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의삼보하오며.
온 국토와 국민이 청정하며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삼가 건의합니다.
스님께서 제33대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취임하신지 20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젊은 원장스님’이라며 많은 기대를 한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취임한달 후 정도에 공개건의를 하려 했으나 11월 23일자<오마이뉴스> 기사 “샛길로 빠진 2011년 고려대장경 천년 사업 / 조계종 무관심으로 경남도 단독사업화, 범국민사업화 필요”를 보고 앞당겨 씁니다.
<오마이뉴스>기자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면 “대장경 천 주년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에 다시없을 큰 일에 틀림없다. 그러나 조계종은 '2011년 대장경 엑스포'에 대해 "해당 교구본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강 건너 불구경 하는듯한 인식이 지배적이다.”라는 것입니다.
심하게 표현해서, 2011년 대장경 엑스포는 조계종에게는 절호의 기회인데 외면만 하고 있으니 ‘바보’ 아니냐는 의미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없거나 시시한 것도 새로이 만들거나 부풀려서 홍보하며 가치를 향상시키는 시대입니다. 서울시가 드라마 ‘아이리스’를 서울시 홍보에 최대한 활용하며 제작비 지원에다 촬영장 코스를 관광 상품화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물론<오마이뉴스>기사에 종단이 좌지우지될 수는 없겠으나 분명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총무원장 스님께서 각 부서별로 ‘취임 100일까지 마스터플랜을 확정하라’고 지시한 것은 준비의 완벽성을 보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며, 사전에 충분한 타당성 조사나 정확한 정보의 부재에서 오는 실패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시급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며, 당장 대책본부를 꾸려야 할 일이 없을 리가 만무합니다. 조계종과 불교의 발전을 위해 현실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외람되지만 그동안 종단운영을 주도하시는 분들에 대해 느낀 소회를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성향이 △사회와 궤를 같이하지는 못할지언정 뒤처지고 사고가 정체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아이디어의 생산력이 떨어집니다 △문제를 근본에서 해결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합니다 △종단과 불교계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우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를 수집하고 생산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핵심을 읽어내지 못해 좋은 정보를 가지고도 종단발전에 이용하지 못합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승화시켜서 종단과 불교계를 빛내려하는 노력이 부족합니다 △특히 위기의식의 부재는 매우 심각한 지경으로 때로 종단을 사지로 몰아넣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제33대 체제에서는 많이 개선되고 유능한 분들이 발탁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종단이 제아무리 일을 많이 한다고 자랑해도 불자수가 증가치 않고 불교에 대한 신뢰도가 향상되지 못한다면 다 허사가 아닐까요. 아래 다섯 가지는 100일 이후가 아닌 당장의 조치가 필요하기에 공개건의의 형식을 선택했습니다.
첫째, 2012년 대장경천년엑스포를 종단이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종단이 <오마이뉴스>의 지적을 고마워해야 하며 종단적 조치가 시급합니다. 대장경1000년 엑스포는 한국불교의 건재함과 수승함을 전 세계에 알리며 한국불교를 업그레이드 시킬 절호의 찬스임에도 불구하고 외면한다면 종단의 존재를 의심 받는 그 이상의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행사의 발전적 개최에 대한 종단차원의 시급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둘째, 언제 터질지 모르는 국고금 문제입니다. 관계부서로 하여금 전국사찰에 과거 5년 이내 국고금을 지원 받은 사찰에 대한 호법차원의 조사가 있어야 하고, 문제가 있는 사찰의 주지에 대해 국가의 사정기관이 손을 뻗기 전에 종단이 먼저 조치를 취해야합니다. 얼마 전 모 본사주지 스님이 불구속 신병 처리 됐습니다. 이미 문제가 외부로 터지려 하자 이리저리 막은 사찰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시라도 언론에 공개될 수 있는 것들이어서 감당하기 어려워지기 전에 시급히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본격적으로 시작된 4대강 개발은 불교를 비롯한 과거 우리 선조들의 문화재와 그 주변 환경을 근본에서 훼손하는, 불교계에는 치명적인 공사입니다. 과거 선사들이 남긴 성보의 보호를 종단이 외면하고 나태하여 훼손된다면 한국불교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우리 스스로 파괴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국민의 삶과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종단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넷째, 겨울철 안거에 드는 스님들도 있으나 따뜻한 나라를 찾아 여가를 보내는 스님들도 적지 않습니다. 당해 국가를 여행하거나 각종 유락시설에서 근무하는 한국인의 입소문 그리고 주재공관 등에 온갖 정보가 들어갑니다.
몇 해 전부터 이미 중국과 필리핀 등지에서 실제 문제가 발생한 바, 언젠가는 언론에 제대로 터지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생깁니다. 어제<중앙일보>사설칼럼 [노트북을 열며] ‘수백만원짜리 가사(袈裟)’의 기사는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다섯째, 현 정부와 불교계의 지속적 악연의 굴레일 수밖에 없는 종교편향 문제입니다. 지난 8일 청와대 목사님 초청 예배가 있었습니다만, 이 일 자체보다는 향후 이를 기점으로 파생 가능한 일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현 정부는 지난해 8. 27범불교도 대회 수일 전에 <불교방송>이 특종보도 한 간첩사건을 보도중지 시킨 사실이 있는데, 범불교도 대회 당일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우연의 일치라 하기엔 너무나 석연치가 않습니다. 종교편향 문제는 종단이 주도적 관리가 불가능하기에 시사 시급성에 대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종교편향 문제에서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 가능함을 첨언하며 지혜로운 대응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번 청와대 예배 사건의 불교계 대응을 분명 예의주시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종단이 허점을 찔리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한국불교의 전체위상을 추락시키는 것과 직접연결 되기에 더욱 큰 문제입니다.
책임자만의 고민이 있습니다. 조계종의 최고책임자는 여느 부서 소임자와 달라서 탁월한 소양으로 깊고 넓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고 최고책임자를 보필하시는 분들 또한 마땅히 그래야 할 것입니다. 냉철한 결정도 필요하며, 자비와 관용은 필수 덕목입니다.
출범한지 한 달도 안 된 집행부입니다. 자칫 놓칠 수 있거나 이런저런 이유에서 보고나 건의가 어려울 수도 있기에 공개건의의 형식을 빌어서 현안에 대한 소견을 제시했습니다.
우리 종단이 건강하고 청정한 종단으로 자리매김하여 사회의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 法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