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종책 제안서1
삼귀의 한글화 문제점
1. 제안 배경
조계종에서는 특이하게도 삼귀의의 한글 표기에서 “승가”가 “스님들”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승가(Saṅgha)가 지닌 공동체성과 제도성(포살, 자자, 갈마 등)이 개인 승려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축소되어, 귀의처의 본래 의미와 불교 공동체 운영 원리가 대중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경전과 율장의 용례는 승가를 특정 사람이나 사라들로 규정하지 않고, 규범과 절차를 갖춘 공동체로 규정함에도, 현행 한글 삼귀의에는 “승=스님”으로 번역되어 교학적 오해와 신행 현장의 혼선을 낳고 있다. 이 문제는 신도 교육, 보시·공양의 대상 이해, 사부대중의 권리·의무 인식, 교단 운영의 정당성에 직결되며, 조계종 종헌 및 의례의 현대화·표준화 과제와도 맞물려 시급히 정비되어야 한다.
2.승가(Saṅgha)의 유래
인도에서 전해진 경전을 중국에서 번역하면서 의역을 하지 않은 단어들이 있다. 열반(닙바나),반야(빤냐),삼매(사마디),선(자나),불타(붓다),달마(담마),승가(상가),보살(보디사따),바라밀(빠라미따), 탑(수투파)과 같은 단어들이다. 이런 단어들은 단어 하나에 깊고 넓고 총체적인 뜻을 포함하고 있어서 의역을 하면 의미가 훼손되거나 왜곡되기 때문에 발음을 그대로 옮겨적은 음사를 선택하였다. 그 대표적인 단어가 승가(Saṅgha)이다. 승가는 본래 '모임','집단'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던 말이다. 부처님은 물론 육사외도의 수장들도 상기(saṅghī,무리의 지도자) 가니(gaṇī,집단의 지도자)라고 불렸다. 그런데 이 단어를 가져와 불교만의 용어로 만들었다. 그래서 승가에는 귀의처(歸依處), 화합(和合), 평등(平等), 공의(公議), 청정(淸淨), 복전(福田)등의 의미가 포함되게 되었다.
3. 승가(Saṅgha)의 변질
그런데 음사된 승가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질되었다. 붓다를 불타(佛陀)라고 음사하고 나서 타(陀)가 생략되어 불(佛)로 단축되었고, 승가(僧伽)도 가(伽)가 탈락되어 승(僧)이 되었다. '승가'를 승(僧)으로 단축하면서 공동체(僧団)의 의미가 승려,스님,중,염불승,화주승이라는 개인을 의미하는 단어로 변질되었다. 이런 이유로 '승가=스님', '승가=스님들'이라는 오해가 생겨났고 '귀의승'을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번역하게 되었다. 현재의 천수경등에는 음사된 불타, 달마,승가와 단축된 불(佛),법(法),승(僧)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한편 승가(Saṅgha)는 衆. 和合衆, 和合僧등으로 의역 되기도 하였다. 승가를 화합하는 모임(和合衆), 화합하는 승가(和合僧)라고 번역한 것은 정기적인 포살과 자자 그리고 대중공사로 화합을 유지하는 단체임을 설명하기 위한 노력이다.
4. 승가(Saṅgha)의 범위와 구성원
경장에서는 승가를 사쌍팔배의 출가자의 공동체라는 의미로 사용하였고 율장에서 4인승가, 5인승가, 10인승가, 20인승가, 20인 이상의 승가, 이렇게 5종류의 승가만을 인정하였다. 승려 2~3인의 모임은 별중(gaṇa)이라고 불렀다. 율장에서는 승가는 공동체에서 거행되는 징계,갈마,포살과 자자등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승가의 범위와 규칙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승가의 의미가 더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그런데 전재성거사는 “승보에는 비구비구니승가가 모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예류향에서부터 열반에 도달한 아라한 까지의 사쌍팔배의 참사람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재성거사의 주장과는 다르게 초기경전에서 “저는 세존께 귀의하옵고, 법과 비구승가에 귀의합니다.(bhikkhusaṅghañca)"라는 문장이 수없이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 경(M118)에는 '승가의 범위'를 '예류자, 일래자,불환자,아라한'을 포함하여 '자애를 닦는 범부 비구,들숨날숨을 닦는 범부 비구들'을 포함하여 설명하고 있다. 현재 조계종은 종헌 제8조에 ‘본종은 승려(비구, 비구니)와 신도(우바새, 우바이)로서 구성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 때문에 우리종단의 불자들은 승가에 재가자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하지만 승가는 율장에 의거해서 갈마를 할 수 있는 비구비구니들만 포함된다. 보배경등 경장에서 승가는 사쌍팔배라는 성자들을 강조하고 마음챙김경(M118)과 율장에서 승가는 갈마를 하는 성인과 범부비구를 포함한 현전대중을 의미한다.
5. 번역자들의 오류
초기경전 번역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각묵스님은 “승가로 음역한 상가(Saṅgha)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함께 모인 집단을 뜻하며 불교에서는 좁게는 비구 비구니의 승단, 넓게는 비구비구니, 청신사청신녀의 사부대중의 모임을 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디가니까야 1권(2007년) p.80주석)
전재성거사는 “재가자를 포함시킬 때 승가라는 말 대신에 사부대중이라는 말을 쓴다. 그러나 승가안에 재가자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사방승가 안에는 재가자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디가니까야1권 해제 41p)
그런데 출가자와 재가자가 서로 의지해 있고 재가자가 승가를 외호하고 있다는 사실과 '재가자가 승가에 포함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사방승가'도 '현전승가'의 집합일 뿐이므로 '사방승가'에 재가자가 포함된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 이렇게 초기경전을 번역하고 있는 사람들조차 승가에 재가자가 포함된다고 설명하여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종도들의 혼란을 야기함으로 종단이 적극 나서서 세미나를 개최하여 바로 잡아야한다. 너무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6. '승가=스님들'이 아닌 구체적인 이유
첫째, 스님은 비구(bhikkhu)나 비구니(bhikkhuni)를 번역한 단어이다. 복수 '스님들'은 비구들(bhikkhū), 비구니들(bhikkhunī)을 번역한 것이다. 스님이나 스님들은 상가(saṅgha)의 번역어가 될 수 없다.
둘째, ‘스님들’은 2인 이상의 스님들을 의미하는데 승가는 최소한 4인 이상이어야 한다. 2~3인의 스님들 모임은 자자 포살 등 여법한 갈마를 할 수 없기에 승가라고 부르지 않고 왁가(vagga)라고 부른다.
셋째, 승가를 ‘스님들’로 해석한다면 ‘스님들’이 병들고 죽으면 승가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부처님은 스님 개인에게 보시했을 경우 그 비구가 계율을 잘 지키지 않고 비난받을 짓을 하게 되면 보시한 것을 후회하게 된다고 말하며 승가에 보시하도록 권하고 있다. “개인에게 보시했을 경우 혹은 몇몇 스님들에게 보시했을 경우 그 비구들이 계율을 잘 지키지 않고 비난받을 짓을 하게 되면 보시한 것을 후회하고 스님들을 원망하게 된다. 스님에게 보시하지 말고 승가에 보시하십시오.”(A6:59)
넷째, 스님들께 보시하는 것과 승가에 보시하는 것은 공덕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인다. 『웰라마 경』(A9:20)에서 대상에 따라 공덕이 달라짐을 설명하면서 ‘승가’에 보시하는 것이 아라한이나 부처님께 보시하는 것보다 공덕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열명의 사다함, 백명의 아나함, 천명의 아라한도 승가는 아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백명의 아라한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부처님께 보시하는 것보다 ‘승가’에 보시하는 것이 공덕이 더 크다”고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이다. 승가는 언제나 사방승가, 현전승가, 비구승가, 비구니승가등 공동체성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장자여, 견해를 구족한 한 사람을 공양한다면, 이것은 그것보다 더 큰 결실이 있다. 장자여, 견해를 구족한 백 명의 사람들을 공양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일래자를 공양한다면, 이것이 그것보다 더 큰 결실이 있다. 장자여, 백 명의 일래자를 공양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불환자를 (…) 백 명의 불환자를 공양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아라한을 (…) 백 명의 아라한을 공양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벽지불을 (…) 백 명의 벽지불을 공양하는 것보다 부처님을 상수로 하는 비구승가를 공양한다면 (…) 사방승가를 위하여 승원을 짓는다면 (…) 이것이 그것보다 더 큰 결실이 있다.”(A9:20)
다섯째, 부처님은 불멸 후 미래세에 계행이 청정치 못하고 삿된 법을 가진 가짜 수행자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하시며 설사 그들에게 보시하더라도 승가라는 이름으로 보시하면 공덕이 헤아릴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
“아난다여, 미래세에 계행이 청정치 못하고 삿된 법을 가졌으며 노란 가사를 목에 두른 일족들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승가를 위해 그 계행이 청정치 못한 자들에게 보시를 베풀 것이다. 아난다여, 그렇더라도 승가를 위한 보시는 그 공덕이 헤아릴 수 없고 잴 수 없다고 나는 말한다. 아난다여, 개인에게 하는 보시가 승가에게 하는 보시보다 그 과보가 더 크다고 나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M142)
여섯째, 부처님은 마지막 유언으로 ‘승가’에 대해서 의심이 있으면 물으라고 하신다. 만일 승가가 ‘스님들’이라면 부처님은 “스님들에 대해서 의심이 있으면 물어라”고 말한 격이 되는데 이러한 물음은 적절치 않다. 부처님이 승가에 대해서 물으라고 한 것은 그동안 부처님이 제정한 승가의 운영방법 즉, 포살, 자자, 수계갈마, 징계 갈마, 탁발하는 법, 객스님의 권리와 의무, 은사스님을 모시는 법 등에 대해서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물으라는 것이다. 승가는 승가운영에 대한 모든 규칙을 포함하고 있다.
“비구들이여,어느 한 비구라도 부처나 법이나 ‘승가’나 도나 도 닦음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나 혼란이 있으면 지금 물어라. 비구들이여,그대들은 ‘우리의 스승은 면전에 계셨다. 그러나 우리는 세존의 면전에서 제대로 여쭈어보지 못했다’라고 나중에 자책하는 자가 되지 말라”(D16)
일곱째, 승가에 보시된 사찰과 임야등은 공유재산으로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수행자들에게 공유된다. 어느 날 왕사성에 사는 재가자는 스님들이 밤새도록 수행하다가 아침에 이슬을 맞으며 나무 밑이나 동굴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스님들이 이슬을 맞지 않고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60개의 꾸띠를 지어 스님들께 보시하려고 했다. 막상 그 꾸띠를 스님들에게 보시하려고 했을 때 부처님은 “그 60개의 꾸띠는 현재와 미래의 사방승가(四方僧伽)에 보시하십시오”라고 말했다. 부처님의 이 말씀 이후로 현재까지 모든 승원과 수행처소들은 사방승가에 보시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국경을 초월하여 모든 사찰과 승원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수행자들이 주인으로 살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승가에 보시하면 공유물이 되지만 스님이나 스님들에게 보시하면 사유물이 된다.
여덟째, 승가는 정법(正法)과 비법(非法)에 대한 논쟁이 생겼을 때 그것을 판가름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이다. 부처님은 승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법(法)과 비법(非法), 율(律)과 비율(非律)에 대해 발생한 분쟁을 다수결(yebhuyyasikā)로 해결하도록 제정해 놓았다.
아홉째, 승가는 부처님 사후에 새로운 계목을 제정하거나 폐기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이다. 부처님이 살아계신 당시에는 부처님만이 계율을 제정하셨다. 그런데 부처님이 열반하시고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승가는 주위 환경에 맞는 새로운 계율이 필요하게 되었다. 오직 승가에게 새로운 규칙을 정하고 사소한 규칙은 없앨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이것은 불멸 후 227개였던 빠알리율이 사분율에서는 250개가 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사분율에는 불상과 탑에 관련된 새로운 규칙이 20여 개나 더 나타나고 있다.
열번째, 승가는 불법이 유지되도록 수계를 주어 출가자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단체이다. 출가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 지라도 승가에서 선출된 계단위원회에서 수계를 하지 않으면 비구,비구니가 될 수 없다. 수행 공동체이자 전법 공동체인 승가에서 비구,비구니를 배출하지 않으면,그러한 출가자들에게 승가의 운영에 대한 것을 교육시키지 않으면, 세상에는 승가가 유지되기 어렵다.
열한번째, 부처님이 반열반하시고 석달후에 스님 5백명이 라자가하에 모여 제1차 결집을 하였고, 100년후에는 열가지 계율문제에 대해 칠백명이 웨살리에서 제2차 결집을 하였다. 이러한 기록이 논장이나 주석서에 기록하여 전하지 않고 율장 소품에 넣어 전승하고 있는 것은 승가의 결정이 곧 부처님의 결정과 다름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승가는 부처님의 입멸후에 부처님의 권한을 대행하는 권위를 갖는다.
열두번째, 우리 선배 스님들은 삼귀의를 ‘귀의불양족존(歸依佛兩足尊) 귀의법이욕존(歸依法離欲尊) 귀의승중중존(歸依僧衆中尊)’으로 번역하였다. ‘지혜와 실천을 갖추신 존귀한 부처님께 귀의한다’, ‘탐욕을 떠난 존귀한 가르침에 귀의한다’, ‘일체의 대중(衆) 가운데서 존귀한 공동체에 귀의한다’라고 해석한 것이다. 승가를 스님들로 번역하는 것은 공동체성을 상실하게 만들고 승가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권리와 의무를 잊게 만든다.
7. 결론
'승가'에는 단순한 모임,공동체라는 번역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종합적인 의미가 있다. 마치 자동체 부품이 모여 있다고 자동차가 아니듯이 '스님들'이 모여 있다고 승가가 아니다. 자동차 부품이 각 부품에 맞게 조립되고 기름이 채워져야 차가 굴러가듯이 승가는 전원이 참석하여 포살,자자,갈마를 하고 보시물을 평등하게 나누며, 평등한 참종권, 발언권이 주어져야 승가라 불리게된다. 승가에서 화합의 의미도 일반적인 화합과 다르다.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화합이나니라 구성원 전원이 참석하는 것을 화합(samagga)이라고 한다. 전원이 모이지 않으면 비화합(vagga)이다.어떤 수행자가 병 들어 참석하지 못하면 자신의 권리를 위임해야한다. 한 사람이라도 참석하지 않으면 비화합이라는 말은 승가 구성원은 그 사람의 지위나 용모나 능력에 따라 차별받지 않으며, 존재하는 그 자체로 평등하게 존중받는 존재라는 의미다. 현재 승가의 의미를 알지 못하기에 조계종은 '스님들께' 귀의하고있다. ‘스님들께 귀의한다’는 한글 삼귀의를 10년이 지나도록 바꾸지 않는 것은 종단의 모든 사부대중이 승가의 의미를 모르고 있다는 증거다. 종단은 출가자들에게 제일 먼저 승가의 의미를 가르쳐야 한다. 세계불교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승가에 귀의하지 않고 스님들께 귀의하는다는 오명을 조계종은 지금이라도 떼어 내야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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