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훈민정음과 범어

석보상절 권6 현대어 해석

 

세존께서 상두산(象頭山)에 가셔서 용과 귀신을 위하여 설법하시었다.〔용귀()를 위하여 설법하심이 부처님 나이 서른 둘이시더니 목왕(穆王) 육년 을유(乙酉 996 B.C)이다.

부처님이 목련(目連)이더러 이르시되,

「너는 가비라국(迦毗羅國)에 가 아버님과 아주머님께〔아주머님은 대애도(大愛道)를 이르시니, 대애도는 마야부인 형님이시니, 얼굴 생긴 모양이 마야부인만 못하시므로 둘째 부인이 되신 것이다.〕숙부님께 다 안부하고 또 야수타라(耶輸陁羅)를 달래서 은애(恩愛)를 그치게 하여 라후라를 놓아 보내어 상재가 되게 하라. 라후라가 득도해서 돌아가야 어미를 제도하여 열반 얻음을 나와 같이 할 것이다.

목련이 그 말 듣고 곧 입정(入定)하여 폈던 팔을 굽힐 사이에〔빠른 것을 이르는 말이다.〕가비라국에 가서 정반왕께 안부 사뢰니, 야수 부인이 부처님 사자(使者)가 왔다는 말을 들으시고,〔사자는 부리는 사람이다.〕청의(靑衣)를 시켜 기별을 알아 오라 하시니, 라후라를 데려다가 사미(沙彌)를 삼으려 한다고 하므로〔사미는 새로 출가한 사람이니, 세간의 뜻을 끊고 자비의 행적을 쌓는다는 뜻이니, 처음 불법에 들어 세속의 뜻이 많은 까닭으로 모름지기 모진 뜻을 끓고 자비의 행적을 쌓아야 할 것이므로 사미라고 하는 것이다.

야수부인이 그 기별을 들으시고 라후라와 더불어 높은 누()에 오르시어〔누는 다락이다.〕문들을 다 굳게 잠가 두었는데, 목련이 야수의 궁에 가보니, 문이 다 잠기고 소식을 물어 볼 사람이 없어서 곧, 신통력으로 누 위에 날아올라 야수부인 앞에 가 서니, 야수부인이 한 편으로는 걱정하시며, 한 편으로는 기뻐하여 부득이 일어나 절하시고,

「앉으소서」

하시고, 세존의 안부를 묻고 이르시되,

「무슨 까닭으로 오셨습니까?

목련이 사뢰되,

「태자 라후라가 나이 이미 아홉이므로 출가시켜서 성인의 도리를 배워야 할 것이니, 어버이가 자식 사랑함은 많지 않은 동안이거니와 하루 아침에 명종(命終)하여〔명종은 목숨 마친다는 말이다.〕모진 길에 떨어지면 은애를 멀리 여의어 어지럽고 아득하여 어미도 아들을 모르며, 아들도 어미를 모르리니, 라후라가 도리를 얻으셔야 돌아와서 어머님을 제도하여 네 가지 수고를 여의어 열반 득함을 부처님 같으시게 할 것입니다.」〔네 가지 수고는 삶과 늙음과 병과 죽음이다.(생로병사)

 

야수부인이 이르시되,

『여래(如來)께서 태자이시던 시절에 나를 아내 삼으시니, 태자를 섬기되 하늘 섬기듯 하여 한 번도 소홀한 일이 없었는데, 처권(妻眷)된 지 삼 년이 못 차서 세간을 버리시고, 성을 넘어 도망하시어 차닉()이를 돌려보내시고, 맹세하시되,

「도리를 이루어야 돌아오리라.

하시고, 녹비() 옷 입으시고, 미친 사람같이 산골에 숨어서 여섯 해를 고행하셔서 부처님이 되셔 나라에 돌아오셨어도 친하게 대해 주시지 않으시며, 전의 은혜를 잊어버리시고 길 가는 사람과 같이 여기시니, 나는 어버이를 여의고 남에게 붙어살되, 우리 모자가 외롭고 혼미(昏迷)하게 되어 인생의 즐거운 뜻이 없고 죽음을 기다리니, 목숨이 무거운 것이므로 손수 죽지 못하여 섧고 분한 뜻을 가지고 애써 살아가니, 비록 사람의 무리 속에 살아가도 짐승만 못합니다. 서러운 인생이 어찌 이와 같은 일이 있겠습니까? 이제 또 내 아들을 데려가려 하시니, 권속이 되어서 괴로운 일도 이러하구나! 〔권속(眷屬)은 아내와 자식과 종과 집안 사람을 다 권속이라 하는 것이다.〕태자가 도리를 일우시어 당신이 자비를 베푼다고 하시나, 자비는 중생을 편안하게 하시는 것이거늘, 이제 도리어 남의 모자를 여의게 하시니, 서러운 일 중에도 이별 같은 것이 없으니,〔이별은 여윈다는 말이다.〕이것으로 헤아려 보건대 무슨 자비가 계시는 것입니까?

 

하고, 목련이더러 이르시되,

「돌아가서 세존께 내 뜻을 펴서 사뢰소서.

그때에 목련이 가지가지 방편으로 다시금 사뢰어도 야수부인이 조금도 듣지 아니하시므로, 목련이 정반왕께 가서 이 사연을 사뢰니까, 왕이 대애도를 불러 이르시되,

「야수는 여자라서 법을 모르므로 모정에 감겨 붙어 사랑하는 뜻을 쓸어버리지 못하니, 그대가 가서 알아듣게 타일러라.

대애도 부인이 오백 명의 청의를 데려오시고, 야수께 가서 갖가지 방편으로 두어 번 이르셨는데도 야수는 오히려 듣지 않으시고, 대애도 부인께 사뢰시되,

「내가 집에 있을 적에 여덟 나라 왕이 겨루어 다투거늘 우리 부모님이 듣지 않으신 까닭은 석가 태자께서 재주가 기특(奇特)하시므로〔기는 신기하다는 말이고, 특은 남의 무리에서 따로 다르다는 말이다.〕우리 부모님이 나를 태자께 드리시니, 부인께서 며느리 얻으심은 온화하게 살아서 천만 세상에 자손이 이어감을 위하신 것이니, 태자께서 이미 나가시고 또 라후라를 출가시키시어 나라를 이어갈 사람을 끊게 하시니,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대애도 부인이 들으시고, 한 말씀도 못하고 있으시더니, 그때에 세존께서 곧 화인(化人)을 보내시어,〔화인은 세존의 신통력으로 되게 한 사람이다.〕허공에서 야수께 이르시되,

『네가 지나간 옛 시절에 맹세 발원(發願)한 일을 생각하느냐? 모르느냐? 석가여래가 그때에 보살의 도리를 하노라고 너에게 오백 은 돈으로 다섯 줄기 연꽃을 사서 정광불(鋌光佛)께 바칠 적에 발원하기를 세세(世世)에 처권(妻眷)이 되고자 하였거늘, 내가 이르되,

「보살이 되어 겁겁(劫劫)에 발원을 행하노라 하여 일체 보시를 남의 뜻 거스르지 아니하거든 네가 내 말을 다 들을 것이냐 하니, 너는 맹세하길「세세(世世)에 태어난 곳마다 나라와 성과 자식과 내 몸에 이르기까지 보시하여도 그대가 한 대로 하여뉘우쁜 마음을 가지지 아니하리라.」하더니, 이제 어찌 라후라를 아끼느냐? 

야수가 이 말을 들으시고, 마음이 훤하여 전생의 일이 어제 본 듯하여 감기어 붙은 마음이 다 스러지기에, 목련이를 불러 참회(懺悔)하시고,〔참은 참는다는 말이니, 내 죄를 참아 버리소서 하는 뜻이고, 회는 뉘우친다는 말이니, 전의 일을 잘못 되었다고 하는 말이다.

라후라의 손을 잡아 목련이에게 맡기시고 울며 여의시었다.

 

금륜왕(輪王) 아들이 출가하러 가니, 그대들도 각각 한 아들씩 내어 내 손자를 따라 가게 하라」

하시니, 곧 쉰 명의 아이가 모여 라후라를 따라 부처님께 가서 예배하니, 부처님께서 아난이를 시키시어 라후라의 머리를 깎이시니, 여느 쉰 명의 아이도 다 출가한 것이다.

 

부처님이 명하시어 사리불(舍利佛)을 화상(和尙)으로 하고, 〔화상은 가까이 있어서 외운다고 하는 말이니, 제자가 늘 가까이 있어서 경을 배워 외운다는 말이니, 화상은 스승을 이르는 말이다.〕목련이를 사리로 하여,〔사리는 법이라는 말이니, 제자의 행적을 바르게 한다는 말이다.〕열 가지 계()를 가르치라 하시니,〔열 가지 계는 1,산 것을 죽이지 말고, 2,도둑질을 말며, 3,음란한 짓을 말며, 4,거짓을 말하지 말며, 5, 술과, 고기를 먹지 말 것이며, 6, 몸에 향수를 바르고 화만과 영락(노리개, 장식)으로 꾸미지 말것이며, 7, 노래하고 춤추지 말 것이며, 8, 높은 평상에 앉지 말 것이며, 9, 때 아닌 적에 먹지 말 것이며, 10, 금은보배를 지니지 말 것이다.

나운(라후라)이 어려서 노는 것을 즐겨 법 듣는 것을 싫어하거든, 부처님이 자주 이르셔도 따르지 아니하더니, 후에 부처님께서 나운이더러 이르시되,

 

「부처를 만남이 어렵고 법 들음이 어려우니, 너는 지금 사람의 몸을 얻어 부처님을 만났는데 어지 게을러 법을 듣지 아니하느냐?

라운이 사뢰되,

「부처님 법이 정미(精微)하여 어린 아이가 어찌 알아듣겠습니까?  전에 자주 들었습니다만 곧 도로 잊어서 가쁠 뿐이니, 지금 어린 때는 아직 마음대로 놀다가 자라면 가히 법을 배우겠습니다.

부처님이 이르시되,

「하는 일이 무상하여 몸을 못 믿을 것이니, 네 목숨을 믿어 어찌 자랄 때를 기다리겠느냐?

하시고, 다시 설법하시니, 라운의 마음이 열려 법의 이치를 알게 되었다.〔나운의 출가함이 부처님 나이 서른셋이더니, 목왕 칠년 병술(丙戌)(995 B.C)이었다.

 

투라국(偸羅國)바라문 가섭()이 삼십 이 상()이 구비 되고, 글도 많이 알며, 가멸어 보시도 많이 하더니, 그의 아내도 좋은 상이 구비되어 세간의 정욕(情欲)이 없었다.

가섭이 세간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 이르되,

「제불(諸佛)도 출가하셔야 도리를 닦으시니, 나도 그리 하리라.

하고 손수 머리를 깎고 산골에서 도리를 생각하더니, 허공에서 이르되,

「이제 부처님이 세상에 나 계신다.

하기에, 곧 일어나 죽원(竹園)으로 오더니, 부처님이 마주 나아가 맞으시고 서로 공경하고,

드시어 설법하시니, 곧 아라한(阿羅漢)과를 얻었다. 위엄과 덕이 커서 천인(天人)이 중히 여기므로 대가섭이라 하더니, 부처님 없으신 후에 법을 이어 지녀 후세에 퍼지게 함이 이 대가섭의 힘이었다.

사위국 대신 수달이 부자여서(가멸어) 재물이 넘쳐 보시하기를 즐겨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에게 쥐어주어 건지므로 호()를 급고독(給孤獨)이라 했다.〔급은 준다는 말이고, 고는 어려서 어버이가 돌아간 사람이고, 독은 늙었으되 자식 없어 홀몸인 사람이다.〕급고독 장자(長者)가 일곱 아들을 두었는데, 여섯은 이미 장가 들이고, 막내아들이 생긴 모양이 고와서 각별히 사랑하여 어떻든 마당한 며느리를 얻으려고 바라문더러 이르되,

「어디에 좋은 달이 모양 구비한 이가 있겠는가? 내 아들을 위하여 얻어 주오.

바라문이 그 말 듣고 고운 딸을 얻으려고 빌어먹으며 마갈타국 왕사성에 가니, 그 성 안에 한 대신 호미라는 이가 가멸고 발심하더니, 바라문이 그 집에 가서 양식을 비니까, 그 나라 법에 보시를 하되 모름지기 동녀(童女)로 하여금 내어 주게 하더니, 그 집 딸이 쌀을 가지고 나와서, 바라문이 그 딸을 보고 기뻐하여 이 각시야말로 내가 얻으려는 마음에 맞도다 하여, 그 딸더러 묻되,

「그대 아버님이 계시오?

대답하되,

「계십니다.

바라문이 이르되,

「내가 만나보고자 한다고 사뢰오.

그 딸이 들어가 이르니까, 호미 장자가 나오기에 바라문이 안부를 무고 이르되,

「사위국에 한 대신으로 수달이라는 이가 있으니 아십니까?

호미가 이르되,

「말만 들었소.

바라문이 이르되,

 

「사위국 중에 가장 벼슬이 높고 부자 됨이 이 나라에서 그대와 같으니, 사랑하는 막내아들이 모양과 재주가 으뜸이니, 그대 딸을 맞고자 합니다.

호미가 이르되,

「그리 하리라.

하여, 마침 한 장사치가 사위국으로 갈 사람이 있어서 바라문이 글월을 수달에게 보내니, 수달이 받아보고 기뻐하여 파사닉왕(波斯匿王)께 가서〔그 나라의 왕 이름이 파사닉왕이다.〕말미를 얻어, 재물을 많이 싣고 왕사성으로 가면서 길에서 가난한 사람을 보면 다 보시했다.

수달이 호미의 집에 가니, 호미가 기뻐하여 나와서 맞고 집에 들이여 재우더니, 그 집에서 음식 만드는 소리가 소란하기에 수달이 호미더러 묻되,

「주인이 무슨 음식을 손수 다니면서 만드시오? 태자를 청하여 공양하려 하오? 대신을 청하여 공양하려 하오?

호미가 이르되,

「그게 아닙니다.

수달이 또 묻되,

「혼인(婚姻) 위하여 친척이 오면 공양하려 하오?」〔사위 편에서 며느리 편 집을 혼이라 이르고, 며느리 편에서 사위 편 집을 인이라 이르니, 장가들며 서방 맞음을 다 혼인한다 하는 것이다.

호미가 이르되,

「그게 아니라, 부처님과 중들을 청하려 하는 것입니다.

 

수달이 부처님과 중이란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아 자연히 마음에 기쁜 뜻이 생기므로 다시 묻되,

「어찌 부처님이라 합니까? 그 뜻을 일러 주오.

대답하되,

『그대는 듣지 못했습니까? 정반왕의 아들인 실달이라는 이가 태어나시는 날에 하늘에서 서른두 가지 상서(좋은 기운)가 내리시며, 일만 신령이 시위하며, 잡아 주는 사람 없이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이르시되,

「하늘 위나 하늘 아래에 나만이 홀로 높도다.(천상천하 유아독존)

하시며, 몸은 금빛이시고 삼십이상(부처님의 신체적 특징) 팔십종호(부처님의 마음 씀씀이의 좋은 점)를 구비 하시더니, 금륜왕이 되시어 사천하를 주관하시련마는, 늙은이와 앓는 이와 죽은 사람을 보시고 세간을  싫게 여기시어 출가하셔서 도리를 닦으시어 육 년을 고행하시고 정각(正覺)을 이루셔서 마왕(魔王)의 병마 십팔억만을 항복시키고 광명이 세계를 사뭇 비치시어 삼세(三世)의 일을 다 아시므로 부처님이라고 합니다.

 

수달이 또 묻되,

「어찌해서 또 중이라 하오?

대답하되,

『부처님이 성도 하시니까, 범천(梵天)이 「전법하소서」하고 청하니까?〔전법은 법을 굴린다는 말이니, 부처님이 설법하셔서 세간에 법이 퍼져 가므로 굴린다고 하니, 설법함을 전법이라고 하는 것이다.〕바라내국(波羅 木奈國) 녹야원(野苑)에 가셔서 교진여등 다섯 사람을 제도하시고 다음에 울비 가섭 삼 형제의 무리 일천 명을 제도하시고, 또 사리불과 목건련의 무리 오백명을 제도하시니, 이 사람들이 다 신족이 자재하여 중생의 복전《(서민 민초 또는 우민이 복을 지을 수 있게 근원이 되므로)-즉 바른 법으로서 바른 길을 가게 만듦으로 그렇게 표현한다.》이 되므로 중이라 합니다.〔복전은 복 밭이니, 중생의 복이 중에게서 나는 것과 곡식이 밭에서 나는 것이 같으므로 복 밭이라 하는 것이다.

 

 

수달이 이 말을 듣고, 부처님께 발심을 일으키어 언제 새로 얻은 부처님을 가 뵐 것인가 했었는데, 정성이 극진하여 밤눈이 훤하기에 길을 찾아 부처님께로 갈 적에 성문에 내달아 하늘에 제사 지내던 곳을 보고 절하다가, 홀연히 부처님 향한 마음을 잊으니, 눈이 도로 어두워져 저 혼자 여기되,

「밤에 길을 가다가는 귀신과 모진 짐승이 무서우니, 무슨 까닭으로 밤에 갈 것인가?」하고, 뉘우쳐 도로 집으로 오려 하는데, 전에 한 벗이 죽어 하늘에 났다가 내려와 수달이 더러 이르되,

「수달이 뉘우치지 말라. 내가 전에 네 벗인데, 부처님 법을 들은 덕으로 하늘에 나서 문신(門神)이 되어 있으니,〔문신은 문의 신이다.〕네가 지금 부처님을 가 뵈오면 좋은 일이 끝이 없으리라. 사천하에 가득한 보배를 얻는다 해도 부처님을 향해서 한 걸음 나아감만 못한 것이다.

수달이 그 말  듣고는 더욱 기뻐하여 다시 깨달아 세존을 염()하니까, 도로 눈이 밝아져서 길을 찾아 세존께 갔다.

 

세존께서는 수달이가 올 줄을 미리 아시고, 밖에 나와 거니시더니, 수달이가 바라보고 이루 다 칭찬 할 수 없었으되, 부처님을 뵙는 예배를 몰라서 바로 들어가 묻자오되,「구담(瞿曇) 안부가 편안하십니까?

하니, 세존께서 방석을 내 주시어 앉히시었다.

그때에 수타희천(首陁會天)이〔수타회천은 정거천(淨居天)이다.〕수달의 버릇없는 것을 보고, 네 사람이 되어 내려와서 세존께 예배하고 꿇어 앉아 안부 묻잡고 오른 편으로 세 번 감돌고 한 편에 앉으니, 그제야 수달이 마음이 편치 않아 공경하는 법이 이러한 것이구나 하고, 곧 일어나 네 사람이 하는 모양으로 예배하고 한 편에 앉았다.

그때에 세존께서 수달이를 위하여 사제법을 이르시니, 듣잡고 기뻐하여 수다원(깨침의 네 단계 중 첫 번째)을 이루었다.

그때에 사위국 사람들이 사곡한 도리를 믿어서 바른 법 가르침이 어려웠으니, 수달이 부처님께 사뢰되,

「여래(如來)시여! 우리나라에 오셔서 중생의 사곡함을 덜게 하소서.

세존이 이르시되,

「출가한 사람은 속인과 같지 않으니, 그 곳에 정사(精舍)가 없으니, 어디로 가리오?

수달이 사뢰되,

「제가 가히 이루겠습니다.

수달이 사()하고 돌아가〔사는 하직이라는 말이다.〕제 막내아들 장가들이고, 제 나라로 갈 적에 부처님께 와서 사뢰되,

「사위국에 돌아가 정사를 이루오리니, 제자 한 사람을 보내 주시면 그의 말에 따라 하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생각하시되,

「사위국 바라문이 모질어서 다른 사람이 가면 이기지 못할 것이니, 사리불(舍利弗)이 총명하고 신족(神足)이 구비되었으니, 그가 가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시고, 사리불에게 수달이를 따라가라 하셨다.

길을 가면서 수달이 사리불에게 묻되,

「세존께서 하루 몇 리()를 가십니까?

 

대답하되,

「하루 이십 리를 가시니, 전륜왕이 가심과 같으십니다.

수달이 왕사성에서 사위국으로 오는 사이의 길에 이십 리에 한 정사(亭舍)씩을 짓게 하도록 사람들에게 명하여 두고〔정은 정자고, 사는 부처님이 사위국으로 오시는 길에 머무르실 집이다.

사위국에 돌아와 정사 지을 터를 구하는데, 오직 태자 기타의 동산이 땅도 평평하고 나무도 무성했다.

사리불이 이르되,

「마을이 멀면 얻어먹기가 어렵고, 매우 가까우면 깨끗하지 못할 것이니, 이 동산이 아주 알맞다.

 

수달이 기뻐하여 태자께 가 사뢰되,

「이 동산을 사서 여래를 위하여 정사를 이룩하고자 합니다.

태자가 웃으며 이르되,

「내가 무엇이 부족하리오? 이 동산은 나무가 울창하고 시원하므로 내가 즐거이 노니는 곳이다.

수달이 다시금 청하니까, 태자가 아까워하며 마음속으로 여기되,

「값을 많이 부르면 사지 못 할 것이다.

하여 이르되,

「금으로 땅에 까는 것을 빈 틈 없이 하면 이 동산을 팔겠다.

수달이 이르되,

「이르신 대로 하겠습니다.

태자가 이르되,

「내가 농담으로 한 말이요.

수달이 이르되,

「태자는 거짓말을 아니 하시는 것이니, 부득이 팔아야만 할 것입니다.

하고, 태자와 더불어 관청에 결판을 내려가려는데, 그때에 수타회천이 여기되,

「나라의 신하가 태자의 편을 들면 수달이 원을 이루지 못 할 것이다.」하고 생각하여,

한 사람이 되어 내려와 분간하여 태자께 이르되,

「태자는 거짓말을 못하시는 분이시니 뉘우치지 마소서.

태자가 할 수 없이 동산을 파니, 수달이 기뻐하여 코끼리에 금을 실어 여든 경()

땅에다 곧 다 깔고,〔경은 백 묘이니, 일 묘는 사십 보이다.

많지 않은 곳에 아직 다 깔지 못하여 수달이 답답하게 생각하는데 태자가 묻되,

「아까운 마음이 있는가?

대답하되,

「그게 아닙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어느 금고의 금으로 깔아야 다 맞게 깔 것인가 하는 중입니다.

태자가 여기되,

「부처님의 덕이 지극하셔서 이 사람들이 보배를 지극하게 아끼지 않는구나.

하여, 수달이더러 이르되,

「이제 금은 더 내지 마라. 땅은 그대의 몫으로 두고, 나무는 내 몫으로 두어 둘이 어울러

정사를 지어 부처님께 바치리라.

수달이 기뻐하여 돌아가 정사 지을 일을 마련하더니, 그 나라의 육사()들이 듣고 왕께

 

사뢰되,〔육사는 외도의 스승 여섯이다.

「장자(長者)수달이 기타태자의 동산을 사서 구담 사문을 위하여 정사를 지으려 하니,

우리 모두 재주를 겨루어 저들이 이기면 짓게 하고 이기지 못하면 짓지 못하게 하고 싶습니다.

왕이 수달이를 불러 이르되,

「육사가 이렇게 말하니, 그대는 사문 제자더러 가히 겨룰 것인가를 물어 보라.

수달이 집에 돌아와 때 묻은 옷을 입고 시름하고 있었는데, 이튿날 사리불이 보고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수달이 그 내용을 일러 주니, 사리불이 이르되,

「걱정 말라. 육사의 무리가 염부제에 가득해도 내 발의 한 터럭조차도 흔들지 못하리니,

무슨 것으로써 겨루려 하는가? 저들이 하는 대로 하게 하라.

수달이 기뻐하여 향탕에 목욕하고 새 옷 갈아입고, 곧 왕께 가서 사뢰되,

「육사가 겨루려고 하면 저들이 하는 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그때에 육사가 나라에 영()을 내되,

이후 이레 되는 날에 성 밖 훤한 곳에 가서 사문과 재주를 겨룰 것이다 했다.

그날이 다달아 금종을 치니, 나라 사람 십팔억이 다 모였다.(사위국 사람이 십팔억인데, 그 나라 법에 종을 쳐서 사람을 모으돠,동종을 치면 십이억이 모이고, 은종을 치면 십사억이 모이고 금종을 치면 십팔억이 다 모였다. 그 중에 육사의 무리는 삼억이었다.

그때에 사람들은 왕과 육사를 위하여 높은 자리를 만들고 수달이는 사리불을 위하여 높은 자리를 만들었다. 그때에 사리불이 한 나무 밑에 앉아서 입정하여 제근이 고요하니,(제근은 여러 뿌리니, 눈 귀 코 혀 몸과 뜻이다. 마음이 일정한 곳에 들면, 보는 것과, 듣는 것과, 맡는 것과, 맛을 아는 것과, 몸에 닿는 것과, 잡스런 것이 다 없어 질 것이므로 제근이 고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마음으로 사리불이 생각하되, 오늘 모인 많은 사람들이 잘못 된 도리를 배운 지가 오래되어 제가 높다고 하여 중생을 푸성귀 정도로 여기니, 나는 어떤 덕으로 항복 시킬 것인가? 세 가지 덕으로 하리라. 생각하고,(세 가지 덕은 법신과 반야와 해탈이다. 해탈은 벗어난다는 말이니, 변화를 마음대로 하고, 마음이 자득하여 티끌에 얽매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리불이 맹세하되,

내가 무수한 겁에 부모님께 효도하고, 사문과 바라문을 공경한 것이면 내가 처음 사람들 모인 곳에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하여 예배하리라.

 

그때에 육사의 무리는 다 모였고, 사리불이 혼자 오지 않았더니, 육사가 왕께 사뢰되,

왕이 수달이더러 이르되,

수달이 사리불께 가서 꿇고 이르되,

사리불이 입정에서 일어나 옷을 고치고, 니사단(尼師檀)을 왼 편 어깨에 얹고<니사단은 앉는 기구이다.>

천천히 걸어 모인 곳에 오니, 모인 사람들과 육사가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자연히 일어나 사리불께 예배했다.

사리불이 수달이가 만든 자리에 올라앉으니, 육사의 제자 노도차가 환술을 잘 해서, 많은 사람 앞에 가서 주문을 외워서 한 나무를 만드니까, 곧 가지가 퍼져서 모인 사람을 가려 덮고, 꽃과 열매가 가지마다 달리더니, 사리불이 신력으로 선남풍()을 내니,(선남풍은 매우 사나운 바람이다.) 그 나무를 뿌리째 뽑아 굴려 가지가 꺾어지고 티끌이 되게 부숴버리니까, 모두 이르되,

 

고 했다.

 

노도차가 또 주문을 외워 한 못을 만드니, 사면이 다 칠보고, 가운데 갖가지 꽃이 피었더니, 사리불이 큰 육아()를 가진 백상(白象)을 만들어 내니,(육아는 여섯 개의 어금니이다.) 그 어금니마다 일곱 연꽃이고, 그 꽃 위마다 일곱 옥녀(玉女)가 나서,

그 못 물을 다 마시니까 못이 스러졌다. 모두 이르되,

고 했다.

 

노도차가 또 산 하나를 만드니까, 칠보로 꾸미고 못과 꽃과 과실이 다 갖추어지게 하니까, 사리불이 금강역사를 만들어 내어 금강저로 멀리서 견주니,<저는 방앗공이니, 큰 막대기 같은 것이다.> 그 산이 몽땅 무너져서 모두 이르되,

고 했다.

 

노도차가 또 용 한 마리를 만드니, 머리가 열 개더니, 허공에서 비가 오되, 순 한  갖가지 보배가 떨어지고, 우레질 하고 번개가 쳐서 사람들이 다 놀라더니, 사리불이 금시조(翅鳥) 한 마리를 만들어 내어,<금시조는 가루라이다.> 그 용을 잡아 찢어 먹게 하니까, 모두 이르되,

고 했다.

 

노도차가 또 소 한 마리를 만들어 내니, 몸이 매우 크고, 다리가 굵고, 뿔이 날카롭고, 땅을 후비며, 소리를 지르고 달려오니까, 사리불이 사자 한 마리를 만들어서 그 소를 잡아먹게 하니, 모두 이르되,

고 했다.

 

노도차가 주술을 하다가 안 되니까, 제 몸이 야차가 되어서, 몸이 길고 머리 위에 불이 붙고, 눈이 핏덩어리 같고, 손톱과 발톱과 어금니가 날카롭고 입에서 불을 토하며 달려오니까, 사리불도 몸소 비사문왕(毗沙門王)이 되니, 야차가 두려워하여 뒤로 물러나 달아나려 하다가 사면에 불길이 일어나 갈 데가 없고 다만 사리불 앞에만 불이 없으므로 곧 항복하여 엎드리면서,

고 했다.

 

그제서야 사리불이 허공에 올라 걸으며 서며 앉으며 누움을 해 보이고, 몸 위에서 물을 내고, 몸 아래서는 불을 내고, 동 녘에 숨으면 서 녘에 내닫고, 서 녘에 숨으면 동 녘에 내닫고, 북 녘에 숨으면 남녘에 내닫고, 남녘에 숨으면 북 녘에 내닫고, 몸이 크게 되어 허공에 가득하였다가, 또 적게 되고, 또 한 몸이 만억 신()이 되었다가 도로 하나가 되며, 또 허공에 땅이 되어 땅을 밟되, 물 밟듯 하더니, 이런 변화를 보이고서야 신족(神足)을 거두어 도로 본좌(本座)에 들어 앉으셨다.(본좌는 본래 자리이다.)

그때에 모인 사람들이 다 항복하여 기뻐하더니, 사리불이 그제서야 설법하여 제각기 전생에 닦은 인연으로 수다원을 얻은 사람도 있으며, 사다함을 얻은 사람도 있으며, 아나함을 얻은 사람도 있으며, 아라한을 얻은 사람도 있었다.

육사의 제자들도 다 사리불께 와서 출가했다.

 

재주를 겨루고서야 수달이와 사리불이 정사를 짓더니, 둘이 손수 줄을 마주 잡고

집터를 재는데, 사리불이 까닭 없이 웃어서 수달이가 물으니까, 대답하되,

육천()이다.) 그대가 가서 들 집이 벌써 이루어졌도다.>

 

하고, 도안(道眼)을 빌려 주기에<도안은 도리를 아는 눈이다.> 수달이가 보니, 여섯 하늘에 궁전이 장엄했다. 수달이가 묻되, 사리불이 이르되,

하늘이야말로 늘 일생보처보살(一生補處菩薩)이 그곳에 와 나셔서<일생은 한번 나는 것이니,

한 번 다른 지위에 난 뒤면 묘각 지위에 오를 것이니, 등각위(等覺位)를 이르는 것이다. 등각에서 금강 건혜에 한 번 난 뒤에 묘각에 오르니, 난다고 하는 말은 살아난다는 말이 아니라, 다른 지위에 옮겨 간다는 말이다.>법훈(法訓)이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다.>(훈은 가르친다는 말이다.) 수달이 이르되,

하고, 방금 그 말을 마치자, 여느 하늘의 집은 없어지고, 네째 하늘의 집이 있더라. 줄을

다른 곳에 옮겨 터를 재는데, 사리불이 한 스런 낯빛이기에, 수달이가 물으니까,

대답하되,

그대가 지난 세상에서 비바시불을 위하여 이 땅에 정사를 이룰 적에도 이 개미가 이곳에 살았으며, 시기불을 위하여 이 땅에 정사를 이룰 적에도 이 개미가 이곳에 살았으며 비사불불을 위하여 이 땅에 정사를 이룰 적에도 이 개미가 이곳에 살았으며 구루손불을 위하여 이 땅에 정사를 이룰 적에도 이 개미가 이곳에 살았으며 가나함모니불을 위하여 이 땅에 정사를 이룰 적에도 이 개미가 이곳에 살았으며 가섭불불을 위하여 이 땅에 정사를 이룰 적에도 이 개미가 이곳에 살았는데, 처음 이곳에 살던 때부터 오늘날까지 계산하면 아흔 겁이니, 저것이 한 가지 몸을 여의지 못하여 죽살이도 오래구나!

아마도 복이 종요로우니, 심지 아니하지 못할 것이다.>

수달이 그 말을 듣고 슬퍼했더라.

 

수달이가 정사를 이루고 굴()을 만들고, 전단향(檀香) 가루로 바르고, 별실은 일천 이백이고, 종을 단 집은 일백 스물 곳이더라. 수달이 정사를 다 짓고, 왕께 가 사뢰되,

왕이 심부름하는 사람을 부려서 왕사성에 가 부처님을 청하니, 그때에 세존께서는 사중(四衆)에 둘러 싸여 큰 광명을 펴시고, 천지가 진동했다. 사위국에 오실 적에 수달이가 지은 정자마다 들르시며, 길에서 사람 제도하심이 그지없으시었다.

 

세존이 사위국에 오시어 큰 광명을 펴시어 삼천대천세계(三天大天世界)를 다 비치시고, 발가락으로 땅을 누르시니, 땅이 다 진동하고, 그 성 안에 있는 악기에서 절로 소리가 나며, 일체 앓는 사람이 다 좋아 지더니, 그 나라의 십팔 억 사람이 그런 상서(祥瑞)를 보고 모두 모여 오기에, 부처님이 묘법(妙法)을 시설(施說)하시니, 제각기의 인연으로 수다원도 얻으며, 사다함도 얻으며, 아나함도 얻으며, 아라한도 얻으며, 벽지불(僻支佛)인연도 지으며, 무상(無上) 도리(道理)를 발심(發心)한 사람도 있었더라.

 

부처님이 후에 아난이더러 이르시되,

울러 정사를 지었기에, 이름을 태자(太子) 기타수 급고독원이라고 하라.>

(수달이 정사를 지을 때가 부처님 나이 서른넷이시더니, 목왕 팔년 정해(丁亥)이다.

 

파사닉왕과 말리부인이 부처님을 보고 칭송하여 이르되,

사람을 부려서(시키어) 일러 주어야 하겠다.>

승만이 부처님의 공덕 듣고 기뻐하여 게()를 지어 부처님을 기리고 원하되,

방금 그리 생각하는데 여래께서 홀연히 허공에 오셔서 무비신(無比身)을 나타내시어<

비신은 비교할 데가 없는 몸이니, 부처님 몸이 여러 가지 상을 구비하셔서 비교할 데가 없

으시다는 말이다.> 승만경을 이르셨다.

 

 

세존께서 구야니국에서 바타화보살 위하여 고행(苦行) 반야를 이르시고,<고행 반야 이르심이 부처님 나이 서른다섯이시더니, 목왕 구년 무자(戊子)<993 B.C>이다.> 유산()에 계시면서도 설법 하셨으며, <유산에서 설법하심이 부처님 나이 서른여섯이시더니, 목왕 십년 기축(己丑)<992 B.C>이다.> 예택(穢澤)에 계시면서도 설법하셨으며,<예택에서 설법하심이 부처님 나이 서른 일곱이시더니, 목왕 십일년 경인(庚寅)<991 B.C>이다.>

사위국과 마갈타국 사이에 앵무림(鸚鵡林)이 있었는데, 앵무왕이 부처님을 청하니, 부처님이

비구들을 데리고 앉으시니까 앵무들이 부처님을 보고 기쁜 마음을 내어 한 날에 모두 죽어

도라천에 가서 났다.

 

세존께서 마갈타국에 돌아오셔서 불사왕을 위하여 설법하시고,<마갈타국에 돌아오심이 세존

 나이 서른여덟이시니, 목왕 십이년 신묘(申卯)이다.

추봉산에 숨으시면 도리궁에 나시고, 수미산에 숨으시면 염마궁에 나시며<염마궁(炎摩宮)

야마궁(夜摩宮)이다.

화엄등경을 이르시며, 공구수() 아래 계시면서 미륵 위하여 수행본기경(修行本起經)

이르시며,<본은 근원이고, 기는 일어난다는 말이니, 수행본기경은 수행의 가장 첫 근원을 이른 것이다. 미륵 위하여 설법 하심이 부처님 나이 서른 아홉이시더니, 목왕 십삼년 임진(壬辰),<989 B.C>이다.

가비라구에 돌아오셔서 정반왕 위하여 설법하셨으며,<정반왕 위하여 설법하심이 부처님 나이 마흔이시더니, 목왕 십사년 계사(癸巳)<988 B.C>이다.

난타용왕궁 보루(寶樓) 중에 계시면서 대운륜청우경(大雲輪請雨經)을 이르시며,<대운륜청우경은 부처님이 우바난타용왕궁 안에 대운륜전 보루각 중에 있어시거늘 삼천대천세계 용왕 중에 으뜸가는 무변(無邊) 장엄(莊嚴) 해운(海雲) 위덕(威德) 윤개() 용왕이 염부제에 비를 오게 하여 초목과 곡식을 자라게 할 일을 청하여 부처님이 이르신 경이다.>

능가정(楞伽頂)에 가셔서<능가정은 능가산 꼭대기이다.> 입능가산경(入楞伽山經)을 이르시며,<능가산경은 능가산에 들어가 이르신 경이다. 능가산은 남천축국 바닷가에 있으니, 신통력 있는 사람이라야 가는 곳이다.> 보타암에 가셔서 십일면관자재경<十一面觀自在經>을 이르시었다.<보타는 작은 흰 꽃이란 말이니, 이 산에 이 꽃이 많이 있어서 향내가 멀리까지 나니, 관자재보살이 계시는 곳이다. 암은 바위다. 십일 명은 열 한 낯이니, 열 한 얼굴의 관자재보살의 상을 만들어 공양할 일을 이르신 것이다.>

 

구사라장자가 키가 석 자이더니, 부처님도 석 자 몸이 되셔서 교화하셨다.

부처님이 여러 나라에 두루 다니시고, 사위국에 오래 오지 앉으셨더니, 수달이 늘 그리워하여 괴로웠는데, 마침 부처님이 오셔서 뵙고 사뢰되, 부처님이 머리털과 손톱을 베어 주시니, 수달이 그것을 넣은 탑을 세우고, 굴을 지어 갖가지로 장엄(莊嚴)하고 공양했다. 수달이가 병이 들어서 부처님이 가보시고 아나함(阿那含)을 얻으라고 이르셨다. 수달이 목숨 마치고 도솔천에 가서 도솔천자(兜率天子)가 되어 세존을 뵙고자 하여 곧 내려와 세존께 뵙고 머리 조아리고 한 편에 앉으니, 그때에 도솔천자가 몸에서 빛을 내어 기수급고독원(祗樹給孤獨園)을 다 비추고, ()를 지어 찬탄하고, 곧 도로 숨었다.(기수는 기타수이다.)

 

아함경(阿含經) 열두 해 이르시고, 다음 여덟 해 동안에 방등경(方等經)을 이르셨다.(방은 갖추어 이르는 것이고, 등은 고루 이르는 것이다. 방등경 처음 이르심이 부처님 나이 마흔둘이시더니, 목왕 십 육년 을미(乙未)(986 B.C)이다.)세존께서 성중(聖衆)들을 데리시고,(중은 많은 사람이니, 다 성인이시므로 성중이라 하는 것이다.) 욕계(欲界), 색계(色界)두 하늘 사이에 가셔서 대집등경(大集等經)을 이르시더니,(대집은 크게 모은다는 말이니, 부처님이 일체 대중을 다 모아서 이르신 것이다.) ()을 내리시되,

 

을 호지(護持)하라.(부촉은 말씀 붙여 어떻게 하라고 청한다는 말이다.)만일 오지 않는 이가 있으면 사천왕이 더운 철륜()을 날려 보내서 다 따라가 잡아 오너라.>하시니, 그렇게 다 모여 부처님 교수(敎授)를 듣잡고(교수는 가르쳐서 전한다는 말이다.) 각각 큰 맹세하여, 하니, 다만 마왕(魔王)이 세존께 사뢰되,

고 했다.(대집경 이르심이 부처님 나이 마흔다섯이시더니, 목왕 십 구년 무술(戊戌)(9

83 B.C)이다.)

 

방등경을 여덟 해 이르시고, 다음 스물한 해 동안에 반야경을 이르시었다.<반야를 처음 이르심이 부처님 나이 쉰이시더니, 목왕 이십 사년 계묘(癸卯)(978 B.C)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