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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 이대로 좋은가? 정념스님

특별기고 / 한국불교 이대로 좋은가?

대승불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수된 지 1600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국불교는 교종과 선종의 변증법적 통합을 거치면서 수행체계와 대중교화에 있어 많은 발전을 해왔다. 때로는 호국불교로 국가의 정신적 지주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민족정신으로 선(禪)사상과 마음(心)수행을 통해 우리 민족의 정신적 깊이를 더해주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현대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몇 가지 환경변화는 한국불교의 현대화 및 미래지향적 발전방안의 모색이라는 관점에서 몇 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지면을 빌어 한국 불교의 미래를 걱정하는 선배스님 및 도반스님, 그리고 불자들과 함께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함께 진지하게 성찰해보고자 한다. 먼저 중요하게 제기하고 싶은 문제는 다음과 같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가

 

현대화 및 미래지향적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불교연구소의 건립과 이러한 연구와 이론에 토대를 둔

다양한 수행프로그램과 교육프로그램을 실현할수 있는

아카데미의 건립을 추진해 나갈것을 다짐해 본다

 

첫째, ‘한국불교는 현대사회의 급변하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는가’ 이다. 주지하다시피, 현대사회는 변화와 단절, 속도와 불확실성의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를 거쳐 지금은 제2단계 지식정보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가히 변화와 속도의 시대이다.

웹 2.0과 유비쿼터스 사회가 도래됨에 따라 지식정보사회는 가일층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지식사회의 빠른 변화, 현대 조직의 발빠른 변화와 시장의 위기, 그에 따른 직장인들의 허전함과 우울한 심리체계, 현대인들의 스트레스와 정신적 위기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한국불교의 대중교화체계는 상당부분 농경.산업사회의 정태적인 환경에 맞춘 기도, 불공, 제사 등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우리 불교는 이러한 현대사회의 변화와 속도에 부응하는 대중교화체계를 갖추고, 도심 속의 현대인, CEO 혹은 직장인들에게 보다 적절한 신행체계를 제공하려는 노력과 고민을 해 본적은 있는지 다함께 반성해보지 않을 수 없다.

둘째, 현대학문은 새로운 조직이론과 미래예측이라는 새로운 학문체계를 통해 미래를 보다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이를 통해 조직을 진단하며 이에 따른 조직과 리더십의 합리적 혁신을 도모하기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수행체계와 교화체계, 그리고 이들을 종합한 교리체계는 과연 이러한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거기에 걸맞는 체계적인 교학체계를 구성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셋째, 한국불교의 조계종단은 과연 종단이 지닌 장점과 단점, 위기와 기회라는 관점에서 조직진단을 하고 있는가? 한국불교의 조계종단은 한국사회의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는 현대화된 종단으로서 위상과 자리매김에 스스로 부족한 점은 없는가? 불교계의 소임을 맡고 있는 책임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내 스스로 심각한 자성과 성찰을 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이상의 문제들에 대한 고심의 결과로서, 다음과 같은 짧은 소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바라건데, 이러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제방의 스님 및 불자들이 함께하여 한국불교의 미래지향적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했으면 하는 심정 간절하다.

<사진설명> 한국불교의 현대화와 미래지향적 발전방안 모색이 절실하다. 사진은 하늘높이 솟은 오대산 전나무. 불교신문 자료사진

첫째, 우리 불교도 이제는 현대 지식정보사회의 급변하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불공 형태 등의 대중교화체계를 넘어서 현대사회의 급변하는 흐름에 동참하여 도심과 조직 속으로 파고드는 형태의 새로운 접근방식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49재, 백중재일, 초하루 등 몇몇 불교재일(齋日)에 맞춰 산사로 찾아오는 형태의 수동적인 신도관리를 넘어서서 도시와 직장 속에서 고뇌하는 현대인들과 함께 고민하고 신행하는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형태의 신도관리와 교화체계 증진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다양한 형태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고품격 교육프로그램과 수행프로그램을 제시함으로써 굳이 멀리 떨어져 있는 산사를 찾아오지 않더라도 보다 직접적으로 신행체계를 더욱 더 굳건히 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과 수행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하여 산사로 찾아오는 수행인들에게는 산속의 고요함과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리는 수행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되, 도심 속에서 고뇌하는 현대인들에게는 그러한 환경에 맞는 교육프로그램과 수행프로그램을 통해서 현대인들의 문제해결에 많은 신앙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현대불교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셋째,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은 전통적으로 사찰에서 제공하는 기초.중급.고급교리반과 같은 획일적인 형태를 뛰어넘어 현대지식과의 융복합 형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현대조직과 불교이론, 현대과학과 불교이론, 현대수행과 불교이론, 미래예측과 불교이론, 불교이론과 새로운 리더십 함양 등과 같이 현대조직의 CEO들이 필요로 하는 이론과 불교이론을 접목하는 융복합 형태의 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불교이론도 현대학문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새로운 형태의 융합이 필요하다. 불교의 핵심사상이야 변할리 없겠으나, 시대적 흐름에 맞춰 불교의 교육체계도 현대적 체계화와 업데이트가 필요한 것이다. 우주론, 양자물리, 뇌과학, 정책이론, 미래예측, 불교혁신 등에서 주장되는 현대학문들과 불교이론의 지식융합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넷째, 수행프로그램 역시 전통적인 기도와 수행법을 넘어서, 현대사회에 걸맞는 형태의 단기프로그램과 조도(助道)를 적극 활용한 형태의 수행프로그램들도 많이 계발되어 제공되어야 한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정적(靜的)으로 장시간 앉아 수행하던 체계에서 현대사회의 빠른 속도에 동적(動的)으로 부응하는 수행체계와 참회법 등이 계발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현대인들에게 단기 체감적으로 다가가는 새로운 형태의 수행프로그램들이 많이 제공되어야 한다. 참회 및 정화, 정견의 확립, 다양한 수행법의 접목과 조도(助道)의 활용 등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불교의 핵심종단인 조계종단의 냉철한 현실인식과 진단을 통해 보다 발전적인 형태의 종책관리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조계종단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현재 종단이 지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과 위기는 무엇인가, 또한 종단이 지니고 있는 미래지향적 발전가능성과 기회는 무엇인가? 한번 함께 고민하고, 이에 따른 발전적 형태의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

이에 한국불교의 현대화 및 미래지향적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불교연구소의 건립과 이러한 연구와 이론에 토대를 둔 다양한 수행프로그램과 교육프로그램을 실현할 수 있는 현대사회의 도심 속 불교아카데미의 건립을 건실히 하나하나 추진해 나갈 것을 다짐해본다.

미래는 단절과 불확실성, 속도와 불확정성 속에서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미래학자 제임스 켄턴(James Canton)은 이를 ‘극단적 미래(Extreme Future)’라고 표현하였다. 특히 정보화와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오늘날 인류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대변혁의 과정을 겪고 있다.

생활양식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시키고 있는 정보기술, 이로 인한 가치관의 혼란, 안전한 삶을 위협하는 온갖 두려움과 공포의 증대 등 우리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가능성을 현실로 경험하고 있다. 극단적 미래에서 우리를 위협하게 될 여러 가지 요인들은 무수히 많으며, 극단적 미래는 역동적이면서도 지금과는 단절된 다차원적 성향을 띠면서 다가오고 있다.

한국불교는 한국 정신문명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장기적 비전을 토대로 미래를 창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불교는 작금 우리나라가 처한 불확실성과 불확정성 속에서 새로운 기획과 창조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어야 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문명과 문화 창조’가 시작돼야 한다.

이에 따라, 어제의 도전을 막으면서 내일의 도전을 대비해야 하는 전방위적인 명민성이 요구되고 있으며, 변화를 창조하는 의식과 태도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현대의 상황에 맞는 수행법과 포교법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이를 교육과 수행에 접목시키는 일은 아주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이다. 함께 불조혜명의 뜻을 받들어 불법이 이 땅에 더욱 굳건하게 뿌리내리고, 불법의 진리가 더 큰 우담바라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동도제현의 선배스님들과 도반스님, 불제자 여러분들의 간절한 원력과 함께함을 기원하면서, 부족하나마 이 글을 맺는다.

 

[불교신문 2477호/ 11월19일자]

2008-11-15 오전 11:30:14 / 송고

 

http://www.buddhistnews.net/archive2007/200811/200811151226748355.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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