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長子)종단이라는 오해
대한불교조계종을 흔히 한국불교의 장자(長子)종단이라고 부른다. 타종단에서 조계종을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종단 소속 스님들과 불자들이 하는 말이다. 조계종이 장자종단이라면 태고종, 천태종, 관음종, 법화종, 진각종등과 형제 종단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다른 종단을 조계종과 같은 승단이라고 인정하는 것이고, 다른 종단의 승려들을 같은 도반(道伴)이라고 인정하는 말이다. 세속에서는 혈연(血緣)으로 맺어진 자식들을 형제라고 부르지만, 출가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승가의 규칙을 수지(受持)하고 실천해야 형제 즉, 도반(道伴)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대한불교조계종 종헌 제9조 1항에는 "승려는 독신자라야 한다."라고 명시되어있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종단(승단)이라면 율장에 맞게 독신자 종단임을 내걸어야 한다. 하지만 태고종 홈페이지(http://www.taego.org/)의 안내에서 태고종의 종지종풍란에는 독신 규정을 지우고 다음과 같이 승려의 결혼을 허락하고 있다.
"태고종은 자기 수행만을 위주로 하는 은둔적이고 폐쇄적인 소승적 태도를 지양하고 사회속에 뛰어들어 직접 중생들과 고통을 나누며 중생구원의 보살불교를 실천하는 '대승교화종단'으로 취처와 가족생활을 인정하는 진보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충남의 어느 태고종 사찰에서는 위 글에서 “대승교화종단이다”라는 문장에서 그치고 “취처와 가족생활을 인정하는 진보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은 삭제한 체로 자신의 사찰을 소개하고 있다. 그 부분이 떳떳하지 못하고 자랑스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이 만드신 율장의 비구 계목, 비구니 계목으로 포살하지 못하는 태고종, 개인재산을 인정하는 태고종은 정확한 의미에서 승가가 아니다. 태고종 스님과 조계종 스님을 같은 자리에서 포살과 자자를 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계율의 차이 때문에 같은 자리에서 포살과 자자를 할 수 없는데 어떻게 태고종을 형제(兄弟)로 인정하고 차자(次子)로 인정할 수 있겠는가? 태고종은 승려가 결혼하고 가족생활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함에도 도리어 독신 승단을 은둔적이고 폐쇄적인 소승적 종단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승려가 결혼하는 것이 대승적이고 진보적인 것이라면 태고종은 결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종헌, 종지종풍에 넣어서 자주자주 알리고 승려의 부인들에게도 승단의 주요 직책을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조계사에서 개최된 ‘전국승려대회’에는 태고종등 결혼하는 종파의 승려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하나의 율장을 가지고 같이 포살과 자자를 행하지 못하는 승려들의 모임은 '승려대회'라고 부를 수 없다. '불자대회'라고 불러야한다. 조계종단이나 불교신문, 불교방송등 교계 기자들은 승가가 무엇인지 모르기에 모두 승려대회라고 부르고 있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조계종단에서 만든 삼귀의에서 ’승가에 귀의합니다‘라고 하지 않고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조계종의 잘못된 삼귀의를 비판하지 못하는 승려들과 학자들과 기자들의 무지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조계종 스님들과 불자들은 조계종이 한국불교의 장자종단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작년에 천년동안 승가의 공유물로 전승되어오던 조계산 선암사가 사회법의 판결에 의해서 태고종의 소유가 되었다. 사회법에 의하면 선암사는 현재 태고종 승려들이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기에 태고종의 소유라고 판결 할 수 있지만 2700년간 내려오는 승가정신에 의하면 이 판결은 승가의 공유물을 승가가 아닌 곳에서 탈취한 것이다. 조계종은 승가의 의미를 모르므로 사회법으로만 싸우다가 패소하게 된 것이다. 몇 천년이고 후대의 승가에 물려주어야 할 공유물을 빼앗긴 것은 대한민국 불교역사에서 매우 불행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현재까지 이 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종단의 소임자도 한 사람도 없다.
한국불교가 장자종단이라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가 승가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고 조계종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발언이다. 승단과 종단에 대한 이해가 정확한 이해가 없기에 이러한 말들을 쓰면서도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조계종 스님중에도 은처가 있고 계율에 맞지 않게 고급 승용차를 타는 스님들이 있다". "태고종 스님들 중에서도 결혼하지 않는 스님들이 있다"고 반론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현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이 글을 쓴 취지는 우리가 승가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자는 것이고 우리가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몰랐을 때, 어떠한 일이 발생하는 지를 알리기 위해서 쓴 글이다.
페이스북 '장자(長子)종단이라는 오해'라는 나의 글에 달린 법우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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