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덕사 방장스님을 뵙고 왔습니다. 시자보살님에게 문자를 하니 11시에 찾아오라고 해서 10시 30분쯤에 수덕사 대웅전에 도착하였습니다. 마침 대웅전에서는 사시불공이 진해되고 있었는데 방장스님도 대웅전에서 축원을 하였습니다. 방장스님이 사시불공은 물론 새벽예불도 빠지지 않는다고 하니 총림의 화합이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법당에서 내려온 방장스님을 찾아 인사드리고 있는데 마침 방장스님 상좌인 서범스님등 다섯명이 방문하여 같이 차를 마셨습니다.
아일선보살이 정성스럽게 우려준 차를 마시는 도중 사미스님이 점심상을 들고 왔는데 메뉴가 국수였습니다. 방장스님은 국수에 손가락을 대어 보고는 국수가 덜 씻겼고 덜 삶아졌다며 다시 삶아 오라고 하셨습니다. 사미스님은 무안해하며 얼른 국수그릇을 거두어 갔습니다. 순간 나는 '웬만하면 국수를 드시지. 저렇게 번거렇게 다시 씻어라, 푹 삶아라 하시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미스님이 잠시후 다시 삶은 국수를 가져왔고 이번에도 국수에 손을 대어 보시고는 '합격'이라고 하셔서 방안에 있는 대중이 모두 웃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서범스님 일행이 떠나고 방장스님과 둘이 남았습니다. 저는 얼마전에 설정스님을 찾아뵈려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씀드렸고 방장스님은 저의 은사스님이 사중의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홀로 지내는 것에 걱정하셨습니다. 저는 방장스님을 찾아온 용건을 말하며 2가지 제안을 드렸습니다. 하나는 덕숭총림의 수좌 자리가 3년동안 공석이니 수좌를 지명하여 주시는게 좋겠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화엄사, 신흥사, 용주사등의 본사에서는 재적스님들에게 수행지원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있으니 수덕사에서도 매월 십만원에서 이십만원이라도 수행지원비를 지급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방장스님이 직접 챙기는 것이 어렵다면 차기 수덕사주지는 수행지원비를 지급할 사람으로 지명해달라는 부탁을 드렸습니다. 토굴에서 혼자 지내다가 한쪽 눈이 실명하여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 일초스님의 딱한 사정과 천장사주지를 그만두고 나와서 제가 그동안 어렵게 지낸 이야기도 드렸습니다.
방장스님은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고맙다고 대답하셨습니다. 방장스님이 사중의 스님들과 논의 하여 앞으로 변화가 일어나리라고 봅니다. 설사 변화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변화가 더디게 일어난다고 해도 앞으로 다른 분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면 받아들여 질 것입니다. 방장스님이 저의 제안에 긍적적으로 수긍해 주시니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방을 나왔습니다. 방장스님이 시자보살에게 돈을 빌려 차비를 많이 주셨는데 거절하지 못하고 받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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