬프다, 모든 세상 사람들
어리석고 미련하여 깨닫지 못하다니.
여러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제각기 마음대로 앉게 하시고
스스로는 염부(염부) 나무 그늘에
단정히 앉아 바른 생각하였네.
나고 죽음과 생하고 멸함
덧없이 변하는 것 관찰할 때
마음이 안정되어 동요 없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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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욕은 구름처럼 사라져 버렸네.
거친 생각과 미세한 생각 있는
첫 번째 무루선(무루선)에 들어가
욕심 여의자 기쁨과 즐거움 생겨
삼마제(삼마제)를 정수(정수)했네.
늙음·병듦·죽음으로, 무너지는 것
이 세간은 참으로 고달프고 괴롭다.
몸이 맞도록 큰 괴로움 받건마는
사람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서
남의 늙음·병듦·죽음만 싫어하나니
이야말로 커다란 근심거리 아닌가.
내 이제 훌륭한 법 찾고 있나니
마땅히 세상 사람과는 같지 않아서
스스로 늙음·병듦·죽음에 얽매인 채
도리어 다른 사람 미워하네.
이것은 진실한 관찰이니
젊은 육체와 힘과 또 목숨
새록새록 바뀌어 잠시도 머물지 않고
마침내 멸해 없어지는 법으로 돌아가네.
기뻐하거나 근심하지도 않고
의심하거나 어지럽지도 않으며
빠져들거나 욕심에 집착하지도 않고
무너지거나 그것을 혐오하지 않으며
고요하고 편안해 모든 번뇌를 여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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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광명 갈수록 밝아지네.
그 때 저 정거천왕(정거천왕)은
비구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태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태자는 일어나 공손히 맞이하며 물었네.
“그대는 누구시오.”
“나는 출가한 사문(사문)인데
늙음·병듦·죽음을 싫어하여
출가하여 해탈(해탈)을 구한답니다.
중생들 늙고 병들고 또 죽으며
변하여 무너짐이 잠시도 쉬지 않나니
그러므로 나는 항상하고 즐거우며
남[생]도 없고 멸함[멸]도 없음 구하고 있습니다.
원수든 친한 이든 평등한 마음으로 대하고
재물이나 색(색)을 구하는 일에 애쓰지 않네.
편안한 곳은 오직 산림(산림)뿐으로
텅 비고 고요하여 경영할 것 없다네.
티끌 같은 생각 이미 쉬었고
쓸쓸히 공한(공한)한 곳에 의지하여
정밀하거나 거친 것 가리지 않고
구걸한 것으로 이 몸을 지탱합니다.”
그리고 그는 곧 태자 앞에서
허공을 날아 멀리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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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못내 마음으로 기뻐하여
오직 과거의 부처만을 생각하였다.
그런 위의(위의)를 건립(건립)하더니
그가 남겨준 모습 그제서야 보았네.
그는 단정히 앉아 깊이 생각하다가
곧 바른 법에 대한 생각 얻었다네.
'마땅히 어떤 방편을 써야
소원대로 집을 나갈 수 있을까.'
정(정)을 거두고 모든 감관[근]을 억제하고
천천히 일어나 성으로 들어갔다.
모든 권속들 뒤를 따르며
부디 머물러 멀리 가지 말라 하니
마음속에 가엾은 생각 일어나
장차 세상 밖으로 벗어나려 하였네.
몸은 비록 길을 따라 돌아가지만
마음은 실로 산림(산림)에 머무르니
마치 매어 있는 미친 코끼리가
늘 넓은 들판만 생각하듯 하였네.
그 때 태자가 성으로 들어가니
남자와 여자들은 길가에서 맞이했네
노인들은 아들 삼기 희망하고
젊은 여자들 아내 되기 희망했네.
혹은 형이나 아우 되기 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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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친척이나 권속 되기 소원했네.
만일 소원대로 따라 주면
모든 집착과 희망을 끊으리라 했네.
태자는 마음으로 매우 기뻐했으니
문득 집착 끊는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네.
만일 소원대로 따라 준다면
이 원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이렇게 쌓인 즐거움 끊기를 깊이 생각하면서
열반을 향한 마음 더욱 더했네.
몸은 금산(금산) 봉우리 같고
통통한 팔은 코끼리 코와 같으며
그 음성은 봄날의 우렛소리 같고
검푸른 눈은 커다란 소 눈에 비길레라
다함 없는 법으로 마음을 삼고
보름달 빛처럼 빛나는 얼굴에
사자왕의 걸음걸이로
천천히 걸어 본궁으로 들어갔네.
마치 제석의 아들과 같이
마음으로 공경하고 몸도 공손히
부왕의 처소로 나아가
머리 조아려 문안 올리고
다시 나고 죽음의 두려움 아뢰어
출가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청하였네.
“이 모든 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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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나니
그러므로 원컨대 이 집을 떠나
진정한 해탈을 구하려 하나이다.”
부왕은 출가한다는 말을 듣고서
마음이 크게 두려워 벌벌 떠니
마치 커다란 미친 코끼리가
작은 나뭇가지를 흔드는 것 같았네.
곧 앞으로 나아가 태자 손 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타일러 말하였다.
“부디 그런 말 그만 두어라.
아직 법에 귀의할 때가 아니다.
젊을 때엔 마음이 항상 흔들려
행하는 일마다 잘못 많단다.
기특한 저 5욕의 경계에
마음이 아직 떠나지 못했다면
비록 집을 나가 고행을 닦더라도
능히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리라.
텅 비고 고요한 넓은 들에서
마음이 아직 적멸(적멸)하지 못했다면
네 마음에 비록 법을 좋아하더라도
나의 이 시기만은 아직 못하리니
너는 마땅히 나라 일 맡아 다스리고
나로 하여금 먼저 출가케 하라.
아비를 버리고 후사를 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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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곧 올바른 법이 아니다.
부디 출가할 마음을 접고
세간 법 받아 익혀서
안락하고 좋은 이름 널리 퍼뜨리고
그런 뒤에 출가함이 마땅하리라.”
태자는 다시 공손한 말로
그 부왕에게 아뢰었다네.
“오직 네 가지 일만 보전할 수 있다면
마땅히 출가할 마음을 접겠습니다.
저의 목숨 보전하여 영원히 살고
병 없고 또 늙어 쇠하지 않으며
모든 살림살이 모자라지 않는다면
명령대로 출가를 그만두겠습니다.”
부왕이 태자에게 타일렀다.
“너는 부디 그런 말하지 말라.
그와 같은 네 가지 일을
누가 능히 보전해 없앨 수 있겠는가.
네가 만일 네 가지 원 구한다면
정녕 남의 웃음거리 될 것이니
우선 집을 떠날 마음 그치고
다섯 가지 욕락을 받아 즐기라.”
태자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네 가지 원을 보전할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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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집 떠남을 허락하시고
부디 만류하여 그만두게 하지 마소서.
아들은 지금 불붙은 집에 있거늘
어찌하여 나가는 것 허락하지 않습니까.
헤어져 갈라짐은 평범한 이치이거늘
어찌하여 구함을 허락하지 않습니까?
행여 저절로 닳아 없어질 것이라면
법으로써 여윔만 못하리니
만약 법으로써 여의지 못한다면
죽음이 닥쳐올 때 뉘 능히 보전하리.”
부왕은 아들의 마음이
결정코 움직일 수 없는 것 알고
단지 온 힘을 다해 만류해볼 뿐
더 이상 여러 말을 하지 않았다.
다시 모든 채녀들을 늘려
묘한 5욕의 즐거움을 더하고
낮이나 밤이나 힘써 막고 감시해
기어이 집을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온 나라의 모든 신하들
태자 있는 곳에 나아가
널리 모든 예법을 본보기로 들어
왕의 명령 따르기를 권유하였네.
태자는 그 부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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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통해 눈물짓는 것 보고
우선 본궁으로 돌아와서
단정히 앉아 묵묵히 생각했네.
궁중의 모든 채녀들
가까이서 둘러싸 모시고
안색을 엿보아 살피면서
잠깐도 한 눈 팔지 않았네.
마치 가을 숲 속의 사슴이
사냥꾼을 처연히 지켜보듯 하였으니
저 태자의 단정한 얼굴은
마치 진금산(진금산)과 같았네.
기녀들 모두 우러러 살피면서
분부 받들어 말과 얼굴 엿보며
조심하여 그 마음 살핌이
마치 저 숲 속의 사슴 같았네.
그리하여 차츰차츰 날이 저물어
태자가 어두운 방 안에 있으면
그 광경 더욱더 빛나고 밝아
해가 수미산(수미산)을 비추는 것 같았네.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자리에 앉아
오묘한 전단(?단)향을 피우고
채녀들은 그를 둘러싸고
건달바(?달파)는 음악을 연주하니
마치 저 비사문자(비사문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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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묘한 하늘 음악 소리 같았네.
그러나 태자의 마음 속 생각은
멀리 떠나는 즐거움이 제일이라
아무리 묘한 음악 연주해 봐도
태자 마음엔 관심 없었네.
그 때 저 정거천자(정거천자)는
마침내 태자가 때가 되면
결정코 집을 떠날 줄 알고
갑자기 사람으로 변해 내려와
그 모든 기녀들을 제압하여
깊은 잠에 빠지게 하였으니
온몸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여
저마다 추한 꼴을 제멋대로 드러냈네.
정신 없이 잠이 들어 엎어지고 자빠졌고
악기는 가로 세로 어지럽게 흩어졌으며
혹은 곁에 기대고 혹은 뒤척이며
더러는 또 못물에 던져진 듯하였네.
영락(영락)은 끌리는 사슬 같았고
치마 저고리는 온몸을 얽었으며
거문고 안고 땅에 쓰러진 모습
마치 형벌을 받는 사람 같았네.
누렇고 푸른 옷 여기저기 흩어져
마치 가니(가니)꽃이 꺾여진 듯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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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채로 벽에 기대 잠자는 모양
마치 각궁(각궁)을 걸어 놓은 듯하였네.
혹은 손으로 바라지창[??] 부여잡으니
마치 목매 죽은 송장 같았고
신음소리 자주 내고 길게 하품하며
가위눌려 소리치고 침과 눈물 흘리고
흐트러진 머리카락 추한 꼴 드러냄이
마치 미친 사람 보는 듯하였네.
화만(화?)은 드리워져 얼굴 가리고
혹 얼굴을 땅에 묻으며
몸 일으켜 흔들어대는 모습
마치 저 독요조(독요조)와 같았네.
몸을 맡겨 서로 베게로 삼고
손발을 서로 포갠 채
얼굴 찡그리고 미간 찌푸리며
눈은 감았으되 입은 벌어지고
갖가지로 흩어진 몸 어지러움이
마치 송장이 널린 듯 낭자하였네.
그 때 태자는 단정히 앉아
모든 채녀(?녀)를 관찰하였다.
'아까는 그렇게 단정하고 엄숙하며
지껄이고 웃으며 마음으로 아첨하고
아리따운 자태로 아양떨더니
지금은 모두 추하고 더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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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본 성품이 이러하거늘
어떻게 친하고 가까이 하리.
목욕하고 거짓으로 꾸미고 단장하여
남자 마음 속이고 유혹하는 것
나는 벌써 깨달아 알았나니
결정코 출가할 일 망설일 것 없으리.'
그 때 정거천왕이
하늘에서 내려와 대문을 활짝 여니
태자는 그제서야 천천히 일어나
모든 채녀 사이를 빠져나갔다.
안 궁전에서 머뭇거리다가
차닉(거익)을 불러 분부하였네.
“지금 내 마음 너무도 간절해
감로의 샘물 마시려 하나니
말에 안장 얹어 시급히 끌고 오라
죽지 않는 곳으로 가려 하노라.”
스스로 깨달아 마음을 결정하니
튼튼하고 굳은 맹세 장엄하였네.
채녀들 본래는 단아하고 바르더니
지금은 모두 추한 모습 보이네.
아까는 대문도 잠겨 있더니
지금은 어느새 활짝 열렸네.
이렇게 모든 상서로운 모양 보나니
제일의(제일의)의 통발[전]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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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닉은 속으로 생각하였네.
'마땅히 태자 명령 받들어야 하나
혹시라도 부왕이 알게 되면
분명 심하게 죄의 책임 물을 것이다.'
모든 하늘들 신통력[신력] 내어
어느새 말을 끌고 대령하였고
평평한 수레에 뛰어나게 좋은 말
온갖 보배로 아로새긴 안장을 갖추었네.
높고 푸른 갈기와 긴 꼬리
굽은 등덜미에 짧은 털과 귀
사슴 가슴에 거위 모가지
넓고 둥근 이마에 표주박 코
용(용) 목구멍에 가슴은 네모져
인기(?기)의 모양을 죄다 갖추었네.
태자는 말 목을 어루만지고
몸을 문지르면서 타일렀네.
“부왕께서는 언제나 너를 타고
적군에게 나아가면 적군을 이겼는데
나는 이제 네 힘에 의지하여
저 멀리 감로(감로) 나루 건너고자 하노라.
싸움터에는 수많은 군사 있고
영광스런 사람에겐 친구들 많으며
장사들이 보배를 구했을 때에는
즐겁게 따르는 이 또한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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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을 당해서는 좋은 벗 만나기 어렵고
법을 구할 때에는 친한 벗 적은 법.
만일 이 둘을 감당해낼 수 있는 벗이라면
마침내 이로움과 안락을 얻으리라.
내 이제 집을 떠나려는 것은
괴로워하는 중생들 건지기 위함이니
너도 지금 자신도 이익되게 하고
아울러 모든 중생들 건져야 하리.
마땅히 있는 힘 남김없이 다하여
오래 달리되 피곤해 하지 말라.”
이렇게 타이른 뒤 천천히 말에 올라
고삐를 걷어잡고 이른 새벽 길 떠났네.
사람의 모습은 햇빛이 흐르는 듯하고
말의 모습은 흰 구름 떠오르는 듯하다.
몸단속하여 떨쳐 흔들리지 않고
기운을 막아 부르짖어 울지 않았네.
네 신(신)이 달려와 발을 받치니
은밀하기 짝이 없어 소리가 없고
겹겹이 잠긴 단단한 저 궐문도
하늘신 신통력에 저절로 열렸네.
경중(경중)하기 아버지보다 더한 이 없고
사랑이 깊기로는 자식보다 더한 이 없으며
안이나 밖이나 모든 권속들
은애(은애)로 얽히고 얽혔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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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을 버리고 남겨둔 생각 없이
표연히 떨치고 성안을 빠져나가
더러운 진흙 속에서 피어난
맑고 깨끗한 연꽃 같은 눈으로
부왕이 계신 궁전을 바라보며
하직을 아뢰는 말을 하였네.
“남[생]·늙음·죽음을 벗어나지 못하면
영원히 이런 인연 속에서 노닐지 않으리.”
그러자 모든 하늘의 무리들과
허공의 용(용)들과 귀신까지도
덩달아 기뻐하며 칭찬하였네.
“장하구나. 오로지 이것만이 참 진리라네.”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 무리들
얻기 어려운 마음 얻은 것 경하하고
제각기 자기 힘의 광명으로써
앞에서 인도해 그 밝음 도와주었네.
사람이나 말의 마음 모두가 예리해
달려감이 유성(유성)과 같았네.
동녘 하늘 동트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어느새 3유순(유순)을 나아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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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행찬 제2권
마명보살 지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6. 차닉환품(차익환품)
잠시 뒤에 밤은 이미 지나고
중생들 눈빛이 비추어 나오는 곳
숲 나무 사이를 돌아보니
발가(발가) 선인이 사는 곳이었네.
넓은 숲속 흐르는 물 너무도 맑고
짐승들은 사람을 가까이 따르니
태자는 그것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온몸의 고달픔 저절로 풀렸네.
'이것은 곧 상서로운 일이리니
반드시 일찍이 없었던 이익 얻으리라.'
다시 또 저 선인을 보니
그는 마땅히 공양할 만한 사람이라.
그 선인 스스로 위의(위의)를 지키고
잘난 체 교만스런 자취조차 없었네.
말에서 내려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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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제 이미 나를 건져 주었다”고 하고
자비스런 눈으로 차닉(차닉)을 바라보니
마치 청량한 물로 씻은 듯했네.
“준마가 나는 듯 치달릴 때
너는 언제나 말 뒤를 따랐지.
너의 깊은 공경과 부지런함과
게으름 없는 노력에 감동하노라.
다른 일이야 더 이상 따질 것 없고
오직 너의 참 마음만 취할 뿐이다.
마음으로 공경하고 몸으로 애썼으니
이 두 가지를 이제야 비로소 보았노라.
사람은 마음에 지극한 정성 있더라도
몸의 힘이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고
힘이 견딘다 해도 마음이 따르지 못하거늘
너는 이제 그 둘을 다 갖추었구나.
세간의 영화와 이익 던져 버리고
발을 내딛어 나를 따라 왔구나.
어떤 사람인들 이익을 향하지 않으랴.
이익이 없으면 친척도 떠나는데
너는 이제 부질없이 나를 따라서
현재 세상의 이익을 구하지 않았구나.
대개 사람이 자식 낳아 기르는 것
조상의 대(대) 잇기 위함이며
왕을 받들어 공경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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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 10004] 쪽
길러준 은혜를 갚으려 함이니라.
이 세상 모두들 이익을 구하는데
너만 홀로 이익을 등지고 노는구나.
지극한 말은 번잡하지 않나니
내 이제 간략히 너에게 말하리라.
너는 나를 섬기는 일 이미 끝났으니
오늘 아침에 이 말 타고 돌아가거라.
나는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구하던 것 이제야 얻었느니라.”
곧 바로 보배 영락을 풀어
차닉에게 주면서 말하였네.
“너에게 주나니 잘 간직하라.
이것으로 너의 슬픔 위로하노라.”
보배관 꼭대기의 마니(마니) 보석
그 빛나는 광명은 온몸을 비추었네.
곧 그것을 벗어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마치 해가 수미산(수미산)을 비추듯 했네.
“차닉이여, 너는 이 구슬 가지고
곧 나의 부왕 계신 곳으로 돌아가라.
이 구슬 가져다 왕의 발에 예배하고
나의 정성된 마음을 나타내다오.
부디 사랑하고 그리는 정 버리시라고.
나를 대신해 왕에게 청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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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생]·늙음·죽음을 벗어나기 위하여
일부러 고행림(고행림)에 들어왔을 뿐
하늘에 태어나기 구하는 것 아니니
우러러 그리는 맘 없는 건 아니지만
또한 어떤 원한 품은 것도 아니니라.
오직 근심과 슬픔을 버리고자 할 뿐이네.
오랜 세월 동안 은혜와 애욕 쌓아봐야
반드시 언젠가는 이별해야 하나니
언젠가는 갈라져야 하기 때문에
해탈할 그 인(인)을 구하는 것이라네.
만일 해탈을 얻은 사람이라면
영원히 어버이 떠나는 일 없을 것이고
근심 끊기 위해 집 나왔나니
아들 위해 근심하지 말라 하여라.
5욕이란 근심의 근본이 되니
마땅히 5욕에 대한 집착을 근심하라.
우리 조상으로서 모든 훌륭한 왕은
뜻이 굳고 단단하여 흔들리지 않았네.
이제 나는 그 재산 물려받았지만
오직 법뿐이요 법 아닌 것 버렸다네.
대개 사람은 목숨이 끝날 때
그 재산 모두 아들에게 넘기는데
아들들 대부분 세속의 이익 탐하지만
나는 그보다 법의 재물 좋아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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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 10004] 쪽
만일 나이가 젊고 건장할 때는
공부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마땅히 알라. 바른 법 구함에는
때이건 때 아니건 가릴 것 없다네.
무상하여 정해진 기약 없는데
죽음의 원수는 항상 따르며 엿보나니
그러므로 나는 오늘 이때야말로
결정코 법을 구할 때라 생각한다네.
위에서 내가 말한 모든 것
너는 나를 위해 모두 아뢰고
오직 바라는 건 부왕으로 하여금
다시는 나를 돌이켜 생각 말라 하라.
일부러 나를 헐어 비방함으로써
왕에게 애정을 끊게 할 수 있다면
너는 얼마든지 내 말을 하여
왕께서 그리 생각게 하라.”
차닉은 태자의 분부 받들고
슬픔에 겨워 정신이 아득해져
두 손을 합장하고 무릎 꿇고 앉아
태자의 말에 다시 대답하였네.
“분부대로 갖추어 말씀드리면
대왕의 근심과 슬픔 더할 것이요
근심과 슬픔이 더욱더 심해지면
코끼리가 진흙탕에 빠진 것 같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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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코 은혜와 애욕을 등진다면
마음 있는 이 누군들 슬퍼하지 않으리오.
금석(금석)도 오히려 부서지겠거늘
하물며 슬픈 감정에 빠진 이리오.
태자는 깊은 궁중에서 자라나
젊고 호강하여 몸이 부드럽나니
가시덤불 숲 속에 부드러운 몸 던져
그 고행 어떻게 견딜 수 있으리오.
처음에 나에게 명하여 말 준비케 하셨을 때
제 마음 매우 불안하였지만
천신이 저를 못 견디게 재촉해
저로 하여금 빨리 장엄하게 하였네.
내 무슨 뜻이 있어 태자로 하여금
결정코 깊은 궁전 버리게 하였으랴.
이 가비라위(가비라위) 나라의
온 백성 모두 다 비통해 하네.
부왕께서는 이미 나이 늙으셨고
아들 생각하는 사랑 또한 깊나니
결정코 집 버리고 나간다면
그것은 합당한 일이 아니라오.
삿된 견해 지녀 부모도 없다 하면
그것이야 더 이상 말할 것 없지만
구담미(구담미)는 오랫동안 기르면서
젖 먹여 키우느라 육신이 쪼그라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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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비와 사랑 잊기 어렵나니
부디 은혜를 등지는 이 되지 마소서.
어린 아이 기르는 어머니의 공덕은
훌륭한 종족이라면 받들어 섬기나니
뛰어난 것 얻었다가 다시 버리면
그것은 곧 훌륭한 이 아니옵니다.
야수다라(야수타라)의 훌륭한 아들은
나라를 이어받고 바른 법 맡았으나
그 나이 아직은 어리디 어리니
그도 또한 버릴 수 없는 것이네.
이런 이치 어기고 부왕을 버리고
종친과 권속들을 모두 다 버렸으나
부디 더 이상 나만은 버리지 마오.
나는 결코 존귀한 분 떠나지 않을 것이오.
내 마음은 뜨거운 불 품은 듯하여
혼자서는 궁중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제 텅텅 빈 저 들판에다
태자를 버리고 돌아간다면
마치 저 수만제(수만제)가
라마(라마)를 버린 것과 다름없으리.
지금 만일 나 홀로 궁으로 돌아가면
왕께 무엇이라 아뢸 것이며
온 궁중 사람에게 꾸중 들을 때
또 다시 무슨 말로 대답하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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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태자께서 저에게 말씀하시길
방편으로 태자를 헐어 비방하라 하셨으나
어떻게 무니(모니)의 공덕 앞에서
거짓으로 꾸며 여쭙겠습니까.
저는 너무도 부끄럽고 부끄러워
혀가 있어도 말하지 못하리니
설사 무슨 할 말이 있다 한들
천하에 어느 누가 그 말을 믿으리오.
만일 달빛이 뜨겁다 말할 때
세상에서 그 말을 믿는 이 있다면
그는 혹 태자가 행하는 것이
법다운 행 아니어도 믿을 것이오.
태자의 마음은 부드럽고 연약하여
언제나 모든 것을 자비롭게 대하시니
깊이 사랑하면서 버린다는 것
그것은 본 마음에 어긋나는 것이라네.
원컨대 태자께서는 궁으로 돌아가시어
어리석은 제 정성을 위로하소서.”
태자는 차닉의 애처롭고 간절하여
입이 쓰도록 간하는 말 들었지만
마음은 편안하고 더욱 굳고 단단해져
다시 그에게 타일러 말하였다.
“너는 이제 나를 위한 까닭에
이별의 고통이 생겼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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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그러한 슬픈 생각 버리고
스스로 그 마음 달래야 하느니라.
중생들은 제각기 다른 갈래로
어그러져 떠나는 것 평범한 이치이니
내가 아무리 지금에 있어
모든 친족 버리지 않는다 해도
죽음에 이르러 몸과 정신 갈라짐을
장차 어떻게 머물게 하겠는가.
자비스런 어머니 나를 배었을 때
못내 사랑했으나 언제나 괴로움 품었고
나를 낳은 뒤에는 곧 목숨이 끝나
마침내 자식의 봉양 받아보지 못하였다.
삶과 죽음 각각 길이 다르나니
지금 어디 가서 다시 만나리.
넓은 들 우거진 높은 나무에
뭇 새들 떼지어 깃들 적에
저녁에 모였다가 새벽이면 흩어지듯
이 세간의 이별도 그와 같다네.
높은 산에 걸려 있는 뜬구름
사방에서 모여들어 허공을 메웠다가도
어느새 다시금 사라지고 흩어져 버리니
사람 사는 이치도 또한 그러하니라.
세간은 본래 저절로 어그러지는 것이니
잠시 만나 은애(은애)로 얽히지만
[81 / 10004] 쪽
꿈 속에서 만나고 흩어지는 것 같아
나의 친한 사람을 헤아릴 수 없다네.
비유하면 봄철에 살아나는 나무가
점점 자라 가지와 잎 우거졌다가
가을 서리에 말라 떨어지는 것처럼
한 몸도 오히려 나뉘고 말거늘
하물며 잠깐 동안 회합한 사람들일진대
그 친척이 어찌 언제나 함께하랴.
너는 우선 근심과 고통을 쉬고
내 분부 받들어 궁전으로 돌아가라.
돌아갈 뜻 없어 나와 있고 싶거든
우선은 돌아갔다 나중에 다시 오라.
저 가비라위국(가비라위국) 사람들
내 마음의 결정을 듣고도
돌아보아 나를 생각는 자 있거든
너는 마땅히 내 말을 일러주라.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고 나서
그런 다음에야 마땅히 돌아가리라.
만일 이 소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몸은 산림에서 죽고 말 것이라고.”
그 때 흰 말은 이 태자의
이런 진실한 말을 듣고는
무릎 꿇고 태자의 발을 핥으며
길이 한숨쉬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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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 10004] 쪽
수레바퀴[윤] 있는 손바닥과 막(막)이 있는 손으로
흰 말 정수리를 어루만지며 타일렀네.
“너는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나는 이제 너에게 감사한다.
훌륭한 말로서 수고하고 애썼으니
네가 도울 일은 이제 이미 끝났다.
나쁜 세상 괴로움 길이 그치고
현세에 묘한 결과 나타나리라.”
온갖 보배로 장엄한 검(검)은
늘 차닉이 들고 따랐는데
태자가 날카로운 그 검을 뽑았을 때
마치 용(용)의 빛나는 광명 같았네.
보배 관(관)을 썼던 검은머리를
모아 쥐고 끊어 공중에 던지니
위로 날아가 허공의 경계에 엉겨
나부낌이 난(난)새가 나는 것 같았네.
도리(?리)의 모든 하늘 사람들
그 머리털 잡고 천궁(천궁)으로 돌아갔나니
언제나 그 발자취를 받들어 섬기고자 했거늘
하물며 이제 그 머리털을 얻음에 있어서랴.
올바른 법이 다할 때까지
마음을 다해 공양 드렸다네.
그 때 태자는 스스로 생각했다네.
'모든 장신구는 이제 다 없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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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 10004] 쪽
다만 흰 비단 옷만이 남아 있는데
이것도 집 떠난 자의 행색 아니다.'
그 때 저 정거천자(정거천자)는
태자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알고
사냥꾼 모습으로 변하여
활을 지니고 예리한 화살을 차고
몸에는 가사(가사)를 걸치고
곧 태자 앞으로 나아갔다.
태자는 생각하기를
'이 옷이야말로 물들인 청정한 옷이구나.
선인(선인)의 훌륭한 차림새이나
사냥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곧 사냥꾼을 부르면서 앞으로 나아가
부드러운 말씨로 타일러 말하였다.
“그대는 그 옷에 대하여
애착이 그리 깊지 않은 것 같소.
내가 입은 이 옷을 드릴 테니
그대 옷과 맞바꾸면 어떻겠소.”
그 사냥꾼이 태자에게 말하였다.
“이 옷을 아끼지 않는 건 아니니
이것으로써 모든 사슴 떼를 속여
그들을 유인해 잡기 때문이라오.
그러나 그대에게 정말 필요하다면
지금 입고 있는 옷과 바꿔 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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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 10004] 쪽
사냥꾼은 그 옷을 바꿔 입고
저절로 하늘 몸이 되어 되돌아갔다.
그 때 태자와 차닉은
그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선인의 옷[무사의]이요
정녕 이 세상 옷이 아니로구나.'
태자는 내심(내심) 크게 기뻐해
그 옷에 대하여 배나 더 공경하고
곧바로 차닉과 이별한 뒤에
그가 준 가사(가사)로 갈아입었다.
그것은 마치 푸르고 붉은 구름이
해나 달을 에워싼 것 같았는데
편안하고 가벼워 가벼운 걸음으로
선인의 굴 속으로 들어갔네.
가물가물 멀리 사라져 가는 모습
차닉은 하염없이 바라보았네.
태자는 그 부왕을 버렸고
그 권속들과 또 이 몸까지 버렸네.
물들인 가사옷 좋아하며 입고는
드디어 고행림(고행림)으로 들어가 버렸다.
머리 들고 하늘 보며 울부짖다가
정신이 아득하여 땅바닥에 쓰러졌네.
다시 일어나 흰 말의 목을 껴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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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 10004] 쪽
절망하여 길을 따라 돌아올 때에
어정어정 거리며 자꾸만 돌아보니
몸은 가나 마음은 뒤로 달렸네.
혹은 생각에 잠겨 정신을 잃기도 하고
혹은 머리 들었다 숙여 몸에 떨구며
혹은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등
슬피 울며 길 따라 돌아왔다네.
7. 입고행림품(입고행림품)
태자는 차닉을 보내고 나서
선인이 계신 굴로 들어갔는데
단정하고 엄숙한 몸 밝은 빛으로
고행림을 두루두루 비추었다네.
모든 이치를 두루 갖춘 사람
그 이치 따라서 거기로 갔네.
비유하면 마치 큰 사자왕이
짐승들 무리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네.
속세의 모습은 이미 다 버리고
오직 도(도)의 참 모양만 보았으니
수행하던 저 모든 선인들
일찍이 보지 못했던 것 갑자기 보고
두렵고 놀라운 마음 품고서
합장한 채 단정히 바라보았네.
제각기 일하던 남자와 여자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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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 10004] 쪽
바로 바라보면서 한눈팔지 않았네.
마치 하늘 사람들 제석을 관찰할 때
물끄러미 보면서 눈 깜박이지 않듯
모든 선인들 한 발짝도 옮기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봄도 그러하였네.
무거운 짐 손으로 받치고서
우러러 공경하며 일 놓지 않음이
마치 소가 멍에를 메고 있듯
몸은 묶였으나 마음만은 여전하네.
함께 공부하는 모든 신선(신선)들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일이라 말하였네.
공작 따위의 온갖 새들은
어지럽게 소리내어 울면서 날아가고
사슴의 계(계) 지닌 범지들은
사슴과 어울려 숲에서 노닐었네.
힐끗힐끗 눈치 주던 거친 사슴들도
태자를 한 번 보자 단정히 바라보았고
사슴을 따라 노닐던 모든 범지들
단정히 보는 것도 또한 그러하였네.
감자족(감자족)의 등불이 거듭 밝기는
아침에 떠오르는 햇빛과 같아
능히 많은 젖소에게 감동을 주고
달고 향기로운 젖 더 많이 내었네.
저 모든 범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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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 10004] 쪽
놀라고 기뻐하며 서로 전해 말하였네.
“여덟 가지 바수천(파수천)인가
두 가지 아습파(아습파)인가
여섯째 하늘의 마왕(마왕)인가
범가이천(범가이천)인가
해와 달의 천자(천자)인가
이 세계에 그들이 내려왔는가.
이 분을 마땅히 공경해야 한다.”
그리고 다투어 달려와서 공양하였고
태자는 또한 겸손하게 낮추어
공손한 말씨로 안부를 전하였네.
보살은 숲 속에 있는
모든 범지를 두루 관찰해보니
갖가지로 복업(복업)을 닦으면서
모두 하늘에 나는 즐거움 구하였네.
그 중에서 나이 많은 범지에게
닦아야 할 진실한 도(도)를 물었다네.
“나는 지금 이 곳에 처음 왔기에
어떤 법을 행해야 할지 알지 못하오.
필요한 일을 따라 청해 물으리니
원컨대 나를 위해 설명해 주오.”
그 때 거기 두 범지는
모든 고행에 대한 것과
그 고행의 과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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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물음에 맞추어 대답해 주었다.
“사람 사는 마을에서 나오는 것 아닌
깨끗하고 맑은 물을 마시고
혹은 나무뿌리와 잎을 먹으며
때로는 꽃과 열매도 따는 등
갖가지로 그 방법을 달리하나니
옷과 음식도 같지 않다오.
때로는 날짐승의 습성을 익혀서
두 발로 먹을 것을 움키거나
혹은 사슴을 따라 풀도 먹으며
바람을 마시는 망사(?사) 선인들
나무나 돌로 찧은 음식 먹지 않네.
두 이빨로 물어 자국을 내며
밥을 빌어 남에게 베풀어주고는
거기서 남은 것 제가 먹는다네.
항상 물에 머리를 감고
때로는 불을 받들어 섬기며
물에 살면서 고기의 습성을 익히는 선인 등
이와 같은 온갖 일들로
범지들 고행을 닦아
목숨을 마치면 하늘에 나며
또 그러한 고행으로 말미암아
반드시 안락한 결과를 얻는다네.
두 가지 구족하신 어진 선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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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갖가지 고행을 듣고
거기서는 참된 이치 발견할 수 없어
마음속이 도무지 기쁘지 않았네.
생각하다 그들을 가엾게 여겨
마음속에 품은 생각 스스로 말하였네.
“불쌍하기 그지없다. 저렇게 큰 고행하여
오로지 인천(인천)의 과보만을 구하다니
나고 죽음을 따라 윤회하며
괴로움은 많으나 결과가 적구나.
어버이를 등지고 좋은 경계 버리고
결정코 하늘의 즐거움을 구하다니
비록 작은 괴로움은 면하더라도
결국엔 큰 괴로움에 얽매이리라.
스스로 제 몸뚱이 여위게 하면서
모든 고행을 닦아 행하며
다시 태어나길 구하지만
5욕의 종자만 자라나게 할 뿐이니
그는 나고 죽음을 보지 못하므로
괴로움으로써 또 다른 괴로움을 구하네.
일체 중생의 무리들은
마음으로 언제나 죽음을 두려워하여
열심히 애쓰며 태어나기 구하지만
이미 나면 반드시 죽음과 맞닥뜨린다네.
비록 다시 괴로움을 두려워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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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의 바다에 영원히 빠지리니
이런 삶은 지극히 괴롭기만 한 것
다음에 태어나도 또한 그치지 않네.
괴로움 참아가며 현세의 즐거움 구하고
하늘에 나기를 구하지만 또한 괴롭다네.
즐거움을 구하는 마음은 하천한 것이니
그들은 다 함께 옳지 않은 곳에 떨어지리라.
지극히 비루한 것과 비교하면
열심히 애씀은 훌륭하다 하겠으나
지혜를 닦는 것만 못하나니
둘을 함께 버리면 영원히 함[위]이 없으리.
몸을 괴롭히는 것을 법이라 하면
안락한 것은 법이 아닐 것이요
법을 행해 나중에 즐겁다면
인(인)은 법이나 과(과)는 법 아니리.
몸의 행을 일으키고 멸하게 함은
모두 마음의 힘을 말미암나니
만일 사람이 마음을 여의면
이 몸은 고목(고목) 같으리.
그러므로 마땅히 마음 길들여
마음이 조복되면 몸은 절로 바르게 되리.
깨끗한 것 먹는 게 복이 된다면
짐승과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열매와 잎만 먹나니
[91 / 10004] 쪽
그들은 분명 복이 있어야 하리.
만일 착한 마음 일어나기 때문에
고행이 복의 원인 된다고 하면
저 모든 편하고 즐거운 행에서는
어째서 착하지 않은 마음 일어나는가.
즐거움이 착한 마음 일으키는 것도 아니요
착함 또한 괴로움을 원인으로 하는 것 아니네.
만일 저 모든 외도(외도)들
물 때문에 깨끗해진다 한다면
물에 살기 좋아하는 저 중생들
나쁜 업(업) 또한 늘 깨끗해지리.
저 원래 공덕 있는 선인이
거기 머물러 살았던 곳이라네.
공덕 있는 선인이 살았었기에
온 세상이 모두 소중하게 하는데
그의 공덕을 존경해야 할 것이요
장소를 존중히 여김은 옳지 못하네.”
이와 같이 자세히 법을 설하자
어느새 해 저물어 황혼 되었네.
불을 섬기는 사람들 보니
어떤 이는 비벼대고 혹은 불 불며
어떤 이는 소유(?유)를 뿌리고
혹은 소리 내어 주문(주문) 외웠네.
이렇게 하여 밤낮이 다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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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행하는 일 관찰해 봐도
진실한 이치 보이지 않아
그들 버리고 떠나려고 하였다.
그 때 저 그 모든 범지(범지)들
모두 와서 머물기 간청했는데
보살의 덕 사모하고 우러러
권하고 청하지 않는 사람 없었네.
“그대는 본래 법답지 않은 곳으로부터
여기 바른 법 숲에 이르렀는데
이제 또 저버리고 가려하므로
머물기 권하고 간청한다네.”
나이 많고 덕 높은 모든 범지들
흐트러진 머리에 풀옷을 입고
보살의 뒤를 따라오면서
잠깐 마음 돌리기 청원하였네.
보살은 그 여러 늙은이들 보니
뒤따라오느라 몸이 지쳐 있었다.
어떤 나무 밑에 멈추어 서서
그들을 위로하여 돌려보내려 했네.
범지 어른이나 어린이들
보살을 에워싸고 합장하고 청하였네.
“그대가 갑자기 여기 왔을 때
이 동산 숲은 아름다움 가득했었지.
그런데 이제 와서 버리고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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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거칠고 텅 빈 들판 되리라.
마치 사람이 제 목숨 사랑하여
그 몸을 버리려고 하지 않듯이
우리들도 또한 그와 같으니
부디 조금만 더 머물러주오.
이곳에 있는 모든 범지와
왕족(왕족) 선인과 또 하늘 선인은
모두 다 이곳을 의지하여 머물고
또 이곳은 설산(설산)과 이웃해 있어
사람의 고행을 증장하게 하는 곳
이곳보다 나은 곳 다시 없다네.
그러므로 공부하는 많은 선인들
모두 이 길을 말미암아 하늘에 났고
복을 구하고 신선을 공부하는 사람들
모두들 이곳의 북쪽에 머물며
올바른 법을 거두어 받나니
지혜 있는 사람은 남쪽에 노닐지 않네.
만일 그대가 우리들이
게을러서 정진하지 않고
온갖 부정한 법 행하는 것 보고서
여기에 머무는 것 좋아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우리들이 떠나야 하고
그대는 여기에 머물러야 하리.
이 모든 범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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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고행할 도반 구했는데
그대는 고행자들의 어른으로서
어떻게 서로를 저버릴 수 있나.
만일 그대가 여기에 머문다면
제석처럼 받들어 섬길 것이고
또한 하늘의 비리하발저(비리가발저)처럼
받들어 섬기리이다.”
보살은 모든 범지들 향해서
자기 마음으로 기대하는 것 말하였네.
“나는 이제 바른 방편을 닦아
다만 모든 유(유)를 멸하고자 하네.
그대들은 마음이 질박하고 곧으며
행하는 법 또한 고요하고 묵묵한 데다
오는 손님을 친절하게 맞아 주니
내 마음 진실로 기쁘고 즐거웠네.
아름다운 말씨는 사람 마음 감동시켜
듣는 사람마다 씻은 듯 유쾌했네.
나는 그대들이 하는 말 듣고
법 좋아하는 마음 더욱 늘어났네.
그대들은 모두 내게 돌아와
서로가 법에서 좋은 벗 되었나니
그런데 이제 그대들을 버리자니
내 마음 진실로 슬프고 애통하다.
먼저는 나의 친척을 배반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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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 10004] 쪽
이제는 또 그대들과 등지네.
한 번 만났다 이별하는 괴로움
그 고통 누구나 같아 다름없다네.
내 마음 즐겁지 않아서도 아니요
또한 남의 잘못 보아서도 아니라네.
다만 그대들이 닦는 고행은
모두가 하늘에 태어나는 즐거움 구하지만
나는 삼유(삼유) 멸하기를 구하나니
그 형상도 다르지만 마음도 다르다네.
지금 그대들이 수행하는 법은
스승의 업(업)을 몸소 익히지만
나는 모든 모임[집]을 멸함으로써
모임이 없는 법을 구하려 하나니
그러므로 나는 이 숲 속에
오래 머물 이유가 없다네.”
그 때 모든 범지들은
보살이 하는 말 듣고
진실하고 이치 있다 말하였네.
이치를 설함이 고상하고 뛰어나
그 마음 너무도 즐겁고 기뻐서
몇 배나 깊이 존경을 더하였네.
그 때 어떤 범지가 있었는데
언제나 티끌 속에 누워 있고
헝클어진 머리에 나무 껍질 걸치고
누런 눈에 코는 우뚝하고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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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 10004] 쪽
그는 보살게 여쭈어 말하였다.
“뜻은 굳세고 지혜는 밝아
결정코 남[생]에 대한 허물을 알고
남[생]을 여윈 편안함도 잘 알았네.
하늘신에게 제사 지내 빌며
갖가지로 고행을 수행하는 일
모두 하늘에 나는 즐거움을 구함이니
아직도 탐욕의 경계 떠나지 못해서이네.
그대는 능히 탐욕과 더불어 다투면서
마음으로 참된 해탈 구하나니
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로서
결정코 바르게 깨친 장부 되리라.
여기는 족히 머물 곳 못되니
마땅히 빈타산(빈타산)으로 가시오.
거기엔 아라람(아라람)이라 하는
큰 무니(모니) 계실 것이오.
오직 그만이 최후의 경지 깨달아
제일가는 뛰어난 눈 얻었나니
그대 장차 그 사람 찾아가면
진실한 도 들을 수 있으리라.
만일 능히 그대 마음을 기쁘게 하거든
반드시 그 법을 따라 행하라.
내 그대 좋아하는 마음을 보니
거기서도 혹 편안하지 않을까 염려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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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 10004] 쪽
마땅히 또 거기서 머무는 것 버리고
다시 많이 아는 다른 이 찾아 구할 것이오.
우뚝한 코에 서글서글하고 긴 눈
빨간 입술에 예리하고 하얀 이빨
엷은 피부에 빛나는 얼굴
붉은 혀는 길고 연하고 엷어라.
이와 같은 갖가지 묘한 상호는
이염수(이염수)를 죄다 마시고
헤아릴 수 없이 깊은 물도 건널 것이요.
이 세간에 견줄 만한 사람 없을 것이니
저 늙어 빠진 모든 선인들
저들이 못 얻은 것 반드시 얻으리라.”
보살은 그가 하는 말 깨달아 알고
모든 선인들과 이별할 때
저 모든 선인 대중들은
오른쪽으로 돌고 제각각 돌아갔네.
8. 합궁우비품(합궁우비품)
차닉이 말을 끌고 돌아올 때
절망한 심정 슬픔에 막혀
길을 따라 울부짖고 걸어가는데
스스로 능히 눈을 뜰 수 없었네.
지난번에 태자를 모시고 가다가
하룻밤 지새운 길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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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 10004] 쪽
지금은 태자 버리고 혼자서 돌아가네.
살아서 천음(천음：태자)을 빼앗겼기에
배회하는 그 마음 달랠 길 없어
여드레 만에야 겨우 성문에 이르렀네.
좋은 말은 원래 몸체가 뛰어나
기운 떨치는 위엄스런 모습 있었네.
주저하면서 돌아보고 우러르나
그 태자의 모습 보이지 않네.
눈물을 흘리고 온몸은 늘어져
초췌한 모습 윤기마저 잃고
빙빙 돌면서 한숨쉬고 슬피 울어
밤낮으로 물이나 풀 먹는 것조차 잊었네.
세상 구제할 주인을 잃고
가비라(가비라) 성으로 되돌아오니
나라는 모두 텅 비어 있어
마치 빈 마을로 들어가는 듯
또 해가 수미산(수미산)에 가려
온 세상이 모두 어두워진 것 같았네.
샘이나 못물은 맑음을 잃고
꽃과 열매는 무성하지 못하며
거리마다 모든 남자와 여자들
근심 걱정에 웃는 모습 잃었네.
차닉은 흰 말과 더불어
비통하고 억울함에 걸음 더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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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 10004] 쪽
무슨 말을 물어도 대답하지 않은 채
느릿느릿 걷는 발길 상여꾼 걸음일세.
차닉은 돌아오는데
태자의 모습 보이지 않자
많은 사람들 소리내어 크게 울부짖음이
마치 라마(라마) 버리고 돌아올 때 같았네.
어떤 사람은 길가로 와서
몸 기울여 차닉에게 물었네.
“왕자는 온 세상이 사랑하는 분
온 나라 백성들의 목숨 같거늘
너 혼자 남 몰래 모시고 가더니
지금은 어느 곳에 머물고 계신가.”
차닉이 슬픈 마음 억누르고
많은 사람들에게 대답하였네.
“간절히 생각하고 뒤쫓으면서
나는 왕자를 버리지 않았으나
왕자는 도리어 나를 버리고
또 세속의 위의마저 내던진 뒤
머리 깎고 법복(법복)을 입더니
마침내 고행림으로 들어가셨소.”
많은 사람 태자의 출가 소식 듣고서
뜻밖의 생각에 너무 놀라워
오열하고 흐느끼며 슬피 울 적에
콧물과 눈물 뒤섞여 흘러내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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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10004] 쪽
그들은 저마다 서로 물었네
우리는 장차 어찌 하면 좋은가.
여러 사람들 다함께 의논해 말했네.
“우리들 모두 뒤쫓아가자.
마치 사람의 몸과 목숨 끊어지면
몸과 정신 갈라짐과 같나니
저 왕자는 우리의 목숨일진대
목숨을 잃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리.
그 없으면 이 도시는 쓸쓸한 언덕
그 있으면 저 수풀도 도시 이루리.
이 성(성)은 이제 위엄과 덕 잃었어
마치 비리다(비리다)를 죽인 것 같다.”
성 안에 사는 모든 남녀들
왕자가 돌아온다는 헛소문 듣고
서로 다투어 길 위로 나왔으나
말만 속절없이 돌아온 것 보고
그의 살고 죽음 알 길이 없어
슬피 우는 그 소리 다양하였네.
차닉은 말을 끌고 돌아와서는
흐느껴 슬피 울며 눈물지었네.
태자를 놓쳐 버린 걱정과 슬픔에다
두려운 마음 그 위에 더했나니
마치 군사가 적군에게 패했을 때
붙잡혀 왕의 앞에 끌려가듯 하였네.
[101 / 10004] 쪽
성문에 들어서자 눈물은 비오듯
눈에 글썽거려 아무 것도 보이는 것 없었네.
하늘을 우러러 크게 통곡할 때
흰 말도 또한 슬피 울었네.
궁중에 있던 온갖 새와 짐승들
마구간에 있던 모든 말들도
흰 말이 슬피 우는 소리를 듣고
길게 울어 응답하였네.
태자 돌아온 줄 알고 부르짖었다가
그가 보이지 않자 소리 그쳤네.
후궁(후궁)과 모든 채녀(?녀)들
말 ·새·짐승의 우는 소리 듣고는
머리는 산발한 채 낯빛은 누렇게 뜨고
얼굴은 여윈 데다 입술은 바싹 마르며
옷이 더러웠으나 빨 생각조차 않고
몸은 때로 얼룩져도 목욕하지 않았네.
치장하던 도구도 모두 버리고
헐고 여위어 선명하지 않았으며
온몸은 전혀 광택이 없어
마치 스러져 가는 별과 같았네.
옷은 낡고 헐어 남루하기가
도적 맞은 사람과 다름없었네.
차닉과 흰 말이 눈물 흘리며
절망하고 돌아온 것 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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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 10004] 쪽
슬픔에 겨워 울부짖는 모습이
금방 어버이 잃은 사람 같았고
미쳐 치닫고 어지럽게 날뜀이
소가 제 갈 길을 잃은 듯했네.
대애(대애) 구담미(구담미)는
태자가 돌아오지 않았단 말 듣고
몸을 솟구쳤다 스스로 땅에 던져
온몸이 다 상하고 부서졌네.
비유하면 마치 사납게 몰아친 바람에
황금빛 파초나무 찢겨진 것 같았네.
그는 또 태자의 출가 소식 듣고는
길게 탄식하며 슬픈 정 더하였네.
오른 쪽으로 감아 돈 가늘고 연한 털은
한 털구멍에 털 하나씩 났는데.
검고 깨끗하여 반짝반짝 빛나고
바르게 서 있으면 땅에까지 치렁거렸네.
무슨 마음으로 천관(천관)과 함께
풀 우거진 땅바닥에 벗어 던졌나.
통통한 팔과 사자 걸음걸이에
눈은 소 눈처럼 길고 넓었고
황금 불꽃인 듯 빛나는 몸에
가슴은 네모지고 음성은 범천(범천) 같은데
이렇게 훌륭하고 묘한 모습 지닌 분이
저 고행림으로 들어가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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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 10004] 쪽
이 세간은 얼마나 복이 엷기에
이렇게도 거룩한 왕을 잃었나.
묘한 망(망) 있는 부드럽고 연한 발은
맑디 맑은 연꽃 빛을 지녔거늘
맨 땅이며 돌이며 가시덤불을
어떻게 그 발로 밟을 것인가.
깊은 궁중에 태어나 자라날 때엔
곱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옷 입고
향내나는 더운물에 목욕하고는
가루향을 온몸에 발랐었는데
이제는 바람 불고 이슬 내리니
저 추위와 더위를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빛나는 종족에서 대장부로 태어나
우뚝하고 훌륭하며 아는 것도 많네.
덕 갖춘 이름 높이 칭송 받고
항상 베풀면서 바라는 것 없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하루아침에
걸식하는 생활로 연명하는가.
맑고 깨끗한 보배 침대에 눕히고
음악을 연주하여 잠을 깨웠는데
어떻게 거친 숲 속에서
풀과 흙으로 자리를 하신단 말인가.
아들 생각하는 마음 슬프고 가슴 아파
괴로움에 혼절하여 땅바닥에 쓰러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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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 10004] 쪽
모시는 사람들 붙들어 일으켜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네.
그밖에 다른 여러 부인들
근심과 괴로움에 온몸은 늘어지고
복받치는 슬픈 감정에 마음이 응어리져
꼼짝하지 않는 것 그림 속 사람 같았네.
그 때 부인 야수다라(야수타라)는
차닉을 심하게 꾸짖으며 말했네.
“내 사랑하는 이 생이별하였구나.
지금 그 이는 어디 있는가.
사람과 말 셋이 함께 갔는데
이제는 겨우 둘만 돌아오다니
내 마음 지극히 놀랍고 두려움에
벌벌 떨려 스스로 걷잡을 수 없구나.
너는 끝내 바르지 못한 사람으로
친하지도 않으며 착한 벗도 아니다.
흉악하게 사나움을 함부로 부려
웃음으로 대했건만 울음으로 갚는가.
웃으며 데려 갔다가 울면서 돌아왔으니
엎치락뒤치락 서로 어긋나기만 하네.
사랑하는 생각과 스스로 짝하더니
욕심이 일어나자 방자한 맘 생겼구나.
그러므로 성스러운 왕자로 하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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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 10004] 쪽
한번 가고 돌아오지 못하게 해놓고
너는 지금 매우 기뻐하지만
나쁜 짓 지었으니 이미 과보 이루어졌네.
차라리 지혜로운 원수와 친할지언정
어리석은 벗과는 사귀지 말 것을
거짓으로 착한 벗이라 이름하면서
속으로는 원한을 품었었구나.
이제 이 훌륭한 왕가(왕가)가
하루아침에 모두 무너지고 말았네.”
그리고 저 모든 귀부인들도
근심에 시달려 곱던 얼굴 망가지고
슬피 울부짖다 정신 잃을 땐
눈물 비오듯 하염없이 쏟아진다네.
지아비 세상에 있을 때에는
설산(설산)처럼 의지하였기에
마음 편하여 대지(대지)와 같았는데
이제는 근심과 슬픔에 거의 죽게 되었구나.
더구나 이 우리 같은 방 속에서
구슬피 울부짖는 이 사람이랴.
살아서 지아비 잃어 버렸으니
그 고통 어떻게 감당하리오.
흰 말아, 너는 의리(의리)도 없구나.
남의 마음 속 소중한 이를 빼앗아감이
마치 깜깜한 어둠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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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 10004] 쪽
도적이 보물을 겁탈해간 것 같네.
그 이가 너를 타고 싸움할 때
칼이나 창이나 또 예리한 화살까지도
너는 일체를 다 견뎌냈거늘
지금은 어찌하여 참지 못했나.
이 온 겨레의 훌륭한 그 분을
내 마음 버려둔 채 억지로 빼앗아 갔으니
너는 더럽고 나쁜 짐승
바르지 못한 짓 다 짓고 말았구나.
오늘은 너무도 크게 울부짖어
그 소리 이 궁중에 가득하다.
내 소중한 분 빼앗아 갈 때
그 때는 어찌하여 벙어리 되었던가.
만일 그 때 소리라도 질렀더라면
온 궁중 사람 모두 다 깨었을 텐데
그 때 만일 깨나기만 했더라도
지금 이런 고통 없었을 텐데.”
차닉이 이같이 괴로운 말 듣고
맥이 빠지고 숨이 막혔다.
눈물 거두고서 합장하고 대답하되
“원컨대 제 설명을 들어보소서.
저 흰 말을 나무라지 마시고
또한 저를 꾸짖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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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 10004] 쪽
우리들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그것 모두 다 하늘신의 짓이었으니
저는 너무나 왕법이 두려웠지만
하늘신에게 핍박당하여
어느새 말을 끌어다 내게 잡히고
날아가는 것처럼 함께 달릴 때
기운 눌러 소리도 못 치게 하고
발 또한 땅에 닿지 않았답니다.
잠겼던 성문은 저절로 열렸고
어둡던 허공도 저절로 밝아졌습니다.
이것은 모두가 하늘신의 힘이니
어찌 이것이 우리가 한 짓이겠습니까.”
야수다라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이상하단 생각 들었다.
그것이 다 하늘신이 한 짓이라면
이것은 저들의 잘못이 아닌 것을.
꾸짖던 마음 어느새 사라지고
불길 같던 심한 괴로움도 이내 그쳐
땅바닥에 쓰러져 원망 어린 탄식할 때
한 쌍의 원앙새가 이별한 듯하였네.
“나는 이제 의지할 곳 잃었구나.
같은 법 행하다 살아서 이별했네.
그는 법만 좋아해 동행(동행)을 버렸으니
나는 어디서 다시 법을 구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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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 10004] 쪽
옛날의 모든 훌륭한 이들 중에
대쾌견왕(대쾌견왕) 같은 이들은
모든 다 부처(부처)가 함께
도(도)를 배우면서 숲 속에 놀았거늘
이제 그이는 나를 버린 채
어떤 법을 구하려 한단 말인가.
범지들 제사 지내는 법에는
부처가 반드시 같이 행하게 되어 있다.
함께 법을 행하여 그 인(인)을 짓고
죽으면 똑같은 과보 받거늘
그대는 어찌 혼자만 법을 아껴
나를 버리고 혼자서 노니는가.
혹은 내가 시샘하는 것 보고
다시 시샘 없는 여자 구하려 함인가.
혹은 또 나를 싫어하기 때문에
깨끗한 하늘아씨 구하려 함인가.
어떤 훌륭하고 덕 있는 여자 위해
그런 고행을 닦고 익히는가.
나는 기박한 운명이기에
부부로서 살아서 이별했지만
라후라(나?라)는 무슨 까닭에
부모 슬하에서 사랑 받지 못하는가
아아, 이 원망스런[불길] 사람이여
얼굴은 부드럽고 마음은 굳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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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이 겨레의 광영(광영)으로서
원수들도 오히려 높이고 우러렀네.
아기 나서 아직 걸음마도 못하는데
그것마저 영원히 버릴 수 있었는가.
나 또한 심장도 창자도 없는 사람
지아비 날 버리고 숲 속에 노닐건만
이 목숨 차마 끊지 못하다니
이 몸은 나무나 돌 같은 사람인가.”
이런 넋두리 끝에 마음이 혼미하여
혹은 웃기도 하고 혹은 미친 말하며
혹은 물끄러미 바라보고 생각에 잠기며
흐느껴 울면서 자신을 가누지 못하다가
근심 깊어 숨결이 거의 끊겨
그만 땅바닥에 쓰러져 누워 있었네.
그밖에 다른 모든 채녀들
그것을 보자 슬프고 아픈 마음 일어
마치 한창 피어나는 고운 연꽃이
바람이나 우박에 쓰러지는 것 같았네.
그 부왕(부왕)은 태자를 잃은 뒤에
밤이나 낮이나 슬프고 그리운 마음에
재계(재계)하고 하늘신께 빌기를
원컨대 자식이 빨리 돌아오게 해달라 했네.
이렇게 발원하고 기도한 뒤에
하늘신을 모신 사당 문을 나오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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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울부짖는 소리 듣고서
놀라고 두려운 맘 혼란스러워
마치 하늘에서 천둥치고 번개 일 때
코끼리떼 어지럽게 달리듯 하였네.
또 차닉과 흰 말을 보고
두루 물어 태자가 집 떠난 줄 알고
온몸을 땅에 던져 쓰러졌으니
마치 제석의 깃대가 무너지듯 하였네.
여러 신하들 부축해 일으키고
법으로써 권하며 위로하였네.
얼마쯤 지나자 정신이 조금 깨어나
먼저 흰 말을 보고 하소연하였다.
“나는 자주 너를 타고 나가 싸울 때
언제나 너의 공을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네가 미운 것이
사랑할 그 때보다 배나 더하다.
내 사랑하는 공덕이 있는 아들
네가 태우고 멀리 달려가
깊은 숲 속에 던져 버린 뒤
그를 두고 너 혼자 돌아오다니.
너는 빨리 나를 데려다 주던가
아니면 네가 가서 데리고 오너라.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를 하지 않으면
내 목숨은 장차 살아 남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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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은 다른 방법으론 고칠 길 없나니
오직 기다리는 아들만이 약이 될 뿐이니라.
마치 저 산자(산?) 범지가
제 아들 죽자마자 목숨을 끊었듯이
나도 행과 법 있는 아들을 잃었으니
스스로 죽어 내 몸을 없애리라.
저 중생의 임금 마누(마★)도 또한
그 아들을 위해 항상 근심했거늘
하물며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이야
아들을 잃고 어찌 스스로 편할 수 있으리.
또 옛날의 저 아사(아?)왕은
사랑하는 아들이 숲속에서 유행할 때
너무 슬퍼하다 목숨을 마친 뒤에
저 하늘세계에 태어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죽지 못하면
긴긴 밤을 근심하고 괴로워하리.
온 궁중도 모두 내 아들 생각함이
몹시 목마른 아귀(아귀) 같으리.
목마른 사람이 물을 얻어
마시려 하다가 빼앗긴 것처럼
목마름 지키다가 목숨 마치면
반드시 아귀 세계에 태어나리라.
나는 지금 몹시 목말라 하다가
물같은 아들 얻은 뒤에 다시 잃어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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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나는 아직껏 살아 있으니
내 아들 있는 곳 빨리 말하라.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목마른 채 죽어
저 아귀 세계에 떨어지지 않게 하라.
나는 본래부터 뜻과 힘이 굳세어
대지(대지)와 같이 움직이기 어려웠다.
아들 잃은 마음이 급하고 어지러워
저 옛날 십차왕(십차왕) 같네.
많이 들어 아는 것 많은 왕사(왕사)와
또 지혜롭고 총명한 대신들
그 두 사람이 왕에게 간(간)하되
느리지도 않았고 격렬하지도 않았네.
“원컨대 스스로 너그럽게 마음 가져
근심하다 스스로 몸 상하지 마소서.
옛날의 모든 훌륭한 왕들은
나라 버리기 흩어지는 꽃처럼 했네.
이제 아드님은 도를 수행하거늘
어찌하여 괴롭게 근심하고 슬퍼하십니까?
마땅히 저 아사타(아사타)의 예언 기억해보면
이치와 분수 스스로 그러했을 뿐이라오.
하늘 음악도 저 전륜성왕(전륜성왕)도
숙연해져 청정한 마음 방해하지 못했나니
어떻게 저 세계의 왕이
금옥 같은 그 마음 움직일 수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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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우리들을 시켜
그분 계신 곳을 뒤좇아 찾게 해주시면
방편으로써 애써 간(간)해
우리들의 붉은 정성 나타내서
반드시 그 뜻을 굽히게 하여
대왕의 근심과 슬픔 위로하리다.
그러자 왕은 기뻐하며 곧바로 답하였다.
“바라건대 그대들은 속히 가시오.
마치 저 사군타(사군타) 새가
새끼를 위해 공중을 맴돌 듯
이제 내 태자를 생각하여
걱정하는 마음도 또한 그러하다오.”
두 사람 명령 받고 떠나가자
왕과 또 그 모든 권속들도
그 마음 조금은 시원해지고
기운이 펴져 음식도 먹혔네.
9. 추구태자품(추구태자품)
왕의 근심과 슬픔 때문에
왕사(왕사)와 대신이 감동하여
마치 좋은 말에 채찍질을 가하듯 하였고
빨리 달리기 급히 흐르는 강물 같았네.
몸은 피로했으나 괴로움 마다 않고
어느새 고행림에 다다라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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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의 다섯 가지 차림새 버리고
모든 마음과 근(근)을 잘 추슬러
범지들의 깨끗한 집에 들어가
그 모든 선인들께 경례하였네.
모든 선인들 자리에 앉기 청하여
법을 설명하여 그들을 위로하자
그들은 곧 선인들에게 말하였네.
“우리는 의논하여 물을 일 있소.
깨끗하여 정반왕(정반왕)이라 이름한 이
감자(감자) 종족의 훌륭한 후손인데
우리는 그의 스승이요 신하로서
법을 가르치고 중요한 일 맡아 보네.
그 왕은 저 천제석과 같고
그 아들은 사연다(?연다)와 같네.
늙음·병듦·죽음을 벗어나기 위하여
집을 나와 이 곳에 몸을 던졌소.
우리들은 그를 위해 여기 왔나니
오직 존귀하신 분 마땅히 알아야 하오.”
그러자 그들은 대답하였네.
“그런 사람 있는데 긴 팔에 큰 사람 모습 하였네.
그는 우리들이 선택해 수행하는 일이
나고 죽는 법을 따른다 하여 버리고
저 아라람(아라람)에 나아가
훌륭한 해탈을 구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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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확실한 소식을 듣고
왕의 신속한 명령을 받들어
감히 그 피로함을 헤아리지 않고
길을 찾아 빨리 달려나갔네.
숲 속에 있는 태자를 보니
세속의 차림새 모두 버리고
진실한 몸의 광명 빛남이
태양이 검은 구름 벗어난 것 같았네.
나라에서 천신처럼 받드는 스승과
바른 법을 맡아 보는 대신은
세속의 차림새 모두 버리고
말에서 내려 나아갔다네.
마치 바마첩(파마첩)왕과
바사타(파사?) 선인이
숲 속으로 나아가
왕자 라마(라마)를 본 것처럼
저마다 본래의 예법을 따라
공경하고 예배하며 인사를 하니
마치 저 숙가라(?가라)와
앙기라(앙기라)가
정성을 다하고 공경을 더하여
제석천왕을 받드는 것 같았네.
왕자도 또한 그들을 따라
왕사와 대신을 공경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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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저 제석천왕이
숙가라와 앙기라를 위로하듯 하였네.
왕자는 곧 그 두 사람에게 명하여
자기 앞에 앉으라 하였는데
마치 저 부나(부나)와 바수(파수) 두 별이
달 곁에서 모시고 있는 듯 했네.
그 왕사와 대신은
마치 사연다(?연다)에게 말하는
비리파저(비리파저)처럼
왕자에게 청하여 여쭈었네.
“부왕께서 태자를 생각하시는 마음
예리한 바늘에 심장을 찔린 듯하여
정신을 잃고 광란의 병세 일으켜
하염없이 먼지 속에 누워 계신다네.
낮이나 밤이나 슬픈 생각 더하여
언제나 눈물 비오듯 흘리다가
우리에게 명령한 바 있으니
원컨대 마음 기울여 들어주소서.
'나는 너의 법을 좋아하는 뜻 알아
결정코 의심한 적 없었건만
적절치 못한 시기에 숲으로 들어갔으니
슬픔과 그리움에 내 마음 어지럽구나.
네가 만일 법을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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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나를 가엾게 여겨야 하리.
바라건대 멀리 떠난 정(정)을 늦추어
내 마음 속에 매달린 근심 위로해서
근심과 슬픔의 물[수]로 하여금
내 마음의 언덕을 무너뜨리게 하지 말라.
구름·물·풀·산에
바람·해·불·우박의 재앙처럼
근심과 슬픔은 네 가지 걱정거리 되어
마음을 날리고 말리며 태우고 깨뜨리나니
우선은 돌아와 나라 살림 돌보다
때가 되면 다시 숲에 노닐라.
모든 친척들을 돌보지 않고
부모도 또한 버렸는데
그것을 어떻게 자비(자비)로써
일체를 덮어 보호한다 하겠는가.
법은 반드시 산림(산림)에만 있는 것 아니니
집에 있더라도 한가함 닦고
이치를 깨닫고 힘써 방편 구하면
그것을 곧 출가라 하리라.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 입고
스스로 산과 숲에 노닐더라도
두려움 품고 살아간다면
어떻게 신선을 배운다 말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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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컨대 한 번 너를 안고서
물을 그 정수리에 쏟고
하늘 관(관)을 너에게 씌워
일산을 받쳐 그 밑에 두고
물끄러미 너를 바라본 뒤에
비로소 나는 출가하리라.
두류마(두류마) 선왕(선왕)과
아누사아섭(아★?아섭)
발사라바휴(발?라파휴)
바발라안제(비발라안제)
비제하사나(비제가?나)
나라습파라(나라습파라)
이와 같은 모든 왕들은
모두 다 하늘 관 쓰고
영락으로 용모를 장엄하는가 하면
손과 발에는 구슬 가락지 끼고
채녀 무리들과 즐거움 나눴지만
해탈의 인(인)을 어기지 않았으니
너도 이제 집으로 돌아와
두 가지 일 숭상하고 익혀야 하나니
마음으로 증상법(증상법) 닦는 것과
이 땅의 증상주(증상주) 되는 것이다.'
눈물 흘리면서 우리에게 명령하여
이러한 말을 전하게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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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러한 왕의 명령 있었나니
그대는 그 분부 받들어 돌아가야 하리.
부왕께서는 그대로 말미암아
근심과 슬픔의 바다에 빠져 있으나
구원할 이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으며
스스로 헤어날 길 또한 없나니
그대는 마땅히 뱃사공 되어
안온한 곳으로 건네주소서.
비림마(비림마) 왕자와
나미(나미)와 발기(발기) 두 사람은
아버지의 명령을 공손히 들었나니
그대도 이제 그러해야 하리.
자비하신 어머니 기른 은혜는
한평생 갚더라도 끝이 없건만
마치 소가 송아지를 잃은 듯
애닯게 불러대며 자고 먹는 것 잊었나니
그대는 마땅히 빨리 돌아가
그 생명 구해드려야 하네.
제 무리에서 떨어진 외로운 새의 슬픔과
홀로 노니는 큰 코끼리의 괴로움처럼
기대고 의지할 그 그늘 잃었나니
마땅히 구호(구호)할 방법 생각해야 하네.
오직 하나 둔 아들 어리고 혼자라
고통을 당하여도 알릴 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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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로운 괴로움에 애쓰는 것은
마치 월식(월식)을 구원하는 사람 같네.
온 나라 안의 모든 남자와 여자
이별의 괴로움 불꽃처럼 치솟고
탄식하는 연기가 하늘을 찔러
지혜의 눈을 가려 어둡게 하였으니.
오직 그대의 물로 불을 꺼서
눈 열려 밝게 보기를 구하네.”
보살은 부왕의 간절한 분부와
하나하나의 괴로움 낱낱이 절실함을 듣고
단정히 앉아 바로 생각하다가
이치를 따라 공손히 대답했네.
“나도 또한 부왕의
자비로운 생각과 후덕한 마음 알지만
남[생]·늙음·병듦·죽음이 두려워서
망극한 그 은혜를 어긴 것이네.
누군들 낳아준 부모 소중하지 않으랴만
그러나 마침내 이별하고 마는 것을
아무리 살아서 서로를 지킨다 해도
죽음에 이르면 붙들 수 없다네.
그러므로 소중한 줄 뻔히 알면서도
영원히 하직하고 집을 나왔지만
부왕의 근심하고 슬퍼하심 들으니
더욱 그리움에 내 마음 끊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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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꿈 속에서 잠깐 만난 것과 같아
어느새 속절없이 무상(무상)으로 돌아가리니
중생들의 그 성질 같지 않음을
그대들은 확실히 알아야 하리.
근심과 괴로움 생기는 것
자식과 어버이 사이에만 있는 것 아니건만
살아서의 이별 괴로워하는 까닭은
모두가 어리석은 미혹 때문이라네.
마치 사람이 길을 따라 갈 적에
도중에서 잠깐 서로 만났다가
얼마 안가 제각기 갈라지듯이
어긋나는 이치는 원래 자연이라네.
서로 모여 잠깐 동안 친하더라도
인연의 이치를 따라 저절로 헤어지는 법
그러므로 친한 것의 거짓 만남 깊이 깨달아
근심하고 슬퍼하지 않아야 하리.
이 세상에선 친한 이의 사랑을 어기는 것이나
저 세상에선 다시 친한 이 구하는 것
잠깐 동안 친하다가 다시 헤어지는 것을
간 곳마다 친하지 않은 사람 없다네.
언제나 만났다간 이별하나니
흩어지고 헤어진들 무엇 슬프리.
어머니 태에서도 차츰차츰 변화하여
시시각각으로 죽고 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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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 10004] 쪽
일체는 때를 따라 죽음 있나니
산림(산림)인들 어찌 때가 없으리.
때를 기다려 5욕을 누리고
재물 구하는 때도 또한 그러하나니
일체는 때를 따라 죽음 있으니
죽는 법 없애면 그런 때로 사라지리.
나를 왕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
사랑하는 그 법을 어기기 어려우나
병들어 약 아닌 것 먹는 것과 같나니
그러므로 나는 차마 높은 자리의
어리석은 위치에서 방일(방일)하면서
사랑하고 미워함 따를 수 없네.
몸 마치도록 언제나 두려워하고
여러 생각에 몸과 정신 피로해
대중 마음 따르고 법 어기는 것
지혜로운 사람은 하지 않으리.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아름다운 궁전
그 속엔 이글이글 불꽃이 타고
하늘 부엌의 온갖 맛있는 음식도
그 속엔 갖가지 독이 있다네.
연꽃이 피어 있는 맑고 시원한 못도
그 속에는 수많은 독한 벌레 있나니
자리 높아도 재앙 있는 집이라면
지혜로운 사람은 거기 살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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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 10004] 쪽
먼 옛날 선조들 중 훌륭한 왕은
임금 자리에 있으며 허물 많고
중생에게 괴로움 주는 것 보고
싫어하고 근심하여 집을 나왔네.
그러므로 왕이란 진정 괴로운 자니
법 닦아 편안한 것만 못하네.
산림 속에서 편안히 살면서
차라리 짐승들처럼 풀을 먹으리.
깊숙한 구중궁궐 견디지 못해
검은 뱀과 같은 동굴 쓴다네.
왕위와 다섯 가지 탐욕 버리고
괴로움 견디며 산림에 노니나니
이것은 곧 이치를 그대로 따름이라
즐거운 법은 차츰차츰 밝음을 더하리라.
이제 한적하고 고요한 숲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 다섯 가지 탐욕 누리면
밤낮으로 괴로운 법만 더하리니
그야말로 이치에 맞지 않으리.
이름 있는 종족의 대장부로서
법을 좋아해 집을 떠나서
영원히 이름 있는 종족 등지고
대장부의 그 뜻을 꿋꿋이 세워
모습 허물어 법복(법복)을 입고
법을 좋아해 산림에 노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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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 10004] 쪽
이제 다시 이 법복 버리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에 어김 있으면
천왕의 궁전이라도 오히려 불가하거늘
더구나 사람의 좋은 집으로 돌아가겠는가.
탐욕·성냄·어리석음 이미 뱉었는데
또다시 그것을 도로 먹는 것은
토한 것을 도로 먹는 사람 같나니
그 괴로움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마치 세간의 집에 불이 붙었을 적에
방편으로 그곳을 탈출했다가
도로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 같나니
그를 어찌 슬기로운 장부라 하랴.
남[생]·늙음·죽음의 허물 깨달아
싫어하고 근심하여 집을 나왔는데
이제 다시 집으로 다시 들어간다면
그 어리석음이 저것과 다름없으리.
궁중에 있으면서 해탈을 닦는 것
도저히 그리 될 수 없다네.
해탈은 적정(적정)함에서 생기는 것이고
왕이란 혹독한 형벌과 같으며
적정함은 왕의 위엄 떨어지게 하는 것
왕이란 정녕코 해탈과 어긋난다네.
움직임과 고요함은 물과 불 같나니
두 이치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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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 10004] 쪽
정녕 해탈을 닦으려면
왕의 자리에 있지 않아야 하리.
만일 왕의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겸하여 해탈까지 닦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결정된 것 아니요
결정된 견해 또한 그러하나니
이미 결정한 마음이 아니라면
집을 나왔다가도 다시 들어가리.
그러나 나는 이제 이미 결정한지라
친족들의 갈고리와 미끼를 끊고
바른 방편으로써 집을 나왔나니
어떻게 돌아가 다시 들어가겠는가.”
대신은 가만히 생각하였네.
'태자는 진정 대장부로서
깊이 알고 덕 있어 이치를 따르니
그가 하는 말에 이유가 있구나.'
그런데도 다시 태자에게 말하였네.
'만일 왕자의 말씀과 같다면
법을 구하는 법이 마땅히 그렇겠지만
그러나 지금은 부적절한 시기이네.
부왕은 늙고 쇠한 연세이기에
아들을 생각하면 근심과 슬픔 더해지니
아무리 해탈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도리어 법 아님이 될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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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 10004] 쪽
비록 집 나오는 것 좋아도 지혜롭지 못했으니
깊고 자세한 이치 생각하지 않고
그 인(인)은 보지 않고 과(과)만 구하여
부질없이 현재 즐거움 버리나이까.
어떤 이는 뒷세상이 있다 말하고
어떤 이는 뒷세상이 없다 말하나
있고 없음을 판단하지 못하면서
어찌하여 현세의 즐거움을 버리나이까.
만일 뒷세상이 있다고 하면
기어코 그것을 얻어내야 하겠지만
만일 뒷세상이 없다고 하면
없음 그것이 곧 해탈이 되네.
어떤 이는 뒷세상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 해탈의 인(인)은 말하지 않나니
마치 땅은 단단하고 불은 따뜻하며
물은 축축하고 바람은 움직이는 것과 같아서
뒷세상도 또한 그러하리니
이는 곧 본성이 그러할 뿐이네.
어떤 이는 깨끗함과 깨끗하지 않음은
제각기 자성(자성)에서 일어나므로
방편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 말하지만
이것은 곧 어리석은 말이네.
모든 근(근)과 행(행)의 경계는
모두 그 자성이 결정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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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 10004] 쪽
애착하여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
자성의 결정 또한 그러하네.
늙음·병듦·죽음 따위의 괴로움
그 누가 방편으로 그렇게 시켰는가.
이른바 물은 능히 불을 멸하고
불은 물을 끓여서 잦아지게 하나니
자성이 늘어나면 서로서로 무너지고
자성이 어우러져 중생을 만드네.
사람이 어머니 태 안에 있을 때
손발과 모든 몸이 나누어지고
신식(신식)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이겠는가.
가시는 그 누가 뾰족하게 하였는가
그것도 자연 그대로의 성질이라네.
또 갖가지 날짐승과 길짐승들
그렇게 하려고 해서 그런 것 아니네.
모든 존재로서 하늘에 나는 것은
자재천(자재천)이 그렇게 만든 것이요
그 밖의 변화로 만들어진 이는
자기 힘으로서의 방편이 없다네.
만일 무엇으로 인하여 생겨남이 있다면
그것은 또 그것을 멸하게 하리니
어떻게 반드시 스스로의 방편으로써
해탈을 구할 수 있다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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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 10004] 쪽
어떤 이는 '나[아]가 있어 생기게 하고
또한 나가 있어 멸하게 한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원인 없이 생겨나는 것이라서
반드시 방편으로써 멸할 수 있다고 말하나니
마치 사람이 아들 낳아 기를 때
조상들을 저버리지 않고
선인(선인)의 남긴 법을 배운다거나
하늘을 받들어 큰 제사를 올리는 것
이 세 가지에 저버림이 없다면
그것을 곧 해탈이라 한다네.
예부터 지금까지 전(전)하는 바는
이 세 가지로 해탈을 구하나니
만일 달리 방편을 쓰려 한다면
한낱 괴롭기만 하고 실속이 없으리라.
그대 만일 해탈을 구하고자 하거든
오직 위에서 말한 방편을 익혀야 하리.
그러면 부왕의 근심과 슬픔 그치게 되고
해탈의 도(도) 또한 이루어지리니
집을 버리고 산림에서 유행하다가
도로 돌아가는 것도 허물 아니리.
옛날 엄바리(엄파리)왕은
오랫동안 고행림에 머물다가
그 제자들과 권속들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 왕의 자리 이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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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 10004] 쪽
국왕의 아들 라마(라마)는
나라를 버리고 산림에 머물다가
나라 풍속이 어지럽단 말 듣고
다시 돌아가 바른 교화 펼쳤네.
바루바(파루파) 국왕은
이름을 두루마(두루마)라 했는데
부자가 함께 산림에서 머물다가
결국엔 함께 나라로 돌아갔네.
바사주(파사주) 무니(모니)와
안저첩(안저첩)은
산림에 들어가 범행(범행) 닦다가
아버지만 또한 본국으로 돌아갔네.
이와 같은 훌륭한 조상들
바른 법으로 훌륭한 명성 떨쳤는데
모두 왕이 통치하는 나라로 돌아가니
마치 등불이 세상을 비추는 것 같았네.
그러므로 이 산림을 버리고
바른 법으로 교화함은 허물이 아니라네.”
그 때 태자는 그 대신의
다정한 말과 유익한 말을 듣고
마땅한 이치로써 어지럽지 않게
걸림 없고 질서정연하게
굳건한 뜻과 안온한 말로써
그 대신에게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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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 10004] 쪽
“뒷세상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말에 망설이는
두 가지 마음은 의혹만 더하나니
있느니 없느니 하는 말에 대해
나는 이미 결정하여 취(취)하지 않네.
깨끗한 지혜로 고행을 닦아
결정코 내 스스로 아느니라.
세간의 설왕설래하는 주장들
자꾸 퍼져 나가 서로 전하고 익히지만
거기에는 진실한 이치 없나니
그러므로 나는 그것 편안해 하지 않네.
밝은 사람은 참과 거짓 분별하니
믿음이 어찌 남에 의해 생길 건가.
마치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
장님이 사람을 인도하는 것 같나니
깜깜한 밤 어둠 속에서
또 어떻게 그 사람 따라야 하리.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법에 대하여
세상 사람들은 의혹을 내지만
설령 그 진실을 보지 못한 채
청정한 도(도)를 행하려 한다면
차라리 고행(고행)으로 깨끗한 법 행할지언정
낙행(낙행)으로 부정함 저지르지 않으리.
서로 전하는 그 주장을 관찰해보니
어느것 하나도 확실한 모습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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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말을 마음 비워 받으면
모든 근심을 영원히 여의리니
잘못된 거짓말 말하는 것
지혜로운 사람은 말하지 않네.
그 이야기처럼 저 라마(라마) 등이
집을 버리고 나와 범행 닦다가
결국엔 본국으로 도로 돌아가
다섯 가지 욕망을 익혔다면
그것들은 곧 더러운 행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의지하지 않는다네.
나는 이제 마땅히 그대들 위해
그 중요한 이치를 간략히 말하리라.
저 해와 달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수미산(수미산)과 설산(설산)이 변하더라도
나는 이 몸이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으리.
물러나 나쁜 곳에 들어가기보다는
차라리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리니
그것은 이치[의]가 아니기 때문에
내 끝내 본국으로 다시 돌아가
5욕의 불구덩이에 들어가지 않으리라.”
이렇게 간절한 서원 말하고 나서
천천히 일어나 아주 작별하였나니
태자 말씀의 칼날 같은 불꽃은
마치 한낮의 햇빛과 같아
왕사나 대신의 말과 논리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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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그분을 이겨낼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말하였네.
“계획이 끝났으니 하직하고 돌아가세.”
그들은 태자를 매우 공경하고 찬탄하며
감히 억지로 만류하지 못하였네.
그러나 왕의 명령 받들었기에
감히 서둘러 돌아오지도 못하고
길 가운데에서 머뭇거리며
돌아보고 돌아보며 발걸음 더뎠네.
총명하고도 슬기로우며
자상하고 기미를 깨달은 사람 가려 뽑아
몸을 숨기고 은밀히 안부를 살핀 뒤에
그제서야 그를 두고 돌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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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 10004] 쪽
불소행찬 제3권
-일명 불본행경(불본행경)-
마명보살 지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10. 병사왕예태자품(병사왕예태자품)
태자는 왕사(왕사)와
바른 법 집행하는 대신을 하직하고
풍랑을 무릅쓰고 항하(항하)를 건너
길따라 영추암(영취암)에 나아갔네.
영추암은 그 뿌리 다섯 산에 감추었고
특별히 우뚝한 고갯마루 평평한 산중턱
숲나무엔 꽃과 열매 우거지고
따뜻한 물과 찬 물이 나뉘어져 흐른다.
다섯 산성(산성)에 한 번 들어가면
고요하기 하늘 위에 오른 것 같네.
그 나라 사람들 태자를 보니
덕망 있는 모습 깊고 또 밝으며
젊은 몸엔 환한 광택이 흘러
견줄 데 없는 장부 얼굴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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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모두 기이하고 특별하다 생각하며
자재천(자재천)의 깃대를 보듯 하였네.
축생들도 발길을 멈추고
뒤에서 오던 사람 빨리 걸으며
앞서 가던 이들은 뒤돌아보고
물끄러미 바라보며 싫증내지 않았네.
온몸의 그 특별한 상호(상호)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눈동자 움직이지 않고
공경하며 나와 맞이하면서
합장하고 예배하며 문안드렸네.
그들은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법에 알맞게 공양드리고
귀하고 훌륭한 얼굴 우러러 보고는
고개 숙여 제 꼴들을 부끄러워하였네.
본래부터 경솔하고 조급했던 거동도
잠자코 엄숙하게 공경 더하고
원한 품은 마음은 영원히 풀렸으며
자비롭고 온화한 정(정) 더욱 더했다.
남녀 모두는 공사(공사)의 생업
한꺼번에 모두 다 내던지고
모습을 공경하고 그 덕을 존경하며
보고 또 보며 돌아갈 줄 몰랐네.
두 눈썹 사이의 흰 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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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넓은 검푸른 눈
온몸은 금빛으로 찬란하고
엷은 망만(망?)이 있는 청정한 손
비록 출가(출가)한 이의 모양은 하였으나
성왕(성왕)에 걸맞은 모습 있었네.
왕사성(왕사성)의 모든 남녀들
어른이나 어린이나 불안(불안)해 했네.
“이런 사람도 오히려 출가했는데
우리들이 어떻게 세상 욕심 즐기랴.”
그 때 병사왕(병사왕)은
높다란 누각 위에 있다가
저 모든 사내와 여자들이
어쩔 줄 몰라하는 이상한 행동 보고
곧 명령하여 바깥 사람 한 명을 불러
무슨 까닭인가를 자세히 물었네.
그는 왕 있는 누각 밑에 공손히 꿇어앉아
그가 듣고 본 바를 갖추어 아뢰었네.
“옛날에 들으니 석씨(석씨) 종족 중에
뛰어나고 특별한 아들이 있어
신비한 지혜 세상 밖에 뛰어나
왕으로 팔방을 거느릴 만하였는데
지금은 집을 나와 이 곳에 있기에
뭇 사람들 모두 받들어 맞이한 것입니다.”
왕은 듣고 마음에 놀라고도 기뻐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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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머물렀으나 정신은 이미 달렸네.
심부름꾼 시켜 빨리 돌아가
그의 안부 편안한가 살펴보게 하자
심부름꾼 분부 받고 가만히 그를 따라
그가 하는 행동 슬며시 살폈다.
맑고 고요하며 단정한 눈길
편안한 걸음걸이 참된 위의(위의) 나타내며
마을에 들어가서 걸식할 때는
모든 걸사(걸사)들의 광명이 되었네.
형상을 거두어 마음 어지럽지 않고
좋아하거나 미워하거나 편치 않음 없앴네.
맛나거나 거칠거나 음식 얻는 그대로
발우[발]에 받아 숲으로 돌아왔네.
밥 먹기 마친 뒤에 맑은 물에 양치질하고
안백산(안백산)의 고요함을 즐겼네.
푸른 숲 높은 언덕 위에 벌여 있고
붉은 꽃 그 사이에 군데군데 피어 있다.
공작 등 온갖 새들
가벼이 날며 어지럽게 울어 대고
그 속에서 법복(법복)은 더욱 선명해
마치 해가 부상(부상)에 떠오르듯 하였네.
심부름꾼은 그의 편안한 삶을 보고
그 사정을 왕에게 갖추어 아뢰었네.
왕은 듣고 마음에 공경심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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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명령하여 수레 타고 길을 떠났네.
하늘관[천관] 쓰고 꽃옷을 입고
사자왕(사자왕)의 걸음으로 걸었네.
나이 많고 벼슬 높으며
고요하고 자상한 선비를 뽑아
백천 무리를 앞뒤에 거느리니
구름이 백산(백산)에 오르듯 하였네.
보살의 위엄 있는 모습을 보니
모든 마음과 감관[근]은 지극히 고요한데
산속 암실(암실)에 단정히 앉은 모습
푸른 하늘에 걸려 있는 달과 같으며
묘한 빛 깨끗하고 단정하며 위엄 있어
마치 법으로 변화한 몸 같았네.
경건한 마음으로 엄숙한 마음 내어
공손한 걸음으로 점점 다가갔나니
그것은 마치 제석천왕이
마혜수라(마혜수라)왕에게 나가는 듯했네.
얼굴을 고치고 예의를 갖추고
공손히 그의 안부를 묻자
보살은 고요히 몸을 움직여
왕이 행한 대로 따라 답례하였네.
그 때 왕은 위로하며 문안한 뒤에
맑고 깨끗한 돌 위에 단정히 앉아
싱그러운 모습 우러러 보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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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온화하고 마음은 기뻤네.
“엎드려 듣건대 이름 높은 종족으로
장하고 큰 덕을 서로 이어 물려받고
흠모하는 정 오랫동안 쌓아 왔나니
내 이제 품은 의심 풀고자 하네.
햇빛의 근원이요, 근본으로서
왕의 운수 흥성하기 이미 만 대에
덕 있는 후손으로 이어받게 해
널리 퍼져 마침내 지금에 이르렀다.
어질고 총명하며 아직 젊은 나인데
무슨 까닭으로 집 나왔는가.
세상에서 뛰어난 거룩한 왕자로서
밥을 빌어먹으면서 영화를 버렸네.
그 묘한 몸에는 향(향) 발라야 하거늘
무슨 까닭으로 가사(가사)를 입었으며
그 손은 온 천하를 쥐어야 마땅하거늘
도리어 변변치 못한 음식 받는구나.
만일 그대 부왕(부왕)의 대를 이어
그 나라를 받지 않겠다 하면
나는 이제 내 나라 반을 주리니
바라건대 조금만 마음 돌리게.
이미 친척의 핍박 받을 혐의 없고
때 지나면 하고 싶은 대로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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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 10004] 쪽
마땅히 정성된 내 말을 따르라.
그대의 덕 탐나 좋은 이웃 삼고 싶네.
행여나 이름난 훌륭한 종족으로
슬기와 덕과 용모 겸하였기에
높은 절개 굽히고 머리 숙여
나의 은혜 받으려 하지 않겠다면
마땅히 건장하고 용맹스런 군사와
무기와 그에 따른 군자(군자) 주리니
자신의 능력껏 널리 거두면
천하에 그 누가 추종하지 않으리.
현명한 사람은 때를 알아 취(취)해야만
법과 재물과 5욕을 더하리니
만일 이 세 가지 이익 얻지 못하면
마침내 부질없는 수고만 할 뿐이네.
법을 숭상해 재물과 색(색) 버리면
재물은 사람의 한 부분이 되겠지만
많은 재물을 위해 법을 버리면
이것은 곧 재물만 보전하게 되며
가난하고 궁하면서 법마저 잊으면
5욕을 어떻게 즐기리.
그러므로 이 세 가지 일 갖추어야
덕은 흘러 퍼지고 도는 펼쳐지리라.
재물과 법과 5욕을 갖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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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 10004] 쪽
그를 일러 세상의 대장부라 하나니
그 원만한 상(상)이 있는 몸으로 하여금
부질없이 괴롭혀 공(공) 없게 하지 말라.
온 천하를 모두 거느린
만타(만타) 전륜성왕은
제석천 자리의 반을 받았지만
힘에 겨워 천왕이 될 수 없었네.
이제 그대의 통통하고 긴 팔은
인간과 천상의 경계 총괄하기에 넉넉하네.
그러므로 나는 이제 왕이란 힘을 믿어
억지로 만류하려 하지 않노라.
그러나 그대 좋은 형상을 바꿔
출가한 이의 옷 입은 것 보고
이미 그 덕을 존경하지만
아끼는 그 사람 고생이 안타깝네.
그러므로 그대 걸식 행하는 것 보고
내가 가진 모든 땅 바치기 원하노라.
젊어서는 5욕 즐거움 받고
중년(중년)에는 재물 쓰기 익히며
차츰 나이 들어 모든 감관 성숙해지면
그 때가 곧 법을 따를 때이네.
젊어서는 법과 재물 지키려 해도
반드시 5욕에 의해 무너질 것이요
늙으면 그 기운 허약하리니
[141 / 10004] 쪽
그런 형편을 따라 적묵(적?) 구하라.
늙으면 재물과 욕심 부끄러워지고
법 행함을 온 세상 귀히 여기네.
젊어서는 마음이 경솔하고 조급해
5욕의 경계를 휘돌아 다니면서
부부의 인연으로 얽히고 감겨
애정의 사귐에서 감각은 더욱 깊어지네.
차츰 나이 먹으면 얽매임이 적나니
법 따르는 자가 귀히 여기는 바로서
5욕은 모두 쉬고 그쳐
법 즐기는 마음 더욱더 자라나네.
그러니 왕법을 갖추어 숭상하고
큰 제사를 행해 하늘신 받들다가
마땅히 신비한 용(용)의 등에 타고
하늘에 올라 즐거움 받으라.
과거에 뛰어난 모든 왕들도
보배 영락으로써 몸을 장엄하고
큰 모임을 열어 제사를 행하다가
마침내 죽어서는 하늘 복 받았다네.”
이와 같이 병사왕(병사왕)은
갖가지 방편으로 달랬으나
태자의 뜻 굳고 단단하여
움직이지 않음이 수미산과 같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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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 10004] 쪽
11. 답병사왕품(답병사왕품)
병사왕은 이치를 따라
위로하고 권해 청하기를 마치자
태자가 공손하게 대답하였네.
“위로해 주시는 말 매우 감사하오.
세간 일에 매우 적절함을 얻었고
하신 말씀 이치에 어긋나지 않았네.
하리(가리)의 이름 있는 종족의 후손으로
모든 사람의 선지식(선지식) 되고
의(의)를 품은 마음이 비고 지극하거늘
마땅히 이와 같이 법을 말해야 하네.
이 세상에서 설하는 평범한 기품으로는
인(인)과 의(의)에 머물 수 없네.
엷은 덕으로써 얕은 정(정) 만나
어떻게 뛰어난 일 알 수 있으리.
조상들의 훌륭한 근본을 이어받고
예(예)를 높이고 공경과 겸양 닦으며
괴롭고 어려운 가운데서
두루 구제하여 버리지 않는 것
이것을 곧 이 세상의
진실한 신지식의 모습이라 한다네.
착한 벗이 재물로 구제해 주면
이것은 단단한 창고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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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 10004] 쪽
지키고 아껴 자기 이익 꾀하면
이것은 반드시 빨리 잃게 되리라.
나라 재물은 평범하지 않은 보배로서
은혜 베풀면 복된 업(업) 되고
아울러 선지식에 베풀어주면
비록 흩었으나 뒤에는 후회 없으리.
이미 당신의 돈독한 마음 알았나니
구태여 거슬리는 말은 하지 않으리.
우선 지금 내가 본 것을
솔직한 마음을 그대에게 말하리라.
나는 남[생]·늙음·병듦·죽음이 두려워
참다운 해탈을 구하고자
어버이를 버리고 은애(은애)를 떠났으니
어떻게 다시 돌아가 5욕을 익히겠는가.
사나운 독사나 겨울 번개나
맹렬한 불꽃은 두렵지 않지만
오직 5욕(욕)의 경계에 유전하다가
내 마음 수고롭힐까 두려울 뿐이오.
5욕은 평범하지 않은 도적으로
사람의 좋은 보배 겁탈해 뺏고
간사하고 거짓되고 진실하지 않아서
마치 꼭두각시로 변화한 사람 같나니
잠깐 생각만 해도 사람을 미혹시키거늘
하물며 항상 그 가운데 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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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 10004] 쪽
5욕은 큰 걸림이 되어
영원히 적멸법(적멸법)을 가리우니
하늘의 즐거움도 오히려 싫다 하겠거늘
하물며 인간 욕심 그 속에 머물겠는가.
5욕은 간절한 애욕 일으켜
끝내 만족할 때가 없나니
큰 바람 부는 사나운 불길 속에
섶을 던져도 족함이 없는 것 같네.
세상의 모든 옳지 않은 것으론
5욕의 경계보다 더한 것 없지만
중생들은 어리석게 탐함으로써
즐겨 집착하면서 깨닫지 못하나니
지혜로운 사람은 5욕을 두려워해
옳지 않은 데 떨어지지 않네.
왕은 사해(사해) 안을 다스리면서
오히려 밖에서 바라고 구하나니
애욕(애욕)은 큰 바다와 같아
끝끝내 만족함에 머물지 못하네.
만타(만타) 전륜성왕은
넓은 하늘에서 황금비 내렸고
왕이 되어 4천하를 다스렸지만
다시 도리천(?리천)을 구하여
제석천 자리의 반을 차지한 뒤에
다시 도모(도모)하려다 목숨 마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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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 10004] 쪽
농사(농사)왕은 고행을 닦아
33천(천)의 왕이 되어서
방일(방일)한 욕심에 마음은 교만하여
선인(선인)에게 수레를 끌게 하다가
이렇게 방일(방일)한 행의 인연으로
곧 구렁이의 세계에 떨어졌었네.
가라(?라) 전륜성왕은
도리천에서 노닐면서
천녀(천녀)를 아내로 삼아
선인들의 금을 세금으로 거두다가
선인의 노여움으로 주술(주술)을 걸어서
나라는 망하고 목숨은 끝났었네.
바라(파라)에서 대제석(대제석)으로
대제석에서 농사(농사)로
농사에서 제석으로 돌아갔나니
천주(천주)가 어찌 항상한 것이랴.
나라도 견고한 것 아니니
오직 힘센 사람만이 사는 곳이네.
풀로 옷을 만들어 입고
나무 열매 먹으며 흐르는 샘 마시고
긴 머리털은 땅에 닿을 듯
고요하고 잠잠하여 구하는 것 없는
이와 같은 고행을 닦는다 해도
마침내 탐욕으로 무너지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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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 10004] 쪽
마땅히 알아야 하니 5욕의 경계는
도를 행하는 이의 원수로서
일천 개의 팔 가진 대력왕(대역왕)의
용맹으로도 당할 수 없다네.
저 라마(라마) 선인이 살해한 것도
또한 탐욕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하물며 우리 찰제리(찰제리) 종족
탐욕에 이끌리지 않을 수 있으랴.
그 맛이 적은 경계의 욕심조차도
자식(자식)이 자라나면 더욱 더하네.
슬기로운 사람이 미워하는 바이니
탐욕의 독(독)을 누가 즐겨 먹으리.
갖가지 괴로움으로 이익을 구하는 것
그 모두 탐욕에 부림당해서이니
만일 거기에 탐욕 없으면
애씀과 괴로움은 생기지 않으리.
슬기로운 사람은 괴로움의 허물 보고
탐하는 욕심을 없애 버리나니
세상에서 좋다 하는 것들
그것은 곧 다 나쁜 법이네.
중생들이 탐하고 즐거워하는 것
온갖 방일을 내기 때문이니
방일은 도리어 자신을 해쳐
죽으면 틀림없이 나쁜 세계에 떨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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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 10004] 쪽
부지런히 방편 닦아 얻어지는 것
그리고 방편으로 보호하는 것
애쓰지 않으면 저절로 잃어지나니
그것은 방편으로 붙들 수 없는 것
그것은 마치 빌린 물건 같아서
지혜로운 사람은 탐착하지 않네.
탐욕으로 애써 구해서
얻은 뒤에는 애착을 더하다가
어느새 떠나고 흩어질 때에는
더욱 고통과 번민만 더하나니
횃불 잡으려다 스스로 데인 것처럼
지혜로운 사람은 집착하지 않네.
어리석고 미련하며 비천한 사람은
간탐(?탐)하는 독으로 마음을 태우면서
몸이 마치도록 길이 고통받으며
일찍이 안락을 얻지 못하지만
탐욕과 성냄은 뱀의 독과 같나니
지혜로운 사람이 어찌 가까이 하랴.
힘쓰고 애쓰면서 마른 뼈를 씹어도
그것은 맛도 없고 배부르지 않아서
부질없이 제 이빨만 시달릴 뿐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맛보지 않네.
왕과 도둑과 물과 불에 나누어지고
나쁜 자식들 재물의 몫 다투되
마치 한 조각 비린 고기를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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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 10004] 쪽
새떼들 몰려들어 다투는 것 같나니
재물을 탐하는 것 이와 같아서
지혜로운 사람은 기뻐하지 않네.
재물이 있어 모이는 곳에는
원망과 미움을 많이 일으켜
밤낮으로 스스로 지키고 막음이
사람이 큰 원수를 두려워하는 것 같네.
구속하여 저자에서 죽여 표방함을
사람의 정리로 증오(증오)하는 것이니
탐욕·성냄·어리석음은 오래도록 표방하는 것
지혜로운 사람은 언제나 멀리 한다네.
산림(산림)이나 강이나 바다에 들어가나
실패는 많고 안락은 적으니
마치 높은 나뭇가지에 달린 과일을
따려고 애쓰다가 떨어져 죽는 것 같네.
탐욕의 경계도 이와 같아서
비록 보이기는 하나 갖기는 어렵고
방편으로 애써 재물 구하나
모으기는 어렵고 흩어지긴 쉬워서
마치 꿈 속에서 얻은 물건 같나니
지혜로운 사람이 어찌 가지랴.
거짓으로 불구덩이 덮어 둔 것 같아서
밟는 사람 반드시 타 죽네.
탐욕의 불길도 또한 이와 같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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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 10004] 쪽
지혜로운 사람은 거기서 노닐지 않네.
마치 저 구라보(구라보)와
필슬니(필슬?)와 난타(난타)
미치리(미?리)와 단다(단다) 같으며
백정 집의 칼궤[도궤] 같나니
애욕의 형체도 또한 그러해
지혜로운 사람은 하지 않는 바이네.
몸을 묶어 물이나 불에 던지고
혹은 높은 벼랑에서 몸을 던져
하늘의 즐거움 구한다 해도
한낱 괴로워할 뿐 이익 얻지 못하네.
손도(손도)와 발손도(발손도)와
아수륜(아수윤) 형제는
같이 태어나 서로 사랑했으나
욕심으로 말미암아 서로를 죽였고
몸이 죽자 이름도 함께 멸하였나니
모두 다 탐욕을 말미암기 때문이었네.
탐애(탐애)는 사람을 천하게 만들어
채찍이나 막대로 때리는 고통 있고
애욕은 야비한 희망이기에
긴긴 밤 몸과 정신 시달리네.
크고 작은 사슴은 소리를 탐하다 죽고
나는 새들은 색탐(색탐) 따르며
못에 사는 고기는 낚싯밥을 탐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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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 10004] 쪽
모두 다 탐욕으로 곤함을 받느니라.
그러므로 생활 수단[구] 관찰해 보면
모두 다 자재(자재)한 법 아니라네.
음식으로 굶주림의 걱정 달래고
목마름 덜기 위해 물을 마시며
옷을 입어 바람과 추위 막고
누움으로 졸음을 다스리네.
다니기 피곤하여 탈 것을 찾고
서 있기에 고달파 앉는 자리 구하며
때를 없애기 위해 목욕하나니
이 것 모두 괴로움을 쉬기 위함이라네.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5욕은 자재(자재)한 것 아니라네.
마치 사람이 열병을 앓을 때
차게 다스리는 약 구함과 같나니
탐해 구해서 괴로운 걱정 그치면
어리석은 사람은 자재(자재)하다 말하네.
그리고 저 모든 생활수단도
꼭 이 고통 그치게 하는 것 아니며
그것은 다시 괴로움을 더하나니
자재한 법이 아니기 때문이라네.
따뜻한 옷도 늘 즐거운 것 아니어서
때가 지나면 다시 고통 생기네.
달빛은 여름에는 서늘하지만
[151 / 10004] 쪽
겨울이면 추운 고통 더해 주나니
이렇게 이 세상 여덟 가지 법
어느 것도 결정된 모습 없다네.
괴롭고 즐거운 모습도 일정한 것 아니니
노비와 임금이 무슨 차이가 있으랴.
백성들에게 지시를 받들어 행하게 할 땐
임금을 뛰어난 사람 되게 하지만
그 지시는 고통으로서
마치 무거운 짐을 진 것과 같네.
세상의 가볍고 무거운 것 재어 보면
온갖 고통 그 몸에 모여 있네.
왕이 되면 사람들의 원망과 미움 많고
비록 친한 이라도 되려 근심 되나니
친한 이 없이 혼자 살아가는 것
거기에 다시 무슨 즐거움 있으랴.
4천하의 왕이라 하더라도
그 활동[용]은 하나에 지나지 않네.
만 가지 일을 경영해 구한다 해도
그저 괴로움일 뿐 몸에 무엇이 이로우랴.
아직 탐하여 구하기를 그치지 못했으면
일을 쉼이 큰 안락이 되리니
왕위에 있으면 5욕의 즐거움 있지만
왕이 되지 않으면 한적한 기쁨 있다네.
기쁨과 즐거움이 이미 동등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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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 10004] 쪽
구태여 왕위에 무엇 하러 앉으랴.
그대는 그러한 방편을 꾀해
5욕으로 나를 인도하지 말라.
내 마음이 바라는 바는
맑고 시원하며 도(도)를 통하는 일
그대가 만일 나를 이롭게 하려거든
내 구하는 것 도와 이루게 하라.
나는 원수의 집도 두려워하지 않고
하늘에 나는 즐거움도 바라지 않네.
마음으로 세속의 이익 생각지 않아
하늘관[천관]도 버린 것이라네.
그러므로 간절한 그대의 정을 어기고
그대 여기 온 뜻을 따르지 않는 것이니
독사의 입을 벗어난 것 같거늘
어찌 다시 그것을 도로 잡으리
횃불을 잡으면 자신이 타버리거늘
어찌 빨리 그것을 버리지 않으리.
눈 있는 사람이 장님을 부러워하고
이미 풀려났는데 다시 결박을 구하네.
부자로서 가난하고 궁핍한 것 원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어리석음 배우는 것
세상에 만일 이런 사람 있다면
나도 마땅히 나라 다스림을 즐거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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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 10004] 쪽
나는 남[생]·늙음·죽음을 건너려고
몸을 절제해가며 밥 빌어먹고
욕심을 적게 하여 한적함을 지키나니
뒷세상에 태어날 땐 나쁜 세계 면하리라.
이것은 곧 두 세상의 편안함이니
그대는 이제 나를 가엾어하지 말라.
참으로 슬퍼할 건 왕이 된 자들이니
그 마음 언제나 허하고 갈증 느껴
이 세상에서는 편안하지 못하고
뒷세상에서는 괴로운 과보 받으리.
그대는 이름난 훌륭한 종족으로
대장부의 예절 있는 행동 있어서
나를 두터이 생각하고 대접하여
이 세상의 즐거움을 함께하려 하는구료.
나도 또한 마땅히 그 덕을 갚기 위해
나의 이익 같이 하기 그대에게 권하노라.
세 가지 즐거움 익히는 것을
세상의 장부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또한 옳지 못한 일이거니
늘 갈구함에 만족이 없기 때문이며
만일 남[생]·늙음·죽음 없으면
그야말로 대장부라 할 수 있다네.
'젊어서는 경솔하고 조급하므로
늙어서 집 떠나라'고 그대 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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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 10004] 쪽
내 보기에는 나이 늙은 사람은
힘이 모자라 수행할 수 없으니
한창 젊고 뜻이 굳셀 때
마음을 결정하는 것만 못하네.
죽음의 적(적)은 칼 잡고 따르면서
언제나 그 틈을 엿보며 찾나니
어떻게 늙어 뜻을 좇아
비로소 출가할 겨를 있으랴.
저 무상(무상)함이 사냥꾼 되어
늙음의 활과 병듦의 예리한 화살로
나고 죽음의 넓은 들에서
언제나 중생이란 사슴을 엿보다가
틈만 얻으면 곧 목숨 빼앗나니
어떻게 목숨 마치기를 바라랴.
대개 사람의 하는 짓에는
생기고 멸하는 일 있는 법이니
젊어서나 또 중년(중년)일 때
마땅히 힘써 준비하여야 하리.
제사 행하여 큰 모임을 가지는 것
이것은 다 어리석기 때문이니
마땅히 바른 법을 숭상해야 하겠거늘
도리어 살생(살생)하여 하늘에 제사하네.
산목숨을 죽여 복을 구하는 것
이것은 자비(자비) 없는 사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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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 10004] 쪽
항상함[상]을 원해서 산목숨 죽이지만
그렇다면 오히려 죽이지 말아야 하리.
하물며 다시금 무상한 것 구하면서
어찌 산목숨을 잡아서 제사지내리오.
만약 계율과 들어 아는 지혜 없거나
선(선)을 닦아 적정(적정)한 이는
마땅히 세상 사람 풍습을 따라
제사 행하여 큰 모임 열지 않는다네.
산목숨 죽여 현세의 즐거움 얻는다 해도
슬기로운 사람은 살생하지 않겠거늘
하물며 다시금 중생을 죽여
뒷세상의 복을 구하려 하리오.
이 삼계(삼계)의 인위적[유위]인 과보는
그 모두 다 내가 좋아하는 것 아니니
모든 세계는 흘러 움직이는 법으로서
물풀이 바람에 불려 떠다니는 것 같네.
그러므로 내 여기 멀리 온 것은
진정한 해탈을 구하기 위함이니
저기 해탈의 방법 잘 말하는
아라람(아라?) 있다는 소문 듣고
나는 이제 저 큰 선인(선인)인
무니(모니) 있는 곳으로 나아가리라.
정성스런 말을 괴롭게 끊었으나
나는 지금 그대에게 감사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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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 10004] 쪽
부디 그대의 나라 안온하기 바라며
잘 보호하여 제석천과 같이 하고
지혜의 광명 천하를 비추되
마치 한낮의 햇빛과 같길 바라네.
매우 훌륭한 대지(대지)의 주인으로
단정한 마음 지녀 그 목숨 보호하고
바른 교화로 그 아들 보호하며
이 천하에서 법왕(법왕) 되기 바라네.
얼음과 눈은 불의 원수가 되지만
불로 인연하여 연기가 깃발처럼 일어나고
연기 깃발 같은 뜬구름 형성되며
뜬구름이 큰비를 내릴 때
어떤 새는 공중에 있으면서 비를 마시지만
빗물 마셔도 몸은 젖지 않네.
큰 원수를 죽여 집[택]을 삼고
집에 살면서 큰 원수를 다시 죽이리.
큰 원수를 죽이는 사람 있으면
그대는 마땅히 그를 항복받으리.
그래서 그로 하여금 해탈 얻게 함이
물 마시지만 몸은 젖지 않는 것 같네.”
그 때 그 왕은 합장을 하고
그 덕을 존경하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말했네.
“그대가 바라는 것과 같이
부디 그 결과 빨리 이루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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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 10004] 쪽
그대는 그 결과 빨리 이루고 나서
돌아와 나를 거두어 주시오.”
보살은 마음으로 그러리라 허락했네.
“반드시 그대 소원대로 되리라.”
이렇게 대답한 뒤 그 길을 따라
아라람 있는 곳으로 떠나갔다.
왕과 그 모든 권속들
합장하고 전송한 뒤에
모두 기특한 생각내면서
왕사성(왕사성)으로 돌아왔었다.
12. 아라람울두람품(아라남울두남품)
감자족(감자족)·월광족(월광족)의 후손은
저 고요한 숲에 이르러
무니(모니) 큰 선인(선인)인
아라람(아라남)에게 공손히 나아갔네.
가람(가남) 현족(현족)의 아들은
멀리서 보살이 오는 것 보고
큰 소리로 멀리서 찬탄하고
위로하면서 '잘 오셨소'라고 하였네.
합장해 서로 공경하고
서로의 안부[안길부] 물으며
서로 위로한 뒤에
태자는 천천히 자리에 나아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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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 10004] 쪽
범지(범지)는 태자의 얼굴과
자상한 그 태도 보고
그의 덕화에 푹 빠져서 감복하여
목마른 이 감로를 마시듯 했네.
손을 들어 태자에게 말하였네.
“그대 집 떠남을 안 지 오래이다.
친함과 사랑에 묶인 사슬 끊음이
코끼리가 굴레를 벗어난 것 같구나.
깊은 지혜와 깨달은 지혜 밝아
능히 그 독한 과보 면하였구나.
옛날의 밝고 훌륭한 왕들
왕위를 버리고 아들에게 맡겼으니
마치 사람이 걸고 있던 꽃다발이
시들었기 때문에 내버리듯 하였네.
그러나 그대가 아직 젊은 나이로
왕위를 받지 않은 그것만은 못하나니
너의 깊고 견고한 그 뜻을 보건대
능히 바른 법 그릇 될 수 있겠네.
그대는 마땅히 지혜의 배를 타고
나고 죽음의 바다 뛰어 건너게
나는 지금까지 배우려는 사람 오면
그 재질 자세히 살핀 다음 가르쳤다네.
그러나 내 이제 이미 그대를 살펴보고
굳세고 단단하게 먹은 마음 알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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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 10004] 쪽
다만 바라건대 마음껏 공부하라.
나는 끝내 그대에게 숨김이 없으리라.”
태자는 그의 가르침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곧 대답하였다.
“당신은 평등한 마음으로
사랑과 미움 없이 잘 가르쳐
다만 마음 비우고 받아준다면
내 소원은 곧 이루어지리.
밤길을 가는 사람 횃불을 얻은 듯
방위를 잃은 사람 길잡이 만난 듯
바다를 건널 때 배를 얻은 것처럼
지금 나도 또한 그와 같아라.
이제 가엾게 여기는 허락을 얻었으니
감히 내 마음 속의 의심을 물으리.
어떻게 하면 남[생]과 늙음과
병듦·죽음의 근심 면할 수 있는가?”
그 때 아라람은
태자가 묻는 말 듣고
스스로 모든 경론(경론)으로써
간략히 그를 위해 해설하였네.
“그대는 기미를 깨달은 장부로서
총명한 사람 중 제일이로다
이제 내가 말하는 것을 잘 듣게
나고 죽음이 일어나고 멸하는 이치 말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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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 10004] 쪽
자성[성]·전변[변]·남·늙음·죽음
이 다섯 가지 있으면 중생이라 한다네.
자성[성]이란 순수하고 깨끗한 것이요
전변(전변)이란 다섯 가지 요소[오대]인
나[아]와 깨달음[각]과 나타남[견]과
경계[경]를 따름과 근(근)을
전변이라 말한다네.
빛깔·소리·냄새·맛·감촉
이것들을 경계(경계)라 이름하며
손과 발과 언어와 또 두 가지 길[도]
이 다섯 가지를 업근(업근)이라 이름한다네.
눈·귀·코·혀·몸
이것을 이름하여 각근(각근)이라 부르고
의근(의근)은 두 뜻을 겸하였으니
업(업)이라고도 하고 각(각)이라고도 하며
자성[성]의 전변을 인(인)이라 하고
인을 아는 것[지인]을 나[아]라 한다네.
저 가비라(가비라) 선인들과
그 제자 권속들은
이러한 나의 중요한 이치에서
닦고 공부하여 해탈을 얻었나니
저 가비라는
지금의 파사파제(파?파제)이네.
남[생]·늙음·죽음을 깨달아 아는 것
이것을 이름하여 나타남이라 하고
[161 / 10004] 쪽
이 나타남과 서로 어긋나는 것을
이름하여 나타나지 않음[불견]이라 한다네.
어리석음과 업(업)과 애욕(애욕)은
이것을 말하여 전륜(전륜)이라 하나니
만일 이 세 가지에 머물게 되면
이 중생은 해탈하지 못하리라.
믿지 않음·아만[아]·의심·참람함
분별하지 못함과 방편 없음과
경계에 깊이 헤아려 집착하며
내 것[아소]에 얽매이기 때문이라네.
믿지 않음은 뒤바뀌고 변하게 되어
다르게 행동하고 다르게 이해하는 것이며
'나는 말한다, 나는 깨달아 안다,
나는 가고 온다, 나는 머문다'는 등
이와 같은 따위의 헤아리는 나[아]를
이것을 나의 지어 변함[아작전]이라 하네.
모든 자성에 대하여 망설이면서
옳다 그르다 하며 진실을 얻지 못하나니
이와 같이 결정하지 못하는 것
이것을 이름하여 의심이라 한다네.
더러는 법이 곧 나[아]라 말하고
나는 곧 뜻[의]이라 말하거나
또한 나는 깨달음[각]과 업(업)이라고 말하고
모든 수(수)를 또 나라고도 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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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 10004] 쪽
이와 같이 분별하지 못한다면
이것을 총람(총람)이라 하고
어리석음과 영리함, 자성[성]과 전변[변]의 차이를 모르는 것
이것을 분별하지 못함이라 한다네.
예배하며 모든 경전을 독송하고
생물을 죽여 하늘에 제사하며
물과 불 따위를 깨끗하다고 하여
그것으로 해탈한다 생각하나니
이와 같은 갖가지 견해를 가지는 것
이것을 방편 없음이라 한다네.
어리석게 헤아리고 집착하는 것
뜻·말·깨달음·업
또 모든 경계를 헤아려 집착하는 것
이것을 집착이라 한다네.
세상 물건을 다 내 것이라 하는 것
이것을 섭수(섭수)라 한다네.
이와 같은 여덟 가지 미혹(미혹)은
나고 죽음의 길에 빠뜨린다네.
이 세상의 모든 어리석은 사람들
다섯 가지 굴절[절]을 거두어 받나니
어둠·어리석음·큰 어리석음
그리고 성냄과 두려움이라네.
게으름을 일러 어둠이라 하고
나고 죽음을 어리석음이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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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 10004] 쪽
애욕을 큰 어리석음이라 하는데
대인(대인)도 거기에 미혹하기 때문이라네.
원한 품는 것을 성냄이라 하고
마음이 겁내는 것 두려움이라 하나니
이와 같이 저 어리석은 범부들은
5욕(욕)을 헤아리고 집착한다네.
남[생]과 죽음은 큰 고통의 근본으로
다섯 세계에 나기를 바퀴 돌듯하네.
거기서 다시 '나는 보고 듣는다,
나는 안다, 내가 지은 것이다'라고 하면서
이것을 인연하여 나를 헤아리기 때문에
나고 죽는 흐름을 그대로 따르지만
이 인(인)에 자성[성]이 없다면
그 과(과)도 또한 자성이 있지 않다네.
이른바 바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이 네 가지 법에서 해탈로 나아가나니
지혜로움과 어리석음과
또 나타남[현현]과 나타나지 않음
만일 이 네 가지 법을 안다면
남·늙음·죽음을 여읠 수 있어서
남·늙음·죽음이 이미 다하면
다함이 없는 곳을 얻게 되리라.
이 세간의 바라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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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 10004] 쪽
모두 다 이 이치에 의지하여
범행(범행)을 닦아 행하고
또한 남을 위하여 널리 설명한다네.”
그 때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아라람(아라감)에게 다시 물었다.
“어떻게 방편을 쓰며
마지막엔 어디에 이릅니까?
어떠한 범행(범행)을 행하여
또 얼마 동안이나 지내야 합니까?
무엇 때문에 범행을 닦으며
법은 장차 어디까지 이르는가?
이러한 모든 중요한 이치를
나를 위해 자세히 설명해주오.”
그 때 저 아라람은
경론(경론)에서 말한 것처럼
스스로 지혜로운 방편으로써
다시 그를 위해 간략히 분별했네.
“처음으로 세속을 떠나 집을 나오면
밥을 빌어먹는 생활에 의지하여
모든 위의(위의)를 두루 갖추며
바른 계율을 받들어 지니게
욕심을 적게 하여 만족할 줄 알아
맛나건 거친 음식이건 얻는 대로 먹으며
즐거이 혼자 한가함을 닦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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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 10004] 쪽
모든 경론 부지런히 익혀야 하네.
탐욕의 두려움과
탐욕 여의어 맑고 시원함을 보고
모든 감관[근]의 무더기를 거두어
마음을 적묵(적?)케 해 편안히 하소.
탐욕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욕계(욕계)의 모든 번뇌 여의고
멀리 떠남에서 기쁨과 즐거움 내면
첫 각관(각관)의 선(선)을 얻으리라.
이미 초선(초선)의 그 즐거움과
또 각(각)과 관(관)의 마음을 얻고
기특하다는 생각을 내어
어리석은 마음이 그 즐거움에 집착한다면
그 마음 멀리 여읜 즐거움에 의지하여
목숨이 끝나면 범천(범천)에 나게 되리라.
지혜로운 사람은 능히 스스로 알아
방편으로 각(각)과 관(관)을 그치고
꾸준히 힘써 위로 더 나아가
제2선(제이선)과 서로 호응하나니
그 기쁨과 즐거움에 맛을 붙이면
저 광음천(광음천)에 나게 되리라.
방편으로 기쁨과 즐거움 여의고
제3선(제삼선)을 더 닦아서
그 안락함보다 나은 것 구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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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 10004] 쪽
저 변정천(편정천)에 나게 되리라.
그 마음의 즐거움 버린 사람은
제4선을 얻게 되어
괴로움과 즐거움이 함께 그쳐
혹은 해탈하였다는 생각을 내리라.
그러나 저 4선의 과보에 머물면
그는 광과천(광과천)에 나게 되리니
그는 오랫동안 장수하기 때문에
이름하여 광과(광과)라 한다네.
그는 그 선정(선정)에서 일어나
존재하는 몸뚱이조차 허물임을 깨닫고
더욱더 나아가 지혜 닦아서
제4선을 싫어해 떠나나니
결정코 더욱더 나아가기 구하고
방편으로써 색욕(색욕)을 없애면
비로소 자기 몸의 모든 구멍이
점차 텅 빈 알음알이[허해]를 닦게 되리라.
닦기를 마치면 견고분(견고분)이 되어
그 모두는 다 공관(공관)이 되고
다시 공관(공관)의 경계를 없애면
나아가 한량없는 식(식)을 관찰하리니
안으로 지극히 고요함을 간직해
나[아]를 여의고 또 내 것을 여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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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 10004] 쪽
아무 것도 없음을 관찰하게 되면
이것을 무소유처(무소유처)라 한다네.
문사(문?：식물명)의 껍질과 줄기 여의고
들새가 새장을 벗어난 것처럼
모든 경계를 멀리 여의나니
해탈하는 것도 또한 그러하니라.
이 최상의 바라문은
몸을 여의어 항상 다함이 없나니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알라.
이것을 진정한 해탈이라 하느니라.
그대가 질문한 그 방편과
또 해탈을 구하는 것은
내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나니
깊이 믿는 사람은 마땅히 배워야 하네.
임기사(임기사) 선인과
또 암나가(암나가)와
비타(비타)와 바라사(파라사)와
그 밖의 도를 구하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다 이 방법을 따라
진정한 해탈을 얻었다네.”
태자는 그가 하는 말 듣고
그 말의 이치를 생각하다가
전생의 인연[숙연] 떠올라
그에게 다시 청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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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 10004] 쪽
“당신의 그 훌륭한 지혜와
미묘하고 깊고 자세한 이치 들으니
인(인)을 아는 것에 대해서 버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곧 구경[구경]의 도(도) 아니라네.
자성(자성)과 전변(전변)으로 인(인) 아는 것을
해탈이라고 주장해 말하지만
내가 그 나는[생] 법을 관찰해보니
그 또한 종자법(종자법)이었네.
당신이 '내[아]가 청정하게 되면
그것이 진정한 해탈이다'라고 말한 것도
만일 인연이 모여져 만나게 되면
곧 다시 묶여버리고 말 것이네.
그것은 마치 저 종자와 같아서
때로는 땅·물·불·바람으로
각각 흩어져 삶의 이치와 어긋났다가도
그 인연을 만나면 종자는 다시 나게 된다.
무지(무지)와 업인(업인)과 또 애욕을
버리면 곧 해탈이라 이름하지만
나라는 것 인식하는 모든 중생은
필경(필경)의 해탈 끝내 없으리니
곳곳에서 세 가지를 버리면서도
다시 또 세 가지 더한 것 얻네.
나라는 것 언제나 있기 때문에
그것은 곧 미세하게 따라다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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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 10004] 쪽
미세한 허물이 따르기 때문에
마음은 곧 방편을 여의게 되네.
수명이 오래 삶을 얻는 것
당신은 그것을 진정한 해탈이라 하고
당신이 내 것[아소]을 여읜다 하는 것도
여의면 그것도 곧 없는 것이라네.
많은 수(수)를 이미 여의지 못하고
어떻게 구나(구나)를 여읠 것인가.
그러므로 구나가 있다면
해탈이 아닌 줄을 알아야 한다.
구니(구니)와 구나(구나)는
뜻은 달라도 그 바탕은 하나이니
만일 서로 여읜다 말하더라도
끝내 이러한 것은 있을 수 없네.
따뜻함과 색과 불을 여의고서는
따로 다른 불 얻을 수 없나니
비유하면 그 몸이 전에 없었으면
곧 몸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네.
이와 같이 구나가 있기 전에는
구니도 또한 있을 수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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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 10004] 쪽
그러므로 먼저 해탈했다 하더라도
그 뒤에 다시 몸이 결박된다네.
또 인(인)을 알아 몸을 여의되
혹은 앎이 있거나 앎이 없나니
만일 거기에 앎이 있다 말한다면
마땅히 알아야 할 대상이 있어야 하리니
만일 알아야 할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곧 해탈한 것 아니다.
만일 앎이 없다고 말한다면
나[아]란 곧 쓸데없는 것이고
나를 떠나서 앎이 있다면
나란 곧 목석(목석)과 같은 것이리.
세밀하고 거친 것 낱낱이 알아
거친 것 저버리고 정미로운 것 숭상하니
만일에 능히 그 모두를 버린다면
해야할 일 곧 마치는 것이라네.”
태자는 그 아라람의 말에
그 마음 기쁘게 할 수 없자
일체를 아는 지혜 아닌 줄 알고
마땅히 가서 다시 나은 것 구하려 하였네.
태자는 울타(울타) 선인에게 나아갔으나
그도 또한 나[아]가 있다 헤아렸네.
그는 비록 미세한 경계를 관찰했으나
상(상)과 상 아닌 것의 허물을 보고
[171 / 10004] 쪽
상과 상 아님 떠나 거기 머문 채
다시는 헤어나올 길 없었다.
그러나 중생들은 그에게 감으로써
반드시 도로 물러나게 되어 있었다.
보살은 진정한 해탈을 구하기 위한 까닭에
다시 울타(울타) 선인을 버리고
보다 더 훌륭하고 묘한 도(도) 구하여
앞으로 나아가 가사산(가?산)에 올라갔네.
그 성(성)의 이름은 고행림(고행림)인데
거기엔 다섯 비구가 먼저부터 살고 있었다.
그 다섯 비구를 보니
그들은 모든 정근(정근)을 잘 거두어 잡고
계(계)를 지키고 고행을 닦으면서
그 고행림에 살고 있었네.
니련선하(니연선하) 기슭은
지극히 고요하여 즐길 만하였으니
보살은 곧 거기에 나아가
한곳에서 고요히 사색에 잠겼었네.
저 다섯 비구는 그 보살이
알뜰한 마음으로 해탈 구함을 알고
마음 다하여 공경하기를
자재천(자재천)을 공경하듯 하였네.
겸손하고 낮추어 스승으로 섬기고
언제나 그를 따라 떠나지 않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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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 10004] 쪽
마치 수행하는 사람의 모든 감관[근]이
그 마음을 따라 움직이듯 하였네.
보살은 열심히 방편 닦으니
늙음·병듦·죽음을 건너기 위함이라.
전일한 마음으로 고행을 닦느라
몸을 절제하여 먹기조차 잊었었네.
깨끗한 마음으로 재계(재계) 지킬 때
수행하는 사람이 견딜 바 아니었네.
고요하고 잠잠히 선정에 들어
어느새 6년이 훌쩍 지났네.
하루에 먹는 것 참깨 한 알
몸뚱이는 지극히 여위어갔네.
건너지 못한 것을 건너려 하였으나
갈수록 미혹하고 더욱 아득해졌네.
도(도)는 지혜와 이해로 이뤄지는 것
먹지 않는 것 그 인(인)이 아니었네.
온몸은 비록 약해지고 말랐으나
슬기로운 마음은 갈수록 밝아졌네.
정신은 비어지고 몸은 가벼워져
그 이름과 덕 널리 퍼지리니
마치 달이 처음 떠오르듯
구모두(구모두)꽃이 피어나듯
훌륭한 이름 온 나라에 넘쳐 퍼질 때
남녀들은 다투어 와서 뵈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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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 10004] 쪽
괴로운 육신은 마른 나무 같았는데
어느새 6년이 거의 차려 하였으니
나고 죽는 괴로움을 두려워하여
오로지 바른 깨침의 인(인)만을 구하였네.
스스로 생각하되 '이것으로 말미암아
욕(욕)을 여읜 고요한 관(관) 생기는 것 아니네.
내 옛날 염부(염부)나무 밑에서
일찍 없었던 것 얻음만 못하나니
그것이 곧 도(도)이었음 알아야 하네.
도는 약한 몸으로 얻어지는 것 아니니
반드시 몸의 힘으로 구해야 하리.
음식이란 모든 감관[근]을 충실시키니
감관이 기쁘면 마음도 편안하네.
마음이 편안하면 고요함을 따르나니
고요함은 선정(선정)의 통발이 되네.
선(선)으로 말미암아 성스러운 법 알고
법의 힘이라야 얻기 어려운 것 얻나니
그러므로 고요함은 늙음과 죽음 여의고
무엇보다 으뜸으로 모든 번뇌 여읜다.
이와 같은 따위의 묘한 법들은
모두 다 음식으로 말미암아 생기네'라고 하였다.
이렇게 이 이치를 생각한 뒤에
니련강 물에서 목욕하였다.
목욕하고 못에서 나오려 하였으나
몸이 너무 쇠약해 일어날 수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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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천신)이 나뭇가지 늘어뜨려
손을 들어 휘어잡고 빠져 나왔다.
그 때 그 산림(산림) 곁에는
어떤 소 먹이는 어른이 있었다.
그의 맏딸 이름은 난타(난타)라 하였는데
정거천(정거천)이 그녀에게 와서 말했다.
“지금 보살이 숲 속에 계시니
너는 마땅히 가서 공양 올려라.”
그 때 난타바라사(난타파라?)는
기뻐하며 그 곳에 나아갔다.
손목에는 흰 구슬 팔찌 끼고
몸에는 푸른 물들인 옷 입었는데
푸르고 흰 빛이 서로 비치어
맑은 물에 꽃다발을 담근 것 같네.
믿는 마음 더욱 기뻐 뛰면서
그 보살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향기로운 유미(유?)를 공손히 바쳤네.
'오직 가엾게 여겨 받아 주소서.'
보살이 그것을 받아 마시니
그는 곧 현법(현법)의 과실
그것을 먹자 모든 감관[근]이 즐거워져
넉넉히 보리(보제)를 받을 수 있었네.
온몸은 환한 빛으로 빛나고
덕 있는 모습 더욱 숭고하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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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모든 시냇물이 바다를 더욱 불리듯
처음 떠오르는 달과 해가 더욱 빛나듯했네.
다섯 비구는 태자를 보자
놀라면서 괴상하단 생각하며 말하였네.
“저 사람은 도(도)의 마음에서 퇴보하였다.
내버려두고 다른 좋은 곳으로 가자.”
마치 사람이 해탈을 얻으면
다섯 가지 요소를 멀리 여의듯
보살은 다만 혼자 노닐며
저 길상수(길상수) 밑으로 나아갔네.
장차 반드시 그 나무 밑에서
등정각(등정각)의 도를 성취하게 되는데
그 땅은 넓고 또 편편하였고
부드럽고 빛나며 고운 풀 나 있었네.
보살은 사자 걸음으로 조용히 걸어가니
걸음마다 땅바닥이 진동하였네.
땅울림은 눈먼 용(용)을 감동시켜
기뻐하는 바람에 눈을 뜨며 말하였네.
“일찍이 과거 부처님 뵈오니
땅 진동하는 모양 지금 같았네.
무니(모니)의 덕은 높고도 커서
대지(대지)의 수승함도 그만 못하네.
발걸음 걸음마다 땅을 밟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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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릉우릉 진동하는 소리가 나며
묘한 광명 온 천하를 두루 비추어
마치 아침 햇빛의 밝음 같았다.
5백 마리 푸른 새떼들
허공에서 오른쪽으로 빙빙 도는데
부드럽고 연하며 맑고 시원한 바람
새떼 따라 돌고 돌았네.
이와 같은 모든 상서로운 모양은
모두 다 과거의 부처님 때 같나니
그러므로 알 수 있네. 장차 이 보살님
바른 깨침의 도(도)를 성취하리라.”
보살은 어떤 풀 베는 이에게서
깨끗하고 부드럽고 연한 풀 얻어
나무 밑에 그 풀로 자리를 펴고
몸을 바로하여 편안하게 앉았네.
가부좌를 하고 움직이지 않음이
마치 용(용)의 몸이 묶인 듯했네.
'내 해야 할 일을 마칠 때까지
맹세코 이 자리 뜨지 않으리.'
이렇게 참된 서원(서원)을 말할 때
하늘과 용은 모두 기뻐하였고
맑고 시원한 실바람 일어나며
초목도 그 가지를 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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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짐승과 길짐승들도
모두 고요히 소리내지 않았으니
이런 현상 모두는 보살이
반드시 도를 이룰 징조였네.
13. 파마품(파마품)
선왕족(선왕족)의 큰 선인(선인)은
보리수 밑에서
굳고 튼튼한 서원을 세우고
반드시 해탈의 도(도) 이루려 하였었네.
귀신과 용과 모든 하늘 대중들
모두 다 크게 기뻐했으나
법의 원수인 마천왕(마천왕)은
홀로 근심하면서 기뻐하지 않았네.
오욕자재천왕(오욕자재천왕)은
갖가지 전투하는 재주 갖추고
해탈하는 사람을 미워하므로
그를 이름하여 파순(파순)이라 하네.
그 마왕에게 세 딸이 있었는데
아름다운 얼굴에 맵시 있는 자태와
갖가지 방법으로 사람 홀리는 기술은
천녀(천녀)들 가운데서 제일이었다.
그 첫째 딸의 이름은 욕염(욕염)이고
둘째 딸의 이름은 능열인(능열인)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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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딸의 이름은 가애락(가애락)이었다.
이 세 딸들 함께 나아가
아비 파순에게 아뢰었다.
“무슨 근심이나 걱정이 있습니까?”
그러자 아비는 그 일들을 갖추어
여러 딸에게 심정을 하소연했다.
“저 세간에 큰 무니(모니) 있어
몸에는 큰 서원의 갑옷을 입고
손에는 대아(대아)라는 활과
굳세고 날카로운 지혜의 화살 쥐고
싸워서 중생을 항복받으며
우리 경계를 부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우선 저만 못하리
중생들 모두는 그를 믿으며
해탈의 도(도)로 돌아가려 하나니
내 영토는 곧 비게[공허] 되리라.
비유컨대 사람이 계(계)를 범하면
그 몸이 곧 비게 되는 것처럼
또 혜안(혜안)이 아직 열리기 전에는
내 나라가 그래도 편할 것이다.
나는 이제 가서 그 뜻을 부수고
그 다리[교양]를 끊어 버려야겠다.”
이에 활 잡고 다섯 화살 가지고
사내 계집들 권속을 거느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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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길안림(길안림)으로 나아가
중생들이 편안하지 않기를 빌었다.
거기서 무니(모니)가 고요하고 잠잠히
삼유(삼유)의 바다를 건너려는 것 보고
왼손에는 굳센 활을 잡고
오른 손으로는 날카로운 화살을 퉁기면서
보살을 향하여 외쳐 말했네.
'너 찰제리(찰제리)는 빨리 일어나거라.
죽음이란 참으로 두려운 것이니
너는 마땅히 스스로의 법을 닦고
해탈의 법은 버려야 하느니라.
싸움 익히고 복 짓는 모임 열고
모든 세간을 항복받아 다스리다가
마침내 하늘에 나는 즐거움을 얻거라.
이 길만이 좋은 이름 남기는
훌륭한 조상들이 행한 길이니
선왕(선왕)인 높은 조상의 후예로서
걸사(걸사)는 거기에 걸맞지 않다.
만일 지금 일어나지 않겠다면
우선은 네 뜻에 맡겨두겠지만
삼가 굳은 맹세를 버리지 않겠거든
내 화살 하나 쏘아 시험하리라.
월광(월광)의 손자 저 가라(?라)도
또한 나의 이 화살로 말미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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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부딪치자 바람에 날아가듯
그 마음 미친 증세 내었느니라.
고요함을 지키는 고행 선인도
나의 이 화살 소리를 듣고
마음에 심한 두려움 생겨
정신이 아득하여 본성(본성) 잃었다.
하물며 너는 말세(말세)에 태어나
나의 이 화살 벗어나기 바라는가.
만일 네가 이제 속히 일어난다면
다행히 안전함을 얻게 되리라.
이 화살은 독 기운이 가득하여
원통하고 슬퍼하며 벌벌 떨리라.
온힘을 다해 화살을 감당해도
자신 하나 편하기도 오히려 어렵겠거늘
하물며 화살도 감당치 못하는 그대가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악마는 이러한 사실을 들어
보살을 협박하고 핍박하였으나
보살은 마음이 즐거운 듯
망설이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았네.
마왕은 곧 화살을 쏘고
아울러 아름다운 세 딸을 보냈네.
보살은 그 화살 보지도 않고
세 딸도 또한 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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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은 근심하고 또 의심하면서
혼자서 입 속으로 중얼거렸네.
'일찍이 설산의 여자를 위해
마혜수라신(마혜수라신)을 쏘아
능히 그 마음 변하게 하였으니
이제 이 보살을 움직이지 못하겠는가.
또한 이 화살이나
하늘의 세 예쁜 딸들도
능히 그 마음 움직여
애정이나 성냄을 일으키지 못했네.
그러면 다시 많은 군사를 모아
힘으로써 저를 핍박하리라.'
마왕이 이렇게 생각할 때
마군들이 갑자기 모여들었다.
갖가지로 제각기 다른 형상에
혹은 창을 잡기도 했고 칼을 가지며
세 갈래 창 나무에 금방망이 잡기도 하고
갖가지 무기를 갖추었다.
돼지·물고기·나귀·말 머리 형상도 있고
낙타·소·들소·호랑이 얼굴도 있으며
사자·용·코끼리 머리도 있고
그 밖에 다른 짐승 따위도 있었다.
혹은 한 몸에 많은 머리도 있고
혹은 얼굴에 눈이 하나인 것도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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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또 여러 개 눈을 가진 것도 있고
혹은 배불뚝이에 키다리도 있었다.
혹은 바짝 여윈 데다 배가 없기도 하고
혹은 긴 다리에 큰 무릎이며
혹은 큰 다리에 살찐 장딴지
혹은 긴 어금니에 날카로운 손톱 지녔다.
혹은 머리와 눈이 없는 얼굴이기도 하고
혹은 두 발에 많은 몸 있으며
혹은 커다란 얼굴과 옆으로 붙은 얼굴
혹은 재흙빛을 가진 것도 있었다.
혹은 밝은 별빛 같기도 하며
혹은 몸에 연기와 불을 뿜어댔다.
혹은 코끼리 귀에 산을 졌으며
혹은 머리털을 풀어헤친 채 알몸뚱이며
혹은 가죽옷 입었는데
낯빛이 반은 붉고 반은 희었다.
혹은 호랑이 가죽옷 입고
혹은 뱀 껍질을 입었으며
혹은 허리에 큰 방울을 차고
혹은 머리를 땋고 상투 틀었으며
혹은 머리를 풀어 몸을 덮었다.
혹은 사람의 정기(정기)를 빨고
혹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기도 하며
혹은 높이 뛰면서 크게 부르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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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달려서 서로 쫓기도 하며
번갈아 때리고 해치기도 하였다.
혹은 공중을 빙빙 돌아다니기도 하고
혹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기도 하며
혹은 부르짖고 아우성칠 때
모진 소리 천지를 흔들었다.
이와 같이 모든 악한 무리들
보리수(보제수)를 에워쌌었네.
혹은 몸을 찢으려 하고
혹은 또 물고 씹으려 하였으며
사방에서 놓은 불은 세차게 일어
연기와 불꽃 하늘을 찔렀었다.
모진 바람은 사방에서 세차게 일어
온 산의 수풀은 모두 다 떨었나니
바람과 불, 연기와 티끌 어울려
어둠 속에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네.
법을 사랑하는 모든 하늘 사람과
또 모든 용들과 모든 귀신들
모두 악마 무리들에게 분해하며
미워하고 성내어 피눈물 흘렸네.
정거천(정거천)의 모든 하늘 무리들
욕심 여의고 성내는 마음 없는
보살을 악마들이 못살게 굴며
해치려는 것 보고 안타깝게 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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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 10004] 쪽
모두 내려와 보살을 보니
단정히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한량없는 악마들이 둘러싸고
모진 소리 천지를 진동했으나
보살은 편안하게 잠자코 있어
빛나는 얼굴에 다른 기색 없었다.
비유하면 마치 저 사자왕이
뭇 짐승 가운데 있는 듯 하였나니
모두들 '아아' 하고 찬탄하면서
기특하기 일찍이 없던 일이라 했다.
악마들은 서로 채찍질해 몰아 붙이고
제각기 그 위력을 나타내면서
번갈아 서로 마구 재촉하고
한시 바삐 쳐부수어 없애려 하였다.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기도 하고
어지럽게 날면서 핍박하였다.
그러나 보살은 잠자코 바라보기를
마치 아이들 장난 구경하듯 하였다.
악마들은 더욱 성내고 분해하여
싸우는 힘을 배나 더하였으나
돌을 안으려 하면 도저히 들 수가 없고
이미 든 것은 다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세 갈래 창이나 긴 창과 예리한 창 내던지면
허공에 달라붙어 내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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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 10004] 쪽
천둥 울리며 우박을 퍼부어도
모두 5색 꽃으로 변해 버리고
사나운 뱀이 독을 뿜어도
향기로운 바람으로 변화해 버렸다.
이렇게 여러 가지 모든 무리들
보살을 해치려고 하였지만
보살을 능히 뒤흔들지 못하고
일마다 도리어 자신만을 다치게 했다.
마왕에게는 미가(미가)·가리(가리)라 하는
두 자매(자매)가 있었다.
손에는 해골 그릇을 들고
보살 앞에 나타나서
갖가지 이상한 몸짓 지으며
음탕한 홀림으로 보살을 유혹했다.
이러한 여러 악마 무리들
갖가지 추한 몸짓으로
온갖 모진 소리를 내며
보살을 두렵게 하려 하였다.
그러나 털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으니
모든 악마들 근심하고 슬퍼하였네.
그 때 공중에서 부다신(부다신)이
몸은 숨긴 채 소리만 내었다.
“내 큰 무니를 보니
마음에는 조금도 원한 없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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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 10004] 쪽
뭇 악마들의 악독한 마음
원한이 없는 곳에 원한을 내는구나.
어리석은 모든 악마 무리들
한낱 수고로워도 보람이 없으리니
마땅히 해치려는 마음 버리고
그만 고요하게 잠자코 있어라.
너희들이 입 기운으로 아무리 불어봐도
수미산(수미산)을 움직이지 못하리라.
불을 차게 하고 물을 뜨겁게 하며
땅을 편편하고 부드럽게 하더라도
저 보살이 여러 겁(겁) 동안 닦은
좋은 열매는 부술 수 없으리라.
보살은 바르게 생각하고
꾸준히 정진하여 방편 힘쓰며
깨끗한 지혜의 광명이 있고
일체를 사랑하고 동정(동정)한다네.
이 네 가지 묘한 공덕은
능히 그 중간에서 끊는다거나
혹은 붙들어 머물게 하거나
정각도(정각도)를 이루지 못하게 할 수 없으리.
일천 개의 태양 광명과 같이
반드시 이 세간의 어둠 없애리라.
나무를 문질러 불을 얻으며
땅을 파서 물을 얻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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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 10004] 쪽
알뜰히 힘쓴 바른 방편으로써
구하여 얻지 못할 것 없네.
이 세간은 구호해 줄 이 없고
그 속에는 탐욕·성냄·어리석음의 독이 있네.
중생을 가엾게 여기기 때문에
지혜의 좋은 약을 애써 찾나니
세상 위해 괴로움과 근심을 없애려 하거늘
너희들은 어찌하여 그를 괴롭히는가.
이 세간은 모두 어리석고 미혹되어
모두 다 삿된 길 집착하는데
보살은 바른 길을 닦아 익혀서
중생들을 바르게 인도하려고 하네.
세상의 높은 스승 괴롭히는 것
그것은 아주 큰 잘못이니라.
마치 큰 벌판 가운데에서
상인(상인)들을 속여 인도하는 것 같네.
중생들 큰 어둠 속에 떨어져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기에
지혜의 등불을 켜려 하거늘
어찌하여 그 등불 끄려 하는가.
중생들 모두 나고 죽음의
큰 바다에 빠져 헤매기에
지혜의 배를 만들고자 하거늘
어찌하여 그 사람 빠뜨리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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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 10004] 쪽
욕됨 참음으로 법의 싹 삼고
뜻 굳게 가짐으로 법의 뿌리 삼으며
율의계(율의계)로써 땅을 삼고
바른 깨침으로써 법의 줄기 삼으며
지혜의 큰 나무에는
위없는 법을 열매로 삼아
모든 중생들 보호하려 하는데
어찌하여 그것을 베려 하는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차꼬와 사슬로 중생을 결박하네.
그러므로 오랜 겁 동안 고행을 닦아
중생의 결박을 풀기 위하여
결정코 지금 세상에서 이루려고
이 바른 터 위에 앉아 계시네.
과거의 모든 부처와 같이
굳건히 여기 금강대(금강대)를 세웠네.
사방팔방이 다 흔들려도
오직 이 땅만은 안온하여
능히 묘한 선정[정] 받을 수 있나니
너희들이 무너뜨릴 수 있는 것 아니니라.
다만 너희들은 마음 낮추어
모든 교만한 뜻 버려야 하네.
그리하여 좋은 스승이라는 생각을 가져
참고 견디며 받들어 섬겨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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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 10004] 쪽
악마는 공중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또 보살의 안정함 보자
부끄럽고 창피해 교만을 버리고
다시 길을 돌려 하늘로 돌아갔다.
악마들은 모두들 근심하고 슬퍼하며
한꺼번에 무너져 씩씩한 위엄 잃고
전쟁에 쓰는 모든 무기들
가로 세로 산과 들에 흩어져 있다.
마치 사람이 원수의 괴수 죽이면
그 부하들 모두 후퇴하는 것처럼
뭇 악마들 이미 물러가 흩어지자
보살의 마음은 비고 고요하였네.
햇빛은 더욱 몇 배나 밝고
티끌 안개 모두 다 사라지며
달은 밝고 뭇 별도 또한 반짝여
다시는 모든 어둠 장애가 없었으니
공중에서는 하늘 꽃을 내려
그것으로 보살께 공양하였다.
14. 아유삼보제품(아유삼보제품)
보살은 악마를 항복받은 뒤
뜻은 더욱 굳건하고 마음은 안온하여
제일의(제일의)를 다 구하고
깊고 묘한 선정(선정)에 들어갔나니
자유자재한 모든 삼매(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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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 10004] 쪽
차례차례 나타나 눈앞에 있네.
초저녁에는 선정[정수]에 들어가
과거의 생(생)을 기억했네.
'어느 곳에서 어떤 이름으로
지금 여기에 태어났는가.'
이와 같은 백천만의
죽고 남[생사]을 분명히 깨달았다.
나고 죽음 받아온
저 일체 중생의 무리들은
일찍 모두 다 내 친족이었으니
그리하려 곧 대비심(대비심) 일으켰네.
대비심을 일으킨 뒤에는
다시 관찰해보니 저 모든 중생의
여섯 갈래 속에서 윤회하면서
나고 죽음에 끝이 없는 것
그것은 거짓이요 견고하지 못하여
마치 파초와 꿈과 꼭두각시 같아라.
그리하여 곧 한밤중에는
깨끗한 천안(천안)을 체득하여
일체 중생 관찰하니
거울 속의 형상을 보는 듯했다.
중생의 삶과 나고 죽음과
귀하고 천하고 가난하고 부유함과
청정한 업(업)과 청정하지 않은 업
[191 / 10004] 쪽
그것 따라 생겨나는 괴롭고 즐거운 과보.
나쁜 업을 지은 이 관찰할 때
반드시 나쁜 갈래에 태어나고
좋은 업을 닦아서 익히는 사람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
만일 지옥에 떨어지는 사람은
한량없는 갖가지 고통 받나니
녹인 구리쇠 물을 마시기도 하고
쇠창으로 그 몸을 찔러서 꿰며
끊는 큰 가마솥에 던지기도 하고
큰 불더미 속에 몰아넣기도 하며
이빨 긴 개들이 먹기도 하고
부리 뾰족한 새들이 골을 쪼았네.
불을 두려워해 총림(총림)으로 달리면
칼 잎사귀는 그 몸을 자르고
잘 드는 칼로써 그 몸을 가르며
혹은 예리한 도끼로 쪼개기도 하였다.
이렇게 극심한 고통 받을지라도
업행(업행)은 그를 죽게 하지 않나니
깨끗하지 못한 업을 즐겨 짓다가
지극한 고통으로 그 과보 받네.
맛 붙여 즐기는 것 잠깐이지만
괴로움의 과보는 매우 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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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 10004] 쪽
장난치고 웃으면서 재앙의 원인 심었다가
울부짖으며 그 죄를 받는다.
악한 업 지은 모든 중생들
만일 스스로의 그 과보 보면
기운과 맥은 곧 끊어질 것이요
두려움에 피가 터져 죽을 것이다.
온갖 축생의 업을 지었어도
그 업은 가지가지 제각기 다르나니
죽어서 축생 길에 떨어질 때는
갖가지로 제각기 다른 몸 받네.
혹은 가죽과 살 때문에 죽기도 하고
털·뿔·뼈·꼬리·깃 때문에 죽기도 하네.
혹은 다시 서로서로 잡아죽이기도 하고
친척끼리 서로 잡아먹기도 하네.
무거운 짐을 지고 멍에를 쓰고
채찍으로 맞고 갈고리에 찔리며
몸을 다쳐 고름이나 피를 흘리며
굶주림과 목마름을 풀지 못하네.
바꾸어가며 끊임없이 서로 죽이지만
저들에겐 자재로운 힘이 없나니
허공이나 물이나 육지 가운데에서
죽음 벗어나려 해도 그럴 수 없다.
아낌과 탐욕이 왕성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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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 10004] 쪽
아귀(아귀) 갈래에 태어나나니
태산과 같은 커다란 몸에
목구멍은 마치 바늘귀 같고
굶주림과 목마름의 불꽃 일어나
도리어 스스로 그 몸을 태우네.
구하는 이에게는 아끼고 주지 않으며
혹은 남이 주는 것도 방해한 사람
그는 저 아귀 속에 태어나서도
음식을 구하나 얻지 못하고
사람이 버리는 더러운 음식
먹으려 하면 변하여 없어지네.
만일 사람으로서 아낌과 탐욕의
괴로운 과보 이러함을 들으면
제 몸의 살을 베어 남에게 주기
저 시비(시비)왕 같이 하리라.
혹은 사람 세계 태어난다 하더라도
그 몸이 태중(태중)에 있을 때에는
엎치락뒤치락 매우 고통스러워하다가
태에서 나올 때엔 두려움이 생긴다.
부드러운 몸이라 무엇에 부딪치면
마치 칼날에 베이는 것 같네.
그의 과거 업의 몫에 맡겨져 있어
어느 때고 죽음이 없지 않나니
애쓰고 고통스러워하며 살기를 구하다가
생(생) 얻으면 오래도록 고통을 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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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 10004] 쪽
어쩌다 복을 타서 하늘에 나는 사람
목마른 애욕에 항상 몸을 태우다가
복이 다하고 목숨이 끝날 때는
죽음에 이르러 다섯 모양 나타나네.
마치 나무에 핀 꽃 시드는 것처럼
마르고 여위어 빛을 잃어버리고
권속들과 살고 죽음 갈릴 적에는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해도 붙들 수 없다.
궁전은 텅 비어 쓸쓸하고
아름다운 여자는 모두 멀리 떠나네.
티끌과 먼지 속에 앉고 누워서
슬피 울며 서로들 그리워하고 사모하나니
산 사람은 떨어져 몰락함을 슬퍼하고
죽는 사람은 삶을 그려 슬퍼하네.
꾸준히 애써 고행을 닦으며
천상의 즐거움을 탐하여 구하지만
이미 이러한 고통 있나니
더럽다 무엇을 족히 탐하랴.
큰 방편으로써 얻은 것도
마침내 이별의 고통 면치 못하네.
슬프구나 모든 하늘 사람들
그 수명 길고 짧기 차별 없구나.
여러 겁을 지나며 고행을 닦고
영원히 애욕을 여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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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 10004] 쪽
결정코 오래 살겠다 말하지만
지금에 와서 모두 다 떨어져 몰락하네.
지옥에서는 갖가지 고통 받다가
축생 되면 서로들 죽이며
아귀 되면 기갈에 핍박받고
인간 되면 애욕에 피곤하네.
모든 하늘이 즐겁다 하나
이별은 가장 큰 고통이라네.
한 번 미혹해 세간에 나면
어느 한 곳에 쉴 곳 없구나.
슬프다, 나고 죽음의 바다
돌고 돌아 끝이 없구나.
중생은 끝없는 물결에 빠져
이리저리 떠돌며 의지할 곳 없네.
이와 같이 깨끗한 천안(천안)으로
다섯 갈래 세계를 관찰할 때
그것은 거짓이요 단단하지 않아서
마치 저 파초와 물거품 같네.
그는 곧 셋째 날 밤에
깊은 선정[정]에 들어
모든 세간을 관찰해보니
돌고 돌며 자성(자성)을 괴롭히네.
자주자주 나고 늙고 죽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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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 10004] 쪽
그 수가 한량없건만
탐심·욕심·어리석음의 어두운 장애
그것들로 말미암아 나는 곳 알 수 없네.
바른 생각으로써 가만히 생각했네.
'남[생]과 죽음 어디로부터 생겨나는가?'
결정코 늙고 죽음은
남으로 말미암아 있는 줄 알았다네.
비유하면 사람이 몸이 있기 때문에
이 몸 병이 들어 아픔 따르는 것 같네.
또 남은 무엇 때문에 태어나는가 관찰하여
모든 유(유) 업으로부터 있다고 깨달았네.
천안(천안)으로 유(유)의 업을 관찰해보니
자재천(자재천)에서 생긴 것도 아니고
자성(자성)도 아니며 나[아]도 아니요
또한 그 인(인)이 없는 것도 아니었네.
마치 대나무 첫 마디를 쪼개면
남은 마딘 어려움 없는 것처럼
이미 남과 죽음의 원인 보았으니
차츰차츰 진실을 보게 되었네.
유(유)의 업은 취(취)에서 생기는 것이니
마치 불이 섶나무를 만난 것 같고
취(취)는 애(애)로써 인(인)을 삼나니
마치 조그만 불씨가 산을 태우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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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 10004] 쪽
애(애)는 수(수)에서 생김을 알았나니
고(고)와 낙(낙)을 깨달아 편안함을 구하고
굶주리고 목마르면 음식을 구하나니
수(수)가 애(애)를 내는 것도 또한 그러하였네.
모든 수(수)는 촉(촉)을 인으로 삼나니
세 가지가 합하여 고(고)와 낙(낙)이 생기네.
마치 부싯돌과 불쏘시개에 사람 힘을 더하면
곧 불을 얻어 쓰는 것 같네.
촉(촉)은 육입(육입)에서 생기나니
장님은 밝음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네.
육입(육입)은 명색(명색)에서 일어나니
싹[아]에서 줄기와 잎이 자라는 것과 같네.
명색은 식(식)으로 말미암아 생기나니
종자에서 싹과 잎이 생기는 것과 같으며
식(식)은 다시 도로 명색을 따라
잇따라 번져 나가 다시 남음 없었네.
식(식)을 연(연)하여 명색이 생기고
명색을 연하여 식이 생기나니
마치 사람과 배가 함께 나아가고
물과 육지가 서로 당기는 것과 같네.
식이 명색을 내는 것처럼
명색은 다시 모든 근(근)을 낸다.
모든 근은 촉을 내고
촉은 다시 수(수)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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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 10004] 쪽
수는 애욕(애욕)을 내고
애욕은 취(취)를 내며
취는 업의 유(유)를 내고
유는 곧 생(생)을 내며
생은 늙음과 죽음을 내어
그렇게 윤회하되 끝이 없네.
중생은 인연으로부터 생겨남을
정각(정각：부처님)께서는 다 깨달아 알아
결정코 바르게 깨달아 마쳤다.
생이 다하면 늙음과 죽음 멸하고
유(유)가 멸하면 생(생)이 멸하고
취(취)가 멸하면 유가 멸하며
애(애)가 멸하면 취가 멸하고
수가 멸하면 애가 멸하며
촉이 멸하면 수가 멸하고
6입이 멸하면 촉이 멸하나니
일체 입(입)이 멸해 다함은
명색의 멸하였기 때문이라네.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고
행(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고
치(치)가 멸하면 행이 멸하나니
그렇게 큰 선인(선인) 정각(정각) 이루었네.
이와 같이 정각을 이루신 뒤에
부처님은 세간에 나오셨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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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 10004] 쪽
정견(정견) 등의 여덟 가지 길은
넓고 크며 편편하고 곧은 길이네.
필경에는 내 것조차 없나니
마치 섶이 다하면 불이 멸하듯
해야 할 일 이미 마치고
먼저 바른 깨달음[정각]의 길을 얻었네.
제일가는 묘한 이치 끝까지 본 뒤
큰 선인 방으로 들어서자
어둠은 물러가고 밝음 생겼나고.
그가 하는 짓 모두 조용했으며
다함 없는 법[무진법]을 체득하여
일체지는 밝디 밝았네.
큰 선인은 그 덕이 순후하여
그 때문에 땅이 두루 울려 흔들리고
우주는 모두 맑고 밝은데
하늘과 용과 귀신 구름처럼 모여들고
공중에서는 하늘 음악 연주되어
그로써 이 법을 공양하였네.
맑고 시원한 실바람 일어나고
구름 없는데 향기로운 비 내리며
묘한 꽃들 때 아닌데 활짝 피고
맛있는 과일들은 철을 어겨 무르익었다.
마하만다라(마가만타라)꽃과
갖가지 하늘의 보배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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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 10004] 쪽
허공에서 어지러이 내려와
저 무니 높은 이를 공양하였네.
다른 무리들의 모든 중생들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 따라 노니니
두려움은 모두 다 사라져 없어지고
성내고 교만한 맘 아주 없어졌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
모두 다 번뇌가 다한 사람 같으며
모든 하늘은 해탈 즐기고
나쁜 세계 무리들도 잠시 편안해졌으며
온갖 번뇌 잠깐 동안 그쳐
지혜의 달은 점점 밝음 더하였네.
감자(감자) 종족의 선인들로서
하늘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 보고
기쁨이 온몸에 충만하였다.
그들은 곧 그 하늘 궁전에서
비내리듯 꽃을 내려 공양하였고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들
같은 소리로 부처님 덕 찬탄했네.
세간 사람들은 저 꽃비 공양과
부처님 덕 찬탄하는 소리를 듣고
모두 다 따라 기뻐하면서
춤추듯 뛰며 어쩔 줄 몰라 하는데
[201 / 10004] 쪽
오직 저 악마 천왕만은
마음으로 무척 근심하고 괴로워했네.
부처님은 다시 이레 동안
선정에 들어 깨끗한 마음으로
보리수에서 관찰할 때
똑바로 응시한 채 눈 깜짝 하지 않았다.
'나는 이 보리수 의지하여
오랜 마음의 소원 이루었으니
나[아] 없는 법에 편안히 머무르리.'
그러나 불만(불안)으로 중생을 관찰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 내어
그들을 청정하게 하려고 하셨네.
'탐욕·성냄·어리석음의 삿된 견해에
표류하며 그 마음 빠졌으니
해탈이란 참으로 깊고 묘한 법
어떻게 이 법 펼 수 있으랴.'
차라리 부지런한 방편 버리고
잠자코 편안히 있고자 하였으나
돌아보아 본래의 서원을 생각하고
설법할 마음 다시 생겼네.
'그 누가 번뇌가 가장 적은가.'
모든 중생을 두루 관찰하였다.
그 때 범천은 그 생각 알고
마땅히 법을 청해 굴리게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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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 10004] 쪽
범천의 광명을 널리 비추며
괴로워하는 중생 제도하려 하였다.
내려와 무니(모니)의 높은 이 보니
법 설할 대인(대인)의 상(상)으로서
묘한 이치를 전부 다 나타내어
진실한 지혜 안에 편안히 머물며
망설이는 잘못을 멀리 여의고
모든 거짓된 마음 전혀 없었다.
마음으로 공경하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합장하고 간청하였다.
“세상에 무엇이 경사롭고 복됩니까?
이제 큰 세존(세존)을 만났으니
이 세간의 일체 중생들
더러운 찌꺼기 잡된 마음에
혹은 그 번뇌 무거운 이 있지만
혹은 그 번뇌 가벼운 이도 있다네.
세존께서는 이미 나고 죽음의
크게 괴로운 바다 건너셨으니
부디 저 바다에 빠져 있는
모든 중생들 건져주소서.
마치 이 세상의 의로운 장부
얻은 이익 남들과 함께 나누는 것처럼
세존께서는 이제 법의 이익 얻었으니
마땅히 모든 중생 건져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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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 10004] 쪽
세상 범부들 자기 이익만 꾀하므로
남과 내가 이익을 같이하기 어렵나니
원컨대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시어
세상에서 어렵고도 어려운 일 행하소서.”
이와 같이 청하여 권하기를 마치고
하직한 뒤에 범천으로 돌아갔다.
부처님께서는 범천의 청함을 받고
마음으로 기뻐하며 그 정성 가상히 여겨
가엾게 여기는 맘 더욱 자라나고
설법하려는 마음 더해졌네.
걸식(걸식)하려고 생각하실 때
사천왕(사천왕)은 제각기 발우[발]를 올렸지만
여래(여래)는 법을 위하기 때문에
그 넷을 합하여 하나로 만드셨네.
그 때 장사꾼 일행이 있었는데
선우(선우) 천신(천신)이 그들에게 말하였네.
“큰 선인(선인)이신 무니존(모니존)이
지금 저 숲 속에 계신다.
세상의 좋은 복밭[복전]이니
너희들은 거기 가서 공양 올려라.”
그들은 명령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제일 먼저 첫 공양 받들어 올렸나니
부처님께서는 공양하신 뒤 생각하셨다.
'누가 마땅히 먼저 법을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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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 10004] 쪽
오직 저 아라람(아라남)과
울두라마자(울두라마자)가 있어
그들은 바른 법 받을 만한데
이미 이 세상에서 목숨 마쳤네.
다음에는 다섯 비구들이 있으니
마땅히 첫 설법 들을 만하리.'
그렇게 적멸(적멸)의 법 설하려 하실 때
햇빛이 어둠을 없애는 것 같았네.
저 바라내(파라?)의
옛 선인이 살던 곳으로 가실 때
소왕[우왕]의 눈으로 똑바로 보며
편안하고 조용히 사자(사자) 걸음 걸으셨네.
다시 모든 중생들 건지기 위해
가시성(가시성)으로 나아갔나니
걸음마다 사자[수왕]의 걸음걸이로
보리수 숲을 돌아보았네.
15. 전법륜품(전법륜품)
여래는 지극히 조용하고 고요해
그 광명 나타내 밝게 비춘다.
엄숙한 모습은 혼자서 거닐어도
마치 많은 무리들 따르는 것 같았네.
길에서 어떤 범지(범지) 만났으니
그 이름은 우파가(우파가)라 했네.
비구 모습 온전히 지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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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 10004] 쪽
길옆에서 공손히 서 있었네.
그는 일찍이 없었던 일 만남을 기뻐하여
두 손을 모아 여쭈었다네.
“중생들 모두 물들어 집착하건만
그대는 집착하는 모습 없으며
세상은 모두 마음 흔들리건만
그대만 홀로 모든 감관[근] 고요하구려.
빛나는 얼굴은 보름달 같고
감로(감로)의 진국을 맛본 듯하네.
그 용모는 대인(대인)의 모양이요
지혜의 힘은 자재왕(자재왕) 같네.
해야 할 일 이미 마쳤으리니
어떤 종품(종품) 가진 이를 스승으로 삼았는가?”
“내게는 아무런 스승 없나니
높일 이도 없으며 나은 이도 없노라.
스스로 매우 깊은 법을 깨달아
남이 얻지 못한 것 나는 얻었네.
사람으로 마땅히 깨달아야 할 것을
온 세상 아무도 깨달은 이 없지만
나는 이제 그것을 스스로 깨달았기에
나를 두고 정각(정각)이라 부른다오.
번뇌란 원수의 집과 같아
지혜의 칼로써 항복받았네.
그러므로 세상에서 칭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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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 10004] 쪽
가장 훌륭하다고 부른다네.
나는 이제 저 바라내로 가서
감로의 법북[법격]을 치려 하나니
교만도 없을 뿐더러 명예도 생각 않고
이익이나 즐거움을 구해서도 아니다.
다만 그들 위해 바른 법 펴서
괴로워하는 중생 건지려 함이네.
옛날에 큰 서원을 세워서
제도 안 된 사람들 건지고자 하였었네.
그 서원의 결과 이제 이루었으니
내 본래의 원을 성취하였소.
재물을 만나 자기 이익 꾀하면
의로운 장부라고 일컫지 않나니
천하와 이익을 함께하여야
비로소 대장부라 일컬으리.
위험에 빠진 사람 건져주지 않으면
어떻게 용기 있는 사내라 하며
병든 이 보고서 고쳐주지 않으면
어떻게 훌륭한 의사라 이름하며
미혹한 사람 보고 길 인도하지 않으면
착한 도사(도사)라 그 누가 말하리.
마치 등불이 어둠을 비출 때
무심하게 스스로 밝은 것처럼
여래도 지혜 등불 태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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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 10004] 쪽
구하고 바라는 마음 전혀 없어라.
부싯돌을 치면 반드시 불을 얻고
굴 속에서는 바람 저절로 일어나며
땅을 파면 반드시 물을 얻는 것
이것은 다 자연의 이치이니라.
저 모든 무니(모니)들은 다
반드시 가야(가야)에서 도(도) 이루었고
또한 다 같이 가시국(가시국)에서
바른 법륜(법륜)을 굴렸다네.”
범지 우파가(우파가)는 이 말을 듣고
'아아 기특하다'고 찬탄하면서
마음으로 먼저 약속한 일이 있어서
길 따라 제각기 헤어져 갔으나
일찍이 없었던 일이란 생각에
걸음걸음 돌아보며 주저하였네.
여래는 점점 걸어 앞으로 나아가
드디어 가시성(가시성)에 이르렀는데
그 땅은 훌륭하고 또 장엄하기
마치 제석천왕의 궁전 같았네.
항하(항하)와 바라내의
두 강이 두 갈래로 흐르는 사이에
수풀과 꽃과 열매 무성하고
짐승들 떼지어 서로 어울려 노닐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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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 10004] 쪽
한가하고 고요하여 세속 시끄러움 없는
옛날 선인들의 살던 곳
거기에 여래의 광명 비추니
선명하고 밝음이 배나 더했네.
교린여(?린여) 종족의 아들
다음은 십력가섭(십력가엽)
셋째는 바삽파(파?파)
넷째는 아습파서(아습파서)
다섯째는 발타라(발타라)
이들은 고행 익히며 산림을 좋아했네.
그들은 멀리서 여래 오는 것 보고
모여 앉아 서로 의논하였다.
“저 구담(구담)은 세상의 쾌락에 물들어
모든 고행(고행)을 던져 버리고
지금 이곳으로 돌아오고 있으니
부디 일어나 맞이하지도 말고
또한 예로써 안부도 묻지 말며
그에겐 필수품도 대주지 말자.
이미 본래 서원을 깨뜨렸으니
마땅히 공양도 받지 않아야 한다.”
보통 사람은 오는 손님을 보면
마땅히 선후(선후)의 차례를 닦고
또한 그를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그를 편안하도록 하는 법인데
그들은 이렇게 서로 맹세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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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 10004] 쪽
제각기 자세를 바로하고 앉았다.
여래께서 점점 가까이 이르시자
약속한 말 어기는 것 미처 모르고
어떤 이는 청하여 자리를 양보하고
어떤 이는 가사와 발우 거두며
어떤 이는 그 발을 씻어 주고 만지며
어떤 이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물었다.
이와 같이 갖가지로 스승을 위해
존경하고 받들어 섬겼지만
다만 그 종족을 버리지 못해
구담이라는 이름 그대로 불렀네.
세존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본래의 성(성)을 일컫는데
이 아라하(아라가)가 있는 곳에선
방자하고 거만한 말 쓰지 말라.
공경하거나 공경하지 않는 자에 대하여
내 마음은 다 같이 평등하지만
너희들이 마음으로 공경하지 않으면
마땅히 그 죄를 스스로 부르리라.
부처는 능히 세상을 건지나니
그러므로 부처라 부른다네.
저 일체 중생들에 대하여
똑같은 마음으로 아들이라 생각하네.
그런데 본 성명을 부르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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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 10004] 쪽
아비 업신여기는 죄 짓는 것과 같으니라.”
부처님은 큰 자비의 마음으로
그들을 가엾게 여기시어 말씀하셨지만
저들은 어리석은 마음 그대로
바르고 참되게 깨친 이 믿지 않았네.
'이전부처 고행을 닦았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얻은 것 없었는데
지금은 몸과 입의 즐거움 누리나니
무슨 인연으로 부처 될 수 있으랴.'
이와 같은 의혹은
여래께서 부처의 도(도)를 이루어
진실한 이치를 완전히 깨쳐
일체 지혜 구족(구족)한 것 믿지 않았네.
여래께서는 곧 그들을 위해
중요한 도(도)를 간략히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은 고행 익히고
쾌락 행하는 이는 모든 감관 기쁘게 한다.
그 두 가지 차별을 보니
그것은 곧 큰 허물이 되네.
그것은 바르고 참된 도(도) 아니니
해탈과 어긋나기 때문이니라.
몸을 지치게 해 고행을 닦지만
그 마음 오히려 분주하고 어지러워
세상의 지혜마저 얻지 못하거늘
[211 / 10004] 쪽
하물며 모든 감관을 초월할 수 있으랴.
물을 가지고는 등불을 켜도
결국은 꺼져서 어둠을 깨뜨릴 길 없는 것처럼
몸을 지치게 해 지혜 등불 닦아도
능히 어리석음 깨뜨릴 수 없느니라.
썩은 나무로는 불을 구해도
부질없이 힘만 들 뿐 얻지 못하나니
나무와 송곳에 사람의 힘 더해야
비로소 불을 얻어 쓸 수 있으리
도(도)를 구하기 위해 몸을 괴롭히는 것
감로법(감로법)을 얻는 게 아니니라.
욕심에 집착함은 도리 아니요
어리석고 미련함은 지혜의 밝음 막아
오히려 경론(경론)을 밝게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욕심 여의는 도(도)를 얻으랴.
마치 사람이 중병에 걸렸을 때
병에 맞는 음식을 먹지 않음 같나니
지혜 없는 그 중병을
욕심에 집착하여 어찌 고치랴.
넓은 벌판에 불을 놓을 때
마른 풀에다 거센 바람 더하면
그 성한 불을 누가 끌 수 있으리.
탐욕과 애정의 불 또한 그러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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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 10004] 쪽
나는 이제 이미 두 극단을 떠나
마음에 중도(중도)를 가졌나니
온갖 괴로움 결국엔 쉬고
편하고 고요하여 모든 허물 여의었네.
바른 견해는 햇빛보다 더 밝아
평등한 각(각)과 관(관)은 수레가 되고
바른 말은 우리의 집이 되며
바른 행동[업]의 숲에서 유희하느니라.
바른 생활[명]은 풍부한 모습이 되고
바른 방편은 바르게 닦는 길이 되며
바른 생각은 성곽(성곽)이 되고
바른 선정(선정)은 자리 되리라.
이 여덟 가지 길은 바르고 평탄하여
나고 죽는 괴로움 벗어난다네.
이 길 따라 나오는 사람
해야 할 일을 이미 완전히 마쳐
이것이다 저것이다 하는 것에 떨어지지 않나니
이 세상 저 세상의 괴로운 분수 속에
삼계(삼계)는 순수한 괴로움 덩어리
오직 이 길만이 능히 그것 멸하네.
원래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것이나
바른 법의 깨끗하고 맑은 이 눈으로
평등하게 본 해탈의 길이니라.
그러므로 오직 나만 이제야 비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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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 10004] 쪽
남·늙음·병듦·죽음의 괴로움 초월했네.
사랑하는 이 이별함과 미운 이 만남
구하는 일 이루지 못하는 괴로움과
그 밖의 갖가지 괴로움 있네.
욕심을 여읜 것과 여의지 못한 것
몸이 존재하는 것과 또 없어지는 것
깨끗한 공덕을 여의는 것들
간략히 말하여 이는 다 고통이라네.
마치 왕성한 불이 꺼졌다 해도
미미하게 열(열)이 남아 있듯이
고요하고 지극히 미세한 나[아]에게도
큰 고통의 성질 아직 남아 있다네.
탐욕 따위의 모든 번뇌와
갖가지 업(업)의 허물들
그것은 곧 괴로움의 인(인)이 되니
버려 여의면 곧 괴로움은 없어지리라.
비유하면 마치 저 모든 종자들
땅이나 물 따위 여의고
여러 가지 인연이 화합하지 않으면
싹이나 잎이 나지 않는 것 같네.
유(유)의 성질은 상속(상속)이 있어
하늘에서 나쁜 세계에 이르기까지
수레바퀴 돌 듯 쉬지 않나니
이것은 다 탐욕에서 생기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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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 10004] 쪽
하(하)·중(중)·상(상)의 모든 차별은
갖가지 업이 원인이 되니
만일 저 탐욕 따위 멸하면
곧 서로 상속함이 없을 것이요
갖가지 업이 다하면
차별의 괴로움은 길이 쉬리라.
이것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 멸하면 저것이 멸하나니
남·늙음·병듦·죽음도 없고
땅·물·불·바람도 없으며
또한 처음·중간·끝도 없나니
그것은 속이는 법이 아니니라.
성현이 머무는 곳으로서
다함 없는 적멸(적멸) 있나니
이른바 저 여덟 가지 바른 길은
곧 방편으로서 다른 것 아니라네.
세상 사람 보지 못하는 것으로서
모든 중생들 영원히 미혹하네.
나는 괴로움 알고 그 모임 끊고
그 멸함 증득하고 바른 길 닦았나니
이 네 가지 참된 진리 관찰하여
마침내 등정각(등정각)을 성취하였네.
이른바 나는 이미 괴로움 알고
이미 유루(유루)의 인(인)을 끊었으며
이미 멸해 다함을 증득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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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 10004] 쪽
이미 여덟 가지 바른 길 닦았다네.
이미 이 네 가지 참 진리 알아
청정한 법안(법안)을 성취했나니
이 네 가지 참된 진리에 대해
아직 평등한 눈 생기지 않았으면
해탈을 얻었다고 말할 수 없고
할 일을 다하였다 말할 수 없으며
그리고 또한 일체의 진실한 지각
이루었다 말할 수 없느니라.
이미 참된 진리 알기 때문에
해탈을 얻은 줄 스스로 알고
할 일을 다한 줄 스스로 알아
스스로 등정각 이루었음을 아느니라.”
이렇게 진실을 연설하실 때
저 교린(?연) 족성의 아들과
8만 제천(제천)의 무리들
진실한 뜻을 끝까지 알아
모든 티끌과 때 멀리 여의고
청정한 법안을 증득하였다.
천인사(천인사)께서는 저 교린이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친 줄 아시고
기뻐하여 사자처럼 우렁찬 소리로
“교린이 왔느냐”고 물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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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린은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미 스승님의 법을 알았습니다.”
그가 이미 법을 안 것 때문에
아야교린(아야?연)이라 이름하였네.
그는 부처님의 모든 제자 중에서
가장 먼저 첫 번째로 깨달았다.
그의 바른 법 알았다는 소리가
저 모든 지신(지신)에게 들리자
그 신들 모두 소리 높여 외쳤네.
“장하다 깊은 법을 이미 보았도다.
여래는 오늘에 있어서
일찍이 굴리지 못한 법을 굴려
두루 모든 하늘과 사람을 위해
감로문(감로문)을 널리 여셨네.
깨끗한 계(계)로 바큇살 삼고
조복(조복)과 고요함 고르게 갖추었으며
견고한 지혜로 바퀴테 삼고
부끄러움으로 그 사이에 보죽치고
바른 생각으로써 바퀴통 삼아
진실한 법륜을 이루었다.
바르고 참되게 삼계(삼계) 벗어났으니
다시는 물러나 삿된 스승 따르지 않으리.”
이렇게 지신(지신)이 소리 높여 외치자
허공신도 그를 따라 칭송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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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하늘들도 잇따라 찬탄하여
저 범천(범천)에까지 사무쳤네.
삼계(삼계)의 모든 천신들은
처음으로 큰 선인(선인)이란 그 말을 듣고
놀라면서 차례차례 서로 일렀네.
“두루 들었다네. 부처님 세상에 나오시어
널리 저 모든 중생들 위해
적정(적정)한 법륜을 굴리신다.”
바람은 맑아지고 안개와 구름 걷히며
공중에는 하늘꽃이 비처럼 내리고
모든 하늘들은 하늘 풍류 연주하여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기뻐하고 찬탄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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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행찬 제4권
-일명 불본행경-
마명 보살 지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16. 병사왕제제자품(병사왕제제자품)
그 때 저 다섯 비구인
아습파서(아습파서) 등은
그가 법 알았다는 소리를 듣고
개탄하며 스스로 부끄러워져
합장하고 더욱 공경하면서
높은 이의 얼굴을 우러러보았다.
여래(여래)는 훌륭한 방편으로써
차례로 그들을 바른 법에 들게 하셨고
앞뒤로 저 다섯 비구들
도를 얻어 모든 감관[근] 조복함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다섯 별이
밝은 달을 늘어서 모시는 것 같았네.
그 때 저 구시성(구시성)에 있는
장자(장자)의 아들 야샤(야사)가
밤에 갑자기 잠에서 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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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권속인 남자와 여자들이
모두 알몸으로 누워 있는 것 보고
곧 싫어져 떠날 마음 생겼네.
이것은 모든 번뇌의 근본으로
어리석은 범부를 속여 유혹한다 생각하고
곧 옷을 장식하고 영락을 차고
집을 나와 숲으로 나아갔다.
길을 따라가면서 높이 외치길
“아아 괴롭다, 괴로워 미치겠다”고 하자
여래께서 밤에 나와 거니시다가
괴롭다고 외치는 소리 들으셨다.
그리고 곧 명령하여 말씀하셨다.
'그대들 잘 왔다. 여기 안온한 곳 있으니
열반(열반)은 지극히 맑고 시원하며
적멸(적멸)은 모든 번뇌 여의느니라.'
야사는 부처님의 가르침 듣고
마음 속으로 못내 기뻐하였다.
본래부터 싫어해 여의려는 마음 더하여
거룩한 슬기 활짝 열렸네.
마치 맑고 시원한 못에 들어가듯
엄숙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나아갈 때
그 몸은 아직 세속 모습 그대로이나
마음은 이미 번뇌가 다하였네.
오랫동안 심어 온 선근(선근)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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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한과(라한과)를 이루었으니
맑은 지혜의 이치 가만히 깨달아
법을 듣자마자 쉽게 알았네.
비유하면 마치 곱고 흰 비단
물감으로 물들이기 쉬운 것 같았네.
그는 이미 스스로 깨달아 알고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쳤으나
아직 장엄 그대로인 자기 몸 돌아보고
부끄러워하는 마음 생겼네.
여래께서는 그 생각 짐작하시고
그를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영락으로 그 몸을 꾸몄으나
마음은 모든 감관을 항복받아서
평등하게 중생을 관찰하되
법을 행하고 그 모양 헤아리지 않느니라.
몸에는 출가한 이의 옷을 입고도
그 마음은 번뇌를 잊지 못하여
숲 속에 있으면서 세상 영화 탐하니
이는 곧 속인이라 하리라.
모양은 비록 세속 모습 가졌어도
마음이 높고 좋은 경계에 머물면
집에 있어도 산림(산림)과 같아
곧 내 것[아소]이라는 마음 여의느니라.
결박을 푸는 것 마음에 달려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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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에 어찌 정해진 상(상)이 있으랴.
갑옷 입고 겹 도포 입으면
강한 적이라도 능히 누를 수 있고
형상을 고치고 물들인 옷 입으면
번뇌 원수를 항복받을 수 있네.'
그리고 곧 '비구여 오라'고 명령하시자
그 소리 따라 세속 모양 사라지고
출가한 이의 모습을 두루 갖추어
모두 다 사문(사문)이 되었다.
일찍이 세속에서 함께 놀던 벗 있으니
그들의 수는 쉰네 명이었다.
그들 착한 벗으로 출가한 이 찾아
차례대로 바른 법에 들었다.
그들은 과거의 착한 업 때문에
그 묘한 결과 이제 이루었으니
좋은 잿물에 오랫동안 담가두었다가
물로 빨아낸 뒤에 깨끗해지듯
웃 항렬의 모든 성문(성문)으로서
예순 명의 아라한(아라한)에게
모두 그 아라한의 법을 따라
순리대로 가르치고 훈계하였다.
“그대들은 이제 나고 죽는 바다에서
저쪽 언덕으로 이미 건너가
해야 할 일을 벌써 마쳤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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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 공양을 받기에 충분하도다.
너희들은 제각기 모든 나라를 노닐며
아직도 제도되지 못한 이 제도하여라.
중생의 괴로움은 치솟는 불꽃 같건만
오랫동안 아무도 구호할 이 없구나.
너희들은 제각기 혼자 노닐며
가엾게 여겨 거두어 주라.
나도 또한 지금 나 혼자 걸어서
저 가사산(가?산)으로 돌아가리라.
거기에는 지금 큰 선인(선인)이 있으니
왕족의 선인과 범지(범지) 선인들
그들 모두 다 거기 있으므로
온 세상의 뿌리가 되느니라.
그 중에도 가섭(가섭)이란 고행 선인은
온 나라 사람들이 받들어 섬기고
그를 따라 배우는 이 매우 많으니
내 이제 거기 가서 제도하리라.”
그 때 저 예순 명의 비구들
가르침 받아 법을 널리 펴려고
제각기 과거의 인연을 좇아
자신의 생각대로 제각기 흩어졌다.
세존께서는 혼자 걸어서 노니시다가
가사산으로 향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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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 고요한 법숲[법림]으로 들어가
가섭 선인에게 나아가셨네.
그는 불을 섬기는 굴에 있었는데
거기는 사나운 용(용)이 사는 곳이었네.
숲은 지극히 맑고 넓은데
곳곳마다 편안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세존께서는 그를 교화시키기 위해
그에게 말해 묵고 가기를 청하자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다른 데는 묵고 갈만한 곳이 없고
오직 불을 섬기는 굴이 하나 있는데
맑고 깨끗하여 있을 만하나
다만 거기는 사나운 용이 머물고 있어
틀림없이 사람을 해칠 것이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룻밤 묵고 가게만 해주오.”
가섭은 갖가지로 만류했으나
세존의 간청은 멈추지 않으셨다.
가섭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내 마음엔 허락하고 싶지 않지만
나를 일러 인색하다 하리니
우선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부처님께서 곧 화실(화실)에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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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히 앉아 바르게 사유하셨다.
그 때 사나운 용이 부처님을 보자
성을 내어 독한 불 내뿜어
온 방안이 시뻘겋게 탔지만
부처님 몸에는 미치지 못했다.
집이 다 타고 불은 절로 꺼졌으나
세존께선 오히려 편안히 앉아 계셨다.
마치 겁화(겁화)가 일어나
범천(범천)의 궁전이 다 타버려도
범천의 왕은 바른 자세로 앉아
걱정도 않고 두려워하지 않음 같았다.
사나운 용은 세존 얼굴을 보고
빛나는 안색 조금도 다른 기색이 없자
독을 멈추고 착한 마음 내어
머리 조아리고 귀의(귀의)하였다.
가섭은 밤에 그 불빛 보고
탄식하면서 '아아, 괴상하여라.
저렇듯 도덕을 지닌 사람이
용의 불길에 타 죽다니'라고 하였다.
가섭과 그의 권속들
이른 아침부터 모두 와서 구경했으나
부처님께서는 사나운 용 항복받아
발우 안에 담아 두고 계셨다.
그들은 부처님의 공덕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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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하다는 생각 내었지만
교만한 습관 익힌 지 오래되어
여전히 “내 도(도)가 높다”고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적당한 때를 맞춰
갖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내시고
그의 마음이 생각하는 바를 살펴
변화해가며 적절히 대응하셨다.
그로 하여금 그 마음 부드럽게 하여
바른 법의 그릇이 되기 충분케 하되
그 도(도)가 아직 얕아서
세존께는 미치지 못함을 알게 하셨다.
그러자 결정코 겸손하고 하심(하심)하여
시키는 대로 바른 법을 받았고
울비라가섭(울비나가섭)과
그 제자 5백 사람이
스승을 잘 따르고 마음을 조복받아
차례차례 바른 법을 받았다.
가섭과 그의 제자들
모두 바른 교화를 받은 뒤에는
선인들 모두 그들의 살림살이와
불을 섬기는 모든 기구를
모두 물 속에 던져 버리니
떠올랐다 잠겼다 하며 물결 따라 흘러갔네.
나제(나제)와 가사(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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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 10004] 쪽
두 아우는 하류(하류)에 있다가
그 옷과 모든 기구들
물 따라 어지럽게 내려오는 것 보자
큰 변(변)을 만났다는 생각에
근심스럽고 두려워 어쩔 줄 몰라하다가
두 사람은 그 제자 5백 사람과
강물을 따라 올라가 형을 찾았다.
그 형은 이미 출가(출가)하였고
그 모든 제자들 또한 그러함 보고는
일찍이 없던 법을 얻은 줄 알고
기특한 일이라 생각하였다.
'형은 지금 이미 저 도(도)에 항복했으니
우리들도 또한 그를 따라야 한다.'
그들 형제 세 사람과
그 제자 권속들 위해
세존(세존)께서 설법하시되
불을 섬기는 일로 비유하셨다.
“어리석음의 검은 연기 일어나고
어지러운 생각의 부시와 부싯돌 생겨
탐욕과 성냄의 불길이
모든 중생을 불사른다.
이와 같이 이 번뇌의 불도
언제나 치성하여 그치지 않아
나고 죽음에 더욱더 빠져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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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 10004] 쪽
고통의 불길 또한 항상 타오른다.
이 두 가지 불이 성하게 타지만
거기에는 아무 것도 의지할 곳 없나니
어떻게 마음 있는 사람으로서
싫어하여 떠날 생각 내지 않느냐.
싫어하여 떠나려고 탐욕 버리고
탐욕이 다하면 해탈 얻나니
만일 이미 해탈을 얻었으면
해탈지견(해탈지견)이 생기느니라.
그리하여 나고 죽는 흐름을 관찰하여
모든 범행을 닦아 마치고
모든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느니라'
이와 같이 그 일천 비구들
세존의 설법을 듣자마자
모든 번뇌 영원히 일어나지 않고
모두 마음이 해탈[심해탈]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가섭 등
일천 비구를 위해 설법하시고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쳐
깨끗한 지와 묘한 장엄과
모든 공덕 있는 권속들에게
계(계)를 주어 모든 감관 깨끗하게 하였다.
이에 큰 덕 있는 선인 길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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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 10004] 쪽
저 고행림(고행림) 영화 잃음이
마치 사람이 계(계)의 덕을 버리고
빈 몸으로 헛되이 사는 것 같았네.
세존께서 많은 권속 거느리시고
왕사성(왕사성)으로 나아가시자
일찍이 그 마갈왕(마갈왕)에게
약속했던 일을 생각하셨네.
세존께서 이미 거기에 도착하시어
장림(장림)에 머물러 계셨네.
병사왕(병사왕)은 그 소문 듣고
그 많은 권속들과 함께
온 나라 남녀들 거느리고
세존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멀리서 여래께서 앉으신 모습 보자
마음 낮추고 모든 감관[근] 단속한 채
온갖 속된 모습 떨어버리고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나아가니
그것은 마치 저 제석천왕이
범천왕에게 나아가는 것과 같았다.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공경 다하여 안부를 여쭐 때
부처님께서 위로하여 마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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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 10004] 쪽
명하여 한쪽에 앉게 하셨네.
그 때 왕은 마음 속으로 가만히 생각했다.
'석가(석가)의 큰 위엄과 힘은
훌륭한 덕을 가진 가섭 등을
이제 모두 제자로 삼으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사람 마음 아시고
가섭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떠한 복과 이익 보았기에
불 섬기는 법을 버렸느냐?”
가섭은 부처님 분부 받고
대중 앞에서 놀라 일어나
두 무릎 땅에 꿇고 합장한 채
높은 소리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복을 닦으려고 불신[화신]을 섬겼으나
그 과보(과보)는 윤회(윤회)뿐이었고
생사(생사)의 번뇌만 더했으니
그러므로 저는 그것을 버렸습니다.
열심히 애써 불을 받들어 섬겨
5욕(욕)의 경계를 구하려 하였으나
애욕은 더해 끝이 없었으니
그러므로 저는 그것을 버렸습니다.
불 섬기고 주술(주술)을 닦았으나
해탈 못하고 생(생)을 받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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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 10004] 쪽
생을 받음은 괴로움의 근본이라
그러므로 버리고 다시 안락 구하였습니다.
나는 본래부터 고행이라 말하는 것
제사하고 또 큰 모임을 여는 것을
제일 수승한 것이라 생각하였으나
바른 도(도)와는 더욱 어긋났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제 그것 버리고
보다 훌륭한 적멸(적멸)을 구하여
생·노·병·사를 완전히 여의고
다함 없는 맑고 시원한 경계 구하나이다.
저는 이 이치 알았으므로
불 섬기는 법을 버렸습니다.”
세존께서는 가섭이
스스로 알고 깨달았다는 말을 듣고
모든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깨끗한 믿음 내게 하기 위하여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 대사(대사)는 여기에 잘 왔다.
갖가지 법을 분별함으로
훌륭한 도(도)를 따랐었는데
이제 이 대중들 앞에서
너의 훌륭한 공덕 나타내 보라.
마치 거부(거부) 장자(장자)가
그 보배 창고를 열어 보여
[231 / 10004] 쪽
가난하고 괴로워하는 중생들로 하여금
그것 싫어 여의는 마음 더하게 하는 것처럼.”
“좋습니다. 거룩한 분부를 받들겠습니다.”
그는 곧 대중들 앞에서
몸을 여미고 정수(정수)에 들었다가
나부끼듯 허공으로 올라갔다.
거닐다 섰다 앉았다 누웠다
혹은 온몸이 벌겋게 되어
왼쪽 오른쪽으로 물과 불을 내어도
타지도 않고 또한 젖지도 않았다.
온몸에서 구름과 비를 내고
뇌성벽력으로 천지를 진동했다.
온 세상 모두 우러러볼 때
눈이 뚫어져라 보아도 싫증 없었다.
여러 사람들 똑같은 말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였네.
그런 다음 그는 신통 거두어
세존의 발에 절하면서 말했다.
“부처님은 저의 큰 스승이시요
저는 그 어른의 제자 되었네.
이런 일을 행하라는 분부 받들어
이제 내 할 일은 이미 마쳤다.”
온 세상 모두가 저 가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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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 10004] 쪽
부처님 제자라고 한 것 보고
결정코 저 세존께서
진실한 일체지(일체지)임을 알았네.
부처님께서는 거기 모인 모든 대중들
능히 법 받을 만한 근기임을 아시고
병사왕에게 말씀하셨네.
“그대는 이제 자세히 들으시오.
마음과 뜻과 또 모든 감관[근]
이것은 모두 다 나고 멸하는 법이니
나고 멸하는 허물 분명히 알면
그것은 곧 평등한 관찰이라오.
만일 그와 같이 평등하게 관찰하면
그것은 곧 몸을 아는 것이요
몸이 나고 멸하는 그 법을 알면
취(취)할 것도 없고 받아들일 것 없음을 알리.
만일 이 몸의 모든 감관[근] 깨달아 알면
나[아]도 업고 또 내 것[아소]도 없나니
그것은 순수한 괴로움 덩어리
괴로움에 살다가 괴로움에 멸하는 것
이미 이 몸의 모든 상(상)에는
나도 없고 내 것도 없는 줄 알면
그것은 곧 제일가는
다함 없는 맑고 시원한 곳이라오.
내가 있다고 보는 따위의 번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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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 10004] 쪽
모든 세상 사람을 결박하나
이미 내 것이란 것 없다고 보면
모든 결박은 다 풀리리라.
진실 아닌 것 보면 결박되고
진실을 보면 곧 해탈하리니
세상에서 섭수(섭수)하는 나라는 것
그것은 곧 삿되게 받아 지니는 것이리.
만일 거기 내가 있다면
상(상)과 혹은 무상(무상)
나고 죽는 두 극단적 견해 생길 터이니
그 허물 제일 심한 것이네.
만일 모든 것 무상(무상)하다 한다면
행을 닦아도 과(과)가 없을 것이요
또한 뒷몸도 받지 않을 것이며
공력[공] 없이도 해탈할 것이다.
만일 그것을 항상한 것이라 한다면
죽음과 삶의 나뉨도 없으니
그것은 응당 허공과 같아서
남[생]도 없고 또한 멸함도 없으리.
만일 내가 있다면
마땅히 일체는 다 같아서
일체에도 다 내가 있을 것이니
업(업)과 과(과)는 스스로 이뤄지지 않으리.
만일 나라는 것 만든 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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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 10004] 쪽
괴롭게 수행할 것 없을 것이요
거기에 자재(자재)로운 주인 있다면
무엇을 구태여 만들려 하리.
만일 내가 곧 항상한 존재라면
변하고 달라짐 용납하지 않겠거늘
괴롭고 즐거운 모양 있음을 보나니
어찌 항상한 것이다 말할 수 있으리.
지혜 생기면 곧 해탈하여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읠 것이나
일체가 다 항상한 것이라면
어찌 해탈할 필요 있으리.
무아(무아)란 다만 말만 아니라
이치가 진정 실성(실성)이 없나니
내가 하는 일 볼 수 없거늘
어떻게 내가 하는 것이라 말하리.
나는 이미 하는 일 없고
또한 나를 만든 자 없나니
이 두 가지 일 없기 때문에
진실로 나라는 것 없는 것이네.
만든 자도 없고 아는 자도 없으며
주인도 없으나 항상 옮겨가나니
남[생]과 죽음[사]은 밤낮으로 흘러가네.
그대는 이제 내 말 들으시오.
여섯 감관[근]과 또 여섯 경계(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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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 10004] 쪽
그 인연으로 여섯 식(식)이 생기네.
이 세 가지가 만나 촉(촉)이 생겨
마음과 생각과 업(업)을 따라 옮겨가네.
양주(양주)가 마른 풀 만나면
햇빛을 인연하여 불이 따라 생기나니
모든 감관[근]과 경계와 식(식)이
사람에게서 생기는 것 또한 그러하다네.
싹은 종자로 인해 생기지만
종자가 곧 싹은 아니네.
합한 것도 아니요 다른 것도 아니니
중생이 생기는 것 또한 그러하다네.”
세존께서 이렇게 진실하고 평등한
위없이 묘한 이치 말씀하시자
병사왕은 못내 기뻐해
때[구]을 여의고 법안(법안)이 생겼다.
왕의 권속과 많은 백성과
백천의 모든 귀신들까지도
감로법(감로법) 설함을 듣고
또한 따라서 모든 번뇌 여의었네.
17. 대제자출가품(대제자출가품)
그 때 병사왕은
세존께 머리를 조아리고
죽림(죽림)으로 옮기실 것을 간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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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 10004] 쪽
가엾게 여겨 허락하셨기에 잠자코 계셨네.
왕은 이미 진실한 이치 깨달은 뒤에
받들어 예배하고 궁성으로 돌아갔고
세존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자리를 옮겨
죽원(죽원)에 편안히 머무셨다.
모든 중생들 제도하기 위해
지혜의 등불 세워 밝히시되
범(범)과 하늘과 또 성현이
머무는 방법으로 머무셨다.
그 때 저 아습파서(아습파서)는
마음 조복하고 모든 감관 제어하고
때가 되자 걸식하기 위해
왕사성(왕사성)으로 들어갔었다.
용모는 세상에 뛰어나 특별하고
위의(위의)는 편안하고 자상하였다.
성안에 사는 모든 남녀들
보는 이마다 모두들 기뻐하였고
가던 사람 너나없이 걸음 멈추고
앞에선 맞이하고 뒤에선 따라갔네.
그 때 가비라(가비라)라는 선인이
많은 제자를 널리 제도하였는데
그 중에 제일 훌륭하고 많이 들은 이
그 이름 사리불(사리불)이었다.
그는 이 비구의 조용하고 여유로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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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 10004] 쪽
모든 감관의 고요함을 보고
길에서 주춤한 채 그가 오길 기다려
손을 들어 청하여 물었다.
“젊은이로서 조용한 그 태도
내 일찍 보지 못했었나니
어떤 훌륭하고 묘한 법 얻었으며
어떤 스승을 숭배하고 섬겼는가.
그 스승은 어떤 말로 가르쳤는가.
말하여 내 의심 풀어주기 바라네.”
비구는 그의 물음 기뻐하면서
온화한 얼굴로 공손히 대답했다.
“일체지(일체지)를 두루 갖추고
훌륭한 감자족(감자족)의 출생으로서
하늘·사람 중에서 가장 높은 이
그가 곧 우리의 큰 스승이시네.
나는 나이 아직 어리고
또 공부한 날도 얼마 되지 못하니
어찌 우리 큰 스승의
깊고 묘한 이치를 펼 수 있으리.
그러므로 이제 옅은 지혜로
스승님께서 가르치신 법 간략히 말하리라.
'일체 유위법[유법]이 생기는 것은
다 인연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네.
나고 멸하는 법은 다 없어지나니
도(도)를 말한 것은 방편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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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 10004] 쪽
이생(이생)인 우파제(우파제：사리불)는
듣자마자 그 말이 마음속에 스며
모든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청정한 법안이 생겼다.
“내 이전에 닦던 것은 결정코
인(인)과 인 없음을 아는 것으로
일체는 아무것도 짓는 바 없고
모두 자재천(자재천)을 말미암는다 했네.
그러나 이제 인연법을 듣고 나서
무아(무아)의 지혜를 열어 밝게 하였다.
이 세상 가르침은 모든 번뇌를 더해
능히 끝까지 없앨 수 없었는데
오직 여래의 가르침만이
영원히 번뇌 다하여 남음이 없네.
내 것을 거두어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나
그러나 능히 나를 떠나네.
밝음은 해와 등불로 인해 일어나지만
누가 능히 그것에 광명이 없다 하리.
혹 연꽃 줄기를 끊을 때
가는 실은 오히려 이어지지만
부처의 가르침은 번뇌를 끊기
마치 돌을 끊은 듯 남음이 없네.”
그는 비구 발에 공손히 예배한 뒤
물러나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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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도 걸식을 마친 다음에
죽원으로 돌아갔었네.
사리불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얼굴빛 매우 온화하고 맑았다.
그의 좋은 벗 목련(목연)은
매우 친한 사이로 앎과 재주 비등했다.
그는 멀리서 사리불의
매우 기뻐하는 얼굴 모습 보고 말했네.
“내 지금 자네를 보니
보통 때의 얼굴과는 다름이 있네.
본성(본성) 지극히 무뚝뚝한데
기뻐하는 모습 지금에야 보이누나.
이런 모습 까닭 없지 않겠거니
반드시 감로법을 얻은 것이다.”
“오늘 여래의 말씀을 듣고
실로 일찍이 없던 법 얻었다네.”
그가 곧 청하자 그를 위해 설명하니
그는 그것을 듣고 마음 열리고
모든 티끌과 때도 또한 없어져
이내 바른 법안(법안)이 생겼나니
오랫동안 묘한 인과(인과) 심었었기에
마치 손바닥의 등불 보듯 하였네.
부처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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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 10004] 쪽
둘은 함께 부처님께 나아갔나니
그 제자 무리들
250명의 사람도 함께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멀리서 두 현인(현인)을 보고
모든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저기 오는 두 사람은
다 내 으뜸가는[상수] 제자이니라.
한 사람은 그 지혜 짝이 없을 것이요
또 한 사람은 신족(신족) 제일이니라.”
깊고 깨끗한 범음(범음)으로 말씀하셨다.
“너희들 잘 왔구나.
여기는 맑고 시원한 법이 있나니
출가자의 맨 마지막 도(도)이니라.”
손에는 셋으로 갈라진 지팡이 짚고
머리 틀고 물병 지닌 그들
잘 왔다는 부처님 소리 듣자
곧 변하여 사문(사문) 되었다.
두 스승과 그 제자들은
모두 다 비구의 모습 갖추자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는데
부처님께서 그들 위해 설법하시자
모두 다 아라한도(아라한도) 얻었다.
그 때 어떤 이생(이생)이 있었는데
[241 / 10004] 쪽
가섭(가섭)족의 밝은 등불로서
들은 것 많고 몸 모양 원만하며
많은 재물에 아내 또한 어질었으나
마음속에 해탈도를 구하였기 때문에
그 모든 것 버리고 집을 나와
다자탑(다자탑)으로 접어드는 길에
갑자기 저 석가문(석가문)을 만났다.
빛나는 얼굴 환하게 비춤이
마치 하늘 사당[사천]의 깃대 같았네.
그는 엄숙하게 온몸으로 공경하고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며 말했네.
“존귀한 분은 나의 큰 스승이시며
나는 곧 존귀한 분의 제자입니다.
오랫동안 어리석은 어둠을 쌓아왔으니
원컨대 저를 위해 등불 되어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저 두 생(생)이
기쁜 마음으로 해탈을 숭상함 아시고
청정하고 부드럽고 온화한 소리로
잘 왔다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이 말을 듣자 마음이 태평하고
몸과 정신의 피로가 확 풀리며
마음은 훌륭한 해탈(해탈)의 경지에 깃들어
지극히 고요하여 모든 티끌 여의었네.
부처님께서는 그가 호응하는 바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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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 10004] 쪽
그를 위해 간략히 해설하시자
그는 모든 깊은 법 한꺼번에 이해하고
네 가지 걸림 없는 변재 이루어
큰 덕이 사방에 널리 퍼졌으므로
대가섭(대가섭)이라 이름하였다.
'본래는 몸과 나[아]는 다르다 보고
혹은 나를 곧 몸이라 보며
나도 있고 내 것[아소]도 있다고 보았지만
지금은 이 견해 아주 없어졌다네.
이 몸은 오직 온갖 괴로움 덩어리
괴로움을 떠나면 남음 없다고 보네.
계(계)를 가지고 고행 닦으며
인(인)이 아닌 것을 인이라 보았지만
평등하게 그 괴로움의 성질을 보아
저 다르게 쌓인 마음 영원히 없앴네.
혹은 있다고 보고 혹은 없다고 보면
이 두 견해는 망설임을 내지만
평등하게 참 진리 깨달으면
결정코 다시는 의심 없으리.
재물과 색(색)에 물들어 집착하고
미혹하고 취(취)하여 탐욕 생겼으나
덧없고 깨끗하지 못하다 생각하면
탐심과 애욕은 영원히 어그러지리.
사랑하는 마음으로 평등하게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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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 10004] 쪽
원수와 친함 다르다는 생각 없나니
일체를 슬프고 가엾게 여기면
미워하고 성내는 독(독)을 녹이리라.
색(색)에 의해 모든 유(유)가 상대하여
갖가지 잡생각 생겨나니
깊이 생각하여 색(색)의 생각 무너뜨리면
곧 색(색)에 대한 애욕을 끊을 수 있으리.
비록 무색천(무색천)에 태어났어도
그 목숨 반드시 다할 때 있으리니
네 가지 정수(정수)에 어두워
실없이 해탈이란 생각 낸다네.
적멸하여 모든 생각조차 여의면
무색(무색)에 대한 탐욕도 영원히 없어지리.
어지러운 마음은 변하고 거스르기
물결을 두드리는 미친 바람 같나니
견실하고 굳은 선정에 깊이 들어가
어지럽고 들뜬 마음 고이 그치게 하라.
어떤 법을 관찰해봐도 내 것이란 것 없고
나고 멸해 견고하지 않다네.
하·중·상을 보지 않으면
나[아]라는 거만한 마음 스스로 잊으리라.
지혜의 등불을 세차게 일으키면
모든 어리석음의 어둠 여의고
다하여도 다함이 없는 법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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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 10004] 쪽
무명(무명)은 모두 다해 남음 없으리.'
열 가지 공덕을 깊이 생각해
열 가지 번뇌를 멸해 없애고
다시 태어남을 쉬어야 할 일을 마쳤나니
매우 감격해 세존을 우러렀네.
셋을 여의고 셋을 얻어서
세 제자가 세 가지를 없앰이
마치 세 별이 죽 벌려 있어
저 삼십삼천(삼십삼천)의 사제(사제)들이
삼오(삼오)를 모신 것처럼
세 사람 부처님을 모신 것도 그러했네.
18. 화급고독품(화급고독품)
그 때 어떤 큰 장자(장자) 있었으니
이름을 급고독(급고독)이라 하였다.
큰 부자로서 재물은 한량없이 많았는데
널리 보시하여 가난한 이 구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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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 10004] 쪽
그는 멀리 북쪽에 있는
교살라국(?살라국)에서 오다가
어떤 친구 집에서 묵었었는데
그 주인 이름은 수라(수라)라 했다.
그는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와
죽원(죽원)에 계신단 말 듣고
그 이름 받들고 그 덕을 존경하여
그 밤으로 곧 그 숲에 나아갔네.
여래께서는 이미 그의 근기가 성숙했고
깨끗한 믿음이 생긴 줄 아시고
그에 맞게 그 사실 칭찬하며
그를 위하여 법을 설하셨네.
“그대는 이미 바른 법을 좋아해
청정하게 믿는 마음 간절하기에
능히 잠을 줄이고
나에게 와 예를 올리니
내 오늘은 그대를 위하여
첫 손님에 대한 예의 두루 갖추리.
그대는 전생에 덕의 종자[본] 심었고
그 희망 견고하고 깨끗해
부처란 이름 듣자 기뻐했으니
바른 법의 그릇이 될 만하여라.
빈 마음으로 널리 은혜 베풀어
가난하고 궁핍한 이에게 두루 베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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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 10004] 쪽
그 이름과 덕 두루 흘러 퍼져
그 결실 이룸은 전생 인연 때문이라네.
이제는 마땅히 법보시를 행하되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껏 베풀고
때로는 고요함의 보시 베풀며
아울러 깨끗한 계(계) 받아 지니면
계(계)는 장엄하는 도구가 되고
또 능히 나쁜 갈래[취] 변화시켜서
사람으로 하여금 하늘에 오르게 하여
하늘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보답하리라.
구(구)하는 모든 것 큰 괴로움이요
애욕은 모든 허물 모으나니
그러므로 마땅히 악을 멀리 여의고
욕심 떠나 고요한 즐거움 닦으라.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
세상의 큰 근심인 줄 알아
세상을 바르게 관찰함으로써
남·늙음·병듦·죽음 여의어야 하리.
남·늙음·병듦·죽음이
이미 이 인간에게 있음을 보았네.
하늘에 나더라도 또한 그러하나니
항상 존재함 없기 때문이라네.
항상함이 없으면 그게 바로 괴로움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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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 10004] 쪽
괴로움은 곧 내가 없음이며
무상함과 괴로움은 내가 아니니
어떻게 거기에 나와 내 것 있으랴.
괴로움은 곧 괴로움인 줄 알고
모임[집]은 곧 모임인 줄 알아
괴로움이 멸하면 곧 고요함이요
그 길[도]은 곧 안온한 곳이니라.
온갖 생겨남엔 유동(류동)하는 성질 있으니
그것이 곧 괴로움의 근본인 줄을 알라.
그 끝을 싫어해 근원을 막고자 할 뿐
있음과 없음을 원하는 것 아니네.
남·늙음·죽음은 성대한 불길로서
온 세간을 두루 태우네.
남과 죽음에 동요됨을 깨달아
마땅히 생각 없음[무상] 익혀야 하네.
삼마제(삼마제)는 최후의 경지로서
감로(감로)의 고요한 곳이라네.
모든 것 공(공)하여 나와 내 것이 없고
이 세간은 모두 다 꼭두각시 같나니
마땅히 이 몸을 관찰해 보라.
4대(대)와 5온(온)의 덩어리라네.”
그 때 장자는 이 설법 듣고
그 자리에서 초과(초과)를 얻었네.
“나고 죽음의 바다는 소멸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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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 10004] 쪽
오직 한 방울 남은 것 있으니
비고 한가한 데서 욕심 여읨 닦았어도
제일 유(유)와 무(무)에 대한 몸의 견해는 남아
지금 세속 사람이
진리 보아 참으로 해탈함만 못했네.
“모든 고행을 여의지 못하고
갖가지 다른 견해의 그물 있으면
제일의 유(유)에까지 이르렀다 해도
그것은 참된 이치 보지 못한 것이니
삿된 생각으로 하늘 복에 집착하면
유(유)에 대한 애욕의 결박 더욱 깊어지리.”
그 때 장자는 이 설법 듣고
음개(음개)가 곧 환히 열려
이내 바른 견해를 얻게 되었고
모든 그릇된 견해 영원히 사라짐이
마치 사나운 가을 바람이
두터운 구름을 흩는 것 같네.
“자재천(자재천)의 인(인)이라 헤아리지 말고
그릇된 인(인)에서 생긴 것도 아니며
또한 아무런 인 없이
이 세간이 생긴 것도 아니라네.
만일 자재천이 만들어 낸 것이라면
어른과 아이, 먼저와 뒤가 없어야 할 것이요
또한 다섯 갈래의 윤회도 없어야 할 것이며
생긴 것은 당연히 멸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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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 10004] 쪽
또한 재환(재환)도 없어야 할 것이며
악을 지어도 허물되지 않아야 하리니
깨끗하거나 깨끗하지 못한 업(업)은
다 자재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라네.
만일 자재천이 만들어 낸 것이라면
세상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으리라.
아들이 아비에게서 생겨난 것 같으리
누가 그 아비를 모른다 하리.
사람이 궁하고 괴로운 때를 만나도
도리어 하늘을 원망하지 않을 것이요
모두 자재천을 숭상할 것이니
마땅히 다른 신(신)은 받들지 않으리라.
자재천이 정말 지은 것이라면
자재천이라 이름해선 안 될 것이니
그는 곧 지은 이이기 때문에
그는 마땅히 늘 지어야 하리.
언제나 지으면 스스로 고달플 것이니
어떻게 자재(자재)라 할 수 있으랴.
만일 아무 생각 없이 지었다 하면
어린애 장난과 같을 것이요
만일 작심하고서 지었다 하면
마음이 있으니 자재가 아니리라.
괴롭고 즐거움이 중생 때문이라면
그것은 자재천이 지은 것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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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 10004] 쪽
자재천이 괴로움과 즐거움 내었다면
그에게 사랑과 미움이 있음이니
이미 사랑하고 미워함이 있다면
마땅히 자재천이라 일컫지 않으리.
만일 다시 자재천이 지었다면
중생들은 잠자코 있어야 할 것이니
그의 자재한 힘에 맡겼거늘
무엇 하러 구태여 선(선)을 닦으리.
정령 또 선악을 닦는다해도
마땅히 그 업보가 없기 때문이네.
만일 자재천이 그 업(업)을 내었다면
일체는 모두 그 업이 같아야 할 것이요
만일 모두가 업이 같다면
모두 자재천이라 일컬어야 할 것이네.
만일 자재천이 인(인)이 없다면
일체도 또한 인이 없어야 할 것이요
만일 다른 자재천을 의지한다면
자재천은 마땅히 끝이 없어야 하리.
그러므로 저 모든 중생들
아무도 지은 이 없네.
마땅히 알라. 자재천의 이치는
이 이론(이론)에 마주치면 곧 깨어져서
일체 이치가 서로 어긋나니
만일 설명할 수 없다면 곧 허물이 있고
[251 / 10004] 쪽
또 만일 자성(자성)에서 생겼다 해도
그 허물 또한 이와 같으리.
저 모든 인명론자(인명론자)들
일찍이 이렇게 말하지 않았네.
의지할 것도 없고 또한 그 인(인)이 없이도
능히 지어지는 것이 거기 있다고 말하네.
그러나 세상 모든 것 다 인을 말미암음이
마치 종자를 의지하는 것 같네.
그러므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자성(자성)에서 생긴 것 아닌 줄 아네.
이 세상의 모든 지어진 것들
오직 한 인으로 생긴 것 아니건만
그러면서 여기 한 자성을 말하나니
그러므로 그것은 인이 아니네.
혹은 말하기를 그 자성은
온갖 곳에 두루하다고 하지만
만일 온갖 곳에 두루하다면
지은이도 지어진 이도 없을 것이니
이미 지은이도 지어진 이도 없다면
그것은 곧 인이 되지 않으리.
만일 온갖 곳에 두루하다면
그 온갖 것을 만든 이 있으리니
그것은 곧 온갖 때에 있어서
늘 만드는 이가 있어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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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 10004] 쪽
만일 늘 만드는 이가 있다고 하면
때를 기다렸다가 물건을 낼 리 없으리니
그러므로 또한 마땅히 알라.
자성이 인(인)이 되는 것 아니라네.
또한 말하기를 그 자성은
일체의 구나(구나)를 여의었다 하지만
그러면 저 만들어진 모든 것들
또한 반드시 구나를 여의어야 하리.
그러나 이 모든 세간은
다 구나가 있음을 보나니
그러므로 또한 이 자성은
일체의 인이 아님을 아네.
만일 저 자성에 대해
구나와 다르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상(상)으로써 인을 삼기 때문에
그 성질 다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중생은 구나와 다르니
그러므로 자성은 그 인이 아니요.
자성이 만일 항상한 것이라면
사물 또한 무너지지 않아야 하리.
만일 자성으로 그 인을 삼는다면
인과(인과)의 이치는 같아야 하리라.
그러나 세간의 무너짐을 보나니
그러므로 따로 인이 있음을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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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 10004] 쪽
만일 그 자성이 인(인)이 된다면
마땅히 해탈을 구하지 않아도 되니
그것은 그 자성 있기 때문에
그것의 나고 멸함에 맡겨야 할 것이요
가령 해탈을 얻는다 하더라도
자성은 도리어 결박되게 될 것이다.
만일 자성을 보지 못하면서
그 법의 인을 본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인이 되지 못하리니
인과의 이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간의 모든 보이는 일들
인과 과가 다 함께 나타나네.
만일 자성에 마음이 없다면
마음엔 인이 있을 수 없네.
연기를 보고 불을 아는 것처럼
인과 과는 서로 구하는 게 비슷하다.
그 인을 보지 못하고는
그 일을 볼 수 없네.
금(금)으로 그릇이나 옷을 만드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금과는 떨어질 수 없나니
자성을 이 일의 인이라 한다면
처음과 끝이 어찌 다를 수 있으랴.
만일 때[시]로 말미암아 만드는 이 있게 되면
마땅히 해탈을 구하지 않으리니
그 때란 항상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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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 10004] 쪽
그 시절(시절)에 맡겨야 마땅하리라.
이 세간은 끝이 없는 것처럼
시절도 또한 그와 같다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도
마땅히 방편을 구하지 않아야 하네.
다라표구나(타라표구나)라는
세상의 또 다른 주장이 있네.
비록 여러 가지 주장들이 있기는 하나
인(인)이 같지 않음을 알아야 하네.
만일 내[아]가 짓는다고 한다면
반드시 하고픈 대로 생하였을 것이네.
그러나 지금은 하고픈 대로 되지 않나니
어떻게 내가 짓는다 하리.
갈구하지 않는데 그것을 얻고
갈구하는데 도리어 얻지 못해
괴로움과 즐거움에 자재롭지 못한데
어떻게 내가 짓는다 하리.
만일 내가 짓는 것이라 한다면
나쁜 갈래의 업은 없었을 것이네.
그런데 갖가지 업의 과(과) 생기나니
그러므로 내가 짓는 것 아님을 아네.
나는 때[시]를 따라 짓는다고 한다면
때를 따라 오직 착한 일만 지었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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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 10004] 쪽
선(선)과 악(악)이 인연 따라 생겨나니
그러므로 내가 짓는 것 아님을 알리.
만일 인(인) 없이 지어졌다면
마땅히 방편 닦을 일 없어야 하리니
일체는 저절로 정해져 있거늘
무엇 하러 구태여 인을 닦으리.
세간에서는 갖가지 업을 지어
갖가지로 결과를 거두나니
그러므로 일체 세간에는
인 없이 지어진 것 없음을 아네.
마음이 있고 또 마음 없음은
모두 인연 따라 일어나나니
그러므로 이 세간의 일체법은
인 없이 생긴 것 하나도 없네.”
장자는 마음이 열리고 풀려
훌륭하고 묘한 이치 밝게 통달해
한 모양의 진실한 지혜가 생겨
결정코 참된 이치 밝게 알았네.
세존의 발에 공경스레 예배하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사바제(사파제)에 머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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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 10004] 쪽
토지는 풍족하고 또 안락합니다.
이 나라의 바사닉(파사익) 대왕은
사자원족(사자원족)의 후손으로서
복덕(복덕)의 그 이름 널리 퍼져
멀고 가까운 모든 곳에서 존경합니다.
제가 이제 정사(정사)를 세우고자 하니
부디 가엾게 여기시어 받아 주소서.
부처님 마음은 평등하시므로
거처의 안락함을 구하시지 않겠지만
이 중생들 가엾게 여기시어
제 간청 어기시지 않을 줄 압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장자의 마음에
크게 보시할 생각 일으키면서
물듦도 없고 집착하는 바도 없이
중생의 마음 잘 보호할 줄 아셨네.
“너는 이미 참된 진리 보았고
본 마음 보시하기 좋아하나니
돈과 재물과 범상치 않은 보배를
마땅히 내어 보시해야 하리.
마치 창고가 불에 탔을 때
이미 낸 물건 보배라 해도
밝은 사람은 덧없음 알아
재물 내어 널리 은혜 베풂 같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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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 10004] 쪽
탐욕이 많은 이는 지키고 아껴
다할까 두려워 쓸데 쓰지 않고
또한 덧없음을 두려워할 줄 모르다가
속절없이 잃고는 근심하고 후회 더하네.
때맞춰 근기에 따라 베풀기
마치 건장한 사내가 도적을 만나
능히 베풀고 능히 싸우듯 하면
이는 용감하고 지혜 있는 장부라네.
베푸는 이는 뭇 사람 사랑 받고
좋은 이름은 널리 두루 퍼지며
어질고 착한 이를 벗하기 좋아하니
그 목숨 마쳐도 마음 항상 기쁘네.
뉘우침 없고 두려움도 없으며
아귀 세계에 태어나지 않으리.
이것은 곧 꽃의 결실이 되어
그 열매 또한 생각키 어려우리.
여섯 갈래 세계를 윤회할 때
좋은 짝은 보시보다 더한 것 없나니
만일 천상이나 인간 세계에 태어나면
뭇 대중이 받들고 섬길 것이요.
비록 축생 세계에 태어나더라도
보시의 과보를 따라 즐거움 누리리.
지혜로서 고요한 선정을 닦는 것은
의지함도 없고 헤아림도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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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 10004] 쪽
아무리 감로(감로)의 도 얻었다 해도
오히려 보시를 바탕하여 이룬 것이네.
그는 은혜로운 보시를 연(연)하여
여덟 가지 대인(대인)의 생각을 닦고
그 생각 따라 기쁜 마음 있으며
결정코 삼마제(삼마제)를 얻는 것이네.
삼매(삼매)는 지혜를 증가시켜
능히 나고 멸함을 바로 보게 하나니
나고 멸함을 바르게 관찰한 다음
차례차례 해탈을 얻게 된다네.
재물 버려 은혜로 베푸는 이는
탐욕과 집착을 없애 버리고
자비롭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베풀어
미움·성냄·거만을 아울러 버리네.
은혜로 베푼 결과를 분명하게 보고
베풂 없는 어리석음 버려지는 것 보아
모든 맺음[결]의 번뇌를 멸하나니
이것은 다 은혜로 베푼 결과라네.
그러므로 은혜로 베풂이야말로
해탈의 인(인)이 됨을 알아야 하리.
마치 사람이 씨 뿌리고 가꾸는 것
그늘과 꽃과 열매 얻기 위함이듯
보시도 또한 그와 같아서
과보의 즐거움이 대열반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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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 10004] 쪽
견고하지 않은 재물의 보시로서
그 값으로 견고한 결과를 얻는다네.
음식을 보시하면 오직 힘만 얻고
옷을 보시하면 좋은 몸을 얻나니
만일 정사(정사)를 세우면
온갖 결과 구족함을 이룬다네.
혹은 보시로서 5욕(욕)을 구하거나
혹은 큰 재물을 탐해 구하며
혹은 명예를 위해 보시 행하거나
혹은 하늘에 태어나 즐거움 누리기 위함이네.
혹은 가난과 괴로움 면하기를 원하는데
오직 그대만의 생각 없는 보시는
보시 중에서 최상의 보시로서
무슨 이익이든 얻지 못할 게 없으리.
그대의 마음가짐 크고 넓으니.
마땅히 빨리 성취케 해야 하리.
어리석은 애욕의 마음으로 왔지만
맑고 깨끗한 눈을 떠 돌아가라.”
장자는 부처님의 가르침 받고
은혜로운 마음 더욱 밝아져
이내 저 우바저사(우파저사)를 청해
어진 벗되어 함께 돌아가지만
그들은 저 교살라국(??라국)으로 돌아가
두루 돌아다니며 좋은 터를 찾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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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태자가 소유하고 있는 기원(기원)의
숲과 물이 지극히 맑고 고요함을 보았다.
그들은 태자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
그 밭을 사려고 청해 보았네.
그러나 태자는 귀한 보배처럼 아껴서
아예 팔 생각을 내지 않았네.
“비록 황금을 가득히 깔더라도
오히려 그 땅은 내놓을 수 없으리.”
장자는 마음으로 매우 기뻐해
곧 황금을 두루 깔았네.
기타(기타)태자가 말했네.
“내가 주지도 않았는데 어찌하여 금을 까는가.”
장자가 말했다.
“주지 않으려면 어찌 황금을 깔라 하였소.”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다투다
관청에서 송사까지 벌이게 되자
여러 사람들 모두 기특하다 찬탄하였고
기타 태자 또한 그 정성 알게 되었다.
그 이유를 자세히 물었을 때
대답하여 말했네.
“정자를 세워 여래와 제자들 그리고
비구들에게 공양하려 한다네.”
태자는 부처라는 이름을 듣고
그 마음에 곧 깨달음 생겨
[261 / 10004] 쪽
다만 그 황금의 반만 받고
화해 구하고 함께 정사 세우자 했네.
“그대는 땅을, 나는 숲을
우리 함께 부처님께 공양하자.”
그래서 장자는 땅을, 태자는 숲을 바쳐
사리불로 감독관을 삼아
경영하기 시작해 정사를 세울 때
밤낮으로 꾸준히 해 어느새 완성되었고
높이 드러나고 훌륭하게 장엄함이
마치 사천왕의 궁전 같았다.
법을 따르고 도(도)에 맞추어
여래의 쓰임에도 알맞았나니
세간에 일찍이 없던 일로서
사위성을 더욱더 빛내었다.
여래께서는 신비한 공덕을 나타내고
제자들 모여들어 안거(안거)할 때
시자(시자) 없는 이에겐 시자를 내려주고
시자 있는 이에겐 도에 필요한 물자를 대었다.
장자는 이 복으로 말미암아
그 목숨 끝나자 하늘에 태어났고
자손들은 그 업을 이어 받아
대대로 복밭[복전]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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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 10004] 쪽
19. 부자상견품(부자상견품)
부처님께서는 마갈국(마갈국)에서
여러 외도(외도)들을 교화하시어
모두 한맛의 법을 따르게 하시니
마치 해가 뭇 별을 비추는 것 같았다.
저 다섯 산성(산성)을 나와
1천 제자와 함께
앞뒤로 권속들을 거느리시고
이금산(니금산)으로 나아가셨네.
가유라위성(가유라위성)에 가까워지자
은혜에 보답할 마음이 생겨
“마땅히 법공양 닦아
부왕에게 받들어 올리리라” 하였다.
왕의 스승과 또 대신들
먼저 정탐할 사람을 보내
언제나 부처님 곁을 따라다니며
그의 거둥[진지]을 살피게 하였었다.
부처님께서 돌아오시려 하는 생각 알고
먼저 달려와 왕에게 아뢰었다.
“태자께서는 멀리 떠나 공부하시다가
소원을 성취하고 지금 돌아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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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 10004] 쪽
왕은 그 말 듣고 매우 기뻐해
수레를 타고 나가 맞이할 때
온 나라의 모든 사서(사서)들
모두 왕을 따라 나아갔네.
점점 가까이 가서 부처 뵈오니
빛나는 모습 이전보다 배나 더하여
많은 대중들 가운데 있는 모습이
마치 저 범천왕과 같았다.
수레에서 내려 천천히 나아갈 때
법 위해 머물기 어려울까 걱정했으나
그 얼굴 우러르자 마음이 하도 기뻐
입으로 뭐라 말할 바를 몰랐네.
자기는 탐욕으로 세속에 얽혀 있고
아들은 초연하여 신선된 것 돌아보니
비록 아들이라 해도 높은 도(도)에 올라 있어
어떤 명칭으로 불러야 할지 알지 못했다.
스스로 생각하되 '그처럼 그리워했건만
오늘날엔 마땅히 말할 길 없네.
아들은 이제 잠자코 앉아
안온하여 얼굴빛 변하지 않고
오랫동안 이별했었건만 아무 감정 없으니
내 마음 유독 외롭고 슬프게 하는구나.
마치 오랫동안 목마른 사람
길에서 맑고 시원한 우물을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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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 10004] 쪽
달려가 그것을 마시려 할 때
갑자기 그 우물 말라버리는 것처럼
내 이제 내 아들을 보니
빛나던 얼굴 본래 그대로건만
마음 서먹서먹한 기운은 너무도 높아
도무지 따라 붙을 마음 없구나.
정을 억제하고 헛된 희망 단절되니
목마른 이 마른 우물 대한 듯하네,
보지 못할 때는 생각만 치달렸건만
눈앞에 마주 보자 기쁨 없어져
마치 사람이 이별한 부모 그리다가
갑자기 그림의 형상만 본 듯하구나.
장차 사천하(사천하)의 왕 되기는
마치 만타왕(만타왕)과 같겠거늘
너는 지금 밥을 빌고 다니니
이 길이 뭐 그리 영화롭단 말인가.
편안하고 고요하기 수미산(수미산) 같고
빛나는 모습 밝은 해와 같으며
안정된 걸음걸이 소 왕의 걸음 같고
두려움 없기는 사자 외침 같거늘
사천하(사천하)의 물려줌을 누리지 않고
구걸하여 그 몸을 기르는구나.'
부처님께서는 부왕(부왕)의 마음에
그래도 아들이란 생각 남아 있음 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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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 10004] 쪽
그 아버지의 마음을 일깨워 주기 위한 까닭과
아울러 일체 중생 가엾게 여기시기에
신족(신족)으로 허공에 올라
두 손으로 해와 달을 받들고
공중에서 두루 돌아 다니며
갖가지 이변을 나타내셨네.
혹은 한량없이 몸을 나누었다가
다시 합하여 하나가 되며
혹은 물 밟기를 땅 밟듯 하고
땅에 들어가기를 물에 들어가듯 하며
석벽도 그 몸을 막지 못하고
몸 왼쪽과 오른쪽에서 물과 불을 내었다.
부왕은 그것 보고 매우 기뻐해
부자의 정 모두 다 없어졌다.
부처님께서는 공중의 연꽃 자리에 앉아
그 왕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왕께선 자비스런 마음으로써
아들을 위해 근심과 슬픔 더하며
끊임없이 아들을 사랑하는 줄 알지만
그러나 그것을 빨리 버려야 합니다.
애정을 끊고 그 마음 고요히 하여
아들이 수양하는 법 받으소서.
미처 아들로서 받들지 못한 것을
나 이제 부왕께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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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 10004] 쪽
아비로서 아들에게 얻지 못한 것
이제 아들에게 그것 얻으니
사람의 왕으로도 기특한 일이요
하늘의 왕으로도 드문 일이네.
훌륭하고 묘한 감로의 도(도)
이제 그것을 대왕께 바칩니다.
스스로 지은 업(업)은 이전의 업 받아 나고
그 업은 또 전업의 과보에 의하나니
마땅히 알아야 하네. 그 업의 인과(인과)는
한량없는 세상의 업을 짓나니
그러므로 이 세상 자세히 관찰하면
오직 업만이 착한 벗 된다네.
여러 친척들이나 또 그 몸을
못내 사랑하고 서로 그리워해도
목숨 마치고 신(신)이 홀로 갈 때는
오직 업만이 착실한 벗 되어 따르네.
다섯 갈래 세계를 윤회하면서
세 가지 업이 세 가지로 생겨날 때
애욕(애욕)이 그 원인이 되어
갖가지 무리의 차별 생긴다.
이제 마땅히 그 힘을 다하여
몸과 입으로 짓는 업 깨끗이 다스리되
밤낮으로 부지런히 닦아 익혀
어지러운 마음 쉬고 고요하게 하라.
오직 이것만이 자기 이익 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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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 10004] 쪽
이것을 버리고는 모두 나[아]가 아닐세.
마땅히 알아야 하네. 삼계(삼계)의 모든 존재[유]는
마치 큰 바다의 물결 같아서
즐거워하기도 어렵고 가까이 하기도 어렵나니
마땅히 네 번째의 업 닦아야 하네.
나고 죽는 다섯 길을 윤회함은
마치 뭇 성좌(성좌)가 도는 것 같다.
모든 하늘도 옮겨가고 변하거늘
인간 세상이 어찌 항상할 수 있으리.
열반을 가장 안락한 것이라 하나니
즐거움 중에는 선정의 고요함이 제일이라네.
인간 왕의 다섯 가지 즐거움은
위험하고 또 두려움 많아
마치 독사와 함께 사는 것 같나니
어떻게 잠시라도 기뻐할 수 있으리.
현명한 사람은 이 세간을 볼 때
왕성한 불길에 둘러싸인 것 같아서
두려움에 잠시도 편안할 수 없기에
나고 늙고 죽는 것 여의기를 구하나니
그러므로 끝없이 고요하고 고요한 곳
슬기로운 사람이 사는 곳이네.
날카로운 무기나 코끼리나 말이나
군사나 수레를 구태여 쓰지 않고
탐욕·성냄·어리석음 항복 받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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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 10004] 쪽
천하의 어떤 적(적)도 당하지 못하리.
괴로움 알아 괴로움의 인(인)을 끊고
멸(멸)을 증득하고 방편을 닦아
네 가지 참된 이치 바르게 깨달으면
나쁜 세계의 두려움은 없어지리.”
그리고 먼저 묘한 신통 나타내어
왕의 마음 기쁘게 해 드리자
믿고 즐거워하는 정 이미 깊어져
바른 법 그릇이 될 만하였네.
왕은 합장하고 찬탄하였다.
“기특하여라, 서원(서원)의 결과 이루었구나.
기특하여라, 큰 괴로움 여의었구나.
기특하여라, 나를 요익(요익)하게 하였구나.
비록 먼저는 슬픔·근심 더하였으나
그 슬픔 인연하여 이익 얻었네.
기특하여라, 나는 오늘에야
아들을 낳은 과보(과보) 이루었네.
훌륭하고 묘한 즐거움 버리고
열심히 힘써 고행 익히며
마땅히 친족의 영화 버리고
은혜와 애정의 정 끊어야 하리.
옛날의 모든 선왕들은
부질없이 괴로워할 뿐 공이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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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 10004] 쪽
맑고 시원하고 안온한 곳을
너는 이제 모두 이미 얻어
자신도 편안하고 남도 편안케 하며
크게 가엾게 여겨 중생을 제도하니
처음부터 이 세상에 머물면서
만일 전륜왕(전륜왕)이 되었더라면
그 자재로운 신통 없었으리니
내 마음 열어 주지 못했으리라.
또한 이러한 묘한 법도 없었으리니
나를 지금처럼 기쁘게 하지 못했으리라.
비록 전륜왕이 되었더라도
나고 죽는 실마리 끊지 못했으리라.
너는 이제 능히 남[생]과 죽음[사] 끊어져
윤회하는 큰 괴로움 멸하였으니
능히 중생의 무리를 위해
감로법을 널리 설하는구나.
이와 같은 묘한 신통이 있고
지혜는 매우 깊고 넓어서
나고 죽는 괴로움 아주 멸하여
하늘과 사람 중에 제일이 되었으니
비록 거룩한 왕의 자리에 있었더라도
마침내 이런 이익 얻지 못했으리라.”
이렇게 찬탄하여 마친 뒤에는
법을 사랑하여 공경 더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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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 10004] 쪽
왕이요 아버지인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겸손하고 낮추어 머리 조아려 예배하였네.
온 나라의 모든 백성들
부처님의 그러한 신통력 보고
깊고 묘한 설법 듣고서
또한 왕이 공경하고 존중하는 것 보자
합장하고 머리 조아려 절하면서
모두 기특하다는 생각을 내어
세속의 얽매임에 있기 싫어하여
모두 다 집을 떠날 마음 내었다.
석가 종족의 여러 왕자들
마음으로 깨치고 도과(도과) 이루어져
모든 세속 영화와 즐거움을 싫어해
친족들을 버리고 출가하였다.
아난다(아난타)와 난타(난타)와
금비라(금비라)와 아나율(아나율)
난도(난도)와 발난타(발난타)와
그리고 군다타나(군차타나)
이러한 모든 우두머리와
그 밖의 석가족의 아들들
모두 다 부처의 가르침 따라
그 법을 받고 제자 되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대신의 아들
[271 / 10004] 쪽
우타이(우타이)가 우두머리 되어
여러 왕자들과 함께
차례차례 출가하였다.
또 우파리(우파리)라 이름하는
아저리(아저리)의 아들이
저 모든 왕자들과
대신의 아들들 출가하는 것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깨친 바 있어
또한 출가하여 법을 받았다.
부왕도 그 아들의
신통한 힘과 모든 공덕을 보고
스스로도 또한 맑은 흐름인
감로의 바른 법문에 들어갔네.
왕의 자리와 저 나라까지 버리고
선정의 감로밥을 먹으며
한가롭게 있으며 고요함 닦고
궁중에 있으면서 신선의 도[왕선] 익혔다.
여래는 그 종족의 친구들을
모두 성질에 따라 거두어 받은 뒤에
온화하고 기쁘게 도(도)를 펴자
친척들도 기뻐하며 그를 따랐다.
때가 이르러 걸식하기 위해
가유라위성(가유라위성)으로 들어가시자
성안의 모든 남자와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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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 10004] 쪽
놀라고 기뻐하며 큰 소리로 외쳤네.
“실달아라타(실달아라타)께서
도(도)를 배워 이루고 돌아오셨다.”
이렇게 안팎에서 서로서로 전해 알려
어른이나 아이들 달려와 뵈었네.
사립을 열고 창문을 열고
어깨를 맞대고 눈을 치뜨며
부처님 몸의 상호(상호)를 보았을 때
그 광명 빛나도 눈부셨다.
겉에는 가사(가사)옷 입고
몸의 광명 안을 철저하게 비추어
마치 태양의 둥근 바퀴가
안팎을 서로 비추어 발하니
보는 사람 마음이 슬프고 기뻐
모두 합장하고 눈물 흘렸다.
부처님의 고요하고 바른 걸음걸이와
침묵한 얼굴에 모든 감관을 거두고
묘한 몸에 법다운 위의 나타냄 보고
공경하고 아껴 더욱 슬퍼하였네.
“머리를 깎아 그 좋은 모습 헐고
몸에는 물들인 옷 입었으며
의젓한 거동과 단아한 얼굴
몸을 단속하고 땅을 응시하며 걸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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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 10004] 쪽
마땅히 깃을 붙인 보배 일산 받치고
손에는 나는 용(용) 고삐 잡아야 할 것을
어찌하여 먼지를 뒤집어쓰며
발우 들고 걸식하러 다닌단 말인가.
그 재주는 원수를 항복받기 충분하고
얼굴은 채녀(?녀)들을 기쁘게 할 만하여
화려한 옷에 하늘관[천관] 쓸 때
만 백성 모두 우러러 뵈올 텐데.
어찌하여 싱그러운 모습 굽히고
마음을 억누르고 몸을 억제하며
미묘하고 만족스런 빛나는 옷 버리고
맨몸에 물들인 옷 입었는가.
어떤 모양을 보고 무엇을 구하기에
이 세상의 5욕(욕)을 원수라 하여
어진 아내와 사랑하는 아들 두고
혼자 즐거워하며 외로이 노니는가.
어려워라. 저 어진 아내
긴긴 밤 근심스러운 생각 품었다가
이제 출가하였다는 말을 듣고서
성명(성명)은 그나마 보전하였다.
알 수 없구나. 저 정반왕(정반왕)
마침내 이 아들을 보았는가.
그 묘한 상(상)을 가진 몸 보았다가
형상 무너뜨리고 집 출가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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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 10004] 쪽
원수라도 오히려 마음 아파하겠거늘
아비로서 그것 보고 어떻게 편안하리.
사랑하는 그 아들 라후라(나?라)는
늘 울며 슬퍼하고 그리워하였다.
그러나 그것 보고 위로할 마음 없었나니
이 도(도)를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관상 보는 법에 밝은 여러 사람들
태자는 나면서부터
대인(대인)의 상(상)을 두루 갖추었으니
마땅히 온 천하의 공양 받으리라고 말하였네.
그러나 이제 저 하는 모양 보니
그것은 모두 다 거짓말이었구나.”
이와 같이 그 많은 사람들
서로 시끄럽게 지껄였으나
여래는 마음에 집착이 없어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다만 중생들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겨
가난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려 했네.
저 선근(선근)을 자라게 하고
아울러 미래의 세상을 위해
탐욕이 적은 자취 나타내고
세속의 잡된 비방 없애려 하였다.
가난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
맛나고 나쁜 것 얻는 대로 맡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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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 10004] 쪽
부잣집 가난한 집 가리지 않고
발우가 채워지면 숲으로 돌아왔다.
20. 수기환정사품(수?환정사품)
세존께서 교화하기 시작하시어
가유라위(가유라위) 많은 사람을
인연 따라 제도해 마치시고
대중과 함께 길을 떠나셨네.
먼저 교살라국(?살라국)으로 가서
바사닉왕(파사닉왕)에게 나아갔나니
기환(?환)은 이미 잘 꾸며져 있었고
집은 두루 갖추어져 있었네.
흐르는 샘물은 쏟아져 흐르고
꽃과 열매 모두 우거졌으며
물과 육지의 온갖 희귀한 새들은
끼리끼리 서로 어울려 울어대니
그 아름다움 세상에 비할 데 없어
마치 계라산(계라산)의 궁전 같았다.
급고독장자(급고독장자)가
권속들 데리고 길 찾아서 마중 나올 때
꽃을 뿌리고 좋은 향 사르며
받들어 청하여 기원으로 들어갔다.
손에는 용(용) 모양의 황금병 들고
몸소 꿇어앉아 길게 물을 쏟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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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 10004] 쪽
시방에 계신 스님들에게
기환정사(?환정사)를 바쳐 올렸네.
세존께서는 주원(주원)하고 받으셨다.
“온 나라 영원히 편안하여지이다.
그리고 또 급고독 장자는
복과 경사의 흐름 무궁하여지이다.”
그 때 바사닉왕은
세존께서 이미 오셨다는 말 듣고
수레를 장식하고 기환정사로 나아가
세존 발에 공손히 예배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헤아리기나 했겠는가. 이 보잘것없는 나라
갑자기 큰 길상 이루게 될 줄을
악하고 거스르며 재앙이 많았는데
어떻게 대인(대인)을 감동케 하였는가.
이제 거룩한 모습 뵙게 되자
맑은 교화에 목욕하고 들이켰네.
비천하고 평범한 사람인데도
성인(성인)을 힘입어 승류(승류)에 든 것
마치 바람이 향기 숲에 불어오면
그 기운 어우러져 훈훈한 바람 이루고
온갖 새들이 수미산에 모이면
이상한 빛깔 띤 금빛 같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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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 10004] 쪽
밝은 사람과 만나게 되자
그 그늘 힙입어 영광을 함께하고
들사람이 선인(선인)을 공양한 탓에
살아서 세 발[삼족] 모양의 별이 되었네.
모든 세상 이익은 다함 있으나
성인의 이익은 영원히 끝없으며
사람의 왕에는 허물 많으나
성인 만나면 그 이익 언제나 편안하리.”
부처님께서는 그 왕의 마음 지극하여
법을 좋아하기 제석왕 같으나
오직 두 가지 집착 있어
재물과 색을 잊지 못하네.
때를 알고 그 마음의 행(행)을 안 뒤에
그 왕을 위하여 법을 설하셨네.
“나쁜 업(업) 가진 비천한 사람도
착한 것을 보면 공경할 줄 알거늘
더구나 그 자재로운 왕으로서
덕을 쌓은 전생의 인(인)으로 말미암아
부처를 만나 공경을 더함이랴.
그것은 곧 어려운 일 아니라네.
이 나라와 백성들 본래부터 평안하였나니
부처를 만났다고 더해진 것 아니라네.
내 이제 간략히 설법하리니
대왕은 우선 자세히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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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 / 10004] 쪽
내가 말하는 것을 받아 지니면
내 공덕의 결과 이룩한 것 보리라.
목숨 마치면 몸과 정신 갈라지고
친한 친척들도 모두 이별하지만
오직 좋고 나쁜 업(업)만 남아
그림자처럼 언제나 따르리.
마땅히 법왕(법왕)의 업을 높이고
만 백성 자식처럼 길러야 하네.
현세에서는 좋은 이름 퍼지고
죽은 뒤에는 천상에 오르리라.
마음대로 하면서 법 따르지 않으면
지금은 괴롭고 나중에도 즐거움 없다네.
저 옛날 리마(리마)란 왕은
법을 따르다 하늘 복을 받았고
금보(금보)란 왕은 악을 행하다
목숨 마치자 나쁜 곳에 태어났네.
나는 이제 대왕을 위해
선과 악의 법을 간략히 말하리니
그 대요(대요)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백성 보기를 외아들 같이 해야 합니다.
핍박하지도 말고 해치지도 말며
모든 감관[근]을 잘 거두어 가져
삿됨을 버리고 바른 길로 가야 합니다.
잘난 체 다른 사람 업신여기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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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 10004] 쪽
고행하는 데에서 벗을 사귀며
그릇된 견해 가진 벗을 사귀지 말아야 합니다.
왕의 위엄과 세력을 믿지 말고
그릇되고 아첨하는 말 듣지 말며
모든 고행하는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왕의 바른 법전(법전) 벗어나지 말며
부처를 생각하고 바른 법 보전하여
법 아닌 것들을 항복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현재에선 사람 중에 최상이 되고
덕은 장차 높은 도(도) 가운데서 펴나리니
무상하다는 생각을 깊게 해
몸과 목숨 생각마다 변한다 생각하고
높고 뛰어난 경계에 마음을 두고
맑고 시원한 나루[진]에 뜻을 두어 구하며
사랑하는 마음 가져 자재롭게 즐기면
오는 세상에는 그 즐거움 더하리.
영원히 세상에 좋은 이름 전하여
반드시 여래 은혜 갚아야 하니
마치 어떤 사람 단 과일 좋아하면
반드시 좋은 종자 심는 것과 같다네.
밝음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수도 있고
어둠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수도 있으며
어둠과 어둠이 계속되는 수도 있고
밝음과 밝음이 서로 인(인)하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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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 10004] 쪽
지혜로운 사람은 세 가지[삼품]를 버리고
마땅히 처음부터 끝까지 밝음 배우네.
말이 모질면 온갖 소리 호응하지만
좋은 말하면 따르는 자 없네.
짓지 않은 결과 있을 수 없고
지은 것은 결코 없어지지 않나니
지은 업을 부지런히 닦지 않으면
결국엔 아무 것도 됨이 없으리.
본래 좋은 인(인)을 닦지 않으면
뒤에 올 즐거움 기약 없고
이미 지나간 것 그치게 할 기약 없나니
그러므로 착한 일 닦아야 하고
스스로 돌아보아 악을 짓지 않아야 하네.
제가 지어 제가 받기 때문이니.
마치 사방의 돌산이 합쳐지면
중생들 도망갈 곳 없는 것처럼
남·늙음·병듦·죽음의 산
오직 바른 법 행함으로써
중생들 벗어날 방법 없으나
이 괴로움 겹친 산을 벗어날 수 있으리.
이 세간은 모두 덧없어
다섯 가지 탐욕의 경계 번개 같으며
늙고 죽음 송곳 끝과 같으니
어떻게 법 아닌 것 익힐 것인가.
[281 / 10004] 쪽
옛날의 모든 훌륭한 왕들
마치 저 자재천(자재천)과 같아서
용맹하고 건장한 의지로 허공에 올랐으나
모습을 잠깐 나타냈다 어느새 사라졌네.
겁(겁)의 불길이 수미산 녹일 때
바닷물도 모두 다 마른다는데
하물며 이 몸은 물거품 같거늘
어떻게 이 세상에 오래 있기 바라리.
사나운 바람도 비람풍[수람]에는 멈추고
햇빛도 수미산에 가리워지며
치성한 불길도 물에는 꺼지나니
어느 것 하나 없어지지 않는 것 없네.
이 몸이란 덧없는 그릇인데
긴긴밤 애써 지키고 보호하며
재물과 색(색)으로 두루 받들고
함부로 놀면서 교만을 부리지만
어느새 때가 되어 문득 죽으면
뻣뻣하게 굳음이 마른 나무 같네.
밝은 사람은 이런 변화 보기에
부지런히 공부해 잠자지 않나니
나고 죽음은 제 홀로 기틀을 흔들어
그치지 않아 반드시 타락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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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 10004] 쪽
계속 됨 없는 즐거움 익히지 말고
괴로운 과보 있는 일 짓지 말며
훌륭하지 않은 벗 가까이 말고
번뇌를 끊지 못하는 지혜는 배우지 말라.
몸을 받지 않는 그 지혜를 배워
받더라도 반드시 몸 없게 하고
몸이 있더라도 경계에 물들지 말라.
경계에 물들면 큰 허물 있으리.
비록 저 무색천(무색천)에 태어나더라도
시간의 변천(변천)은 면하지 못하나니
변하지 않는 몸을 알아야 하네.
변하지 않으면 허물없으리.
이 몸이 있기 때문에
온갖 괴로움의 근본 되나니
그러므로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몸 없는 데에서 근본을 쉰다네.
저 모든 중생의 무리들은
탐욕으로 말미암아 괴로움 생기나니
그러므로 욕유(욕유：욕계)에 대하여
싫어해 떠날 마음 내어야 하네.
욕유를 싫어하여 떠나면
곧 온갖 괴로움 받지 않으리.
비록 색계와 무색계에 태어나더라도
변하고 바뀌는 것 큰 근심 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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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 10004] 쪽
적정(적정)하지 않기 때문이어늘
하물며 욕계를 떠나지 않음이랴.
이와 같이 삼계(삼계)를 관찰해 보면
그것 모두 덧없고 주인 없는 것
온갖 고통 언제나 불꽃처럼 성하거늘
지혜로운 이로서 어찌 즐겁기 바라랴.
마치 나무에 불붙는 것 같거늘
뭇 새들 어찌하여 떼지어 모여들랴.
이것을 깨달으면 밝은 대장부이지만
이것을 여의면 밝음이 없고
이것을 깨달은 사람이라 하지만
이것을 여의면 깨달은 이 아니라네.
이것은 꼭 해야 할 일이니
이것을 여의면 옳지 못하고
이것은 진리에 가까운 것이니
이것을 여의면 진리와 어긋나리.
이 특별하고 훌륭한 법은
재가인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곧 옳지 않은 말이니
법은 오직 사람이 펴는 데 있네.
더위를 근심하여 찬물에 들어가면
모두가 맑고 시원하게 되나니
어두운 방에 등불 밝히면
5욕의 빛깔을 다 볼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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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 10004] 쪽
도(도)를 닦는 것도 또한 그와 같아서
집을 나가건 집에 있건 다름없나니
혹은 산에 있어도 죄에 떨어지는가 하면
혹은 집에 있어도 선인(선인)이 된다네.
어리석고 어둠은 큰 바다 되고
그릇된 견해는 물결 되나니
중생들은 애욕의 흐름을 따라
이리저리 떠돌아 건질 수 없네.
지혜로 가벼운 배를 만들고
삼매(삼매)와 바른 방편의 북[고]과
바른 생각의 노[?]를 굳게 지니면
능히 무지(무지)의 바다를 건넌답니다.”
그 때 왕은 마음을 오롯이 하여
일체 지혜 가진 이의 말을 듣고는
세상의 속된 영화 꺼리고 싫어하며
왕이란 기뻐할 일 없는 줄 알았으니
마치 술에 잔뜩 취한 미친 코끼리가
술 깨어 바른 정신 돌아온 것 같았네.
그 때 여러 외도(외도)들 있어
대왕이 부처님을 믿고 공경하는 것 보고
부처님과 신통을 겨뤄보기
모두들 대왕에게 청했네.
그 때 왕이 세존께 여쭈었다.
“원컨대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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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 10004] 쪽
부처님께서 잠자코 허락하시자
갖가지 다른 견해 가진 외도로
다섯 가지 신통을 가진 선인들
부처님 계신 곳으로 모두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곧 신통력을 나타내어
바른 자세로 공중에 앉아
큰 광명을 두루 놓으니
마치 아침해가 빛나는 것 같았다.
외도들은 모두 부처님께 항복하고
백성들은 모두 다 귀의해 받들었다.
부처님께서 어머니께 설법하기 위하여
곧 도리천(?리천)으로 올라가시어
석 달 동안 천궁(천궁)에 계시면서
모든 하늘 사람을 두루 교화하셨다.
어머니를 제도하여 은혜 갚은 뒤
안거(안거)할 때가 지나 돌아올 때
모든 하늘 대중들 깃[우]처럼 따르고
일곱 가지 보배 계단을 타고
염부제(염부제)로 내려왔나니
모든 부처 언제나 내려오던 곳이었네.
한량없는 모든 하늘 사람들
궁전을 타고 따르며 전송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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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 10004] 쪽
염부제 임금과 백성들
모두 합장하고 우러러보았다.
21. 수재취상조복품(수재취상조복품)
부처님께서는 하늘로 올라가 어머니와
모든 하늘 사람들 교화하시고
돌아와 인간 세상 노니시면서
인연 따라 교화를 행하셨네.
수제가(수제가)와 기바(기파)와
수라(수라)와 수로나(수노나)와
장자의 아들 앙가(앙가)와
또 무외(무외) 왕자며
니구루타(니구루타)와
시리굴다가(시리굴다가)와
니건(니?)인 우파리(우파리) 등
모두들 다 해탈을 얻게 하셨네.
건타라국(건타라국)의 왕
그 이름 불가라(불가라)였네.
그는 미묘한 법의 말씀 듣고
나라를 버리고 출가하였다.
혜무발저(혜무발저) 귀신과
바다기리(파다기리) 귀신은
비부라산(비부라산)에서
항복하고 교화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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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 10004] 쪽
파라연(파라연) 범지는
바사나(파사나) 산중에서
반(반) 구절 게송의 조그만 이치로써
항복하여 믿고 좋아하게 하셨었네.
타나마제(타나마제) 마을에
구타단탐(구?단★)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이 이생(이생)의 우두머리는
생물을 많이 죽여 제사 지냈는데
여래께서 방편으로 그들을 교화하시어
그를 바른 도(도)에 들게 하셨다.
비제하산(비제가산)에
큰 위덕(위덕) 가진 하늘신 있었으니
그 이름 반차시가(반차시?)였다.
그는 법을 받고 선정에 들었다.
비뉴슬타(비뉴슬?) 마을에서는
저 난타(난타)의 어머니를 교화하고
앙가부리성(앙가부리성)에서는
큰 힘 가진 귀신을 항복받았다.
부나발타라(부나발타라)와
수루나난타(수루나단타)라는
흉악한 힘센 용(용)과
그 나라의 왕과 그 후궁(후궁)들
모두 다 바른 법 받았나니
그들을 위해 감로문 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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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 10004] 쪽
저 난장이들 사는 마을의
기나(계나)와 시로(시노)는
천상에 태어나는 즐거움 뜻하여 구했지만
그들을 교화하여 바른 도에 들게 하셨네.
저 수모(수?) 마을에서는
앙구리마라(앙구리마라)를 위해
신통력을 나타내시어
교화하여 곧 항복하게 하셨다.
큰 장자의 아들
부리기바남(부리기파남)은
부나발타(부나발타)같이
큰 부자로서 재물이 많았는데
그도 여래 앞에서 교화를 받고
널리 보시를 행하였다.
저 발제(발제) 마을에서는
발제리(발제리)와
발타라(발타라)의
두 형제 귀신을 교화하셨다.
비제하부리(비제가부리)에
두 바라문이 있었는데
하나는 대수(대수)라 하였고
다른 하나는 범수(범수)라 하였다.
논의(론의)로 그들을 항복받아
바른 법에 들어오게 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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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 10004] 쪽
비사리성(비사리성)에 이르러서는
모든 나찰(나찰) 귀신들을 교화하시고
또 리차(리차) 사자왕(사자왕)과
모든 리차 대중들과
살차(살차) 니건자(니?자) 등을
모두 바른 법에 들게 하셨다.
아마륵가파(아마늑가파)에서는
발타라(발타라) 귀신과
발타라가(발타라가) 귀신과
발타라겁마(발타라겁마) 귀신을 제도하셨다.
또 아랍산(아랍산)에 이르러서는
아랍바(아랍파) 귀신과
둘째 구마라(구마라)와
셋째 하실다가(가실다가)를 제도하셨다.
돌아와 가도산(가?산)에 이르러서는
환가나(?가나) 귀신과
바늘 털 가진 야차(야차)와
그 자매(자매) 아들들을 제도하셨다.
또 바라내(파라내)에 이르러서는
저 가전연(가?연)을 제도하셨고
그런 다음에는 신통을 타고
수로파라(수노파라)에 이르러서는
저 모든 상인(상인)들과
다바건니검(다파?니검)을 교화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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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 10004] 쪽
전단(?단)으로 지은 집을 받으셨나니
묘한 향기 지금까지 풍긴다.
마혜바저(마혜파저)에 이르러
가비라(가비라) 선인을 제도하시고
무니(모니)께서 그곳에 계시면서
발로 돌 위를 밟으셨을 때
천 폭(폭) 쌍바퀴 새겨졌나니
영원히 닳아 없어지지 않으리.
바라나(파나나)에 이르러서는
바라나 귀신을 교화하시고
마투라국(마투나국)에 이르러서는
갈담마(갈담마) 귀신을 제도하셨다.
투라구슬타(투나구슬?)에서는
뢰타파라(뢰?파나)를 제도하시고
비란야(?난야) 마을에 이르러서는
여러 바라문들을 제도하셨다.
가리마사(가리마사) 마을에서는
살비살심(살비살심)을 제도하시고
또 거기서는 저
아기니비사(아기니비사)를 교화하셨다.
다시 사위국(사위국)으로 돌아와서는
저 구담마(구담마)와
사제수로나(?제수노나)와
도가아저리(도가아저리)를 제도하셨다.
[291 / 10004] 쪽
교살라국(?살라국)으로 돌아와서는
외도의 스승
불가라바리(불가라파리)와
모든 범지(범지)들을 제도하셨다.
시다비가(시다비가)의
고요한 공한처(공한처)에 이르러서는
모든 외도 선인들을 제도하시어
부처 선인의 길로 들어오게 하셨다.
아수사(아수?)국에 이르러서는
모든 귀신과 용들을 제도하셨고
금비라국(사비라국)에 이르러서는
두 악한 용왕을 제도했으니
하나는 금비라(금비라)이고
다른 하나는 가라가(가나가)이다.
또 발가국(발가국)에 이르러서는
야차(야차) 귀신을 제도했으니
그 이름은 비사(비사)이다.
나구라(나구라) 부모와
큰 장자(장자)로 하여금
바른 법 믿고 즐거워하게 하셨다.
구사미국(구사미국)에 이르러서는
구사라(구사라)와
두 우바이(우파이) 즉
바사울다라(파?울다라)와
반등(반등) 우바이를 교화 제도하시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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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 10004] 쪽
많은 무리를 차례로 제도하셨다.
건타라국(건타라국)에 이르러서는
아바라용(아파라용)을 제도하셨고
이와 같이 차례대로
허공에 다니는 것, 물과 뭍에 사는 것들
모두 다 가서 제도하시니
마치 해가 어둠을 비추는 것 같았다.
그 때 제바달(제파달)은
부처님 덕이 특별하고 훌륭하심 보고
마음 속에 가만히 질투를 품어
모든 선정(선정)을 잃게 하려 하였다.
그리하여 갖가지 나쁜 방편을 지어
바른 법의 승단(승단)을 부수려 하였으며
저 기사굴산(기??산)에 올라가서는
돌을 무너뜨려 부처님께 던졌으나
그러나 돌은 두 쪽으로 갈라져
부처님 좌우에 떨어졌다.
그는 다시 왕의 곧고 편편한 길에
미치고 술취한 코끼리를 풀어놓으니
큰 소리로 포효함이 뇌성벽력 같고
용맹스런 기운 솟구쳐 구름을 이루었네.
가로 내치고 빨리 치달리며
마음대로 날뜀 모진 바람 같으니
코와 어금니와 꼬리와 네 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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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 10004] 쪽
닿기만 하면 꺾이지 않는 것 없었네.
왕사성의 길거리마다
어지럽게 사람을 죽이고 해쳐
쓰러진 송장 길에 깔렸고
골수와 피는 흘러 내렸다.
성 안의 모든 남자와 여자들
두려워하여 문을 나서지 못하고
온 성안은 모두 두려워 떨며
놀라고 부르짖는 소리만 들렸으며
어떤 이는 성 밖으로 빠져 달아나고
어떤 이는 구멍으로 들어가 숨었네.
여래께서는 5백 대중 거느리시고
때가 되자 성 안으로 들어오시니
높은 누각이나 창에 있던 사람들
부처님께 아뢰어 가시지 말라 하였네.
그러나 여래께서는 마음이 태연하고
부드러운 얼굴에 두려운 빛 없이
오직 탐하고 질투하는 괴로움 생각하며
자애로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하려 하셨네.
하늘과 용의 무리 에워싸고 따르면서
미친 코끼리에게로 점점 나아가자
모든 비구들은 도망쳐 피해 가고
오직 아난(아난)과 함께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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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 10004] 쪽
마치 법에는 온갖 모양 있어도
하나의 자성(자성)은 흔들림 없는 것처럼
취한 코끼리 미쳐 날뛰더니
부처님 뵙자 마음이 곧 깨어났네.
그 몸을 던져 부처님 발에 절하니
마치 큰 산이 무너지는 듯했고
연꽃 손바닥으로 이마 어루만지시니.
마치 해가 검은 구름 비추는 것 같았네.
부처님 발아래 꿇어 엎드리자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셨네.
“코끼리여, 큰 용을 해치지 말라.
코끼리는 용과 더불어 싸우기 어려우니
코끼리가 큰 용을 해치려 하면
마침내 좋은 곳에 나지 못하리.
탐욕·성냄·어리석음의 미혹되고 취(취)함을
항복받기 어려우나 부처 이미 항복받았으니
그러므로 너는 오늘에 있어
마땅히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버려라.
이미 괴로움의 수렁에 빠졌으니
버리지 않으면 더욱 깊이 빠지리.”
그 코끼리는 부처님 말씀 듣고
취한 기운 풀리고 마음 곧 깨어나
몸과 마음이 안락하게 되었나니
목말라 하다 감로를 마신 듯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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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 10004] 쪽
코끼리는 부처님 교화 받고 난 뒤
온 나라 사람들 모두 기뻐하여
모두 드문 일이라 찬탄하면서
갖가지 공양을 베풀었다.
하급 착한 이는 중급 착한 이 되고
중급 착한 이는 상급 착한 이 되며
믿지 않던 사람은 믿음을 내고
믿음 낸 사람은 깊고 견고해졌다.
그 때 아사세(아?세) 대왕은
부처님께서 취한 코끼리 항복받는 것 보고
마음에 기이하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어
기뻐하고 몇 배나 더욱 공경하였네.
여래께서 좋은 방편으로써
갖가지 신력(신력)을 나타내시어
모든 중생을 항복받으신 뒤에
능력에 따라 바른 법에 들게 했나니
온 나라는 모두 착한 업 닦아
겁초(겁초) 때의 사람처럼 선량해졌다.
그리고 저 제바달도(제파달두)는
악한 행위로 스스로 묶여
전에는 신통력으로 날아다녔으나
지금은 무택(무택)지옥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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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 10004] 쪽
22. 암마라녀견불품(암마나여견불품)
세존께서는 널리 교화해 마치시고
열반(열반)에 드실 마음 생겨
저 왕사성을 출발해
파련불읍(파연불읍)으로 나아가셨다.
거기에 도착하신 뒤로는
바타리지제(파?리지제)에 머무셨나니
그 곳은 저 마갈제(마갈제)의
변방에 있는 속국이었다.
그 나라의 주인인 바라문은
학식이 많고 경전에 밝았으며
나라의 안위를 우러러 상(상)을 살피던
그 나라의 앙관사(앙관사)였네.
마갈왕은 사자(사자) 보내어
저 앙관사에게 명령하였다.
“견고한 성을 쌓아 올려
그 이웃 강한 나라에 대비하라.”
세존께서 예언하셨다.
“여기는 하늘신이 보호하는 곳이니
그 안에 성곽을 쌓으면
영원히 튼튼하여 위태로운 일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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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 10004] 쪽
앙관사는 듣고 마음이 기뻐
부처·법·승단에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성문을 나가
항하(항하) 강가로 나아가실 때
앙관사는 부처님을 존경하는 뜻으로
그것을 구담문(구담문)이라 이름했다.
항하 강가의 많은 사람들
모두 나와 세존을 맞이하고
갖가지 공양 베풀며
저마다 배를 준비해 건너게 하였다.
세존께서는 그 많은 배 중에서 하나만 쓰면
여러 사람 마음과 어긋나리라 생각하시고
세존께서는 곧 신통력을 부리시어
자기와 대중들의 몸을 숨기고
이쪽 언덕에서 문득 사라져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셨다.
부처님께서 지혜의 배를 타시고
중생을 널리 제도하셨으니
그 공덕의 힘으로 말미암아
강을 건널 때 배를 빌리지 않으셨다.
항하 강가의 많은 사람들
같은 소리로 기이하다 외치고
이 나루에 대해 모두들 말하기를
구담 나루[구우진]라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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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 10004] 쪽
성문 이름은 구담문이고
나루 이름은 구담 나루로서
그 이름 세상에 널리 퍼져
여러 대(대)를 거치며 전하여왔네.
여래께서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
저 구리(구이) 마을에 이르셔서는
설법하여 많은 사람 교화하셨고
다시 나제(나제) 마을에 이르셨는데
사람들 돌림병으로 많이 죽자
그 친척들 모두 와서 물었네.
“돌림병으로 죽은 모든 친족들
죽은 뒤에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업보(업보)를 잘 아시어
그 물음에 따라 모두 예언해주시고
다시 비사리(?사이)로 나아가시어
암라(암라) 숲속에 머무셨네.
저 암마라(암마나)라는 여자는
부처님께서 그 동산에 오셨단 말 듣고
그 시녀(시녀) 무리들 거느리고
조용히 나와 맞이했었네.
모든 정(정)의 근(근)을 거두어 잡고
몸에는 가벼운 흰 옷을 입어
갖가지로 장엄한 옷을 버리고
목욕하고 향과 꽃으로 단정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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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 10004] 쪽
마치 세상의 정숙하고 어진 여자
깨끗한 소복 입고 하늘에 절하는 듯
단정하고 아름다운 그 얼굴 모습
마치 하늘 여인[천옥녀]의 모습 같았네.
부처님께서 멀리서 여인 오는 것 보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여자는 지극히 단정하여
능히 수행자의 마음 붙들 수 있으리니
너희들은 마땅히 바른 생각과
지혜로써 그 마음 진정시켜라.
차라리 사나운 호랑이 입이나
미친 사내의 예리한 칼 아래 있을지언정
여자를 보고 그것에 대하여
애욕의 정을 일으키지 말라.
여자는 아름다운 그 자태 나타낼 때
다니거나 섰거나 앉았거나 누웠거나
더 나아가서는 그 그림에 이르기까지
모두 아름다운 자태를 나타내어
사람의 착한 마음 겁탈하나니
어떻게 스스로 방어하지 않으리.
울고 웃으며 기뻐하고 성내며
멋대로의 몸짓으로 눈썹 떨구고
혹은 흩은 머리나 기울어진 머리 묶음도
오히려 사람 마음 어지럽게 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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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 10004] 쪽
하물며 그 몸짓과 태도 꾸미고
아름답고 고운 얼굴 나타내면서
장엄한 꾸밈으로 더러운 꼴 숨겨
어리석은 사내를 유혹하고 속이니
정신을 빼앗고 나쁜 생각 내게 하여
추하고 더러운 꼴을 깨닫지 못하게 함이랴.
그러므로 마땅히 덧없고 괴로우며
더럽고 내 것은 없다고 관찰하여
그 참된 모양을 자세히 봄으로써
탐욕의 생각을 없애야 하느니라.
스스로 경계를 바르게 관찰하면
하늘여인이라도 좋아할 것 없겠거늘
하물며 어떻게 인간세계 탐욕이
능히 사람 마음을 붙들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마땅히 정진(정진)의 활과
지혜의 칼날과 예리한 화살 쥐고
바른 생각의 겹 갑옷 입고
다섯 가지 탐욕과 결전해 보라.
차라리 뜨거운 쇠창으로써
두 눈을 찔러 뚫을지언정
애욕을 가진 마음으로써
여색(여색)을 보지 않아야 하리.
애욕은 그 마음 미혹시켜
여색(여색)에 현혹되게 하나니
[301 / 10004] 쪽
어지러운 생각으로 목숨 마치면
반드시 세 가지 나쁜 길에 떨어지리라.
그러므로 나쁜 길의 괴로움 두려워해
여인의 속임을 받지 않아야 하네.
감관[근]을 경계에 얽어매지도 말고
경계를 감관에 얽어매지도 말라.
그 가운데서 생겨나는 탐욕의 생각은
감관이 경계를 얽어매기 때문이니라.
마치 두 마리 밭가는 소가
한 멍에 한 굴레에 매인 것 같아서
소가 서로를 얽어맨 것 아니니
감관 경계도 또한 그러하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마음을 제어해
함부로 방일하지 말지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 위해
갖가지로 설법해 마치시자
저 암마라 여자
차츰차츰 세존 앞에 다가왔네.
부처님께서 나무 밑에 앉으시어
고요히 선정에 들어 사유하시는 것 보고
'부처님께서 대비(대비)하신 마음으로
내 이 숲을 받으셨으면'하고 생각했다.
단정한 마음으로 태도를 가다듬어
본래의 아름답고 고운 정을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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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 10004] 쪽
공경하는 모습으로 마음이 지극하여
머리 조아려 발에 대고 예배했다.
세존께서 앉으라 명령하시고
그 마음에 맞추어 설법하셨다.
“네 마음 이미 순수하고 고요하며
덕 있는 모습 밖으로 드러난다.
젊은 나이에 재물은 풍족하고
덕을 갖추고 좋은 얼굴 겸하고도
능히 바른 법을 믿고 즐기나니
이것은 세상에서 어려운 일이니라.
장부로서 노숙하고 지혜 있어서
법을 좋아하는 것 기특한 일 아니네.
그러나 여자는 정과 뜻이 약하고
지혜는 옅고 애욕은 깊은데도
능히 바른 법을 좋아한다면
그야말로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법을 스스로 좋아해야 하리라.
재물과 색(색)은 항상한 보배 아니요
오직 바른 법만이 보배가 되느니라.
좋던 건강도 병으로 무너지고
젊음도 늙음으로 변하게 되며
목숨은 죽음으로 곤(곤)함을 받지만
수행하는 법만은 침노할 수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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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 10004] 쪽
사랑하는 것도 떠나지 않는 것 없고
사랑하지 않는 것 억지로 만나며
구하는 것 뜻대로 얻지 못하나
오직 법만은 마음을 따르느니라.
남의 힘[타력]은 큰 고통 되지만
자재로운 힘은 큰 기쁨 되나니
여자는 모두 남의 힘에 의지하고
겸하여 남의 자식 배는 고통 있다네.
그러므로 마땅히 깊이 생각해
여자 몸을 싫어해 여의어야 한다.”
저 암마라 여자
법을 듣자 마음 기뻐지고
굳건한 지혜 더욱 밝아져
능히 애욕을 끊을 수 있었네.
곧 스스로 여자 몸 싫어하고
또한 경계에도 물들지 않아
비록 누추한 형상 꼴 부끄럽긴 했으나
법의 힘은 그 마음 권하였기에
머리를 조아리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높은 이의 포섭함 이미 받았습니다.
내일 저의 공양을 받아주시어
제 이 뜻한 소원 이루게 해주소서.”
부처님께서 그 정성스런 마음 아시고
겸하여 모든 중생 이익되게 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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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 10004] 쪽
잠자코 그의 청을 받아 주시어
그로 하여금 기뻐하게 하시자
그 여자는 눈과 귀 더욱 밝아져
예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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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 / 10004] 쪽
불소행찬 제5권
-일명 불본행경-
마명 보살 지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23. 신력주수품(신력주수품)
그 때 비사리(?사리)의
모든 리차(이차) 장자들은
세존께서 그 나라에 들어오시어
암마라원(암마라원)에 계신다는 말 들었네.
어떤 이는 흰 수레를 타고
흰 일산에 흰 옷을 입고
어떤 이는 파랑·빨강·노랑 빛깔로서
그들의 차림새는 제각기 달랐다.
따르는 무리들은 앞뒤로 에워싸고
서로 길을 다투어 나아갔다.
하늘관[천관] 쓰고 곤화복(곤화복) 입고
보배 장신구로 장엄하니
위엄스런 모양은 밝고 또 빛나
그 동산 수풀을 더욱더 빛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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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 10004] 쪽
그들은 다섯 가지 위의(위의)를 버리고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나아갈 때
거만한 마음 버리고 공손한 모습으로
부처님 발에 머리 대어 예배하고
대중들은 부처님을 에워쌌는데
마치 해를 겹으로 싸고 있는 광명 같았다.
리차 중에 사자(사자)라는 이 있었으니
그는 모든 리차들 중 우두머리로
덕 있는 얼굴 사자와 같았는데
그 위치는 사자의 신하였지만
사자는 교만을 멸해 없애고
석가족[석족] 사자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대들은 큰 위엄과 덕망이 있고
이름난 종족에 아름다운 풍채 있으나
능히 이 세상의 교만 버리고
법을 받음으로써 밝음을 더하였네.
재물과 색(색)과 향과 꽃의 장식도
계율[계]의 장엄만은 못하며
나라의 풍족하고 안락함만이
오직 그대들의 영화이니라.
몸을 영화롭게 하고 백성 편안하게 하는 것
그 마음 잘 다루는 데 있나니
법을 좋아하는 마음 거기 더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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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 10004] 쪽
그 덕을 갈수록 더욱 높게 하여라.
땅이 척박하고 사람 마음 더러우면
능히 모든 어진 이를 모을 수 없네.
마땅히 날로 그 덕을 새롭게 하여
만 백성을 어루만져 길러야 하리.
밝고 바름으로써 대중을 인도하기
마치 소왕[우왕]이 나루를 건너듯 해야 한다.
만일 사람이 능히 스스로
이 세상과 뒷세상을 생각하거든
오직 바른 계(계)를 닦아야
행복과 이익 있어 두 세상 편안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존경받으며
훌륭하다는 명성 널리 퍼지고
어진 사람 벗이 되기 좋아하여
덕의 흐름 영원히 다함 없으리.
산과 수풀과 보배 구슬과 돌은
모두 다 땅을 의지해 생기나니
계(계)의 덕도 또한 땅과 같아서
온갖 착함이 그것을 말미암네.
날개 없이 허공을 날려 하고
강 건널 때 좋은 배 없는 것처럼
사람으로서 계율의 덕 없으면
괴로움을 벗어나기 실로 어려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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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 10004] 쪽
나무에 아름다운 꽃과 열매 있어도
가시 있으면 휘어잡기 어렵듯이
많이 알고 아름다운 얼굴의 힘 있으면서
계율 깨뜨리는 사람 또한 그러하니라.
훌륭한 집에 단정히 앉아
왕의 마음으로 스스로 장엄하고
깨끗한 계율의 공덕 갖추어
큰 선인(선인)을 따라 나아가라.
털[모우]이나 가죽으로 된 옷 물들여 입고
소라 상투에 수염과 머리 깎더라도
계율의 덕성을 닦지 않으면
결국엔 온갖 고통 겪게 되리라.
밤낮으로 세 번씩 목욕하고
불을 받들어 고행 닦으며
더러운 들짐승에게 몸뚱이 주고
물이나 불에 빠지거나 절벽에 몸 던지기도 하며
떨어진 과일 먹고 풀뿌리를 먹거나
공기를 들이키고 항하 물을 마시기도 하며
기운을 마시고 곡기를 끊더라도
바른 계율(계률)을 멀리 여의면
그것은 짐승의 도(도) 배우는 것일 뿐
바른 법의 그릇이 될 수 없나니
계율 깨뜨려 비방을 부르는 것
어진 사람으로서 친할 바 아니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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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 / 10004] 쪽
마음에는 언제나 두려움 있고
나쁜 이름은 그림자처럼 따라
현세에서 아무런 이익 없나니
뒷세상 어떻게 편함을 얻으리.
그러므로 마땅히 지혜로운 사람은
청정한 계율을 닦아야 하나니
나고 죽음의 넓은 들에서
계율은 좋은 길잡이가 되느니라.
계율 지님은 스스로의 힘에 있나니
그것은 곧 어려운 것 아니요
깨끗한 계율 사다리 되어
사람을 하늘에 오르게 한다.
깨끗한 계율 이룩해 세운 이
그것은 번뇌가 적어지게 되지만
모든 허물은 그 마음 깨뜨리고
좋은 공덕을 상실하게 되느니라.
무엇보다 먼저 내 것이라 함을 여의어라.
내 것이라 하는 것 모든 착함 덮나니
마치 재가 불을 덮고 있으면
발로 밟아야 뜨거움 깨닫는 것 같다네.
교만이 그 마음 덮어버림은
마치 해가 두터운 구름에 가린 것 같다.
게으름은 부끄러워하는 마음 없애고
근심과 슬픔은 강한 의지 약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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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 10004] 쪽
늙음과 질병은 건강한 몸 부수고
나라는 거만은 모든 착함 멸하며
모든 하늘의 아수라(아수라)들은
탐하고 미워하여 싸움을 일으킨다.
모든 공덕을 다 잃어버림은
나[아]라는 거만을 품기 때문이다.
'나는 뛰어난 가운데서 뛰어나고
내 덕은 뛰어난 사람과 동등하며
나는 뛰어난 사람보다 열등하다'고 하면
이는 곧 어리석은 사람이니라.
색(색)과 종족 모두 덧없는 것이어서
동요하여 잠깐도 쉬지 않으며
마침내 없어지는 법이 되고 말지니
어찌하여 교만 부리랴.
탐욕이란 큰 근심거리이니
거짓으로 친한 체하나 슬그머니 원수되네.
사나운 불은 그 안에서 일어나나니
탐욕의 불도 또한 그러하여
탐욕의 불길이 왕성하게 타오르면
이 세간의 불보다 더욱 심하리.
왕성한 불길은 물로 끌 수 있지만
탐욕과 애욕만은 녹일 수 없네.
사나운 불길이 넓은 들판 태울 때
풀은 다 타도 다시 살아나지만
[311 / 10004] 쪽
탐욕의 불길이 마음 태우면
바른 법은 다시 나기 어려우리.
탐욕은 세상 쾌락 구(구)하지만
그 쾌락은 깨끗하지 못한 업만 더하네.
나쁜 업은 나쁜 길에 떨어지게 하는데
원수 치고 탐욕보다 더한 것 없네.
탐욕은 곧 애욕을 내고
애욕은 곧 모든 탐욕 익히며
탐욕만 익히면 온갖 고통 부르나니
근본 악은 탐욕보다 더한 것 없네.
탐욕은 곧 큰 병이 되건만
어리석은 사람은 지혜의 약 쓰지 않고
삿된 깨달음 올바른 생각 못해
탐욕만 자꾸자꾸 더하게 하느니라.
덧없고 괴로우며 깨끗하지 못함에는
나라는 것도 없고 또한 내 것이란 것도 없네.
이렇게 지혜롭고 진실한 관찰이라야
능히 저 삿된 탐욕 없애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경계에 대해
진실한 관찰을 닦아야 하나니
진실한 관찰이 생긴 뒤에는
탐욕에서 해탈을 얻을 수 있느니라.
덕을 보거든 탐욕을 내고
허물을 보거든 성냄을 일으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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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 10004] 쪽
그리하여 덕과 허물 한꺼번에 잊으면
탐욕과 성냄을 없앨 수 있으리라.
성냄은 본래 얼굴 변하게 하여
능히 단정한 빛을 무너뜨리며
성냄은 밝은 눈을 가려서
법의 이치 듣고픈 맘 해친다.
친하고 사랑하는 의리를 끊고
세상의 천대와 업신여김 받나니
그러므로 마땅히 성냄을 버려
분해하는 마음을 따르지 말라.
미치고 분한 마음 잘 제어하는 것
그것을 훌륭한 제어자라 하나니
세상에서 일컫는 훌륭한 말 조련사
그것은 바로 그 말고삐잡이라네.
마음대로 성내 스스로 억제 못하면
근심과 후회의 불 이내 따라 오르리.
만일 사람이 성냄을 일으키면
먼저 스스로 자기 마음부터 태우고
그 다음에는 남에게 가해
혹은 타거나 혹은 타지 않거나
남·늙음·병듦·죽음의 고통
중생을 못 견디게 핍박하거늘
거기에 다시 성냄의 해를 더해
많은 원한에 다시 원한 더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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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 10004] 쪽
세상의 온갖 고통스런 핍박 보거든
마땅히 자비스런 마음을 일으키라.
중생이 번뇌를 일으키는 것
많고 적음의 한량없는 차이 있다네.”
여래께서 좋은 방편으로써
병에 따라 간략히 말씀하시니
비유하면 세상의 훌륭한 의사가
병에 따라 약을 주는 것 같네.
그 때 모든 리차(리차)들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곧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기뻐하면서 공손히 받들되
부처님과 그 대중들에게
내일 소박한 음식일망정 공양 받으시라 청했네.
부처님께서 모든 리차들에게
이미 암마라의 초청 받았노라 말씀하시자
어찌 우리 이익 빼앗느냐며
모든 리차들은 애석하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부처님의 평등한 마음 알고
곧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켰다.
이에 여래께서는 마땅함을 잘 따라
위로하여 그 마음 기쁘게 하고
타이르고 설득하여 돌려보내니
마치 뱀이 엄한 주문(주문) 입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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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 10004] 쪽
밤이 지나고 먼동이 틀 무렵
부처님께서는 많은 대중 거느리시고
암마라(암마라)의 집으로 나아가
그의 공양을 받아 마치신 다음
다시 비뉴(비유) 마을로 가시어
거기에서 여름 안거(안거) 지내셨다.
석 달 안거를 마치신 뒤에
다시 비사리(?사리)로 돌아오셨네.
미후못[??지] 가에 계시면서
고요히 숲 속에 앉아
큰 광명을 두루 놓으시어
악마 파순(파순)을 감동시켰다.
그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합장하고 권청(권청)하여 말하였네.
“옛날 니련선(니연선) 강가에서
이미 진실한 서원을 세우셨을 때
'나는 해야 할 일을 마친 뒤에는
마땅히 열반(열반)에 들리라'고 하셨다.
이제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치셨니
본래 먹었던 마음대로 실천해야 하리.”
그 때 부처님께서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멸도(멸도)할 시기가 멀지 않았다.
지금부터 앞으로 석 달이 차면
분명히 열반에 들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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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 10004] 쪽
그 때 그 악마는 여래께서 이미
멸도할 시기가 되었음을 아시고
그 마음 이미 만족스러워
기뻐하며 천궁(천궁)으로 돌아갔네.
여래께서는 나무 밑에 앉으시어
삼마제(삼마제)를 바르게 받아
업의 과보로 받은 수명[수]을 놓아 버리고
신력(신력)으로 목숨[명]을 늘이셨다.
여래께서 수명을 버리시자
대지(대지)는 크게 진동하였고
시방(십방)의 모든 허공 경계에서는
온통 큰불이 타고 있었다.
수미산 꼭대기는 무너져 내리고
하늘에서는 조약돌이 날리며
모진 바람 사방에서 세차게 불어
나무들은 모두 꺾이고 부러졌다.
하늘 음악은 구슬픈 소리로 연주되고
하늘 사람들은 기쁨을 잊고 있었네.
부처님께서 삼매에서 일어나시어
모든 대중들에게 두루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수명[수]을 버렸으므로
삼매의 힘으로 몸을 보존하지만
몸은 이미 썩은 수레와 같아
다시는 가고 올 인(인)이 없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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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 10004] 쪽
이미 세 가지 유(유)을 벗어났으니
새가 알을 깨고 나온 것 같구나.”
24. 리차사별품(이차사별품)
존자 아난다(아난타)는
천지가 크게 진동하는 것 보고
마음으로 놀라 몸의 털이 곤두서
“무슨 인연이냐”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네.
“내 수명[수]이 석 달 동안 머물 것이며
다른 목숨[명]과 행(행)은 다 버렸다.
그러므로 땅이 크게 흔들렸느니라.”
아난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슬픈 마음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
마치 매우 힘센 저 코끼리가
전단(?단)나무를 잡아 흔들 때
나무는 흔들리고 나무결은 졸려
향기로운 즙(즙)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큰 스승님을 가까이하고 존경하며
은혜 깊고 탐욕 여의지 못함은
오직 이 네 가지 일로 말미암아
슬픔과 괴로움을 견딜 수 없네.
“나는 이제 세존께서
열반에 듣기로 결정했단 말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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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 10004] 쪽
온몸의 맥이 모두 풀려
방향을 잃고 평소의 목소리는 변하며
들었던 법은 모조리 잊고
어지럽고 놀라워 천지를 잃은 듯하네.
괴상하여라, 구세주(구세주)시여,
멸도(멸도)하심이 어찌 그리 빠르신가.
찬물을 만나 죽을 것 같았을 때
불을 만났으나 불길이 이내 꺼져 버린 듯
모든 번뇌의 넓은 들에서
방위를 잃고 헤맬 때
문득 훌륭한 길잡이 만났으나
채 건너지 못하고 이내 다시 잃은 듯
마치 사람이 넓은 사막 걸어갈 때
덥고 목마르나 물을 구하지 못하다가
홀연히 맑고 시원한 우물 만났지만
달려가자 그 물 말라버린 것 같네.
검푸른 눈썹 조용한 눈동자는
삼세(삼세)의 일을 분명하게 보았고
지혜의 광명으로 그윽한 어둠 비출 때
어둠은 얼마나 빨리 없어졌던가.
이것은 마치 메마른 땅의 싹이
구름 끼자 비오기를 바랐지만
사나운 바람에 구름 걷혀서
하염없이 빈 밭만 지키는 것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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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 10004] 쪽
지혜 없는 큰 어둠 속에서
중생들 모두 방향을 잃었을 때
여래는 지혜의 등불을 밝혔는데
갑자기 꺼지면 헤어날 길 없으리.”
부처님께서 아난의 그 마음 아프고
슬프고 간절한 하소연 듣고
부드러운 말로 위로하시면서
그를 위해 진실한 법을 말씀하셨다.
“만일 사람이 그 자성(자성)을 알면
근심과 슬픔 속에 있지 않을 것이네.
일체의 함[위]이 있는 모든 것
다 닳아서 없어지는 법이니라.
나는 이미 너에게 말하였나니
만남의 속성은 이별하는 것이요
은혜와 애정의 이치는 항상하지 않나니
슬퍼하고 그리는 마음 버려야 한다.
함[위]이 있어서 유동하는 법
나고 멸하여 자재(자재)하지 않나니
비록 영원히 존재하려 하더라도
끝내 그리 될 이치가 없느니라.
만일 함이 있는 법 영원히 존재하여
옮겨져 변하는 일 다시 없다면
그것은 곧 해탈이니
무엇을 다시 구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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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 10004] 쪽
너희들과 또 다른 중생들
나에게서 무엇을 구하는가.
너희들이 마땅히 얻어야 할 것을
나는 이미 말하여 마쳤노라.
나의 이 몸을 무엇에 쓰려는가.
묘한 법신(법신)은 영원히 존재하며
나는 나의 고요함[적정]에 머무나니
오직 중요한 것은 여기에 있느니라.
그러나 나는 중생들에 대해서
일찍이 게을리 한 적 없었나니
마땅히 싫어하고 떠날 생각을 닦아
제 자신의 섬[주]에 잘 머물러야 하나니
마땅히 알라. 제 자신의 섬이란
오롯하고 부지런한 방편으로써
혼자 고요하게 한가히 살기를 닦고
다른 것 믿어 따르지 않는 것이네.
마땅히 알라. 제 자신의 섬이란
결정코 밝은 지혜의 등불로써
능히 어리석음의 어둠 없애고
네 가지 경계를 두루 관찰해
훌륭한 법을 체득하여
나와 내 것 여의는 것이니라.
뼈 줄기에 가죽과 살 바르고
피로 물대고 힘줄로 얽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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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 10004] 쪽
자세히 관찰하면 그 모두 더러운 것
어떻게 이 몸을 좋아할 수 있으리.
모든 받음[수]은 인연으로 생기는 것
마치 물 위의 거품 같아서
나고 멸하며 덧없고 괴롭나니
즐겁다는 생각 멀리 여의어라.
심식(심식)은 나고 머물고 멸하여
새록새록 변하여 잠시도 쉬지 않나니
적멸(적멸)을 깊이 생각해 보면
항상하다는 생각은 영원히 어긋나리.
갖가지 행(행)은 인연으로 일어나
모였다 흩어졌다 항상 함께하지 않건만
어리석은 사람은 나라는 생각 내고
지혜로운 사람은 내 것이 없다 말하네.
이 네 가지 경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바르게 관찰하라.
이것은 곧 일승(일승)의 도(도)이니
온갖 괴로움을 모두 멸하느니라.
만일 능히 여기에 머물러
진실하고 바르게 관찰한다면
부처의 몸은 있고 없고 하지만
이 법은 영원하여 다함이 없네.”
부처님께서 이 묘한 법 말씀하시어
[321 / 10004] 쪽
아난을 위로하실 때
모든 리차들은 이 말을 듣고
황송하고 두려워해 모두 모였다.
그들은 세속의 모습 모두 버리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달려와
예배 마치고 한쪽에 앉아
묻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마음 이미 아시고
미리 방편으로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희들을 관찰해보니
마음에 이상한 생각 드는구나.
세속에 인연한 일 모두 버리고
오직 법을 생각함을 마음에 새겨라.
너희들은 지금 나에 대하여
묻고 싶고 알고 싶은 것 있어도
내가 목숨을 마칠 즈음에
부디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항상함이 없는 함이 있는[유위] 성질은
움직이고 변하고 바뀌는 법으로서
견고하지도 않고 이익도 없어
오래 머무르는 모양이 없느니라.
옛날의 모든 선왕(선왕)
바사타(파사?) 같은 선인과
만타(만타) 전륜성왕 같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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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 10004] 쪽
그들 무리[비]도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러한 모든 훌륭한 조상들
그 힘은 자재천(자재천)과 같았지만
그들도 모두 이미 없어져
누구 하나 지금은 산 사람 없다.
해와 달과 제석천[석제역]
그 수도 또한 매우 많았지만
그 또한 모두 지금은 없어져
영원히 남아 있는 것 하나도 없느니라.
과거 세상의 모든 부처들
그 수는 항하(항하)의 모래 같아서
지혜로 온 세간 비추었으나
모두 다 등불처럼 멸했느니라.
미래 세상의 모든 부처들
장차 멸할 것도 또한 그러하나니
이제 어찌 나 홀로 다르겠는가.
마땅히 열반에 들어야 하리.
저기 제도해야 할 이 있으니
이제 마땅히 앞으로 나아가리.
비사리(비사리)는 쾌락한 곳이라
너희들은 우선 스스로 안온하라.
세간은 의지하고 믿을 것 없고
삼계(삼계)도 족히 즐겨할 것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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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 10004] 쪽
근심하고 슬퍼하는 괴로움 그치고
탐욕을 여읠 마음 내어야 하느니라.”
결단코 끊어 영원히 이별한 뒤에
북방으로 나아가 노니실 때
느릿느릿 먼 길을 걸어가심이
마치 해가 서산에 기우는 것 같았다.
그 때 모든 리차(이차)들은
슬피 탄식하고 길을 따라 돌아오며
하늘을 우러러 슬퍼하고 탄식했다.
“아아, 얼마나 괴상한 일인가.
몸은 마치 진금산(진금산) 같고
온갖 형상 장엄을 갖추었거늘
장차 머지않아 무너지려 하는구나.
덧없음은 어이 그리 자비도 없는가.
나고 죽음에 오래 목말랐는데
여래께서는 지혜의 어머니셨건만
지금 우리들을 갑자기 버리시니
구원 없는 괴로움을 어떻게 하리.
중생은 오랫동안 어둠 속에 살면서
밝은 지혜 빌려서 길을 갔거늘
어찌하여 그 지혜의 해는
갑자기 그 빛을 감추려 하는가.
무지(무지)는 빠른 흐름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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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 10004] 쪽
모든 중생을 띄워서 흘려 보냈네.
어찌하여 이 법의 다리[교량]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끊어지는가.
자비하신 큰 의왕(의왕)은
위없는 지혜의 좋은 약으로
중생의 고통을 치료해 주시더니
어찌하여 갑자기 멀리 가는가.
자비의 묘한 하늘 깃대는
지혜로 장엄하고
금강심(금강심)으로 얽어매어
세간 사람들 보고 싫증내지 않았건만
사당[사사]의 장엄하고 훌륭한 깃대
어찌하여 하루 아침에 꺾여지며
중생은 얼마나 복이 엷기에
나고 죽음의 흐름에 윤회하는가.
해탈의 문은 갑자기 닫혀버려
길이 괴로워하며 벗어날 기약 없네.
여래께서는 위로하고 편안하게 하시더니
정(정)을 끊고 영원히 하직하시네.”
마음을 억제하여 슬픔과 그리움을 참음이
시든 가니꽃[가니화] 같았네.
배회하고 또 느릿느릿 걸으면서
슬퍼하고 원망하며 길을 따라 돌아가니
마치 그 어버이 잃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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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 10004] 쪽
장사 치루고 이별하고 돌아옴 같았네.
25. 열반품(열반품)
부처님께서 열반하실 곳으로 떠나시자
비사리(?사리)는 텅 비고 쓸쓸하여
마치 밤에 어두운 구름이 끼어
별과 달이 그 광명 잃은 듯했다.
온 나라 먼저는 안락했으나
이제는 갑자기 시들고 여윔이
마치 사랑하는 아버지 잃은
외로운 딸이 홀로 슬퍼하는 듯했네.
단정하지만 들어 아는 게 없고
총명하지만 덕이 없으며
마음으론 분별하나 말이 어눌하고
지혜는 밝으나 재주가 모자라며
신통은 있으나 위의가 없고
자비심 있으나 거짓 많으며
고상하고 훌륭하나 힘이 없으며
위의는 있으나 법이 없는 것처럼
비사리도 또한 그러해
본래는 영화로웠으나 지금은 피폐해
마치 저 가을 밭에 곡식의 싹이
물을 잃고 다 말라 시든 것 같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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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 10004] 쪽
혹은 불을 꺼 연기 없애고
혹은 음식을 대해도 먹는 것 잊으며
공(공)적이건 사적이건 하던 일 멈추고
모든 세속 인연을 닦지 않은 채
다만 부처만 염하며 깊은 은혜 감동해
모두 입 다물고 말못하고 있었다.
그 때 그 사자(사자) 리차(이차)는
근심과 슬픔을 억지로 참으로
울먹 울먹 흐느끼는 소리 내어
못내 그리는 마음 나타내었다.
“모든 삿된 길 부수어 깨뜨리고
올바른 법을 나타내 보이셨으며
온갖 외도들 이미 항복받으셨는데
끝내 가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려는가.
세상은 세상을 떠나는 길 끊겼으매
덧없음은 곧 큰 병이 되었구나.
세존께서 이제 열반에 드신다면
의지할 곳도 없고 구제할 이도 없네.
가장 훌륭한 방편 가지신 높은 이
최후의 경지에서 광명 감추시니
우리들 이제 굳센 뜻 잃음이
마치 불 지필 섶나무 없어진 듯 하네.
세존께서는 세상의 그늘을 버리셨으니
중생들 못내 가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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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 10004] 쪽
마치 사람이 신력(신력)을 잃은 듯
온 세상 함께 서러워하네.
더위를 피해 시원한 못에 들고
추위를 만나 불을 의지했다가
하루아침에 모두 텅 비고 나면
중생들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
특별하고 훌륭한 법 밝게 통달한
그는 이 세상의 도주사(도주사)였네.
이제 이 세간은 주인을 잃었으니
사람이 도(도)를 잃으면 곧 멸망하리라.
늙음·병듦·죽음이 자재(자재)로워서
도가 없어지고 도 아님이 통할 때
큰 괴로움의 버팀목이 무너졌으니
이 세간에 어느 누가 그와 짝하리.
지극히 뜨거운 큰 불길 성하여도
큰 구름비로 그것을 끌 수 있지만
탐욕의 불길 맹렬히 타오름은
그 누가 그것을 꺼지게 하리.
튼튼하고 굳세어 능히 짐 져주던 분
이미 이 세상 무거운 짐 버렸으니
다시 어떤 지혜의 힘이 있어서
청하지 않은 벗이 될 수 있으랴.
마치 저 사형(사형)당할 죄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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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 10004] 쪽
죽음에 다다라야 술에 취하듯
저 중생들의 미혹한 의식[식]은
오직 죽게 되셔야 생(생)을 받았네.
날카로운 톱으로 목재를 켜듯
덧없음은 이 세간을 끊어 해치건만
어리석음의 어둠은 깊은 물 되고
애정의 탐욕은 큰 물결 되며
번뇌는 거기 뜨는 물거품 되고
삿된 견해는 마갈어(마갈어)가 되는데
오직 지혜의 배만 있어
능히 이 큰 바다 건너갔었네.
온갖 병은 나무의 꽃이 되고
늙고 쇠함은 그 나무의 잔가지 되며
죽음은 그 나무의 깊은 뿌리가 되고
존재[유]의 업은 그 나무의 싹이 되는데
굳세고 날카로운 지혜의 칼만이
세 가지 존재의 나무 능히 끊어 버렸네.
무명(무명)은 부시[찬]와 부싯돌[수]이 되고
탐욕은 타오르는 불꽃이 되며
5욕(욕)의 경계는 그 섶나무인데
지혜의 물로써 그것을 끄셨네.
특별하고 훌륭한 법 두루 갖추어
이미 어리석은 어둠을 깨뜨리고서
편안하고 고요한 바른 길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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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 10004] 쪽
갖가지 번뇌를 끝까지 다하셨네.
자비로 모든 중생 교화할 때
미운 이건 친한 이건 달리 하지 않으셨고
일체의 지혜를 통하여 아셨건만
이제는 그 모두 버리셨네.
유연하고 아름답고 청정한 음성
방정한 몸에 가늘고 긴 팔
그러한 큰 신선도 끝이 있으니
그 어떤 사람인들 다함 없으리.
세월의 흐름 빠름을 깨달아
마땅히 힘써 바른 법을 구하되
마치 험한 길에서 물을 만났을 때
물 마시고 빨리 길을 나아가듯 하라.
덧없음이란 매우 사납고 거슬려
두루 무너뜨림에 귀하고 천함 없나니
올바른 관찰을 마음에 두어
비록 자더라도 항상 깨어 있어라.”
그 때 저 리차 사자는
언제나 부처님의 지혜를 생각하며
나고 죽음을 싫어해 여의려고
사람 중의 사자(사자)를 찬탄하고 사모했네.
세상 은혜와 사랑 마음에 두지 않고
탐욕을 떠난 덕을 깊이 받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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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 10004] 쪽
가볍게 날뛰는 뜻 꺾어 항복받으며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마음 두었네.
부지런히 보시(포시)를 닦아 행하고
교만한 마음을 멀리 여의며
혼자서 한가롭게 살기를 좋아해
오직 참된 법만을 깊이 생각하였네.
그 때 일체 지혜 가지신 분
원만한 몸을 사자처럼 돌려
그 비사리를 바라보면서
하직하는 긴 노래 읊으셨네.
“비사리에 노니는 것
이것은 나의 맨 마지막이네.
저 역사(력사)들이 사는 곳으로 가
마땅히 열반에 들어야 하리.”
차례차례 계속해 노니시다가
저 포가성(포가성)에 도착하시자
편안히 견고림(견고림)에 머무시며
모든 비구들을 훈계하셨네.
“나는 이제 한밤중이면
장차 열반에 들 것이다.
너희들은 법을 의지해야 하나니
그것은 곧 높고도 훌륭한 곳이니라.
수다라(수다라)에 들어가지도 않고
[331 / 10004] 쪽
또한 율의(율의)를 따르지도 않으며
진실한 이치에 어긋나는 것
그것은 마땅히 받지 않아야 하리.
그것은 법도 아니요 율(율)도 아니며
또한 내가 설법한 것도 아니며
그것은 곧 어두운 말이니
너희들은 마땅히 빨리 버리고
분명한 설법을 받아 가져야 하니
그것은 곧 뒤바뀐 것도 아니요
그것은 곧 내가 말한 것이며
법답고 율다운 가르침이다.
내 법과 율처럼 받아 지니면
그것은 곧 믿을 수 있지만
내 법과 율을 그르다고 말하면
그것은 곧 믿을 수 없느니라.
은밀한 이치는 이해하지 못하고
그릇된 문자만 따르는 것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으로서
법이 아니며 망령된 말이니라.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
주관 없이 어리석게 받는 것
마치 놋쇠와 금을 함께 벌여 놓고
세상 사람을 속이고 미혹함과 같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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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 10004] 쪽
어리석은 사람은 얕은 지혜 익혀
진실한 이치는 알지 못한 채
비슷한 법을 받고서도
참된 법을 받았다 하네.
그러므로 마땅히 이치 살펴서
참다운 법과 율을 관찰해야 하나니
마치 저 금(금)을 단련하는 사람이
달구고 두드려 순금을 취하듯 해야 한다.
모든 경론(경론)을 알지 못하면
그것은 곧 지혜가 아니니
마땅히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말하고
마땅히 봐야 할 것은 보지도 않는구나.
마땅히 평등하게 받아들이고
글귀의 이치대로 설하고 행해야 하나니
방법을 모르고 칼을 잡으면
도리어 그 손을 다치느니라.
말이나 문자를 잘 사용하지 못하면
그 뜻을 밝게 깨치기 어렵나니
마치 밤중에 방을 찾으러 다닐 때
집이 넓어 그 곳을 알 수 없는 것 같네.
이치를 잃으면 곧 법을 잊고
법을 잊으면 마음이 어지럽다.
그러므로 저 지혜로운 사람은
진실한 이치를 어기지 않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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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 10004] 쪽
이렇게 훈계하여 마치신 뒤에
파바성(파파성)에 이르시자
저 모든 역사(력사)들
갖가지 공양을 베풀어 받들었네.
그 때 순다(순타)라 이름하는
어떤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부처님을 청해 그 집에 모시고
최후의 공양을 마련해 올렸다.
공양을 끝내고 설법을 마치신 뒤
구이성(구이성)으로 가셔서
궐궐강[궐궐하]과 희련강[희연하]
두 강을 건너가셨다.
그 곳엔 안온하고 한적한
견고림(견고림)이 있었다.
금강[금하]에 들어가 목욕하시자
그 몸은 마치 진금산(진금산) 같았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분부하시어
저 사라쌍수(사라쌍수) 사이를
물 뿌려 청소하고 깨끗하게 한 뒤에
승상(승상)을 준비하라 하셨다.
“나는 오늘 밤 자정에
마땅히 열반에 들리라.”
아난은 부처님 분부를 받고
기가 막히고 마음이 비통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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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 10004] 쪽
울다 걷다 하면서도 분부 받들어
준비를 마치고 돌아와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승상에 나가시어
북쪽으로 머리 두고 오른쪽으로 누워
팔을 베개삼고 두 발을 포개셨는데
그 모양 마치 사자왕(사자왕) 같았다.
괴로움이 다한 마지막 몸은
한 번 눕자 영원히 일어나지 않았나니
제자들이 모두 주위를 둘러싸고
“세상 눈이 없어졌다”며 슬프게 탄식했다.
바람은 멎고 숲과 물은 고요하며
새와 짐승들은 죽은 듯 소리 없고
나무들은 모두 눈물을 줄줄 흘리고
꽃과 잎사귀는 제때도 아닌데 떨어졌다.
탐욕 여의지 못한 사람과 하늘들은
모두 크게 두려워하였나니
마치 사람이 넓은 못에서 놀다가
길이 험해 마을까지 이르지 못했을 때
다만 거기까지 가지 못할까
마음만 두렵고 몸은 바쁜 것 같았네.
여래는 마지막으로 누우시어
아난다에게 분부하셨다.
“너는 가서 저 역사(력사)들에게 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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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 10004] 쪽
내 열반할 때가 이미 이르렀으니
그들이 만일 나를 보지 못하면
오래도록 한(한)이 되어 큰 고통 생기리라.”
아난은 부처님 분부 받고
슬피 울면서 길을 따라가
그 모든 역사들에게 알렸다.
“세존께선 이제 목숨 마치려 한다.”
모든 역사들 그 소리 듣고
매우 큰 두려움 생겨나
사내도 아낙네도 모두 달려와
울부짖으며 부처님 처소로 나아갔다.
찢어진 옷에 흩어진 머리털
먼지 쓴 몸에는 땀을 흘리고
통곡하며 저 숲으로 나아갔는데
마치 하늘 복이 다한 것 같았다.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 발에 예배할 때
근심과 슬픔으로 몸은 시들었네.
여래께서 위로하며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근심하고 괴로워하지 말라.
지금은 마땅히 기뻐할 때이거늘
근심하고 슬퍼함은 올바르지 않느니라.
오랜 겁(겁)을 두고 꾀하던 바를
나는 이제야 비로소 얻었노라.
모든 감관[근]의 경계를 이미 건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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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 10004] 쪽
다함 없는 시원하고 맑은 곳이네.
흙·물·불·바람을 여의고
지극히 고요하고 나고 멸하지 않아
영원히 걱정 근심 버렸거늘
어찌하여 나를 위해 근심하는가.
나는 옛날 가사산(가?산)에서
이 몸을 버리고자 하였으나
그 전생에 지은 인연 때문에
세상에 살아 지금에 이르렀네.
위태롭고 연약한 이 몸 보호함이
독사와 함께하는 것 같았는데
이제야 큰 고요함에 들어
온갖 괴로운 인연 이미 끝났느니라.
다시는 뒷몸을 받지 않기에
미래의 괴로움 영원히 쉬었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다시금 나를 위하여
두려움 내지 않아야 한다.”
그 역사들은 부처님께서
대열반[대적정]에 드신단 말 듣고
마음은 어지럽고 눈은 어두워
큰 암흑세계를 보는 것 같았다.
그들은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나고 죽는 괴로움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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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 10004] 쪽
영원히 적멸(적멸)의 즐거움에 드신다 하니
저희들은 실로 기뻐하고 경하드립니다.
마치 저 불타는 집에서
불 속에서 어버이를 구한 것 같으니
모든 하늘들도 기뻐하겠거늘
하물며 이 세상 사람이겠습니까.
그러나 여래께서 멸도(멸도)하시고 나면
중생들은 다시는 뵐 길이 없어
영원히 구호를 받을 수 없으리니
그러므로 걱정하고 슬퍼하는 것입니다.
마치 저 상인(상인)의 무리들이
멀리 빈 벌판을 건너갈 때
오직 한 사람의 길잡이 있었으나
도중에 갑자기 길잡이를 잃은 것 같아
대중들은 더 이상 믿을 데가 없으니
어찌 근심하고 슬퍼하지 않겠습니까.
현세에서 스스로 깨달아 알아
일체를 알고 본 이 만났으면서
그러고도 뛰어난 이로움 거두지 못하면
온 세상의 비웃음을 받을 터이니
보배산을 지나면서 어리석고 미련하여
가난의 괴로움을 고수하는 것 같으리라.”
이와 같이 그 모든 역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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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 10004] 쪽
부처님을 향하여 슬피 하소연하니
마치 어떤 사람의 외동아들이
자비스런 아버지께 구슬피 하소연하듯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잘 다독거리는 말씀으로
제일가는 진리 나타내 보이시며
저 모든 역사들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너희들의 말과 같아서
도(도)를 구해 부지런히 힘쓰되
비록 나를 보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설한 법대로 실천하면
온갖 괴로움의 그물 벗어날 수 있으리니
도(도)를 행하는 것은 마음에 달린 것
굳이 나를 보는 데 있지 않느니라.
마치 저 병을 앓는 사람이
처방에 따라 좋은 약 먹으면
온갖 병은 저절로 없어져
의사 만나길 기다릴 필요 없듯이
내가 말한 그대로 행하지 않으면
한낱 나를 보아도 이익 없을 것이요
비록 나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법대로 행하면 나와 가까울 것이다.
함께 있어도 그 법을 따르지 않으면
내게서 멀리 떠나는 것인 줄 알아
마음을 거둬 잡아 함부로 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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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 10004] 쪽
꾸준히 힘써 바른 업을 닦아라.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면
긴긴 세월 온갖 고통 핍박받나니
어지럽게 흔들려 스스로 편안하지 못한 것
마치 바람 앞에 등불과 같구나.”
그 때 그 모든 역사들
부처님의 자비스런 가르침 듣고
마음으로 감동해 눈물 거두며
스스로 감정 억제하고 돌아갔다.
26. 대반열반품(대반열반품)
그 때 수발타(수발타)라는
범지(범지)가 있었는데
어짊과 덕을 두루 갖추고
깨끗한 계율[계]로 중생을 보호하였다.
젊을 때부터 삿된 견해 가져
외도(외도)를 닦으러 출가하였다.
그는 와서 세존을 뵙고자
아난다에게 말하였네.
“내 들으니 여래의 도(도)는
그 뜻이 깊어 헤아리기 어려우며
이 세간에서 위없는 깨달음 얻은 분으로
제일가는 조어사(조어사)라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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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 10004] 쪽
그 분 이제 반열반에 드신다 하니
두 번 다시 만나기 어려우리.
보기 어려운 분 보는 일 어려움이
마치 거울 속의 달과 같구나.
나는 이제 그 위없는
좋은 도사(도사)를 뵙고자 하네.
숱한 괴로움 면하기 바라고
나고 죽음 건너서 열반 언덕 가고파라.
부처의 태양 그 빛을 잃으려 하니
원컨대 나로 하여금 잠시만 보게 해주오.”
아난은 마음에 슬픔을 느꼈으나
다시 말하기를 “비방하려 하거나
세존이 멸도하심을 기뻐하는 것이니
부처님을 뵙게 할 수 없다”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가 바라는 것이
바른 법 그릇이 될 만함을 아시고
아난에게 분부하셨네.
“저 외도를 내 앞에 오게 하라.
나는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나왔나니
너는 주저하거나 난처해하지 말라.”
수발타라(수발타라)는 그 말씀 듣고
마음에 큰 기쁨을 내고
법을 즐겨하는 뜻 갈수록 깊어
더욱 공경하며 부처님 앞에 나왔다.”
[341 / 10004] 쪽
시기에 맞추어 공손히 말씀드리고
부드러운 말씨로 인사드리며
온화한 얼굴로 합장하고 청하였다.
“내 지금 여쭙고 싶은 것 있습니다.”
세상에 법을 아는 이로서
나 따위와 같은 사람 매우 많지만
오직 부처님께서 얻으신 그 해탈은
다른 중요한 도(도)라고 들었습니다.
원컨대 저를 위해 대충 말씀하시어
허하고 갈증난 마음 적셔 주소서.
이것은 서로 논의하기 위한 것도 아니요
승부를 겨루려는 마음도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저 범지 위하여
여덟 가지 바른 길 간략히 말씀하시자
그 말씀 듣고 마음 비우고 받아들여
마치 헤매던 사람 바른 길을 만난 듯
지금까지 배웠던 모든 것들
궁극적인 도(도) 아님을 깨달아 알았다.
일찍이 듣지 못한 것 비로소 듣고
삿된 길을 버려 여의며
아울러 어리석어 어두운 장애를 버리고서
지금껏 배웠던 것 되새겨 보았다.
'성냄과 어리석음의 어둠 갖추고
착하지 않은 업만을 자라게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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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 10004] 쪽
애욕·성냄·어리석음 등의 행했었네.
능히 모든 착한 업인
많이 들음과 지혜와 정진을 일으키리라.
또한 유애(유애)로 말미암아 생기는
성냄과 어리석음 끊으면
곧 모든 업을 여의게 되고
모든 업이 이미 없어지면
이것을 업해탈(업해탈)이라 이름한다.
그러나 모든 업에서의 해탈이란
이치상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세간 사람들은 일체의 것은
그 모두 자성(자성)이 있다고 말하지만
애욕·성냄·어리석음에 있어
만일 그것이 자성이 있다면
그것도 영원히 존재해야 할 것이거늘
어떻게 거기서 해탈할 수 있으리.
설사 성냄과 어리석음 없애더라도
그 유애(유애)는 다시 도로 생기리라.
마치 저 물의 성질은 차가운데
불로 인해 뜨거워졌다가도
뜨거운 불길 멈추면 도로 식어버리는 것 같나니
자성은 항상한 것이기 때문이라네.
마땅히 알아야 하니 유애(유애)의 성품은
많이 들음·지혜·정진으로 늘어나지 않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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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 10004] 쪽
불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는 것을
어떻게 해탈이라 하리.
전에는 '나고 죽음은
본래 자성으로부터 생긴다고 말했지만
그러나 이제 그 이치 관찰하면
해탈을 얻을 사람 아무도 없다.
자성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니
어찌 거기에 마지막이 있으랴.
비유하면 마치 켜져 있는 등불과 같나니
어찌 그 빛을 없앨 수 있으랴.
부처님 도(도)의 진실한 이치
애욕을 연(연)하여 세간에 난다 하네.
애욕이 멸하면 곧 고요해지려니
인(인)이 없기에 과(과)도 또한 없으리.
본래 나[아]는 몸과 다르고
만든 이 없다고 보지 않았는데
이제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 들으면
이 세간에는 나라는 것 있지 않다네.
모든 법은 인연으로 생긴 것이니
그것엔 자재(자재)가 없기 때문이다.
인연으로 생겼기에 괴로움 있고
인연으로 멸하는 것 또한 그러하다네.
세상 인연으로 생기는 것 관찰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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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 10004] 쪽
곧 단견(단견)을 멸할 수 있고
연(연)을 여의어 세간 멸하는 것 관찰하면
곧 상견(상견)을 여읠 수 있다.'
그는 본래 가졌던 견해 모두 버리고
부처님의 바른 법 깊이 보고 나서
과거에 좋은 인(인) 심은 까닭에
법 듣자 곧 깨닫게 되었네.
맑고 시원하기 다함 없는 곳
좋은 적멸(적멸)을 이미 얻고서
마음 열리고 믿음은 더욱 넓어져
누워 계신 여래를 우러러 보았네.
그러나 세상을 버리고 반열반에 드시는
여래를 차마 뵐 수가 없어
“부처님 아직 돌아가시기 전에
마땅히 내 먼저 멸도하리라” 했네.
그리고 합장하여 거룩한 존안에 예배하고
꼿꼿한 자세로 한쪽에 앉아
목숨[수]을 버리고 열반에 드니
마치 비가 작은 불 꺼버리듯 하였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이 맨 마지막 제자
이제 여기서 이미 열반에 들었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공양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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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 10004] 쪽
초저녁이 이미 지나서
달은 밝고 별들은 총총 빛나며
숲은 고요하여 소리 없을 때
부처님께서 큰 자비심으로
모든 제자들에게 최후를 분부하셨다.
“내 반열반(반열반)에 든 뒤에
너희들은 마땅히
바라제목차(파라제목차)를 공경해야 하나니
이것은 곧 너희들의 스승으로서
어두운 밤을 밝힐 등불이요
가난한 사람의 큰 보물 되리니
마땅히 가르침을 받아야 할 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그것 따르기를
나 섬기는 것과 다름없게 하라.
몸과 입의 행(행)을 깨끗이 하여
모든 생업(생업)을 떠나야 하리니
밭과 집과 또 중생들 기르기와
재물이나 곡식을 축적하는
이 모든 일 멀리 여읨을
큰 불구덩이 피하듯 하라.
땅을 개간하기와 풀 나무 베기와
의술(의술)로 모든 병 다스리기와
천체[력수]의 운행을 우러러 관찰하기와
길(길)하고 흉한 상을 헤아려 알고
이롭고 해로움을 점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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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 / 10004] 쪽
이것은 다 하지 말아야 한다.
몸을 절제하여 때 맞춰 먹고
남의 사주를 받아 사술(사술)을 행하지 말며
탕약(탕약)을 섞어 만들지 말고
아첨과 거짓을 멀리 여의어라.
법에 따라 생활 필수품은
마땅히 양(양)을 알아 받을 것이요
받은 것은 곧 쌓아 두지 말지니라.
이것은 곧 간략히 계(계)를 말한 것이니
모든 계의 근본이 되고
또한 해탈의 근본이 되리라.
그러므로 이 법으로 말미암아
능히 일체의 정수(정수)가 생기나니
그 일체의 진실한 지혜는
이것을 인연하여 구경(구경)을 이루느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잡아 지녀
그것을 끊거나 무너뜨리지 말라.
깨끗한 계가 끊어지지 않으면
곧 모든 착한 법 생기게 되고
그것이 없으면 모든 착함도 없나니
계로써 이루어지기 때문이니라.
이미 맑고 깨끗한 계에 머물렀거든
모든 정(정)의 감관[근]을 잘 거두어 잡아
마치 잘 길들인 소[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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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 10004] 쪽
함부로 사납게 덤비지 않게 하라.
모든 감관[근]의 말[마]을 거둬잡지 못해서
여섯 경계[육경]에 함부로 놀게 하면
현세에서는 재앙을 가져오고
장차는 나쁜 길에 떨어지리니
비유하면 말[마]을 잘 부리지 못하면
사람을 구렁텅이 떨어지게 하는 것과 같나니
그러므로 밝고 지혜로운 사람은
모든 감관을 멋대로 놓아주지 않느니라.
모든 감관은 매우 사납고 악해
사람의 큰 원수가 되건만
중생은 모든 감관을 사랑함으로써
도리어 그에게 해침을 당하느니라.
그 깊은 원한은 독사나
난폭한 범, 혹은 사나운 불보다 성해
세상 사람들 매우 싫어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오직 가볍게 덤비는 마음이
사람을 나쁜 길에 들게 할까 두려울 뿐이었다.
그 조그마한 쾌락에 편안해 하면서
깊고 험한 곳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미친 코끼리 날카로운 갈고리 없어지고
원숭이 나뭇가지 얻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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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 10004] 쪽
가볍게 덤비는 마음 그와 같으니
슬기로운 사람은 거둬 잡아야 하네.
마음을 놓아 제멋대로 하게 하면
끝내 적멸(적멸)을 얻지 못하리니
그러므로 마땅히 마음을 제어하여
편안하고 고요한 곳으로 빨리 가야 하느니라.
음식을 먹을 때는 분량을 알아
마땅히 약을 먹는 방법처럼 하고
그 음식을 먹음으로 말미암아
탐하거나 성내는 마음을 내지 말라.
음식은 굶주리고 목마름 풀기 위한 것
마치 헌 수레의 기름과 같으니라.
비유하면 벌이 꽃에서 꿀을 딸 때에
그 빛깔과 향기는 다치지 않는 것처럼
비구는 걸식하러 다닐 때
저들의 믿는 마음 상하게 하지 말라.
혹 어떤 사람이 기쁘게 보시하더라도
마땅히 그 능력[감]을 헤아려 보라.
소[우]의 능력을 헤아리지 않으면
버거운 짐은 그를 해치게 하리.
아침·낮·저녁 세 때를 따라
차례로 바른 업 닦아야 하니.
초저녁과 새벽 그 두 때에는
잠에 집착하지 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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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 / 10004] 쪽
한밤중에는 단정한 마음으로 누워
생각을 밝음에 매어 두어라.
밤이 다하도록 깊은 잠에 빠져
몸과 목숨 헛되게 보내지 말라.
시간이란 불은 언제나 이 몸을 태우나
어떻게 오래도록 잠만 자고 있으랴.
번뇌는 온갖 원수의 집으로서
빈틈을 타서 이내 나를 해치건만
마음은 잠에 빠져 어두우니
죽음이 이른들 누가 능히 깨우랴.
독사가 집에 숨어 있으면
좋은 주문(주문)으로 벗어나게 하고
검은 살무사 그 마음에 있으면
밝은 깨달음의 좋은 주문으로 없애야 하겠거늘
아무 방법도 없이 오래도록 잠들면
이는 곧 부끄러움 없는 사람이니라.
부끄러움은 장엄한 의복이 되고
부끄러움은 코끼리 제어하는 갈고리 되나니
부끄러움은 그 마음 안정되게 하지만
부끄러움 없으면 선근(선근)을 잃느니라.
부끄러워할 줄 알면 세간에서 어진 이라 일컫고
부끄러움 없으면 짐승과 같나니
혹 어떤 사람이 날카로운 칼로써
마디마디 그 몸을 해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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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 / 10004] 쪽
성내거나 원망하는 마음을 품지 말고
입으로는 나쁜 말을 더하지 말라.
나쁘게 생각하고 나쁘게 말하면
자기만 해치고 남 해치지 못하나니
몸을 절제하여 고행을 닦을 때
인욕(인욕)보다 더 나은 것 없느니라.
오직 인욕을 행하는 것만이
항복받기 어려운 견고한 힘이니
그러므로 원망하는 마음을 품지 말고
남에게 나쁜 말로 대하지 말라.
성냄은 바른 법을 무너뜨리고
또한 단정한 몸을 무너뜨리며
훌륭한 명예를 잃어버리게 하고
성냄의 불길 제 마음을 태우느니라.
성냄은 공덕의 원수 되나니
덕을 사랑하거든 원한을 품지 말라.
속가에 있으면 번뇌가 많나니
성냄이 다 이상한 것 아니지만
출가한 이로서 원한 품으면
그것은 곧 이치와 어긋남이네.
마치 그것은 찬물 속에 있으면서
왕성한 불이 있어 타는 것 같으니라.
만일 교만한 마음이 생기거든
[351 / 10004] 쪽
마땅히 제 손으로 정수리 만져 보라.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고
손에는 밥을 비는 발우를 들고
변두리에서 혼자 살아가면서
무엇 때문에 교만한 마음 내랴.
빛깔 옷 족속의 속인에게도
교만은 또한 허물이거늘
하물며 집을 나온 사람으로서
해탈의 도(도)를 뜻하여 구하면서
만일 교만한 마음을 낸다면
그것은 크게 옳지 못한 일이니라.
굽음[곡]과 곧은 성질 서로 어긋나
서리와 불꽃처럼 함께하지 못하는 법
출가하여 곧은 길 닦는 이에게
아첨과 굽음은 어울리지 않나니
아첨·거짓·허환(허환)·간사함도
오직 법만은 속이지 못하느니라.
많이 구하면 곧 괴로움 되고
욕심 적으면 곧 안온하나니
안온을 위해서도 욕심 적어야 하거늘
하물며 참해탈을 구함에 있어서이랴.
아끼는 이는 구하는 이 많음을 두려워하나니
그 재물 손해 볼까 걱정하기 때문이요
보시 좋아하는 이도 또한 두려워하나니
공양할 재물이 모자랄까 부끄러워서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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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 10004] 쪽
그러므로 마땅히 욕심을 적게 하여
저에게 보시함에 두려움 없게 하라.
이 욕심 적은 마음 말미암으면
곧 해탈의 도를 얻을 것이니
만일 해탈을 구하고자 하거든
마땅히 만족함을 익힐 줄 알아야 하네.
만족할 줄 알면 늘 기쁨이 있고
기뻐함이 바로 올바른 법이네.
살림살이는 비록 누추하지만
만족할 줄 알기 때문에 항상 편하네.
만족한 줄 모르는 사람
비록 하늘에 나는 즐거움 얻더라도
만족할 줄 모르기 때문에
괴로움의 불길이 항상 그 마음을 태우네.
부자이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면
그것 역시 가난한 이의 괴로움 되고
아무리 가난해도 만족한 줄 알면
그것은 곧 첫째가는 부자이니라.
그 만족할 줄 모르는 이에게는
다섯 가지 욕심의 경계 더욱 넓어지리니
자꾸자꾸 구해도 싫어할 줄 몰라
긴긴밤 동안 달리며 고통스러워하고
허겁지겁 걱정 근심 마음에 있어
만족할 줄 아는 이에게 도리어 동정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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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 10004] 쪽
많은 권속을 갖고 있지 않으면
그 마음 언제나 편안할 것이요
편안하고 고요하기 때문에
사람과 하늘들이 모두 다 섬기리라.
그러므로 마땅히 친하거나 소원한
두 가지 권속을 버려야 하나니
마치 넓은 늪의 외로운 나무에
뭇 새들 많이 모여 깃드는 것 같으리.
많은 권속 기르는 것 또한 그러하여
오랜 세월 온갖 괴로움에 시달린다.
권속들 많으면 얽매임도 많아
마치 늙은 코끼리 진흙탕에 빠진 듯하리.
사람이 만일 부지런히 정진하면
어떤 이익이고 얻지 못할 것 없으리.
그러므로 마땅히 낮이든 밤이든 간에
부지런히 힘쓰고 게으르지 말라.
산골짜기 흐르는 실개울물도
늘 흐르기 때문에 돌을 뚫고
마찰하여 불 일으키는 일도 열심히 안하면
한낱 수고로울 뿐 얻지 못하리.
그러므로 마땅히 꾸준하게 정진하여
힘센 사내가 마찰하여 불 일으키듯 하라.
착한 벗이 아무리 좋다 해도
바르게 생각함에는 미치지 못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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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 / 10004] 쪽
바른 생각이 마음에 있으면
온갖 악한 것 들어오지 않으리.
그러므로 언제나 수행하는 사람은
마땅히 그 몸을 생각하여야 하네.
몸에 대한 바른 생각 잃으면
일체의 착한 일 곧 잊어버리리.
비유하면 저 용맹스러운 장군
갑옷 입고 강한 적을 제어하듯
바른 생각은 겹 갑옷 되어
여섯 경계의 적을 제어하리라.
바른 선정은 깨닫는 마음 단속해
세간의 나고 멸함 관찰하나니
그러므로 마땅히 수행하는 사람은
반드시 삼마제(삼마제)를 익혀야 하네.
삼매에서 이미 고요해지면
능히 일체 괴로움 멸해지리라.
지혜는 능히 밝게 비추어
거두어 받아들임 멀리 여의고
평등하게 관찰하고 마음으로 생각하여
그것을 따라 바른 법에 나아가나니
그러므로 속인이든 출가한 이든 간에
마땅히 이 길을 따라가야 하리라.
남·늙음·죽음의 큰 바다에서
지혜는 가벼운 배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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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 / 10004] 쪽
무명(무명)의 큰 어둠 속에서
지혜는 밝은 등불이 된다.
모든 결박의 때[구]와 질병에
지혜는 좋은 약 되고
번뇌의 가시 숲에서
지혜는 예리한 도끼가 되며
어리석은 애욕의 빠른 물결에서
지혜는 곧 다리[교량]가 되나니
그러므로 마땅히 부지런히 익혀서
들음·생각함·닦음의 지혜를 내야 하네.
이 세 가지 지혜를 성취하면
비록 장님이라도 지혜의 눈 트이고
지혜 없으면 마음은 거짓되리니
이는 곧 출가한 이라 할 수 없다네.
그러므로 마땅히 깨달아 알아야 하니
모든 거짓된 법 여의게 되면
미묘한 즐거움 곧 얻게 되니
그곳은 고요하고 안온한 곳이니라.
방일(방일)하지 않음을 따라야 하니
방일은 착함의 원수이기 때문이다.
만일 사람이 방일하지 않으면
제석천[제석천]의 처소에 태어날 수 있지만
마음을 놓아 방일하는 이
그는 곧 아수라(아수라) 세계에 떨어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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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 10004] 쪽
에게 위안을 주는 자비(자비)의 업을
호응하는 대로 나는 이미 마쳤으니
너희들도 마땅히 열심히 노력하여
스스로 그 업을 잘 닦으라.
숲이나 비고 한가한 곳에서
고요한 마음 더하고 기르되
마땅히 스스로 부지런히 힘써
뒷날에 후회와 여한이 없게 하라.
마치 세상의 좋은 의사가
병세에 따라 맞는 약을 말해 주어도
병을 앓는 사람이 먹지 않으면
그것은 의사의 잘못 아닌 것처럼
내 이미 참된 이치 말하여
평평하고 고른 길 나타내 보였으나
그 말을 듣고도 받들어 행하지 않으면
그것은 말한 이의 잘못이 아니니라.
네 가지 참된 진리에 대하여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것 있으면
너희들은 이제 다 물어야 하리니
마음에 품은 의심 숨기지 말라.”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겨 말씀해 주셨건만
모인 대중들은 잠자코 있었다.
그 때 저 아나율타(아나율타)는
모든 대중들 관찰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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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 / 10004] 쪽
가진 의심 없어 잠자코 아무 말 없자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네.
“달은 따뜻하고 햇빛은 차다거나
바람은 고요하고 땅의 성질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등
이와 같은 네 가지 의심이나 미혹은
이 세상에는 이미 없는 것처럼
고(고)·집(집)·멸(멸)·도(도)의 참된 이치는
진실하여 일찍이 어긋남 없나니
세존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여서
대중들은 아무도 의심이 없습니다.
다만 세존께서 열반하심을
모두들 다 슬퍼하고 있을 뿐
세존께서 말씀하신 그것에 대해
궁극적인 것 아니라는 생각은 내지 않네.
혹 처음으로 출가한 이로서
아직 마음 속 깊이 이해하지 못한 자라도
이제 그 간절하신 가르침 듣고
의심이나 미혹 이미 다 없어졌네.
이미 나고 죽음의 바다를 건너
욕망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지만
이제 모두 슬퍼하고 애달파하는 것은
부처님의 멸도(멸도) 너무 빠름을 한탄함일세.”
부처님께서는 그 아나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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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 / 10004] 쪽
갖가지로 근심하고 슬퍼하는 말 들으시자
다시 자애롭고 가엾은 마음으로
그를 위로하여 말씀하셨네.
“비록 몇 겁(겁) 동안 머문다 하더라도
마침내는 갈려 이별하리니
다른 몸이면서 서로 모인 것
언제나 함께할 수 없는 이치이니라.
자기와 남을 이롭게 함 이미 마쳤으니
부질없이 머물러 무엇할건가.
하늘이나 사람으로 제도해야 할 자는
이미 다 해탈을 얻었느니라.
이제 너희들 모든 제자는
서로 전해 바른 법 이어가라.
모든 존재 반드시 없어짐을 알아
다시는 근심이나 슬픔을 내지 말라.
마땅히 스스로 방편에 힘써
이별 없는 곳으로 나아가야 하리.
나는 이미 지혜의 등불을 밝혀
세간의 어둠을 비추어 없앴네.
세상은 다 굳건하거나 단단하지 못하니
너희들은 마땅히 나를 따라 기뻐하라.
마치 어버이가 중한 병을 앓다가
병을 고쳐 괴로움을 벗어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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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 / 10004] 쪽
나는 이미 괴로움의 그릇 버리고
나고 죽는 바다의 흐름 거슬러
온갖 괴로움과 근심 영원히 버렸으니
이 또한 나를 따라 기뻐해야 하리.
너희들은 스스로 잘 보호하여
방일함을 내지 말라.
존재[유]하는 것은 반드시 멸하는 법
나는 이제 곧 열반에 들리라.
말은 이것으로 끊을 것이니
이것이 곧 최후의 가르침이다.”
부처님께서는 초선(초선)의 삼매에 들어
차례로 아홉째 정수(정수)에 들고
거슬러 차례로 정수에 들었다가
돌아와 다시 초선에 드셨다.
다시 그 초선에서 일어나
제4선에 드셨다가
선정에서 나온 마음 붙일 곳 없어
이내 열반에 드셨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자
온 땅은 두루 진동하였고
공중에선 비처럼 불을 내려
섶나무도 없이 스스로 타올랐네.
그 불은 다시 땅에서도 일어나
8방(방)이 모두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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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 10004] 쪽
심지어는 모든 하늘 궁전까지
불타는 것도 또한 그러하였다.
우레와 번개는 천지를 뒤흔들고
벼락은 산천을 진동했는데
마치 하늘의 아수라들이
북을 치며 싸우는 소리 같았다.
미친 바람은 사방에서 일어나고
산은 무너져 재와 먼지 퍼부었네.
해와 달은 그 광채가 없어지고
맑게 흐르던 물 모두 끓어올랐다.
견고림(견고림)은 모두 말라 시들고
꽃이나 잎은 때 아닌데 떨어지며
날던 용은 검은 구름을 타고
다섯 머리 떨군 채 눈물 흘렸네.
사천왕(사천왕)과 그 권속들
슬픔 머금고 공양을 베풀었다.
그 때 정거천(정거천)이 하늘에서 내려와
허공에 멈추어 늘어서 모시고
덧없이 변함을 관찰하면서
근심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으며
세상이 천사[천사：부처님]와 멀어짐을 한탄하여
'눈[안]의 멸함이 어찌 이리 빠른가'라고 하였다.
팔부신장과 모든 하늘신[천신]들은
허공 중에 가득 메우고 있었으며
[361 / 10004] 쪽
꽃을 흩뿌려 공양하면서
서러움에 잠겨 기뻐하지 않았으나
오직 마왕(마왕)만은 기뻐해
음악을 연주하면서 스스로 좋아했다.
염부제(염부제)는 빛을 잃어
마치 산이 무너져 내리며
큰 코끼리의 흰 상아가 부러지고
큰 소의 두 뿔이 꺾이며
허공의 해와 달이 없어지고
연꽃이 찬이슬 맞은 듯했네.
여래께서 이제 반열반에 드시자
이 세간의 처량함도 또한 그러하였다.
27. 탄열반품(탄열반품)
그 때 어떤 천자가
천백 개의 흰 고니궁전[백곡궁]을 타고
하늘 위 허공에서
부처님 반열반하심을 보고
널리 모든 하늘신을 위하여
무상게(무상게)를 노래하였네.
“일체의 성질은 무상한 것이어서
속히 생기고 속히 멸하네.
태어남은 곧 괴로움을 동반하니니
오직 적멸(적멸)만이 즐거움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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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 10004] 쪽
행업(행업)의 섶나무 더미를
지혜의 불로 태워 없앴고
명예의 연기 하늘을 찌를 때
때맞추어 비내려 그것을 멸하였는데
마치 겁화(겁화) 일어나도
수재(수재)가 소멸시키는 것 같다.”
그 때 다시 범선천(범선천) 있어
마치 제일가는 진리의 선인(선인)처럼
하늘의 뛰어나고 묘한 즐거움을 받으면서도
그 하늘 과보에 물들지 않았다.
그는 여래의 적멸을 한탄하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나서 말하였네.
“삼세(삼세)의 법을 관찰해 보면
끝내 무너지지 않는 것 없구나.
제일가는 묘한 진리 밝게 통달해
세상에는 그분과 짝할 이 없고
지혜로 알고 또 보던 사람
두루 이 세간을 구호하던 이
모두 다 덧없어 무너졌으니
어느 누군들 영원히 존재할 수 있으랴.
슬프다, 이 온 세상 중생들
모두 삿된 길에 떨어졌구나.”
그 때의 아나율타(아나율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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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 10004] 쪽
세상에 있어서는 불률타(불률타) 요
이미 멸하여서도 불률타이며
나고 죽음에는 니율타(니율타)였던 그가
여래의 적멸을 한탄하였네.
“중생들 모두 장님이 되었구나.
모든 행(행)의 무더기는 덧없는 것이어서
마치 떠다니는 뜬구름처럼
금방 생겨났다가도 어느새 멸하나니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 유지하려 하지 않네.
무상(무상)이란 금강저(금강저)가
무니산왕(모니산왕)을 부수었으니
더러워라, 세상은 가볍고 성급하여
파괴되고 견고하지 않구나.
무상이란 사나운 사자는
용상(용상)의 큰 선인 해쳤다.
저 여래의 금강 깃대도
오히려 무상함에 부서지는데
하물며 탐욕을 여의지 못한 이들
어찌 두려운 마음 내지 않으리.
여섯 가지 종자에 하나의 싹
한 방울의 물을 받음으로써
네 가지 인도하는 깊은 뿌리와
두 큰 박[?]과 다섯 가지 과일로서
삼제(삼제)에 걸쳐 동일한 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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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 / 10004] 쪽
모든 번뇌의 큰 나무를
무니(모니) 대상(대상)은 그것을 뽑아냈건만
그런 그도 무상함은 면치 못했네.
그것은 마치 저 식기조(식기조)가
물을 즐겨 독사까지 삼켰다가
갑자기 큰 가뭄을 만나
물을 잃고 그 몸도 잃은 것 같네.
저 뛰어난 말은 용감하게 싸우다가
싸움 마치면 기죽어 돌아오고
불은 나무를 의지해 타다가
나무 다 타면 절로 꺼지는 것처럼
여래께서도 또한 그와 같아서
일을 마치고 열반으로 돌아가셨다.
비유하면 마치 밝은 달빛이
널리 세상을 위해 어둠 없애는데
중생들 모두 그 빛을 받다가
달이 다시 수미산에 숨은 것처럼
여래께서도 또한 그와 같아서
지혜의 광명 어둠을 비추어
중생을 위해 어둠 없애주시다가
열반산에 숨어 버렸네.
큰 이름과 훌륭한 광명
이 세간을 두루 비추고
일체 어둠을 멸해 없애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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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 10004] 쪽
멈추지 않음이 빠른 물결과 같았네.
잘 조련된 일곱 마리 준마가
군사와 천자를 따라 놀 때
마치 저 빛나는 일천자(일천자)가
암자산(??산)으로 드는 것 같네.
또 해와 달에는 다섯 가지 장애 있어
중생이 그 광명 잃는 것 같나니
불 받들어 하늘에 제사지내 마치면
오직 검은 연기만 남아 있듯
여래께서 이미 빛을 감추자
세상이 빛을 잃음 또한 그러하였네.
인간적 은혜와 애정의 희망을 끊고
중생의 소망에 두루 응하시다
중생의 소망 이미 가득 채우고
일이 끝나자 희망을 끊어버렸다.
번뇌 몸의 결박을 떠나
진실한 그 도를 얻자
군중들의 시끄럽고 어지러움 떠나
고요한 곳으로 들어가셨네.
신통으로 허공에 올라 노니셨지만
괴로움의 그릇이기에 버리셨다.
어리석음의 밤 중첩된 어둠은
지혜의 광명으로 비추어 없애고
모든 번뇌의 티끌과 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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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 10004] 쪽
지혜 물로 씻어서 깨끗하게 하셨네.
다시는 빈번히 돌아옴 없는
영원히 고요한 곳으로 가셨나니
일체의 나고 죽음을 멸해
모두가 다 높이고 공경했네.
일체로 하여금 법을 즐기게 하고
은혜로써 일체를 가득 채우며
일체를 두루 편안하게 하셨고
일체의 덕 널리 흘러 퍼졌네.
그 이름은 일체에 두루하고
겹겹이 비추던 광명 오늘날 그쳤으니
그와 덕을 다투던 자들도
슬퍼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 생겼네.
네 가지 이익도 기뻐하지 않고
네 가지 손해도 슬퍼하지 않았나니
모든 정(정)을 잘 거두어 잡아
모든 감관[근] 밝게 통했다.
맑은 마음으로 평등하게 관(관)하여
여섯 가지 경계에 물들지 않고
일찍이 없었던 것을 얻었으니
남이 얻지 못한 것 얻었다네.
모든 번뇌 벗어나는 물로써
허기짐과 목마름을 한껏 풀어주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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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 / 10004] 쪽
남이 주지 못한 것을 주셨지만
또한 그 과보 바라지 않으셨네.
지극히 고요하고 묘한 상(상) 가진 몸은
일체 중생의 생각을 알고
좋고 나쁨에 흔들리지 않으며
그 힘은 모든 원수 이겼으며
일체의 병에 좋은 약 되었건만
무상함에 무너져 버렸네.
저 일체 중생 무리들
좋아하는 법이 제각기 다르지만
그가 구하는 바에 두루 응하여
그 소원을 모두 채워 주셨네.
거룩한 지혜의 큰 시주(시주)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음이
마치 세간의 사나운 불길이
섶나무 다하면 더 이상 타지 않듯 하네.
여덟 가지 법에도 물들지 않고
다루기 어려운 다섯 가지를 항복받아
3으로써 3을 보고
3을 떠나 3을 이루며
1을 간직하여 1을 얻었고
7을 뛰어넘어 길이 잠드셨으니
최후의 경지인 적멸(적멸)의 도(도)는
모든 성현(성현)들이 떠받드는 바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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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 10004] 쪽
이미 번뇌의 장애를 끊고
받들던 사람들 다 제도하셨으며
굶주리고 목마른 가난한 이에게는
감로(감로)를 마시게 하셨네.
욕됨을 참는 겹 갑옷 입고
모든 성냄을 항복받아
훌륭한 법과 미묘한 이치로
여러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셨네.
세상에 착함을 닦는 이에게는
거룩한 종자를 심게 하고
바른 것 익히건 바르지 않음을 익히건
차별 없이 거두어 버리지 않으셨네.
위없는 법륜(법륜)을 굴리실 때에
온 세상 기쁨을 받았나니
일찍이 법을 좋아하는 인(인)을 심었기에
이들은 모두 해탈을 얻었다네.
인간 세상에 노니시면서
아직 제도하지 못한 이 제도하고
진실을 보지 못한 사람들
모두 진실을 보게 하셨다.
외도(외도)를 배우는 모든 이에게는
심오한 법으로써 가르쳐 주시고
나고 죽음의 무상함을 말씀하시고
주인도 즐거운 존재도 없음을 설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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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 10004] 쪽
큰 이름의 깃대를 세워
마군(마군)의 무리들을 쳐부수었고
나아가고 물러남에 기쁨과 슬픔 없이
생(생)을 업신여기고 적멸(적멸)을 찬탄하셨네.
건너지 못한 이 건너게 하고
벗어나지 못한 이 벗어나게 하였으며
고요하지 못한 이 고요하게 하고
깨닫지 못한 이 깨닫게 하셨네.
무니(모니)께서는 적정(적정)한 도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셨으나
중생은 거룩한 도를 어겨
모든 바르지 못한 업 익힌다.
마치 큰 겁(겁)이 다한 것처럼
법을 가진 어른은 길이 잠이 드셨네.
두터운 구름은 벼락을 울려
수풀을 꺾고 감로를 내릴 때
젊은 코끼리들 가시 숲을 꺾었고
마음 수양하는 이들을 이익되게 하였네.
그러나 구름은 흩어지고 코끼리는 늙었나니
이는 다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네.
한 견해 부수고 한 견해 이루고
세상에서 건질 건 이미 건졌네.
모든 삿된 주장 무너뜨려
자재로운 도(도)를 이미 얻으시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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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 10004] 쪽
이제 크게 고요함에 한 번 드시니
세간을 구호해 줄 사람 없구나.
마왕(마왕)의 그 많은 군사들
무기를 휘둘러 천지를 흔들면서
무니란 높은 분을 해치려 하였으나
끄덕도 못하게 하였거늘
어떻게 갑자기 하루아침에
무상이란 악마에게 넘어졌는가.
하늘 사람은 널리 구름처럼 모여들어
허공을 가득 메우고
다함 없는 나고 죽음 두려워해
마음으로 크게 근심하였네.
이 세간의 멀고 가까움 없이
천안(천안)으로 모두 비추어
그 업보(업보)를 자세히 살펴보기
거울 속의 모양을 보시듯 했고
또 천이(천이)는 가장 밝게 트여
어떤 먼 곳의 소리도 못 듣는 것 없으셨네.
허공에 올라 모든 하늘신을 교화하고
인간 세계에 노니시며 사람을 교화하실 때
몸을 나누었다가 몸을 합하고
물을 건너도 젖지 않으셨네.
과거의 생(생)을 모두 기억해
몇 겁(겁)이 지나도 잊지 않았고
[371 / 10004] 쪽
모든 감관[근]을 경계에 놀려
많은 사람의 각기 다른 생각을
남의 마음을 아는 신통의 지혜로써
일체 모두에 대해 다 아셨네.
신통의 깨끗하고 묘한 지혜는
평등하게 일체를 관찰했고
일체의 누(누)를 두루 다하여
그 모든 일을 이미 마치셨거늘
그 지혜는 유여계(유여계)를 버려 두고
지혜는 쉬어 길이 잠드셨구나.
중생의 굳세고 강한 마음도
그를 보면 부드럽고 연하게 되며
근기가 둔한 모든 중생들
그를 보면 지혜가 밝아지고 날카로워지네.
한량없는 나쁜 업의 허물도
그를 보면 제각기 통하는 길 얻었으니
하루아침에 갑자기 길이 잠드심이여
그 누가 다시 그런 덕 나타내리.
이 세간은 구호할 사람이 없어
희망이 끊어지고 숨길이 막혔으니
그 누가 맑고 시원한 물을
그들에게 뿌려 다시 살아나게 하리.
할 일은 스스로 일해 마치고
대비(대비)한 마음 이미 영원히 쉬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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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 10004] 쪽
이 세간 어리석음의 그물
누가 장차 그것을 다시 찢으며
나고 죽음의 빠른 흐름을 향해
누가 장차 말하여 그것을 돌리리.
중생의 어리석고 미혹한 마음에
누가 있어 고요한 도(도)를 말하며
누가 있어 안온한 곳을 보이고
누가 있어 진실한 이치를 나타내며
중생들은 큰 고통 받고 있는데
누가 자비스런 아비되어 구제하리.
비유하면 많이 외우는 이 도리어 뜻을 잊고
말[마]은 주인이 바뀌어 위엄 잃으며
임금이 나라 잃고 망한 것처럼
세상에 부처님 없음도 또한 그러하구나.
많이 알아도 말솜씨 없고
의사(의사)가 되어도 지혜 없으며
임금이 광영의 모습을 잃은 듯
부처 멸하자 세상은 빛을 잃었네.
좋은 말[마]은 훌륭한 말 조련사 잃고
배를 탔는데 뱃사공 잃었으며
삼군(삼군)은 훌륭한 장군을 잃고
장사꾼은 그 길잡이 잃었다.
병든 이는 좋은 의사를 잃고
성왕(성왕)은 일곱 가지 보배를 잃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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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 10004] 쪽
뭇 별은 밝은 달 잃고
목숨을 아끼는 이는 목숨 잃은 것처럼
세간도 또한 그와 같아서
부처 멸하자 큰 밝음을 잃었네.”
이와 같이 저 아라한은
해야 할 일을 이미 다해 마치고
모든 누(누)가 이미 다하였으나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기 위해
슬퍼하고 아쉬워하며 되풀이해 말하고
부처님 덕 찬탄하고 세상 고통 늘어놓았네.
아직 탐욕을 떠나지 못한 이는
슬피 울면서 스스로 견뎌내지 못하고
모든 번뇌[누]가 다한 사람은
오직 나고 죽는 괴로움을 한탄하였네.
그 때 저 모든 역사(력사) 대중들
부처님 이미 열반하셨단 말 듣고
어지러운 소리로 슬피 통곡할 때
마치 고니떼가 소리개 만난 것 같았네.
모두 몰려 와서 사라쌍수로 갔는데
여래께서 영원히 잠드시어
다시 깨어날 기색 없는 것 보고
가슴을 치며 하늘에 울부짖음이
마치 사자(사자)가 송아지를 잡을 때
뭇 소들 어지럽게 울부짖는 것 같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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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 10004] 쪽
그 중에 한 역사 있었는데
마음으로 이미 바른 법 즐겼나니
거룩한 법왕(법왕) 이미 대열반에
드신 모습 분명히 보고 말하였네.
“중생들 모두 잠들었을 때
부처님께서는 깨우쳐 일어나게 하시더니
이제 도리어 대열반에 들어
결국엔 영원히 잠드셨네.
중생들 위해 법의 깃대 세웠다가
이제 하루아침에 무너졌구나.
여래는 지혜의 태양으로서
큰 깨달음으로 밝게 비추셨으니
정진(정진)은 뜨거운 불꽃이 되고
지혜는 일천 광명 빛내어
그 모든 어둠을 멸하였건만
어찌 다시 영원히 어둡게 되었는가.
한 분의 지혜로 삼세(삼세)를 비추어
두루 중생의 눈이 되었건만
이제 갑자기 눈이 멀어
온 세상 나아갈 길 알지 못하네.
나고 죽음은 큰 강물이요
탐욕·성냄·어리석음은 큰 물 흐르는데
법의 다리 하루아침에 끊어졌으니
중생들은 영원히 빠져 헤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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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 / 10004] 쪽
그 때 그 모든 역사들
슬피 울어 부르짖으며
혹은 소리 없이 남몰래 탄식하고
혹은 몸을 던져 땅에 뒹굴며
혹은 잠자코 깊은 생각에 들고
혹은 번민하여 길게 신음하였네.
금·은 보배로 꾸민 상여에
향과 꽃 장식하여 장엄 갖추어
여래의 몸을 편안히 모시고
보배 장막으로 그 위를 덮었다.
당(당)과 번(번)과 꽃 일산 갖추고
갖가지 풍류잡이와
모든 역사(력사)의 사내와 아낙들
앞뒤로 따르며 공양에 힘썼네.
모든 하늘은 향기로운 꽃 뿌리고
공중에서는 하늘 음악 연주하니
사람과 하늘 하나같이 슬퍼하고 탄식하며
소리를 합해 다 같이 서러워했네.
성 안으로 들어가 마주친 사내와 여자
어른과 아이들의 공양 받아 마치고
용상문(용상문)을 나와
희련(희연)강을 건너서
과거의 모든 부처 멸도하셨던
지제(지제)에 이르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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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 10004] 쪽
우두전단향(우두?단향)과
또 갖가지 이름 있는 향나무를
부처님의 몸 위에 올려놓고
또 갖가지 향유(향유)를 붓고
그 밑에다 불을 지폈는데
세 번을 지폈으나 타지 않았다.
그 때 저 대가섭(대가엽)이
먼저 왕사성(왕사성)에 머물다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려 한다는 말 듣고
그 권속을 데리고 거기서 올 때
깨끗한 마음으로 묘한 서원(서원)을 세워
세존의 몸 뵙기 원하였나니
그 간절한 소원 있었기 때문에
불은 자꾸 꺼지고 붙지 않았다.
가섭과 그 권속 이르러
슬피 탄식하면서 존안을 우러르고
두 발에 공경하여 예배하자
그제서야 비로소 불이 붙었네.
마음에 번뇌 불 끊어졌으니
바깥 불은 그것을 태우지 못하고
한낱 바깥 가죽과 살을 태우더라도
금강(금강) 같은 참된 유골은 남아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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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 10004] 쪽
향유가 이미 다 타고 난 뒤에
금병에 그 유골을 주워 담았는데
법계(법계)가 다하지 않는 것처럼
유골이 다하지 않음 또한 그러하였네.
금강과 같은 지혜의 열매는
수미산처럼 움직이기 어려워
저 힘센 금시조(금시조)도
능히 움직여 옮기지 못했는데.
이젠 보배 병 속에 담겨져
세상을 따라 흘러 퍼지게 되었으니
이상하여라, 세간의 힘이여
적멸(적멸)의 법을 능히 굴릴 적엔
그 덕의 칭송 널리 흘러 퍼져
시방(십방)에 두루 가득 찼었건만
세상 이치를 따라 영원히 적멸하시자
오직 유골만 남아 있구나.
큰 광명이 천하를 비추어
중생들 모두 그 광명 입었건만
하루아침에 빛을 감추고
그 유골만 병 속에 담겼구나.
금강 같은 예리한 지혜는
번뇌의 괴로운 산을 부수어
온갖 괴로움이 그 몸에 쌓였어도
금강과 같은 뜻은 능히 편안케 하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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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 10004] 쪽
큰 고통을 받는 모든 중생들
모두 그 고통 멸하게 하시더니
그러한 금강 같으신 몸도
이제는 불에 타고 말았구나.
저 모든 역사 무리들
용맹하고 건장하기 세상에 짝할 이 없어
원수들이 주는 고통 꺾어 항복받아서
괴로운 이 구제해 귀의하게 하였고
친한 사람 고난을 겪을 때에도
뜻이 굳세 근심이 없었는데
이제 여래의 멸도하심 보고는
모두 근심하고 슬퍼하며 눈물 흘렸다.
건장한 몸에 기운은 왕성하고
그 교만은 천운[천보]을 업신여길 정도거늘
이제 근심과 괴로움 그 마음 핍박하여
성으로 들어갔을 때 마치 빈 못 같았네.
사리(사리)를 가지고 성 안으로 들어갈 때
거리마다 사람들 모두 공양하였고
높은 누각에 그것을 모셔 두자
하늘 사람들 모두 받들어 섬겼다.
28. 분사리품(분사리품)
그 모든 역사 무리들
사리(사리)를 받들어 섬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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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 10004] 쪽
훌륭하고 묘한 향과 꽃으로
위없는 공양을 일으켰네.
그 때 일곱 나라 모든 왕들은
부처님 이미 멸도하셨단 말 듣고
역사들에게 사자(사자)를 보내
부처님의 사리를 청하여 구하였다.
저 모든 역사 무리들
여래의 몸을 공경하고 존중하며
또한 자기들의 용맹을 믿고
이에 교만한 마음 일으켰다.
차라리 그 목숨 버릴지언정
부처님의 사리는 내놓지 않으리.
그 사자들 빈손으로 돌아가자
일곱 나라의 왕들은 크게 분노하여
구름과 비처럼 군사 일으켜
구이성(구이성)으로 몰려왔었네.
성 밖에 나갔던 백성들
모두 놀라고 두려워 돌아와서는
그 모든 역사들에게 알렸네.
“여러 나라 군사들 몰렸왔는데
코끼리·말·수레와 또 보병(보병)들
구이성을 에워쌌고
성 밖의 모든 동산 수풀과
샘물·못·꽃·열매·과일나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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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 / 10004] 쪽
군사들이 모두 짓밟아 버려
빛나던 경관 다 못쓰게 되었소.”
역사들 성에 올라 바라볼 때
모든 생업(생업) 터전 다 부서졌다.
이에 전쟁 도구 든든하게 갖추어
바깥 적(적)들과 맞섰을 때
쇠뇌[노]와 화살, 돌을 날리는 수레
나는 횃불들이 모두 쏟아져 왔네.
일곱 나라의 왕들은 그 성을 에워쌌는데
군사들은 모두 잘 훈련되어 날쌨으며
위용[우의]은 왕성하게 빛나고 밝아
마치 일곱 개의 빛이 빛나는 것 같으며
종과 북소리는 우레와 같고
군사들의 기세 구름과 안개 같았다.
역사들은 이에 크게 성내어
성문을 열고 적군들에게 명령했다.
그러나 나이 많은 모든 남자와 여자로서
마음으로 부처님 법 믿는 사람은
놀라고 두려워해 정성으로 소원하였다.
'저를 항복받아도 해치지는 말았으면'
그리고 친함을 따라 서로 권하여
싸움하지 말기를 바랐네.
용사들은 겹 갑옷 입고
창을 휘두르며 긴칼을 번쩍이고
[381 / 10004] 쪽
종과 북소리 어지럽게 울리면서
무기는 들었으나 아직 접전하지 않았네.
그 때 어느 한 범지가 있었는데
그 이름 독루나(독루나)라 하였네.
많이 알고 지략(지략)이 뛰어났지만
겸허하여 많은 이의 존경을 받고
자비스런 마음으로 바른 법 즐겼나니
그가 모든 왕들에게 아뢰었네.
“저 성(성)의 형세를 보니
한 사람으로도 당해낼 수 있겠거늘
하물며 여러 사람 마음과 힘을 합쳐
저를 능히 항복받지 못하겠는가.
설령 저들을 무찔러 멸한다 한들
거기에 무슨 덕스런 이름 있으리.
날카로운 무기가 서로 맞붙고 나면
그 형세 둘 다 완전할 수 없으리니
이쪽 곤하게 하고 저쪽도 해쳐
둘 다 상함만 있을 뿐이네.
싸움이란 그때그때 변화가 많아
그 형세 헤아리기 어렵나니
혹은 강함이 약함을 이길 수 있고
혹은 약함이 강함을 이길 수 있네.
힘센 사람이라 하여 독사 업신여기면
어찌 그 몸 다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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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 10004] 쪽
어떤 사람은 성질이 부드럽고 약하여
뭇 여자들의 칭찬을 받다가도
전쟁터에 다다라 전사(전사)가 되면
마치 불이 기름을 얻은 것 같나니
이른바 저들은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싸움에서 약한 적을 깔보지 말라.
몸의 힘이란 족히 믿을 것 못되니
법의 힘 강한 것만 못하네.
옛날에 훌륭한 왕이 있었는데
그 이름 가란타마(가란타마)라 하였나니
그는 단정히 앉아 자애로운 마음 내어
능히 큰 원수의 적 항복받았네.
온 천하[사천하]의 왕으로서 아무리
명성이 있고 재물이 많더라도
마침내 허무(허무)로 돌아가리니
소가 한껏 물 마시고 돌아가는 것 같네.
마땅히 법과 의리(의리)로써 하고
마땅히 온화한 방편으로써 해야 하리니
싸움으로 이기면 원한을 늘리지만
온화함으로 이기면 뒷 근심 없다네.
이제 피를 마시는 원수 맺는 것
이 일은 애당초 옳지 못하네.
만일 부처님께 공양하려 하거든
마땅히 부처님의 인욕(인욕) 따라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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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 / 10004] 쪽
이와 같이 저 바라문
결정하여 그 정성된 마음 토하였나니
옳은 이치와 온화한 진리를 가지고
그 말에 조금도 두려움 없었네.
그 때에 그 모든 왕들은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때를 잘 맞추어
지혜로운 이치로 이익되게 하였다.
친밀하고 지극하며 정성된 말은
법에 순응하고 이치에 맞는 강변이었다.
그러나 잠깐 우리의 말 들으라.
무릇 왕자(왕자)의 법이란
혹은 다섯 탐욕으로 말미암아 다투고
미워하고 원망하여 힘센 이와 다투며
혹은 그 즐거운 유희거리로 말미암아
성급히 전쟁을 치르기도 하나니
하물며 우리들은 지금 법을 위함이거늘
전쟁이 뭐 그리 새삼스럽겠는가.
교만하고 또 이치에 어긋나더라도
세상 사람은 오히려 복종하나니
하물며 사람을 교화하여 겸손케 한
교만을 여의신 부처님이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들은 능히
몸을 죽여서도 공양할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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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 / 10004] 쪽
옛날의 여러 국왕들로서
필슬아난다(필슬아난타)는
한 단정한 여자를 위해
전쟁하여 서로 죽이고 멸했거늘
하물며 이제 맑고 깨끗한
탐욕을 떠난 스승 공양함이겠는가.
몸을 사랑하고 목숨을 아낀다면
힘으로 다투어 구하지 않아야 하리.
옛날 왕 교라바(교라파)가
반나바(반나파)와 싸울 때
계속하여 서로를 쳐부순 것은
바로 이익을 탐했기 때문이거늘
하물며 탐욕 없는 스승을 위해
다시금 살기를 탐할 것인가.
저 라마(라마) 선인의 아들이
천비왕(천비왕)을 미워하고 원한 품어
나라를 파괴하고 백성을 죽인 것은
바로 성이 났기 때문이거늘
하물며 성냄 없는 스승을 위해
그 몸과 목숨을 아낄 것인가.
라마 태자는 사타(사타) 여인 위해
모든 귀신의 나라를 몰살시켰거늘
하물며 섭수(섭수)할 수 없는 스승을 위해
그 목숨을 죽이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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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 10004] 쪽
아리(아리)와 바구(파구)
두 귀신 언제나 원수 맺어
정녕 어리석음 때문에
중생을 널리 해쳤거늘
하물며 지혜로운 스승을 위해
그 몸과 목숨을 아낄 것인가.
이와 같은 그 많은 무리들
아무런 의미 없이 스스로를 망하게 하였네.
하물며 이제 천상과 인간의 스승
두루 이 세상의 공경 받아야 하겠거늘
몸을 헤아리고 목숨을 아껴
힘써 공양하기 바라지 않으랴.
그대가 만일 이 싸움 그치게 하려거든
우리를 위해 저 성에 들어가
그들이 깨닫도록 권하여
우리들의 소원 이루게 하라.
그대의 법다운 말로 인해
우리 마음 조금은 가라앉았네.
비유하면 마치 사나운 독사가
주문의 힘 때문에 조금 조용해진 것 같네.”
그 때 그 바라문은
여러 왕들의 분부 받고서
성으로 들어가 역사들에게 나아가
인사한 뒤에 정성껏 말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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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 10004] 쪽
“저 바깥의 여러 왕들은
손에는 날카로운 무기를 잡고
몸에는 겹으로 된 갑옷을 입고
잘 훈련된 날쌘 군사 햇빛처럼 번쩍이며
사자(사자) 같은 용기로 떨쳐 일어나
모두 이 성을 쳐부수려 한다네.
그러나 그것은 법을 위함인데
법 아닌 행동 일어날까 두려워하네.
그러므로 나를 여기 보냈으니
내 여기 온 뜻을 말하려 하네.
'나는 토지를 위해서도 아니요
또한 재물을 구해서도 아니며
교만한 마음을 가진 것도 아니요
또한 원망하는 마음 품지도 않았네.
다만 큰 선인을 공경하기 때문에
나는 이제 이 곳으로 찾아왔나니
그대들은 마땅히 내 뜻을 알라.
무엇하러 괴롭게 서로 버티랴.
높은 이 받들기는 피차 같으니
곧 법으로서는 형제가 되리.
이제 세존께서 남기신 영(영)을
한마음으로 다 함께 공양하자.
재물을 아끼고 아까워하는 것
그것은 곧 큰 잘못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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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 10004] 쪽
법을 아끼는 잘못 가장 심하니
온 세상의 업신여김 받으리라.
결정코 이 뜻이 통하지 않으면
마땅히 손님 대접하는 법을 닦으라.
찰제리(찰제리)의 법도 없거든
문을 닫고 스스로 버텨 보라.'
저들은 모두 이와 같이
이 길(길)하고 흉한 법 알렸나니
나도 이제 내 가진 생각을
또한 성의껏 진실되게 말하리라.
피차에 서로 거스르는 행동하지 말라고
이치에 맞게 서로 화합해야 하네.
세존께서는 세상에 계실 때
언제나 인욕(인욕)으로 가르치셨으니
그 거룩한 가르침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공양이라 말하겠는가.
세상 사람은 다섯 가지 탐욕 때문에
재물과 밭과 집을 다투지만
만일 바른 법을 위하는 이라면
마땅히 성인의 이치를 따라야 하리.
법을 위하여 원수 맺는 것
그것은 곧 이치에 어긋나나니
부처님의 고요함과 자비로움은
언제나 일체를 편안하게 하시려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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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 10004] 쪽
대비(대비)하신 분 공양한다 하면서
도리어 큰 해(해)를 일으키겠는가.
마땅히 사리(사리)를 고루 나누어
두루 공양할 수 있게 한다면
법에 순응하여 좋은 이름 퍼지고
정의에 통하고 바른 이치 피어나리.
혹 그들의 행동 법답지 않더라도
마땅히 법으로써 그것을 대[화]하면
그것은 곧 법 즐기는 것 되어
법을 오래 머물 수 있게 하리라.
부처님께서는 모든 보시 가운데
법 보시가 가장 훌륭하다 하셨으니
사람들은 재물 보시 행하지만
법 보시 행하기란 어려운 것이네.”
역사들은 바라문의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부끄러워 서로 바라보면서
저 범지에게 대답하였네.
“그대가 온 뜻에 깊이 감동하였네.
좋은 우정(우정)은 법다운 말을 따르고
이치에 맞는 아름답고 반듯한 말이었네.
범지(범지)가 행했던 일들은
스스로의 공덕을 그대로 따랐네.
저들과 우리의 사이를 잘 화해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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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 / 10004] 쪽
우리에게 중요한 길 보여주었으니
마치 길을 헤매는 말[마]을 제어해
바른 길로 돌아가게 한 것과 같네.
이제 우리 마땅히 적합한 이치를 따라
그대가 말한 대로 할 것이니
정성스런 말을 돌아보지 않으면
훗날 반드시 회한이 생기리라.”
그들은 곧 부처님의 사리병을 열어
여덟 몫으로 고루 나누어
그 한 몫은 자신들이 공양하고
범지에게는 일곱 몫을 주었다.
일곱 나라 왕들은 사리를 얻자
기뻐하면서 공손히 받아
자기들 나라로 가지고 돌아가
탑(탑)을 세우고 공양을 더하였네.
그 범지는 다시 역사를 찾아가
사리를 나누던 병을 얻었고
또 그 일곱 왕에게서
여덟째 몫을 나누어 받아
가지고 돌아가 지제(지제)를 세우고
그것을 금병탑(금병탑)이라 이름했네.
또 구이나갈(구이나갈) 사람들은
다비하고 남은 재를 거두어 모아
하나의 지제를 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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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탄탑(회탄탑)이라 이름했네.
여덟 왕이 여덟 탑을 세운 데다가
금병탑과 회탄탑 등
이리하여 염부제(염부제)에는
비로소 열 개의 탑이 세워졌네.
온 나라의 모든 남자와 여자
모두 보배로 만든 꽃일산 가지고
탑을 따라 공양했나니
그 장엄은 마치 금산(금산) 같았고
갖가지 모든 풍류는
밤낮으로 쉬지 않고 길이 찬탄하였다.
그 때에 5백 나한(라한)들
큰 스승의 그늘을 영원히 잃고
의지할 데 없음을 두려워하여
모두 기사굴산(기??산)으로 돌아갔네.
그들은 제석(제석) 바위에 모여
온갖 경장(경장)을 결집(결집)할 때
그들은 모두 함께
장로(장로) 아난다를 추대하였다.
“여래께서 늘 말씀하셨던
크고 작은 내용을 그대는 모두 들었으니
비제혜(?제혜) 무니(모니)는
이 대중들 위해 마땅히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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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은 대중 앞에서
사자좌(사자좌)에 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말하려고
'이렇게 나는 들었노라'고 말하였네.
'나는 들었노라'는 이 소리에 감격하여
앉아있던 대중들 모두 눈물 흘렸다.
그 법(법)도 같고 그 때[시]도 같으며
그 곳[처]도 같고 그 사람[인]도 같았다.
그 설명을 따라 붓으로 받아 써서
마침내 경장(경장)을 완성하였고
부지런한 방편으로 닦고 배워서
모두 다 열반을 얻게 되었나니
현재에 얻고 미래에도 얻을
저 열반 또한 그러하다네.
무우왕(무우왕：아쇼카왕)이 세상에 나와
강한 자에겐 능히 근심을 하게 하고
약한 이에게는 근심을 없애주었나니
마치 무화(무우화) 나무 같았다.
왕이 염부제를 다스릴 때
마음은 언제나 근심하는 일 없고
바른 법을 깊이 믿었나니
그러므로 무우왕이라 이름하였다.
그는 공작왕(공작왕)의 후손으로서
바른 성품을 받아 태어났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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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히 온 천하를 두루 건지고
아울러 모든 탑묘(탑묘) 일으키었네.
본래는 강무우(강무우)라 이름하였으나
지금은 법무우(법무우)라 이름하니
그는 저 일곱 왕이 만든 탑 열고
거기서 사리를 모셔 내어
그것을 나누어 펴 하루아침에
8만 4천 개의 탑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 중에 오직 여덟 번째 탑만은
저 마라(마라) 마을에 있었는데
귀신과 용들이 지켜 보호하기에
왕이 모셔 내려 했으나 얻을 수 없었다.
비록 사리를 얻지는 못했지만
부처님께서 남기신 유골 거기 있기에
귀신과 용들이 공양하는 줄 알고
믿고 공양하는 마음 더욱 더하였네.
왕은 비록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지만
첫 거룩한 과위(과위)를 증득하게 되어
능히 온 천하 백성들로 하여금
여래의 탑을 공양하게 하였네.
그리하여 과거·미래·현재에도
모두 해탈 얻었고, 얻을 것이며, 얻게 하나니
여래가 현세에 나신 곳이나
그 열반하신 곳 그리고 그 사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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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하고 또 공양하는 사람은
그 복이 똑같아 차이 없으리.
밝은 지혜와 보다 왕성한 마음으로
여래의 그 덕을 깊이 살펴
도(도)를 생각하고 공양을 일으키면
그 복 또한 함께 훌륭하리라.
부처님께서 훌륭하고 높은 법 얻었기에
마땅히 일체 공양을 받을 만하고
이미 죽지 않는 곳에 이르셨으니
그것을 믿는 이도 또한 따라 편안하리라.
그러므로 모든 하늘과 사람
마땅히 다 늘 공양하라.
제일가는 큰 대자비(대자비)로
제일가는 이치를 통달하시어
일체 중생을 건지셨으니
그 누가 듣고 감격하지 않으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
세상 괴로움에는 그보다 더한 것 없으나
죽음의 괴로움은 고통 중에도 큰 것이라
저 모든 하늘도 두려워하는 바이네.
그는 두 가지 고통 영원히 여의었으니
어떻게 그를 공양하지 않으랴.
후생의 몸을 받지 않는 즐거움
세상 즐거움에는 그보다 더한 것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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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늘려 괴로움 커지면
세상의 괴로움은 비길 데 없으리.
부처님께서 삶의 괴로움 여의셨고
후생의 몸을 받지 않는 즐거움 얻으시어
세상을 위해 널리 나타내 보였으니
모든 무니(모니) 가운데 높은 이시라
어떻게 찬탄하여 공양하지 않으리.
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일을
스스로 보아 알고 있는 것 드러내지 않고
또한 명예와 이익 구하지 않으며
다만 부처님 경전을 따라 말함으로써
모든 세상을 구제하려 함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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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행찬 해제
1. 머 리 말
『불소행찬』은 서기 1세기 경에 불교 시인(시인) 마명(마명)에 의해 창작된 부처님 생애에 관한 불타 궁정 서사시(궁정서사시)이다. 기존의 불교 작품은 대개 무미건조한 데다 기술(기술)이 산만하거나 졸렬하였다. 그러다 이 『불소행찬』이 완성되면서 비로소 불전문학사적(불전문학사적)으로 여러 인도 순수문학 작품들에 견줄 수 있는 걸작을 가지게 된 것이다. 더구나 체계 없이 단편적이고 부분적이었던 기존의 부처님 전기가 이 『불소행찬』에 이르러 어느
정도 정확한 부처님 일대기의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불소행찬』은 『마하바라타(Mah bh rata)』와 『라마야나(R m yana)』 등의 인도 문학과 『아함경(아함경)』 이후에 육성된 불교사상, 특히 불타관(불타관)이 인도 문화에 배양된 천재 마명을 통해 불교적 승화를 이룬 것으로서 여기에는 숭고한 부처님의 인격과 언행, 심원한 불교사상과 인도 사상이 한데 어우러져 인도 문학의 수려한 수사(수사)에 의하여 장렬하고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불교의 교조(교조)인 부처님께서는 불교 이상(리상)인 보리(보제)의 체득자(체득자)인 동시에 승단의 지도자로서 불교의 교리적 내용도 부처님의 인격과 그 깨달음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얼마 동안은 체계를 갖춘 전기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고, 단지 율장(율장) 중 단편적 항목과 『장아함경(장아함경)』의 「대본경」 정도만 산재해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오랜 세월이 지나고 부처님의 제자들도 세상을 뜨게 되자 부처님
을 추모하고 그리워하는 풍조가 고조됨과 동시에 부처님에 대한 기억을 온전하게 갖추어 전하기 위한 전기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마침내 불교 성전(성전)에 전해지는 전설적 내용에다 자신의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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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불타관(불타관)을 가미한 전기가 성립되었는데 현존하는 『본생담(본생담)』 등의 많은 불전문학(불전문학)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그 많은 불전 중에서 이 『불소행찬』은 기존의 자료에 충실하면서도 사실적 내용을 적절히 가미한 아름다운 서사시로서 부처님의 생애와 그 교의와 인격을 찬탄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인격적 감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석가 왕족의 계보(계보)와 부처님의 탄생에서부터 부처님의 입멸(입멸)에 이르기까지 장중한 내용을 기술하면서도 너무 과장되거나 조잡하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계통적으로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때문에 부처님의 생애 속에 불교의 교리가 교묘하게
녹아 있고, 생전의 부처님을 만난 듯한 생생한 묘사로 부처님께서 걸으신 고뇌의 도정(도정)과 자각자(자각자)로서의 깨달음이 다른 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부처님께서는 인생의 무상(무상)함을 절실하게 느껴 다시는 윤회함이 없는 열반의 경지를 구하여 외도(외도)의 고행설(고행설)과 해탈론을 배격하고 오직 중도(중도)적 깨달음에 의해 득도하신 분이다. 『불소행찬』 속에서는 부처님의 이러한 깨달음이 4성제(성체)와 8정도(정도)·6바라밀(파라밀) 등의 수도관(수도관)으로 정리되어 있고 법신(법신)의 상주(상주)를 중심으로 한 불신관(불신관) 등이 총 망라되어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부처님 전기이기에
앞서 불교요설(불교요설)이라 할 정도로 불교의 이해를 돕는 지침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2. 이 경의 구성
현존하는 범본(범본) 『불소행찬』은 1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부처님의 탄생에서 시작하여 환국(환국)으로 결말짓고 있다.
그러나 한역(한역)과 서장역(서장역)은 모두 28장으로 구성되어 「생품(생품)」에서 시작하여 「분사리품(분사리품)」으로 결말짓고 있다. 한역 『불소행찬』은 북량(북양) 담무참(담무참)이 A.D. 413년에서 421년에 걸쳐 번역한 것이다. 담무참은 중인도 사람으로 A.D. 412년에 중국에 건너와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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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행찬』과 『대열반경(대열반경)』·『보살계경(보살계경)』·『보살계본(보살계본)』을 번역하였다.
한역 『불소행찬』은 5권 28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문(역문)은 아름다운 운문으로서 격조 있고 장엄하며 그 말이 매우 아름답다.
한역 작품은 대부분 축자역(축자역)을 하면서도 때로는 원문을 생략하거나 아주 삭제하기도 하였고 또는 내용을 늘이거나 보충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한문을 자유자재로 사용한 점으로 볼 때 이것은 번역작품이라기 보다 하나의 독립된 문학작품으로도 여겨진다. 더구나 그 사상(사상)에 있어서도 범본에 없던 후대의 사상을 삽입한 듯한 흔적이 적잖게 발견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간결한 문장에 비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3. 저자
저자 마명(마명)은 심원(심원)한 사상을 가진 불교 사상가인 동시에, 재기(재기)가 빛나는 천재적 시인이다. 그는 1세기 후반부터 2세기 전반 무렵에 중인도 사위국(사위국) 바기다(파지다) 지방에서 출생하였다.
그는 바라문 출신으로서 어려서부터 바라문 교육을 받았고, 4베다(Veda)·6논(론)에 통달하였으며, 지혜는 깊고 식견은 높았으며, 말재주가 교묘하였다 한다.
그는 처음에는 유아사상(유아사상)을 주장하여 불교를 반대하였으나, 부나사(부나사) 존자와 논쟁하다가 그에게 굴복하고 그의 제자가 되어 교화를 받고 불교에 귀의하여, 수도(수도)에 정진하는 동시에 그의 불교 사상은 대체로 소승의 상좌부 계통의 유부(유부)에 속했으므로 원시불교를 탈피하지는 못했지만 그 작품의 문체와 내용으로 볼 때 대중부(대중부)의 진보 사상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입장을 취한 자유 사상을 가진 불교 시인으로 생각된다.
그의 저작으로 확실한 것은 이 『불소행찬』과 『손타라난타시(손타라난타시)』이며, 다소 이론(이론)의 여지는 있으나, 『대장엄론경(대장엄론경)』·『금강침론(김강침론)』·『대승기신론(대승기신론)』 등도 그의 작품으로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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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되고 있다.
최근 중앙 아시아에서 마명의 작품이라고 추정되는 희곡 『사리불극(사리불극)』 외에 두 작품이 발견되었는데, 인도의 희곡 및 언어 발달에 대한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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