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진짜 말씀은 쉬웠는데…” |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
“도반이여, 참으로 태어남도 없고 늙음도 없고 죽음도 없고 떨어짐도 없고 생겨남도 없는 그런 세상의 끝을 발로 걸어가서 알고 보고 도달할 수 있다고 나는 말하지 않는다. 도반이여, 그러나 나는 세상의 끝에 도달하지 않고서는 괴로움을 끝낸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도반이여, 나는 인식과 마음을 더불은 이 한 길 몸뚱이 안에서 세상과 세상의 일어남과 세상의 소멸과 세상의 소멸로 인도하는 도닦음을 천명하노라.” 초기불전연구원 대림스님이 최근 번역한 ‘앙굿따라 니까야’(숫자별로 모은 경(經). 증지부 아함경)의 ‘로힛따사 경’에 등장하는 부처님 말씀이다. 신의 아들 로힛따사가 “어떻게 하면 생로병사가 없는 세상의 끝에 도달할 수 있습니까?”라고 한 질문에 대해 부처님이 대답한 말이라고 한다. 니까야, 즉 아함경은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40일 뒤 깨달음을 얻은 500명의 아라한이 모여 결집한 경전. 석가모니 입멸 직후에 결집된 경전답게 부처님 가르침의 원형을 접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경전이다. 수천개에 이르는 경전의 구절을 하나 하나 새기며 읽어가다 보면 “법과 율이 그대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는 석가모니의 유훈에 따라 스승의 입멸이라는 슬픔을 뒤로 한 채 장장 일곱달에 걸쳐 스승의 가르침을 외워 합송(合頌)하며 경전을 결집한 제자들의 열정이 손에 만져지듯 전해진다. “비구들이여, 이 형상 이외에 다른 어떤 것도 이렇듯 남자들의 마음을 유혹하는(사로잡는) 것을 나는 보지 못하나니, 그것은 바로 여자의 형상이다. 비구들이여, 여자의 형상은 남자의 마음을 유혹한다”는 등의 질박하면서도 친절한 표현은 중국의 한역(漢譯)을 거쳐 우리말로 다시 옮긴 ‘아함경’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이다. 사실 초기 불전연구원의 역경사업은 현실과 유리된 채 중국불교에 의존하며 화두타파에만 매달린 간화선 위주의 한국불교 비판과도 관계가 깊다. 책을 옮긴 대림스님이 빠알리어 삼장(三藏·고대 인도어인 빠알리어로 된 경(經)·율(律)·론(論)) 번역의 원을 세우고 인도로 유학한 것은 지난 1989년. 1983년 여성의 몸으로 출가한 뒤 강원과 선방에서 수행하다, “한국 불교에서 가르치는 깨달음의 세계가 지금 여기서 내게 시시각각으로 일어나는 탐·진·치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자각한 뒤였다. 그 뒤 인도 뿌나 대학교에서 산스크리트어 석사학위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는 등 13년 간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등지에서 산스크리트어와 빠알리어, 쁘라끄리뜨어 등의 언어를 공부하며 석가모니가 직접 가르친 초기 불전을 접한 스님은 “지금 현재 내게서 일어나는 문제를 눈 앞에서 이야기듯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듯한” 빠알리어 경전의 서술발식에 경이와 찬탄을 금치 못했다고 털어 놓는다. 2000년대 초반 귀국해 각묵스님과 함께 초기불전연구원을 설립하고, ‘아비담마 길라잡이’(전2권, 부처님의 경전을 이해할 수 있는 지침서. 2002년), ‘청정도론’(전3권, 니까야에 대한 주석서. 2004년)을 번역한 것에 이어 이번에 ‘앙굿따라니까야’를 불같이 번역한 것은 부처님의 직설을 대하는 환희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림스님은 총 6권 분량의 ‘앙굿따라니까야’ 중 앞부분 2권을 이번에 낸 것에 이어, 내년 여름까지 나머지 4권을 완역할 계획. 빠알리 삼장 중 부처님의 설법이 담긴 경장(經藏·니까야·아함경)은 ‘디가 니까야’(장부 아함경), ‘맛지마 니까야’(중부 아함경), ‘상윳따 니까야’(상응부 아함경), ‘앙굿따라 니까야’(증지부 아함경), ‘쿳다까 니까야’(소부 아함경)’ 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묶은 5부의 경전으로 전한다. 초기불전연구원은 이 가운데 이미 번역이 완료된 맛지마니까야와 상윳따니까야를 오는 2009년까지 번역하는 것에 이어 빠알리어를 공부한 스님, 재가신도들과 힘을 합쳐 쿳다까 니까야의 번역에 들어갈 계획이다. ‘쿳다까 니까야’는 일반에도 잘 알려진 ‘숫타니파타’를 비롯, ‘법구경’, ‘본생담’(석가모니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를 모은 경전) 등이 수록된 방대한 경전으로, 우리말 번역이 완료될 경우 모두 20~30권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디가 니까야’는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인 각묵스님이 지난 3월 번역을 완료했다. ‘디가 니까야’를 번역한 각묵스님은 지난 2001년 산스크리트어 원전을 직접 번역해 구마라즙의 한역본과 비교한 ‘금강경 역해’란 저서를 내놓은 뒤 교학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간화선을 수행하는 스님들의 무지와 한국 불교의 힌두화를 강력히 비판해 온 인물. 그는 이번 ‘앙굿따라 니까야’의 출간에 즈음해서도 기자들과 만나 “한국불교는 중국을 거쳐 전래하면서 왜곡되거나 잘못된 부분이 많다”면서 기존 불경들의 잘못을 지적했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는 빠알리어 삼장의 번역과 더불어 한문 불경을 번역한 기존의 경전들과 초기 불전들을 비교 대조해가며 잘못된 부분을 가려낼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
기사 게재 일자 2006/08/24 |
출처 : 초기불전연구원
글쓴이 : 초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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