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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종책 제안서 4 사찰의 도로명주소 변경

불교종책 제안서 4

사찰의 역사성이 반영된 도로명주소 변경 추진

 

1.제안 배경

도로명주소 제도는 이명박 정부 시절 본격 시행되었다. 당초 목적은 국민 생활의 편리 증진과 물류비 절감, 국가 경쟁력 강화였다.그러나 서구식 도로 체계를 한국 전통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각 지역의 유서 깊은 지명과 문화적 정체성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불교계에서는 이를 불교전통문화 말살 정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2011년 조계종 중앙종회는 도로명주소 정책 반대 결의문을 준비했으나 채택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교계 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이후 전국의 사찰들이 자체적으로 도로명주소에 불교문화를 반영하기 위해 행정민원을 제기하고, 문화재청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는 실질적 노력을 이어왔다.그 결과, 서산 천장암, 지리산 백장암, 대원사 등의 사례처럼 사찰명과 역사적 의미가 되살아난 도로명주소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2. 역사성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도로명 주소

 

정부가 추진한 도로명주소 제도는 국민 생활의 편의성과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도입되었다.그러나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과정에서 전통사찰의 역사와 문화적 의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천 년의 역사를 가진 사찰들이 단순히 ○○○○번길이라는 행정 편의적 이름으로 바뀌어, 사찰 고유의 정체성과 불교문화의 상징성이 행정체계 속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봉암사는 원북길 33’, 은해사는 청통로 951-313’, 태고사는 청림동로 440’, 남원 승련사는 요천로 2675-90’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 주소만으로는 사찰의 역사성과 종교적 의미를 찾아볼 수 없다.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일부 사찰은 자발적인 노력으로 도로명주소를 변경하여 불교문화의 정체성을 되살리는 데 성공하였다.아래는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3. 전통사찰의 도로명 주소 변경 사례

 

서산 천장암의 사례

서산 천장암은 2012년 도로명주소가 처음 시행되었을 때 충청남도 고북면 장요리 산1번지라는 옛 주소를 잃고 서산시 고북면 고요동 193-98’이라는 새로운 도로명주소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이 주소는 천장암의 역사성과 불교문화적 의미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으며,사찰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이에 당시 주지 허정 스님과 신도들이 뜻을 모아, 행정기관에 도로명 변경을 지속적으로 건의하였다.그 결과, 주소는 천장사길 100’으로 변경되었다.

 

지리산 백장암의 사례

지리산 백장암은 천왕봉 자락에 위치한 선종 도량으로,기존의 주소는 천왕봉로 447-76’이었다. 이 역시 행정 편의에 따라 지정된 이름으로, 사찰의 정체성과 불교적 상징을 찾아볼 수 없는 주소였다. 이에 백장암의 스님들과 신도들은 도로명주소의 역사성과 문화적 의미를 회복하기 위해 변경을 건의하였다. 그 결과 백장암길 66’이라는 새 도로명주소가 부여되었다.

이 이름은 중국 선종의 시조이자 백장청규를 제정한 백장선사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불교 선종의 정신과 교학적 전통을 담고 있다. 백장암의 도로명 변경은 불교적 의미가 담긴 지명을 다시 회복한 대표적 사례이며, 지리산을 찾는 순례객들에게도 사찰의 정체성을 명확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지리산 대원사의 사례

지리산 대원사는 천왕봉 동쪽 자락에 위치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비구니 참선도량이다.신라 진흥왕 9(548)에 연기조사가 처음 평원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였고,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다층석탑을 세워 사리를 봉안했다고 전한다.

이 대원사의 옛 주소는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 304’였으며,도로명주소가 시행되면서 평촌유평로 453’으로 바뀌었다. ‘평촌유평을 단순히 결합한 인위적인 이름이었기 때문에,사찰을 찾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혼란을 겪었다. 이에 주지 기현 스님과 사중 대중은 2019년 여름부터 사찰의 역사성과 전통을 반영한 도로명으로 변경해 달라는 청원을 관청에 지속적으로 제출하였다. 관청은 이를 검토한 끝에 2020년부터 도로명주소를 대원사길로 변경하였다.이로써 대원사는 대원사길 455’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1500년의 역사를 지닌 사찰의 이름이 공식 행정체계 속에 되살아나게 되었다.이 과정은 단순한 주소 변경이 아니라,사찰이 스스로의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행정과 협의하고 문화유산 보전의 근거를 마련한 모범적 사례로 평가된다.대원사는 이러한 성과를 계기로 불교문화의 정체성을 회복하였을 뿐 아니라,방문객의 편의를 높이고 지역문화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였다.

 

4. 결론

도로명주소 속에서 사찰의 이름이 사라진다는 것은,곧 불교의 역사와 정신이 행정지도에서 지워지는 것을 의미한다.서산 천장암, 지리산 백장암, 지리산 대원사의 노력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불교문화의 정체성을 지켜낸 귀중한 사례이다.이제 조계종단은 이러한 현장적 성과를 제도화하여 전국의 전통사찰이 스스로의 이름과 역사를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그것이 불교문화의 역사성을 복원하고,1600년 오랜 역사를 가진 불교가 국민의 삶 속에 살아있게 하는 길이다. 주소는 그 건물의 이름이며 얼굴이다.주소가 한번 정해지면 그 이름은 백년 천년 지속된다. 사찰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살릴수 있는 도로명주소를 갖는 것은 이 시대에 대한민국 스님들이 해야 할 사명이자 포교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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