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정치인 ‘안 희정’
어제(2010년 9월 28일)는 서산시 문화회관에서 있었던 ‘충남 도지사와의 대화’에 참석했다. 사실 초대장을 받았을 때는 오붓하게 모여서 도지사와 대화를 나누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행사에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초청을 받았다는 소식을 면장님에게 들었을 때는 오붓한 대화가 아니라 강연하는 자리임을 알 수 있었다. 도지사가 사람을 모아 놓고 한바탕 연설을 하는 것으로 끝나는 행사를 ‘내가 굳이 갈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행사에 참여 한 것은 생활용품을 구하러 서산에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겸사겸사. 문화회관 으로 들어서니 잘 생긴 남자가 악수를 청하는데 그 분이 안희정 도지사였다. 외국에서 6년간 살다왔기 때문에 선거가 언제 있었는지, 도지사가 누구인지도 나는 모르고 참석하였다.
안희정 도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젊은 도지사를 뽑아주신 것에서 변화를 원하시는 도민의 마음을 읽었다. 그러나 변화에 내포되어 있는 불안감이 있으실 줄 안다. 저는 역사와 전통을 잘 알고 전통을 이어가는 가운데 안정된 변화를 시도하겠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나 ‘억울하면 출세하라.’라는 속담을 이제는 과거의 것으로 돌리려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많은 사공들이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는 것이지 뛰어난 한 사람이 끌고 가는 것이 아니며, ‘억울하면 출세하라.’라는 말은 출세하지 않은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한 던 시대에 나온 말이다. 출세하지 않아서 억울한 일을 당한다면 살기 좋은 사회라고 볼 수가 없다. 저는 이제 이러한 속담들을 과거의 것으로 도려 놓으려 한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안희정 도지사가 위와 같은 좋은 말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안 지사의 기조연설 다음에 서산지역의 현안 문제를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다. 10 분이 넘는 분들에게 공개 질문을 받았는데 안 지사는 그 질문들에 대해서 일일이 성실한 대답을 시도했다. “어떠세요? 이런 대답에 만족하세요?” 혹은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데... 괜찮으세요.” “지금은 이정도로 말씀드리고 다음에 서면으로 답변 드리겠습니다.”
그는 시종일관 웃음 띤 얼굴로 도청에서 나온 국장들과 겸손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답변하고 있었다. 대화시간이 40여분이나 길어졌는데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서산의 농민들과 어민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태풍피해, 도로건설, 교육문제, 항만시설, 기업유치 문제, 문화계승문제 등등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대답도 좋았고 대답하는 태도도 마음에 들어서 끝나고 나오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옆에 있던 선일스님도 지루 한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의 권위가 느껴지지 않는 소탈한 시민으로 다가왔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대화 할 줄 아는 따듯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법구경 129번 게송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모두 생명은 ‘채찍’을 두려워 하고 모두 생명은 죽음을 두려워 한다.
이 사실을 자신에게 비추어 보아서 다른 생명을 때리거나 죽이지 말라.”
그의 얼굴과 대화하는 태도 속에서 ‘사람을 사랑 하는 것’이라는 면에서 정치나 종교가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그 사랑이 자신을 잘 알고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도...
나는 그를 처음 만났고 그 느낌이 좋아서 이렇게 그를 만난 감상을 쓰게 되었다.
이것이 인연 일런가?
이런 인연으로 ‘나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가?’를 생각해 보니 부끄러워 진다.
오늘은 햇살 눈부신 가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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