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게 타인인 것처럼
나도 나에게 타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떠서 여기가 어딘가하고 두리번 거릴 때
음악을 듣다 깜박 졸다가 다시 음악이 들릴 때
그때그때 마다 마주하는 낯선 세상인데
어찌 나를 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언제부터 나 일 수 잇을까요
이러한 행복이 지속되기를
이러한 불쾌한 느낌은 사라지기를
건강이 무너지지 않기를 아프지 않기를 이라는 바램도
어느것 하나 맘대로 되지 않거니
어찌 내가 나 일 수 있을까요
절 마당에 휘몰아치는 눈 보라처럼
나도 모르게 생겨난 생각들과
얽혀든 감정들과 괜한 의도들을
나라고 착각하면서
때론 자존심 상해하고 우쭐해 하고
온갖 코메디를 펼치다가
이럴줄 몰랐네
왜 내게만 이런일이...라고 탄식하면서 사라져 가는 것
이게 산다는 게 아닌지요.
당신이 내게 타인인 것처럼
나도 나에게 타인입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는 나와
편지를 받는 내가 한 편이라니...
이상도 하지
타인끼리는 가끔 ‘안녕’하고 인사를 건넬 일이며
너무 다가가지 말일이며
간섭하지 말 일입니다.
저 천왕봉으로부터
눈보라가 휘몰아쳐 내려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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