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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말걸기

미얀마 여행

 

 

 

 

미얀마1

 

 

 

미얀마에 도착한 이후로 몇 번 글을 쓰려고 했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미얀마는 처음 방문하는 나라인데다 날씨가 덥고 자주 숙소를 옮기는 탓에 차분하게 글을 쓰거나 책을 볼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오면서부터 장이 좋지 않더니 여행내내 속이 부글부글 끊는 증세가 지속 되었다. 양곤에서 이틀 머물고 14시간동안 밤기차를 타고 만달레이에 도착하였다. 만달레이에서는 인도에서 공부했던 스님을 만나기도 하였고 이틀만에 다시 삔우린(pin oo rin)에 도착하였다. 그래서 여행 일주일째인 오늘 중국과 국경이 가까운 시뽀(Hsipaw)라는 도시에서 처음으로 글을 쓰는 여유를 가진다.

 

이번 여행은 해외여행 경험은 커녕 제주도 가는 비행기도 못타본 진월거사와 함께하고 있다. 아마 둘이 다니는 여행이기에 혼자만의 시간이 더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진월거사는 천장사에서 부목거사로 그와의 인연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는 귀가 잘 안들리는 데다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이왕에 안들리는 거 한국말이 안들리나 영어가 안들리나 안들리는건 마찬가지라며 나는 그에게 전격적인 해외여행을 제안했다. 갈 곳 없는 처지가 된 우리의 동병상린의 마음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해외여행은 정말 생뚱맞은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천장사에서 같이 지냈다는 인연이 깊어서인지 한 두번 거절하다가 나를 따라 나서기로 했다.

 

그가 유일하게 미얀마와 인연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의 생김새가 매우 미얀마사람을 닮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얀마 사람에게도 저이는 미얀마사람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시뽀에서는 2박3일의 트레킹을 하였다. 여기저기 미얀마 여행기를 찾아 읽다보니 시뽀에서의 트레킹에 대하여 감탄의 글을 읽게 되었다. 그래서 이왕이면 자연속으로 들어가 미얀마의 농촌 탐방도하고 순수한 미얀마 사람들을 만나보고 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트레킹 알선업체로 유명한 미스터 찰스게스트하우스에서 트레킹을 신청하고 다음날 8시에 가이드와 만나기로 하였다. 2박3일트레킹에 1인당 4만짯을 지불했는데 거기에는 2박3일동안 숙박비와 음식등 일체의 비용이 포함된다. 보통 외국인들은 1박2일 트레킹을 많이 신청하는데 1박2일은 2만5천짯이다. 우리는 남는게 시간이라 2박3일을 신청하였다. 가이드와 팀원은 출발하기 직전에 상견례를 하게 되는데 우리의 가이드는 나이드신 조왼이었다.

 

 

우리팀은 나와 진월거사, 영국남자와 스웨덴여자 커플 그리고 가이드 이렇게 5명이었다. 찰스게스트 하우스에 소속된 가이드만 해도 30명이나 되며 가이드 한명이 일주일에 2번정도 일한다고 하였다. 나는 왜 우리팀에 영어도 별로 못하는 나이든 가이드가 배정되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곧 하늘의 뜻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8시 30분에 게스트하우스를 출발하여 논길과 밭길을 걷다가 오르막길인 산길로 진입하였다. 중간에 다른팀들과 스치고 동행하고 휴게소에서 다시 만나고하며 길을 걸었다. 처음에는 가이드는 진월거사에게 몇가지를 물었는데 진월거사가 아무런 댓구를 하지않자 이후부터는 나하고만 대화를 하였다. 우리는 쉬엄쉬엄 16시간을 걷고서 2시쯤에 판캄마을에 도착하였다. 점심을 2시가 넘어서야 먹는다는 걸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힘들어 지치고 배고퍼서 마을에 도착하였을 때는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래도 마을어귀에 동자승과 젊은스님들이 축구를 하고 있어서 그걸 보느라 기분이 좋아졌다. 축구를 하지 못하는 더 어린 아이들은 슬리퍼 던지기를 하며 놀고 있었다. 가이드에게서 들은 미얀마의 상황은 정말 어려웠다. 하루종일 일해도 받는 인건비가 남자가 5000짯(한국돈 5천원) 여자가 4000짯 정도라고 했다. 산골이라 옥수수농사와 차농사를 주로 짓는데 옥수수값과 찻값이 좋지 않아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고 한다. 미얀마사람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보기 위해서 미얀마를 여행하고 있고 숙소는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음식값이 싸다는 것을 잇점으로 알고 있었는데 미얀마 사람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알게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아직 순수한 미소를 잃치 않은 것은 산속에 살아서 일까? 아니면 아직 부분적으로 개방이 되어서 일까? 미얀마에서 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 영국남자는 1년안에 이 모든게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트레킹에서는 산속마을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스님들, 그리고 농사짓는 것을 보았는데 특히 차(tea) 만드는 것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은 차 만드는 이야기로 마무리 할까한다. 보통은 차의 새순이 나오는 4월에 차를 만들지만 1년내내 더운 미얀마에서는 우기를 제외하고 언제든지 차잎을 따서 차를 만들고 있다. 우리가 도착한 날도 차를 따와서 차를 만드는 농가가 있었다.

 

차잎을 보니 새로 돋아난 순은 모조리 따왔다고 볼 수 있을만치 차잎이 컸다. 그들은 차잎을 따온뒤 그 잎을 솥에다 수증기로 쪘다. 쪄낸 누런 차잎을 대나무멍석에 놓고 몇 번을 치대다가 다음날 아침 마당에 널었다. 차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의 덖음차에 비하면 무척 수월하였다. 그렇게 수월하게 차를 만들기에 차를 숭늉처럼 마시기는 해도 다예니 다도라는 문화는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 지금은 차잎이 많이 나질 않아 차를 만드는 집이 몇집되지 않았는데 모두가 차를 만든다는 것을 각 가정에 설치되어 있는 차만드는 기구들을 보고서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봄에는 차잎이 엉청나게 많이 나와서 차를 따는 아주머니들의 일당이 8000짯에서 9000짯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 화개에서 차잎을 딸 때도 벌어지는 같은 상황이다. 미얀마에서 차는 음식점에 가면 먹는물 대신에 주는 음료수같은 것이다. 산속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될 때에도 집주인은 언제나 먼저 우리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차한잔 하고 가게”라는 말이나 “다반사”라는 말이 정말 어울리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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