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주민 호암미술관 찾아 “미륵불 돌려달라” |
서산 산수리미륵불 반환촉구 결의문 채택 |
“뜻 관철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힘 모을것” |
서산시 해미면지역 주민들은 호암 미술관에 존치되어 있는 추정되는 산수리 미륵불 반환 청원 서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사실 확인 및 협의를 위해 13일 호암 미술관을 방문했다.
이날 김보희·임재관 서산시의회 의원, 서산시 주지협의회 회장 도신 스님을 비롯한 불교계 관계자들과 강현목 산수리 이장 및 주민들은 호암 미술관을 방문, 미륵불을 친견하고, 그동안 수집한 자료등을 토대로 진품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가 하면, 산수 미륵불 환수 촉구 결의문도 채택했다.
비보(裨補)란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의미로, 풍수(風水)에서 지기(地氣)가 부족한 부분에 여러 조치를 취하여 취약한 부분을 없애거나 명당으로 만드는 일련의 방법을 말한다. 한국사에서 비보적인 풍수 관념의 시작은 신라말의 선승(禪僧) 도선(道詵)에게서 찾을 수 있다. 풍수지리설의 대가였던 도선은 국토에 대한 각종 비기(秘記)와 답산가(踏山歌)를 남기며 산천의 형세를 유기적으로 파악하여, 땅에 순역(順逆)이 있고 강약이 있다고 보았다. 사람에게 병이 들면 그 혈맥(血脈)을 찾아 침을 놓고 뜸을 떠서 병을 고치는 것처럼, 산천에도 병이 들면 지정한 곳에 사원(寺院)을 짓거나 불상, 탑, 부도 등을 세우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선이 행한 풍수적 조치가 대개 불교적 양식인 절이나 탑, 부도 등을 통해 이루어진 까닭에 이것을 비보사탑설이라고 한다. 산천의 기운이 조화롭지 못해 병이 생기면 인간 세상에 혼란을 가져오므로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풍수적인 조처를 행함으로써 이를 극복하거나 조화를 추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비보적 관념은 주어진 지세(地勢)에 의지하기보다는 현재의 삶터를 보다 좋은 땅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땅에 대한 매우 적극적인 풍수 관념이라고 할 수 있다. 비보설이 중심이 된 도선의 풍수 사상은 한국 풍수 사상의 고유한 특징이 되었다.
산수리 미륵불은 해미읍성 축조 당시(성종 22년,1491년) 해미읍성의 기(氣)를 살리기 위해 동서남북에 설치한 사방비보(四方裨補) 돌장승(미륵불ㆍ동쪽 산수리 미륵, 서쪽 반양리 미륵, 남쪽 조산리 미륵, 북쪽 황락리 미륵) 중의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1984년 해미면 산수리 미륵불이 외부로 반출되었고, 현재는 가짜 미륵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고려 왕조 500년을 내려온 비보사찰은 조선 왕조 개국 초까지 그대로 유지되어 태조이성계는 무학(無學) 대사(大師)의 뜻을 받아들여 한양의 지덕을 비보하기 위해 4대 비보사찰인 동쪽의 청련사, 서쪽의 백련사, 남쪽의 삼막사, 북쪽의 승가사를 창건하였다.
이에대해 장승 조사 연구 전문가인 황준구 박사가 현재 호암 미술관에 있는 것이 산수리 미륵불이 거의 확실하다는 의견을 수년전부터 주장해 오는 과정에서 최근 서산시와 주민들이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면서, 반환 촉구 움직임이 가속화 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지난 5월 7일 호암미술관을 방문해, 미륵불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이고,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는가 하면, 지난달 13일 예산 수덕사에서 하안거 반결제산행 및 공습법회를 개최하고, 해미 산수리 미륵 반환 청원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조직적인 반환 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어야 본연의 가치가 있으므로 공익적 문화재단은 선의의 반환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면민들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힘을 모아나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호암미술관 측은 현재 호암에서 소장하고 있는 미륵불이 서산시 해미면 산수리 미륵불이라는 객관적인 근거도 없고, 오랜 시일이 경과되어 해당 미륵의 소장 유무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희 서산시의회 총무위원장은 “이날 서산 미륵불은 국내 제1호인 것으로 추정되며, 제주도 미륵불 보다 약 300여년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는 관계자의 말을 들었다”며 “현장을 둘러보는 동안 청둥 번개가 동반한 거센 비가 몰아쳤는데, 이는 아마도 미륵불께서 서산으로 빨리 오고 싶다는 메세지를 주민들에게 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서산=임붕순 기자 ibs9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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