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나 공직자, 교육기관 등과 연루된 종교편향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법을 전공한 법학자들은 이러한 종교 편향적 행태들에 대해 ‘부당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학내 종교 강요의 위법성을 제기했던 강의석 군이 2심 고등법원에서 패소한 것에 대해 재판부의 판결이 ‘타당하지 않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사실은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공동대표 박광서)이 지난 5월 17일부터 6월 21일까지 전국 대학의 법학자 1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사회의 종교와 종교자유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법학자들은 국공립대(30.4%)와 사립대(69.6%)에 소속돼 있는 법학자들로 이들의 종교 성향은 개신교 25.5%, 가톨릭 23%, 불교 17.4%, 원불교 1.9%, 무교 28% 등이다. 특히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한 기독교계 신자가 전체의 48.5%로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기독교계의 공격적인 선교활동 등에 기독교계 법학자들 역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직자가 직무와 무관하게 특정종교를 찬양, 비난하는 행위가 정교분리에 위배되는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80.1%가 ‘그렇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를 응답자의 종교성향과 연계해 분석해보면 불교인 법학자의 82.3%, 가톨릭 법학자의 81%가 ‘정교분리 위배’라고 판단한데 비해 개신교 학자의 68.2%만이 ‘위배’라고 답해 다소 견해의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답변은 강의석 군과 대광학원의 소송에 대해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82.6%가 강의석 군의 주장을 받아들인 1심 재판부의 판결이 타당하다고 답한데 비해 대광고등학교의 의견을 받아들여 원고인 강의석 군의 패소를 결정한 2심 고등법원의 판결이 타당하다는 대답은 8%에 그쳤다.
그러나 이를 다시 응답자들의 종교성향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불자 법학자 100%를 비롯해 가톨릭 법학자 78.6%가 1심 판결을 지지한데 비해 개신교 법학자의 1심 판결 지지율은 63.2%, 2심 판결 지지율 역시 23.7%나 나타나 종교에 따른 견해차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와 함께 설문에서는 학내 종교교육에 대한 설문을 포함 ‘매주 특정요일 정규 교과시간에 1, 2학년 전원을 강당에 집합시켜 예배나 예불을 진행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중등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강제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88.6%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답했지만, 개신교인 법학자의 27.5%는 ‘그렇지 않다’고 답해 이에 대한 견해에도 차이를 드러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종교가 미래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50.9%)’, ‘앞으로 종교와 정치권력이 더욱 유착될 것(59.6%)’, ‘한국 사회에서 종교간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50.3%)’이라는 응답이 전체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실시한 윤남진 NGO리서치 소장은 “법학자들이 강의석 씨의 소송 뿐 아니라 종교사학에서의 종교자유 침해, 공공기관 및 공직자의 정교분리 위반에 대해 엄격한 판단기준을 적용해 응답했지만 적지 않은 개신교 법학자들의 답변이 종교의 자유보다는 선교 실행의 자유를 폭넓게 허용하는 쪽으로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는 종교 자유의 문제나 정교분리의 문제가 개별 논쟁의 단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법률과 제도의 마련으로 옮겨져야 할 시점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황민철 기자 h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