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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과 범어

앞으로 한글 교육은 이렇게 해야 한다

앞으로 한글 교육은 이렇게 해야 한다

오늘날 한글 교육은 대부분 "가나다라마바사"로 시작한다. 유치원에서도, 초등학교에서도,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ㄱ, ㄴ, ㄷ의 순서를 외우고, '가', '나', '다'를 읽고 쓰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가나다라마바사'는 글자의 배열일 뿐, 말소리의 질서를 보여 주는 체계는 아니다. 왜 ㄱ이 첫 글자인지, 왜 ㅋ이 ㄱ 옆에 있는지, 왜 ㅁ은 입술소리이고 ㅇ과 ㅎ은 목소리인지, 이 순서만으로는 전혀 설명할 수 없다. 학생들은 글자는 배우지만 소리는 배우지 못하고, 결과는 익히지만 원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훈민정음 혜례를 보면 한글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는지 알수 있다. 훈민정음은 두 가지 질문에서 출발한다.

첫째는 "소리는 어디에서 나는가?"이다.

연구개에서 나는가, 혀에서 나는가, 입술에서 나는가, 치아에서 나는가, 목에서 나는가를 구분하고 각각 아음, 설음, 순음, 치음, 후음을 설명한다. 이것들은 소리가 나는 조음위치이며 발음기관의 이름이다. 

둘째는 "소리는 어떻게 나는가?"이다.

성대가 울리는가, 숨을 얼마나 내쉬는가, 코로 공기가 빠지는가에 따라 같은 위치에서도 서로 다른 자음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조음 방법이다. 이 두 가지 원리만 이해하면 모든 자음의 소리,특징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ㄱ과 ㅋ은 모두 연구개에서 나는 소리이다. 차이는 발음 위치가 아니라 숨의 세기이다. ㄱ은 숨을 적게 내쉬고, ㅋ은 숨을 강하게 내쉰다. 또 ㆁ은 같은 연구개에서 나지만 코로 공기가 빠지는 비음이다. 세 글자는 서로 아무 관계가 없는 글자가 아니라, 같은 장소에서 만들어지는 소리라는 공통점을 가진다.이처럼 훈민정음은 자음을 무작위로 배열하지 않았다. 모든 자음은 어디에서 나는가어떻게 나는가라는 두 원리에 따라 질서 있게 배치되었다.

 

따라서 지금처럼 '가나다라마바사'로 자음을 공부하는 것은 훈민정음을 만든 원리와 과학성을 모두 잊게만든다. 훈민정음이 뛰어나다는 말하면서 왜 뛰어난 글자인지 알수 없도록 만든다. 훈민정음의 원리를 이해하면 그대로 언어학의 깊이를 배우게된다. 

성대가 울릴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 왜 성대가 울리지 않는 소리순으로 자음이 배열되어 있는지, 이러한 원리를 이해하면, 글자는 외우는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는 대상이 된다.교실에는 단순한 가나다표 대신 자음표가 걸려 있어야 한다. 세로에는 어디에서 나는가(조음 위치)를, 가로에는 어떻게 나는가(조음 방법)를 나타내는 표가 있어야 한다. 학생들은 그 표를 보며 왜 훈민정음은 'ㄱ'으로 시작하고 비음으로 끝나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이러한 교육은 단순히 한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범어 등 다른 언어의 발음도 같은 원리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은 특정 언어만의 지식이 아니다. 같은 조음위치와 같은 조음 방법으로 발음하면 어느나라 사람이건, 누가 발음하건 같은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훈민정음은 말소리를 분석하여 그 기호를 만든 것이다. 그것도 특정소리를 낼때의 혀의 모양이나 입술의 모양에서 그 기호를 만든것이다. 세종은 인간의 발음기관을 관찰하고, 말소리의 생성 원리를 체계화한 뒤, 그 질서를 문자로 표현하였다. 이것이 훈민정음의 진정한 과학성이다.그 과학성은 브라흐미 문자로부터 중국에서 정리된 홍무정운의 용어들을 빌려다가 훈민정을 만들었다는 것을 증거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글자를 먼저 배우고 소리를 나중에 생각해 왔다. 이제는 그 순서를 바꾸어야 한다. 먼저 소리를 이해하고, 그 소리값에 해당하는 글자를 배우면 교육적으로도 훨씬 효과적이다.앞으로의 한글 교육은 단순히 "가나다라마바사"를 외우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소리는 어디에서 나는가"와 "소리는 어떻게 나는가"를 이해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세종이 『훈민정음 해례』에서 보여 준 교육 방법이며, 훈민정음의 과학성을 가장 충실하게 계승하는 길이다.

 

 


가나다라마바사만으로는 훈민정음을 이해할 수 없다

― 자음표가 보여 주는 훈민정음의 과학성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글을 '가나다라마바사'의 순서로 배운다. 이 순서는 글자를 찾고 읽고 쓰기에는 매우 편리하지만, 훈민정음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는 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나다라마바사'는 글자의 배열을 보여 줄 뿐, 말소리의 질서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나다라마바사'를 아무리 외워도 왜 ㄱ이 첫 글자인지 알 수 없고, 왜 ㅋ이 ㄱ 옆에 있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왜 ㅁ이 입술소리이고, 왜 ㅇ과 ㅎ이 목소리인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배우는 것은 글자의 순서일 뿐, 소리의 원리는 아니다.

반면 『훈민정음 해례』가 제시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해례는 글자의 모양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아음(牙音), 설음(舌音), 순음(脣音), 치음(齒音), 후음(喉音)을 설명한다. 이것들은 글자의 이름이 아니라 발음기관의 이름이다. 즉 훈민정음은 문자보다 먼저 사람의 입과 혀, 치아와 목을 설명하는 데서 출발한다.

훈민정음의 자음 체계는 두 가지 원리 위에 세워져 있다.

첫째는 어디에서 나는가, 즉 조음 위치이다.

연구개에서 나는가, 혀에서 나는가, 입술에서 나는가, 치아에서 나는가, 목에서 나는가를 먼저 구분한다. 이것이 아음·설음·순음·치음·후음이라는 다섯 범주의 의미이다.

둘째는 어떻게 나는가, 즉 조음 방법이다.

같은 연구개에서 나는 소리라도 숨을 적게 내쉬는지, 많이 내쉬는지, 성대가 울리는지, 코로 공기가 빠지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자음이 된다. 같은 발음 위치에서도 소리의 성질이 달라지면 다른 자음이 만들어진다.

이 두 원리를 표로 나타내면 훈민정음의 과학성이 한눈에 드러난다.

세로축에는 발음기관이 배열된다. 연구개, 혀, 치아, 입술, 목이 차례로 놓인다. 이것은 어디에서 나는가를 나타낸다.

가로축에는 소리의 성질이 배열된다. 숨의 세기와 성대의 울림, 비음 여부가 구분된다. 이것은 어떻게 나는가를 나타낸다.

모든 자음은 이 두 정보가 만나는 좌표 위에 놓인다.

예를 들어 ㄱ은 연구개에서 나는 무성음이고, ㅋ은 같은 연구개에서 나지만 숨을 더 강하게 내쉬는 거센소리이다. ㆁ은 같은 연구개에서 나는 비음이다. 따라서 이들은 우연히 나란히 놓인 것이 아니라 동일한 조음 위치에서 조음 방법만 달라지는 관계를 나타낸다.

이와 같은 원리는 다른 자음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된다. 설음, 순음, 치음에서도 같은 질서가 적용된다. 하나의 규칙이 모든 자음 계열에 반복되는 체계적인 구조이다.

이러한 자음표는 단순한 문자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발음기관을 평면 위에 펼쳐 놓은 음성학 지도이다. 사람의 입속이라는 3차원 공간을 2차원의 표로 바꾸어 모든 말소리를 질서 있게 배열한 것이다. 현대 국제음성기호(IPA)의 자음표 역시 조음 위치조음 방법이라는 동일한 원리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고방식은 매우 현대적이다.

훈민정음의 교육도 본래는 이러한 원리 중심의 교육이었다. 글자를 외우기 전에 먼저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도록 하였고, 발음기관의 구조를 이해한 다음 그 결과를 문자로 표현하도록 하였다. 다시 말해 글자가 먼저가 아니라 소리가 먼저였고, 암기보다 이해가 우선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육은 대부분 '가나다라마바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 방식은 읽고 쓰기를 익히는 데는 효율적이지만, 훈민정음의 설계 원리와 과학성을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학생들은 글자를 배우지만 말소리의 구조는 배우지 못하고, 결과는 익히지만 원리는 접하지 못한다.

훈민정음은 단순히 새로운 글자를 만든 문자가 아니다. 인간의 발음기관을 분석하고, 말소리의 생성 원리를 체계화한 뒤, 그 질서를 문자로 구현한 음성학적 문자 체계이다. 따라서 훈민정음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가나다라마바사'만 외울 것이 아니라, 자음표를 통해 어디에서 나는가(조음 위치)어떻게 나는가(조음 방법)를 함께 배워야 한다.

그때 비로소 훈민정음은 단순한 문자에서 벗어나, 인간의 말소리를 가장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시각화한 과학적 문자라는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