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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셔온 글

지율스님과 4대강 사업 낙동강 현장을 가다

 

http://www.ibulgyo.com/archive2007/201001/201001081262960692.asp

 

 

“비경에 탄성…곳곳엔 요란한 공사 굉음”

‘4대강 사업’ 낙동강 현장을 가다

 
 
 
 
상주 비봉산 청룡사를 지나 경천대를 마주본 전망대에선 낙동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왼쪽엔 가물막이 공사가 한창인 상주보가 보인다. 지율스님이 낙동강의 비경을 설명하면서 상주보 설치현장을 가리키면서 안타까워하고 있다. 
 

경북 안동 풍산면 마애리. 낙동강 상류 구담보 예정지에서 가까운 마애마을 한복판엔 ‘마애동 석조 비로자나불좌상’이 모셔져 있다. 강변을 둘러싼 퇴적층이 잘 발달돼 있는 이 마을은 예부터 자연경관에 부처님 형상이 보존돼 있어 마애리로 불렸다. 지율스님은 처음 이곳에서 ‘돌부처님’을 친견했던 감동을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수경스님)는 오는 3월4일 열리는 ‘불교계 4대강 심포지엄’을 앞두고 강을 지키기 위한 해법과 대안모색을 위해 낙동강 순례를 떠났다. 지율스님을 비롯해 불교사회정책연구소 법응스님, 유정길 에코붓다 대표, 이도흠 한양대 교수, 박창근 관동대 교수, 우희종 서울대 교수 등 학계 전문가와 환경단체 활동가 30여명이 동참했다. 낙동강은 4대강 사업 예산안 22조원 중 66%에 해당하는 예산이 투입될 정도로 사업 규모가 가장 크다. 513.5㎞ 길이의 낙동강 중 4대강 사업에 포함된 구간은 334.2㎞. 용수확보를 위한 총 10여개의 보가 낙동강 일대에 설치된다.   

행정구역상 안동에 속하는 낙동강 마애습지 병산습지는 깨끗한 물과 비경으로 순례단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어서 도착한 봉화와 예천을 흐르는 내성천. 유유히 흐르는 강물따라 눈부시게 펼쳐진 설야(雪野)가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바지를 걷어 부치고 강물에 뛰어드는가 하면, 몸을 엎드려 강물에 입을 갖다대곤 물맛을 음미했고, 강변 백사장에 쌓인 눈밭에 뒹굴기도 했다. 살얼음을 떼어 와서 얼음치기를 하면서 옛추억을 더듬는 이도 있었다. 지율스님에 따르면 1960년대 한강에서 자주 목격한 풍경이란다.
 
 
 
낙동강 상류의 구담보 예정지에서 가까운 병산습지. 고라니 발자국이 선명할 정도로 아직 생명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율스님이 마이크를 들고 직접 설명하는 모습.
 
 
경북 상주에 이르자 순례단 표정은 굳어졌다. 가물막이 공사가 한창인 상주보 건설현장엔 트럭과 굴착기 소리가 요란했다. 상주 비봉산 중턱에 있는 청룡사를 거쳐서 경천대를 마주보는 전망대에 들어서면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반면 지난해 12월10일 착공한 상주보 현장이 눈에 띈다. 박창근 교수는 “저런 얄팍한 수로 홍수를 막고 용수를 확보할 수 있겠느냐”며 “대운하의 전초 단계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애통해했다. 상주보 설치로 강 수위가 높아지면 안개가 잦아지면서 작황에 타격을 주게 돼 상주곶감도 옛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주보 지역주민들의 민심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상주보 건설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김태건(59, 중동면)씨는 “건설업자가 어떻게 꼬득였는지 이제 청룡사 아랫동네엔 강둑 막는 것에 박수치는 사람이 훨씬 많아지고 있다”며 “마음이 갑갑하다”고 말했다. 상주귀농센터에서 농촌활동가로 일하는 이국진(33, 무양동)씨는 “지역의 어르신들이 홍수 안나게 해주고 돈(보상금)까지 준다고 하니 보상금 더 받는 것이 제일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며 “평화로운 시골마을이 하루아침에 변해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사업 예정지 주변 문화유산들도 훼손되거나 주변경관이 변해 유적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화재청이 최근 공개한 내역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예정지 주변에는 불교 석탑과 사지 등 총 243개가 있다. 지정문화재만도 94개에 달한다.
 
4대강 사업. 누구를 위한 ‘삽질’인지, 상주보 가물막이 공사현장에는 24시간 요란한 굉음이 울리고 있었다.
 
 
 
 
 
낙동강 순례단은 순례 중간중간 아름다운 자연을 온몸으로 느꼈다.
 
 
 
봉화와 예천을 흐르는 내성천 모습.
 
 
 
 
가물막이 공사가 한창인 경북 상주의 상주보 건설현장.
 
 
봉화ㆍ안동ㆍ상주=하정은 기자
 
 
 
 
■ 10개월째 강길 걷는 지율스님
 
“더 늦기 전에 낙동강으로”
 
 
“하루아침에 1000여그루 나무가 뽑아져 나갑니다. 유유히 흐르는 강가에 어우러진 버드나무 군락을 이제 못볼지도 몰라요. 강변에 뛰놀던 50여마리 노루들은 물막이 공사가 시작되자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경북 안동서 상주로 이어지는 낙동강 순례길에서 지율스님<사진>은 영하 20도가 넘는 칼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말했다. 스님은 지난해 3월부터 안동-마산 334.2㎞에 달하는 4대강 사업 낙동강 예정지를 끊임없이 걸었다. 매서운 강바람에 손등이 부르트고 얼굴이 몹시 야위었지만, 스님은 맑고 동그란 눈빛을 반짝이며 순례길에 동참한 대중들을 향해 낙동강의 깃든 아름다움과 숱한 생명들을 줄줄 외듯 설명했다.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을 반대하면서 세간에 알려진 지율스님은 천성산 터널사업과 낙동강 사업은 둘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여기보세요…눈쌓인 내성천에 고라니 발자국이 끝도 없이 펼쳐졌어요. 여기는 이 친구들의 놀이터예요. 한겨울에도 하천습지에 남아있는 생명의 흔적을 보노라면…” 경북 봉화와 예천을 흐르는 낙동강 지류 내성천은 스님이 가장 손꼽는 비경. 지율스님은 “내가 본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 강을 더 많은 사람이 보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스님은 지난해 11월 경북 상주 낙동강변 작은마을에 있는 폐가를 임대해 살고 있다.
 
 

■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4대강 사업이 홍수 부추겨”
 
 
“4대강 사업은 결코 강을 살리는 사업이 아닙니다. 학식있는 전문가라면 다 아는 사실입니다. 다만 말을 못할 뿐이겠죠.” 태안기름유출사건, 석면추방 등 우리나라 환경 현안을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사)시민환경연구소장 박창근<사진>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공학적 연구를 토대로 한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을 낱낱이 밝혔다.
 
지난 7일 낙동강 순례를 마치고 상주 환경농업학교서 열린 분과회의에서 그간의 연구논문을 발표한 박 교수는 “용수확보를 위해 보를 설치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며 과거 경기 연천댐 붕괴사건, 김해 조만강 사건 등의 사례를 들면서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공개했다. 스위스 트루강과 독일 라인강 복원사례를 소개하면서 선진화된 유럽의 치수정책도 함께 소개했다.
 
“이제 낙동강이란 말은 역사책에나 남아있을 겁니다. 10여개의 보가 낙동강 일대에 설치되면 낙동강은 사라지고 ‘낙동 1호’부터 ‘낙동 9호’로 각각 불릴테니까요.” 정부가 내세운 홍수방어 역시 4대강 사업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홍수는 얄팍한 수로 제방을 높이 쌓는다고 막을 수 없습니다.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여 하천에 더 많은 공간을 주어서 물순환 시스템을 건전화시키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는 가물막이 공사가 한창인 상주보를 가리키면서 “겨울에 이렇게 춥고 눈이 많이 오면 여름에 큰 태풍을 몰고 오기 마련”이라며 “인위적으로 설치한 보는 태풍이 강타하면 엿가락처럼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봉화ㆍ안동ㆍ상주=하정은 기자
 
2010-01-08 오후 2:32:27 /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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