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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사 대봉스님 "우리는 모두 모를 뿐"

 

 

무상사 대봉스님 "우리는 모두 모를 뿐"



(계룡=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계룡산 무상사의 조실(祖室) 대봉(大峰)스님(60)은 한국 불교를 세계 각국에 전하는데 앞장섰던 숭산(崇山)스님(1927-2004ㆍ전 화계사 조실)의 법을 이어받은 외국인 제자들 가운데 맏형 격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인 그는 코네티컷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하고 심리학을 공부하던 중 1977년 예일대 근처 뉴헤이븐 선원에서 숭산 스님의 법문을 듣고 행자 생활을 시작했다.

1984년 화계사로 출가한 그는 1992년 숭산스님으로부터 인가를 받고 전법(傳法) 제자가 됐다. 이후 1999년 현재의 무상사로 와서 수행을 시작했고, 2000년 무상사가 정식 창건된 이후부터 조실(祖室)을 맡고 있다.

동안거 해제를 사흘 앞둔 25일 무상사에서 만난 대봉스님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종무소를 하나 만들어 선방 겸 요사체 겸 욕실로 활용했고, 저 뒷산 전부가 화장실이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곧 정색을 하고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모두 모를 뿐"이라는 자세로 정진하는 것은 같다. 그리고 'What am I'(나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참구하는 것, 깨달음을 얻어서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말했다.

대봉 스님은 "내가 자랄 때 미국은 우리 부모 세대와는 달리 부유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고통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어릴 때부터 궁금했다"고 말했다.

"11살 때 일본 여행을 가서 20m 높이의 큰 불상을 본 적 있어요. 그 전에는 불교나 부처를 전혀 몰랐지만 어쩐지 '저분은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구나' 했죠. 그래서 살아있는 부처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숭산 큰스님 만날 때까지 15년간 업을 지었죠. 마침내 숭산큰스님을 만났을 때 '아, 이분도 뭔가 얻은 분이구나'했어요"

대봉스님은 1984년 출가했지만 미국과 서유럽 선원들을 돌면서 수행을 지도해 한국어를 그의 말대로 "조금, 조금" 밖에 못한다.

하지만 숭산 스님에 대해서는 "숭산 큰스님"이라고 반드시 한국어로 말하면서 커다란 존경을 표시했고 "이번 동안거 결제 직후 숭산 큰스님 열반 5주기 다례재를 했다"고 전했다.

대봉 스님은 1977년 숭산 스님을 처음 만났을 때 일화를 소개했다. 심리학과 교수한 명이 "미친 것은 무엇이며, 미치지 않은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숭산스님은 "당신이 어떤 것에 매우 집착하고 있으면 미친 것이고, 어떤 것에 조금 집착하고 있으면 조금 미친 것, 집착하지 않고 있으면 미치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대봉 스님은 "그 순간 내가 했던 10년 심리학 공부보다 그 말씀이 낫다고 느꼈다"며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집착하지만 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나 자신이 만들어낸 생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숭산스님으로부터 전법계를 받을 때의 상황을 들려달라는 질문에는 "고무신도 흰색이고 운동화도 흰색입니다"라는 알 듯 말 듯한 답변을 돌려줬다.


옆에 있던 무상사 주지 대진 스님은 "수행에 대한 인가나 전법계, 이런 것들에 대한 분별심을 버리라는 말씀"이라고 거들었다.

무상사는 개신교인이나 천주교인도 선수행에 동참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다. 이에대해 대봉 스님은 "우리는 어떤 분도 우리 종교로 전향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부처님의 마음은 바다와 같아서 어떤 물이라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자신의 참 본성을 알아차리기 위해 수행을 하다가도 현실 세계로 돌아와서는 냉혹한 경쟁과 승부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봉 스님은 이런 것에 대해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으나 그것에 집착이 생기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필 잭슨 감독도 참선 수행자지만 현실에서는 냉정한 승부사입니다. 어제 보셨듯이 김연아 선수가 아사다 마오와 경쟁했죠. 그 선수 둘 다 참 잘하는데 더 잘하려고 선의의 경쟁을 한 것이죠. 경쟁이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죠. 하지만 '내가 꼭 이겨야지' 하는 마음을 먹는다면, 그 승리에 집착한다면, 승리자가 돼도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대봉 스님은 무상사 창건 후 10년간 한번도 하안거, 동안거에 빠진 적이 없다. 대신 안거가 해제된 후에는 세계를 다니면서 법을 전한다.

대봉 스님은 "3,4월에는 3주간 미국, 3주간 유럽에서 선원을 돌면서 양력으로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고, 이후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부처님오신날을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chae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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