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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성지순례기

불교성지를 순례하는 자세

 

인도 불교성지를 순례하는 자세

 

성지순례는 부처님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음미함으로서 이천육백년의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는 부처님과 함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지순례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마음으로 경전을 독송하고 성지에서 그 내용을 음미하여야한다. 독송후에는 더욱 깊은 이해를 위해 일행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더욱 좋다. 어렵게 비용과 시간을 들여 부처님 성지를 순례하는데 한국에서 하던 참선과 정근과 108배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처님은 당신이 열반하시기 직전에 성지순례를 당부하셨다.

 

아난다여, ‘여기서 여래가 태어나셨다.’ ‘여기서 여래가 위없는 정등각을 깨달으셨다.’ ‘여기서 여래가 위없는 법의 바퀴를 굴리셨다.’ ‘여기서 여래가 반열반하셨다.’라면서 믿음을 가진 비구들과 비구니들과 청신사들과 청신녀들이 이곳을 방문할 것이다. 아난다여, 누구든 이러한 성지순례를 떠나는 청정한 믿음을 가진 자들은 모두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좋은 곳, 천상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부처님 말씀대로 성지순례의 공덕으로 천상에 태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현생에 부처님의 삶을 본받아 보람있고 지혜롭게 삶을 살아가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의미있고 감동적인 성지순례가 되려면 부처님 생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렇치 않으면 인도성지순례는 곧 실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인도불교성지는 먼지가 폴폴나는 벌판에 벽돌 무더기나 돌조각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성지순례에서도 유효하다. 불자들중에는 부처님생애를 자세하게 이해한 사람들이 드물다. 게다가 89일이나 1011일 짧은 기간에 성지순례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어서 경을 읽고 사유하고 토론하는 여유로운 순례가 되기 어려운 조건이다.

성지에서 한국불자들이 순례 하는 모습을 자주 지켜보았다. 현장에 맞는 설법을 하는 스님과 불자들도 있지만 대개는 한국말을 아는 현지 가이드로부터 성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인솔하는 한국 스님의 주관으로 기도와 참선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자리를 이동한다. 그 성지에 관련된 경을 읽는 순례단은 희유하다. 경을 읽지 않으니 부처님 가르침에 대해서 사유 음미해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국내에서 하던대로 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정근, 다라니기도, 참선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불자들에게만 발견되는 모습이 있다. 보드가야 대탑을 도는데도 모자를 쓰고 탑돌이를 한다. 아무개야!라고 크게 이름을 부른다. 빨리빨리!라고 외치며 뛰어 다닌다. 설법을 듣고 박수를 치고 크게 웃는다.

 

태국,미얀마, 스리랑카등의 남방불교 불자들은 단체로 하얀 옷을 입고 인솔하는 스님을 따라서 삼보에 대한 찬탄으로 성지에 들어선다. 성지에 도착해서는 반드시 독경을 한다. 인솔하는 스님이 없는 경우에도 불자들끼리 독경을 한다. 의미있는 성지순례가 되기 위해서는 경을 읽을 수 있는 가이드북을 선정하고 미리 성지순례에 대한 자료를 배포한다. 가이드북이나 자료를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이나 각 유적등에 관련된 논의 주제2~3개씩 선정하여 미리 생각해보게 한다. 예를 들어 룸비니에서는 부처님의 출가 경로(徑路)는 어떠했나?’ 보드가야에서는 부처님은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닫고 나서 왜 자리를 일곱번이나 옮겨 다니셨나?’ 상카사에서는 왜 부처님은 사위성에서 도리천으로 올라가시고 내려올 때는 상카사로 내려 오셨나?‘ 녹야원에서는 부처님은 12연기를 깨달으셨는데 오비구에게 첫 설법을 할 때는 왜 사성제를 설하셨나?‘ 꾸시나라에서는 왜 부처님은 80세의 몸을 이끌고 라자가하에서 출발하여 꾸시나가라까지 와서 열반하셔야 했을까?‘라는 등의 문제를 미리 제시해 놓으면 불자들은 미리 사유해볼 시간을 갖을 수 있고 해답을 알고 싶은 욕구가 증가하게 된다. 성지를 참배하는 동안에 성지와 관련된 이야기만을 하고, 부처님과 관련된 의문을 품고 순례를 한다면 성지순례는 더욱 진지하고 의미있게 될 것이다. 단체로 순례할 경우에 다음과 같은 순서대로 진행한다.

 

1. 성지에 도착하면 성지에 나무 그늘에 자리를 펴고 삼배를 올린 뒤 참선을 한다.(각자가 가지고 다니기 편리한 방석을 미리 준비한다)

2. 자리가 정돈되면 삼귀의를 한 뒤 성지와 관련된 경을 큰소리로 함께 읽는다.(목소리가 좋은 사람이 있다면 혼자서 경을 읽어도 좋고, 돌아가면서 읽어도 좋다.)

3. 법사는 경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고 질문을 받는다.(주로 미리 제시된 논의 주제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4. 자리를 정돈하고 유적을 둘러본다.

5. 그 성지에 좌선,독경,기도하는 외국 스님들이 있으면 인사를 하고 보시를 올린다.

6.매일 아침이나 저녁에 정기적인 차담시간을 만들어 성지순례에서 느낀점과 다음 일정을 공유한다.

 

위와 같은 순서대로 순례를 진행한다면 1시간정도 걸릴 것이다. 경을 읽고 유적을 둘러보는 사이에 기도, 절하는 시간을 할애하면 2시간 이상도 걸릴 수 있다. 경이나 유적에 관련된 논의주제에 대해서 이야기가 차를 타고가는 동안이나 공양시간에도 계속 이어지면 성공적인 순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숙소를 잡을 때에도 호텔만을 고집할것이 아니라 다른나라 사찰에서 묵어보고 통역사를 동원해서라도 다른나라 스님들에게 법문을 청해 듣는다면 더욱 풍성한 순례가 될 것이다. 순례를 하고 나서 자신의 블러그나 SNS에 성지순례기를 쓴다면 본인에게는 정리의 시간이 되고 타인에게는 신심을 증장시키는 법보시가 될 것이다. 순례를 하면서 순례기를 쓰려는 마음을 갖은 사람은 그렇치 않는 사람들과 순례하는 자세가 다르게 된다. 기록하려는 마음은 성지를 더욱 자세히 보게하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게 하는 공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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