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풍경들과 다른, (보를 세워) 물을 채운 강, 그건 낙동강이 아닙니다.”
6일 오후 4대강 사업 가운데 하나인 경북 상주시 상주보 건설현장. 안타까움과 분노로 뒤섞인 지율 스님의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 단식으로 널리 알려진 스님은 지난해 11월 상주시 중동면 회상리에 터를 잡고 낙동강 순례를 시작했다. 낙동강과 주변을 둘러본 스님은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이 훼손돼선 안 된다며, 순례 행사를 기획했다. 전국에서 온 참가자들과 함께 매주 토·일요일 1박2일 동안 상주시 중동면 강창교에서 안동시 마애습지까지 4대강 사업 공사현장과 인근 명승지를 버스와 나룻배, 도보를 이용해 돌아보는 행사다.
이날로 벌써 11차례에 이르는 스님의 낙동강 순례가 잔잔한 호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스님과 함께한 이들은 이미 700여명에 이른다. 박원순 변호사와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 알려진 인사들은 물론 전국 각지의 시민들도 줄이어 동행하고 있다. 일부 지역주민들도 지난해 12월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사람들’이라는 지역생태운동 모임을 만들어 순례 행사의 도우미 구실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상주사람들’ 관계자는 “숙소문제 등으로 인원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호응이 크다”며 “많이 올 때는 45인승 관광버스를 3대나 동원해야 할 만큼 사람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이날 상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 순례단은 강창교와 상주보 공사현장과 낙동강변 생태공원 조성지→경천대·사벌→삼강→회룡포와 내성천을 거쳐 안동시 풍천면 하회황토건축학교에서 1박을 했다. 숙소에서는 천경배 신부의 사회로 서로의 소감을 나누는 마음나누기 행사도 진행됐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주혜(21·대학생)씨는 “처음 보는 낙동강이 이토록 아름다운데, 굳이 막대한 돈을 들여 거대한 공사를 벌일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음날에는 구담습지와 하회마을, 병산서원과 마애 유적지를 답사했다. 구간구간마다 스님과 ‘상주사람들’ 회원들이 설명을 곁들였다.
지율 스님은 “처음 이웃 주민들은 대부분 관심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4대강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공감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라고 나지막히 말했다.
‘상주사람들’의 이국진 사무국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찬성하든 반대하든 낙동강에 올 필요가 있다”며 “직접 보고 느끼면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한동안 이 순례를 계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