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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

[스크랩] 월간불광 4월호- 초기불교의 확산, 부처님의 원음이 들려온다 -각묵스님 김재성 정준영

 

월간불광 4월호- 초기불교의 확산, 부처님의 원음이 들려온다

 

연중특별대담 / ‘변화’의 키워드로 본 우리 불교

2009년 04월 통권 414호 각묵 스님, 김재성, 정준영

   
 
사회 : 류지호 (월간 「불광」 주간)
대담 : 각묵 스님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김재성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전임강사)
          정준영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교수)


   
각묵 스님 _ 1979년 화엄사 도광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82년 범어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8년간 제방선원에서 정진한 뒤, 인도로 유학하여 10여 년간 산스끄리뜨어와 빠알리어를 배우면서 베다 문헌과 초기불전을 공부하였다. 인도 뿌나대학교 산스크리트학과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역저서로는 『금강경 역해』, 『아비담마 길라잡이』, 『네 가지 마음 챙기는 공부』, 『디가 니까야』 등이 있다. 현재 실상사 화엄학림 강사로 있으며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소임을 맡고 있다.



   
김재성 _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학교대학원 인도철학불교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를 수료했다. 현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전임강사, 대한불교조계종 전통사상서 간행위원회 선임연구원,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 운영위원, 불교학연구회 상임이사, 일본 인도학불교학회 평의원으로 있으며, 위빠사나 명상센터 천안호두마을에서 수행지도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불교의 이해』,『현대사회와 불교생명윤리』, 『위빠사나 입문』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붓다의 러브레터』, 『붓다의 말씀』, 『위빠사나 수행』, 『마음챙김과 심리치료』, 『명상의 정신의학』 등이 있다.


   
정준영 _ 스리랑카 국립팔리불교대학교 문학사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국립 켈라니아대학교 불교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전연구소 상임연구원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명상학전공 교수, 스리랑카 불교학자연합(SLABS) 연구위원으로 있으며, 동국대학교 선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미얀마의 ‘마하시 명상센터’, 스리랑카의 ‘칸두보다’, ‘국제위빠사나 명상센터’, ‘닛사라나와나야’, ‘나우야나’등에서 수행하였다. 저서로는 『최상의 행복에 이르는 길-위빠사나』, 『다른 사람 다른 명상』, 『욕망, 삶의 동력인가 괴로움의 뿌리인가』, 『나, 버릴 것인가 찾을 것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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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으로 대표되는 한국불교의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부처님의 원음을 담은 빠알리어 초기경전들의 활발한 번역과
위빠사나를 비롯한 다양한 수행법이 널리 소개되면서,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불교의 다양성과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 확산되고 있는 초기불교의 현황을 살펴보며,
한국불교에 어떻게 적용시켜 발전시켜나가야 할지 검토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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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초기불교와 관련된 몇 가지 사항을 간단하게 일러둔다.
1. 초기불교 : 부처님의 성도에서 시작하여 입멸한 후 상좌부와 대중부 두 부파로 분열하기까지의 불교를 가리킨다.
2. 초기경전(빠알리 경전) : 부처님의 가르침이 직제자들에 의하여 구전된 것이 기원전 80~94년경 스리랑카에서 삼장(경장•율장•논장) 전체가 빠알리어로 집대성 된 것이다.
3. 니까야 : 부처님의 가르침인 경장(經藏). 니까야는 길이에 따라 ‘쌍윳따(相應部)니까야’, ‘디가(長部)니까야’, ‘맛지마(中部)니까야’, ‘앙굿따라(曾支部)니까야’, ‘쿳다까(小部)니까야’ 등 5부로 구성되어 있다. 한문 경전에서는 ‘아함경’이라고 불린다.
4. 상좌부불교(테라바다) : 빠알리 삼장을 전승하며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에 전해져온 남방불교.
5. 아비담마 : ‘법(法)’으로 번역되는 ‘dhamma’에다 ‘위로, ~에 대하여, 넘어서’를 뜻하는 접두어 ‘abhi-’가 첨가되어 만들어진 단어. 법에 대한 것(對法), 수승한 법(勝法)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불법을 체계적으로 핵심만 골라서 이해하려는 것이 아비담마이다.


초기불교의 확산과 초기경전의 번역 현황
류지호 ▷ 최근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한역 경전 『아함경』에 대한 완역과 대중들의 관심 증대는 빠알리어 초기경전 번역의 활발함과 대중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아비담마 길라잡이』 등의 초기 경전류의 도서가 대중적으로 좋은 반응을 일으킨 데 이어, 작년 연말에 출간된 『한 권으로 읽는 빠알리 경전』이 두세 달 사이에 수천 권 이상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고가의 두껍고 어려운 책이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어떠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교학뿐만 아니라 위빠사나 수행법의 확산은 이제 새삼스런 얘기 거리가 되지 못합니다. 초기불교가 이처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원인과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한편으로 간헐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대승과 소승의 논쟁을 성찰하며 한국불교의 지향점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우선 실제적으로 감지되고 있는 초기불교의 확산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각묵 스님 ▷ 제가 7년째 실상사 화엄학림 강사로 있는데, 화엄학림에 지원해오는 스님들과 면담을 해보면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화엄경』을 깊이있게 공부하기 위해 지원했다는 대답이 나와야 하는데, 많은 스님들이 초기불교부터 시작해서 불교 교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왔다는 것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초기불교를 배우고 싶어서 화엄학림을 찾는 스님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중진 스님들과 얘기해보면 초기불교에 대해 견제 아닌 견제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초기불교의 확산에 대한 위기의식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재가자들, 특히 젊은 재가자들 사이에서 초기불교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보편화되어 많이 나오는데, 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초기불교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주를 이룬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래서 초기불교는 모든 불교의 뿌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초기불전연구원 카페의 회원이 3,700명인데, 올라오는 글을 보면 초기불교에 관심이 있어서 들어왔다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김재성 ▷ 아직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모습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초기불교에 대한 이해가 저변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초기불교가 많이 보급되면서 불교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공부나 수행법에 있어 불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남방불교권에 가서 위빠사나 수행을 한 분들은 상좌부불교의 전통수행법에 따라 초기경전에 나타난 사상에 입각해서 수행을 합니다. 그 분들이 귀국해 위빠사나 수행을 지도하면서, 그 영향으로 초기경전을 읽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1991년에 처음으로 미얀마에 가서 수행하면서 가장 감명 받았던 것은 스님들이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초기경전에 기준을 두고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초기경전에 입각한 수행법이 전해지면서 신뢰가 가고, 그런 점에서 초기불교에 대한 호응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정준영 ▷ 현재 학계에서는 초기불교와 관련된 연구물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초기불교에 관한 강의 의뢰가 많이 늘었습니다. 강의를 하다 보면 몇몇 분들이 불자 생활 수십년 만에 이제야 진정한 불교의 가르침을 만나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도 초기경전에 대한 스터디가 활성화되고, 초기경전을 통해 논문을 준비하고 싶다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기경전에 의거해서 수행을 하고 오계를 철저히 지키는 생활을 하는 재가자들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초기불교는 제 개인적인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을 보라’는 초기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성냄이 일어났을 때 그 순간을 알아차리려 시도하다보니 성냄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고 다스려지는 것 같습니다.

류지호 ▷ 초기불교가 우리 저변에 확대되고 있는 데는 초기경전 번역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초기경전 번역의 역사와 현황은 어떻습니까?

정준영 ▷ 국내 초기경전의 번역은 두 부류로 시작되었습니다. 하나는 1987년에 ‘고요한 소리’가 결성되어 초기경전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돈연 스님께서 후원하여 ‘경전읽기모임’의 활동과 더불어 1989년에 전재성 박사님이 약 2년간 『쌍윳따니까야』의 번역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 이후 도법 스님께서 1998년부터 『쌍윳따니까야』 번역을 후원하여 2002년에 처음으로 완역이 되었습니다. 번역 모임도 점차 확산이 되었는데, 크게 4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전재성 박사님이 1996년 ‘한국빠알리성전협회’를 만들었고, 마성 스님께서 2000년부터 ‘팔리문헌연구소’를 설립해 초기불전에 대한 연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각묵 스님과 대림 스님의 주도하에 ‘초기불전연구원’이 설립되었으며, 2003년에는 돈연 스님과 학자들이 모여 ‘경전연구소’에서 번역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전문적으로 번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한국빠알리성전협회’와 ‘초기불전연구원’입니다.

각묵 스님 ▷ 1989년 인도로 유학가면서부터, 불교 교학의 근본을 세우기 위해 빠알리 삼장 완역을 발원하였습니다. 빠알리 삼장을 완역하는 게 저의 의무이고, 그래서 초기불전연구원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아비담마와 빠알리 삼장에 대한 종합적인 주석서인 『청정도론』입니다. 초기불전은 철저하게 상좌부의 입장에서 번역을 해야 하며, 아비담마와 『청정도론』에 입각해서 빠알리 삼장을 공부해야 합니다. 빠알리 삼장 전체에 나오는 용어들이 『청정도론』에 압축되어 다 나오는데, 합성어 빼면 1만3천 단어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빠알리어 용어 통일과 교학적인 체계를 위해서, 먼저 『아비담마 길라잡이』와 『청정도론』을 번역했습니다. 이로써 초기불교에 대한 용어는 나름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김재성 ▷ 우리가 원전을 보는 이유는 번역물이 마음에 안 들거나 없어서입니다. 한문으로 번역된 초기경전인 아함경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 이해가 안 되니까 빠알리어를 공부하게 되었고, 지금은 빠알리어 원전을 직접 번역한 것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이해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초기불교를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의 원인은 무엇인가?
류지호 ▷ 우리나라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초기경전이 번역되어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원인은 무엇입니까?

김재성 ▷ 그 배경에는 남방불교권에 가서 수행을 하고 온 사람들이 있어요. 그 시작은 1988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얀마의 우빤디따 큰스님에 의해 촉발되었습니다. 당시 삼각산 승가사에서 21일간 수련대회를 하면서 초기경전에 기초한 수행법인 위빠사나의 전통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상좌부의 수행 전통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하면서, 위빠사나 수행이 무엇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위빠사나 수행과 초기불교의 관심이 상승 작용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준영 ▷ 초기경전 번역이 활성화 된 것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하나는 해외 유학파의 귀국입니다. 빠알리어 원전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해외에서 공부를 했고, 귀국 시기가 잘 맞물려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남방불교 수행의 확산입니다. 수행자들이 기존에 있던 수행보다는 체계화되고 방법론이 잘 정리된 수행법을 접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초기경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각묵 스님 ▷ 제가 인도로 공부하러 갔던 1989년부터 해외로 공부하러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정준영 ▷ 그 때가 해외여행이 자율화 된 시기입니다. 그 전까지는 일반사람이 다른 불교문화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동남아 등의 해외여행이 활성화 되면서 관심이 커지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김재성 ▷ 실질적인 이유는 남방불교권에 전해져 내려오는 고도의 불교수행 문화와 경전 전승의 문화가 이미 엄청난 탑으로 쌓아져 있는데, 부딪혀 보니까 우리도 필요성을 느끼게 된 거죠. 거해 스님을 비롯한 몇 분이 직접 접하고 한국에 돌아와 소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다’라며 거해 스님이 『깨달음의 길』(서울: 山房, 1989)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한국불교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다줬습니다. 그 영향으로 90년대 이후에는 초기불교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각묵 스님 ▷ 상식적인 접근에서 보면, 지금 현대인들은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초기불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첫째, 초기불교는 불교의 시작점입니다. 뿌리를 거부하고 나무가 살아남을 수 없듯이 뿌리를 모르는 불교는 이 시대의 외면을 받게 될 것입니다. 둘째, 초기불교의 가르침은 합리성과 체계성에 바탕하고 있으며 분석적입니다. 이는 과학으로 전개되는 현대의 방법론과 일치합니다. 셋째, 초기불전의 매개 언어인 빠알리어를 비롯한 범어는 격변화와 동사곡용을 기본으로 하며, 이는 한글과 같은 언어체계입니다. 그러므로 문장을 곡해하거나 잘못 이해할 소지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넷째, 불교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원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섯째, 초기불교의 이해는 자주적인 진정한 한국불교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원음을 통해서 중국불교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원효 스님 등이 추구했던 자주불교의 전통을 오늘에 구현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 교세가 위축되고 있는 한국불교가 딛고 일어서야 할 바닥이요 출발점입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초기불교가 확산되는 추세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입니다.

류지호 ▷ 오늘날 과학의 시대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구체적으로 잘 정리된 교학 쳬계와 수행법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초기불교가 부응하며 관심이 커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초기불교를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은 어떻게 형성된 것입니까?

각묵 스님 ▷ 한국불교는 전통적으로 대승불교의 관점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깬다는 것이 어려웠죠. 대승불교는 신비화되고 신화화된 부분이 있어, 과학을 주요한 방법론으로 하는 현대사회와는 동떨어진 면이 있습니다. 80년대 말을 지나고 90년대에 접어들며, 합리적인 교학과 구체적인 수행법이 잘 갖춰져 있는 초기불교를 접하면서 좋은 호응을 얻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재성 ▷ 개인적으로 고등학생 때부터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불교성전』(동국역경원 편)을 주로 보면서 공부했는데, 그 가운데 『아함경』을 보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서 아라한이 되는 분들이 많은 거예요. 이 분들이 어떻게 깨달음을 얻을까 몹시 궁금했는데, 그 과정이나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후 출가를 하고 절에 살면서도 ‘부처님은 제자들을 실제로 어떻게 가르쳤을까? 제자들은 어떻게 공부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초기경전을 보면서 의문이 조금씩 해소되며 자연스럽게 미얀마로 수행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정준영 ▷ 초기불교의 역사를 2,500년 전이라고 합니다만, 초기불교가 세계화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1881년에 영국에서 ‘빠알리성전협회’가 만들어지고, 빠알리어가 로마자로 표기되면서 1920년 무렵이 되어 세계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초기불교가 세계에 알려진 것도 오래되지 않았고, 국내에서는 접할 기회조차 거의 없었습니다. 이후 차츰 초기불교를 접하면서 초기불교가 불교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또한 초기불교는 수행과 더불어 진행이 되기 때문에 더욱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것 같습니다.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만남

류지호 ▷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서 초기불교가 시대적 요구에 부합되며 대중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현상이 갖는 의미나 영향력은 어떻습니까?

김재성 ▷ 저는 초기불교를 공부하고 나서 대승경전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어요. 초기불교를 제대로 이해해야 대승불교에서 생략된 부분이 채워지게 되어 있어요. 중국에서 위경이 만들어진 배경을 보면, 그 시대에 가장 필요하기 때문에 그러한 위경들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위경이 만들어졌다고 하는 이유는 시대의 요청이자, 그 시대 불교도들의 고민을 총체적으로 집대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그것을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초기불교, 대승경전(금강경 등), 선불교를 따로 두고 각각의 틀에 박혀서 우리의 문제를 바라보면, 서로 대립하며 해결점을 찾기 어려워집니다. 초기불교, 대승경전, 선불교의 어떤 정신이 도움이 되는가를 두루 열어놓고 살펴보며 이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적용해야 합니다.

정준영 ▷ 빠알리어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빠알리어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부처님의 원음에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좌부 전통 안에서 수행이라는 실천과 함께 오랜 시간 보존되어왔습니다. 이는 빠알리어로 보존된 불교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힘입니다. 빠알리어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특징은 빠알리어가 표음문자라는 것입니다. 한자는 표의문자이고 표의문자는 직관적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에 표음문자는 구체적이라는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말이 표음 문자이기 때문에 다른 언어에 비해 보다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빠알리어는 민중어로 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귀족 언어가 아닌 일반 민중어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보다 쉽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빠알리어의 이러한 역사와 특징이 오늘날 한국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잘 부합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류지호 ▷ 일반적으로 소승은 자신만의 깨달음을 목적으로 삼고, 대승은 중생을 제도하며 더불어 함께 깨닫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과연 소승과 대승의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김재성 ▷ 잘못된 얘기지요. 제가 미얀마에서 수행하며 느낀 점은 ‘스님들과 재가자들이 밀접하게 만나고 있구나, 이게 대중과 함께하는 살아있는 불교구나.’라는 것입니다. 스님들과 재가자들은 매일 아침 탁발을 통해 만나게 되고, 재가자들은 낮에 절에 와서 법문을 듣고 저녁에 명상을 해요. 그리고 한 달에 네 번씩 스님들이 지키는 8계(5계에 사미계 가운데 사치스런 생활을 삼가는 계를 추가한 것)를 지키면서 수행하고, 일 년에 수차례 집중 수행을 해요. 이러한 생활이 부처님 당시의 전통이 가장 잘 지켜진 불교 본래의 모습이라고 봅니다. 한국불교가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한국불교는 단절이 여러 차례 있었어요. 조선시대에 단절이 너무 컸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을 대승불교의 이상만을 가지고 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것보다 초기불교의 모습이 잘 전해진 상좌부불교나 인도 대승불교가 잘 전해진 티벳불교가 더 좋은 모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적극적으로 서로 교류를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그 공통의 지혜들을 뽑아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대승의 정신이라고 봅니다.

정준영 ▷ 최근 남방전통의 상좌부불교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상좌부불교는 초기불교로 부처님의 원음에 가깝고 대승불교는 비불설(非佛說)이다’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남방전통의 상좌부불교에도 대승적인 요소는 상당히 많습니다. 따라서 소승과 대승의 문제는 지역의 문제라든가 사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적으로도 이미 오랜시간 전에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 대승불교가 유입되어있으며, 실천적으로도 많은 남방의 신도들 역시 기복적으로 불교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초기불교의 지향점과 미국불교의 흐름
   
류지호 ▷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위빠사나를 외도 비슷하게 취급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위빠사나를 그런 시각으로 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그만큼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시대의 변화 속에서 초기불교를 공부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주의점이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정준영 ▷ 주석서를 참고서로 잘 활용한다면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원전인 초기경전을 두고 참고서만을 활용한다면 그것이 불설이냐 비불설이냐는 논의에 다시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주석서나 참고 문헌, 남방의 수행 전통을 활용하되 그 이전에 초기경전 자체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남방전통의 상좌부불교에서 초기불교를 보전해왔다고 할지라도 그 안에서의 역사적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초기불교를 접하려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각묵 스님 ▷ 저는 대승불교에서 초기불교를 배타적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초기불교는 불교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초기불교를 배타적으로 보면 뿌리와 토대를 버리고 기반을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초기불교를 대승불교의 출발점으로 껴안고 고뇌하면서 보아야 합니다. 만일 초기불교와 대승불교가 다르다고 하면, 그 원인을 찾으면서 고뇌를 해야 합니다. 대승 논사들이 그러했듯이, 대승불교를 바르게 이어가고 싶다면 초기불교를 통해서 이 시대에 필요한 대승불교의 흐름은 무엇일까를 고뇌해야 합니다.

김재성 ▷ 저는 한국불교의 전통에서 출가도 하고 공부도 해보았습니다. 대승논서나 경전을 보고나서 초기불교를 공부한 나름의 결론은 불교는 근본 뿌리가 같다는 것입니다. 핵심은 세 가지 키워드인데요, 그 첫 번째는 ‘지혜로워라’입니다. 모든 수행의 전통은 지혜로 완성이 됩니다. 위빠사나 자체가 지혜를 말하고 간화선도 그렇습니다. 두 번째는 ‘자비로워라’입니다. 지혜와 자비가 맞물려 있습니다. 자비로워라는 남들과 함께 조화롭게 살라는 정신이에요. 세 번째는 ‘행복하라’입니다. 부처님은 가장 행복한 분이었고,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열반의 행복을 누렸습니다. 모든 불교의 깨달음의 목표는 궁극적인 행복입니다. 이것은 흔들리지 않는 행복의 경지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지혜와 자비,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전통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익히고 완성하기 위해서 불교 전통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수용하고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초기불교, 대승불교, 티벳불교, 선불교 등 어떤 전통에 대해서도 열린 시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불교의 전통들은 서로 적이 아니라, 얼굴 모습이 다른 형제들입니다. 형제를 배척하지 말고, 함께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서로 함께 지혜를 완성하고 자비를 실천하고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 불교의 근본적인 정신을 살려 나간다면, 불교 앞에 무엇이 붙는다는 것은 상관이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부처님의 전통도 되살리고, 21세기 한국에서 제기되는 우리의 문제점을 풀어나갈 수 있는 불교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류지호 ▷ 세계의 모든 불교가 미국 속에 들어가 있고 불교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하는데, 미국에서의 초기불교 현황은 어떻습니까?

각묵 스님 ▷ 미국불교의 주류는 상좌부불교입니다. 미국불교 현황을 살펴보면 60%가 상좌부불교, 30%가 티벳불교, 10%가 동아시아불교라고 합니다. 그만큼 미국에서도 초기불교의 가르침이 널리 확대되어 있습니다.

정준영 ▷ 처음에는 티벳불교로써 불교를 접하게 되고, 그 안에서 가르침을 찾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초기불교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명상센터 현황을 파악한 적이 있는데, 초기불교와 관련된 명상센터들이 활성화되고 있었습니다.

김재성 ▷ 미국에서 출판되는 불교관련 저술은 티벳불교가 가장 많아요. 왜냐하면 티벳불교의 교학 전통의 보고가 마구 쏟아져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실제로 활동은 상좌부불교가 많습니다. 티벳불교는 열려 있습니다. 티벳불교만 공부하지 않습니다. 그 안에 위빠사나, 선불교 등 여러 가지 수행공동체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미국불교의 특징은 실용불교에요. 그래서 우리처럼 전통에 얽매여 있지 않고 필요한 만큼 흡수를 해요. 불교는 그 사람들에게는 다 새로운 전통이에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어떤 것이 우리에게 문제 해결의 도움이 되는냐는 입장에서 보는 것입니다. 티벳불교, 상좌부불교, 선불교라고 구분하지 않고 다 배웁니다. 미국불교는 용광로처럼 계속 움직이고 용트림하고 있는 불교입니다.

각묵 스님 ▷ 미국 불교는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오는 남방이나 티벳의 불교를 받았지만, 이를 토대로 자기들이 새로운 불교를 개척하고 체계화시켜 세계에 퍼뜨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초기불교의 대중화가 일으키는 긍정적인 변화의 양상
류지호 ▷ 마지막으로 질문드리겠습니다. 초기불교의 확산에 의한 우리 불교의 긍정적인 변화의 양상은 어떤 것입니까?

각묵 스님 ▷ 초기불교가 널리 확산되는 것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초기불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대승불교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대승불교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재성 ▷ 우리가 근원을 모르고 토대를 몰라서는 안 됩니다. 그 토대가 사실 집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데, 위에 지어진 누각만 바라보며 집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가 3층에 올라가 있다고 해서 1, 2층을 다 부정하면 안 됩니다. 사실 불교는 3층 구조가 아니라, 단층 구조에 여러 가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대승도 부처님 법에 대한 아비담마이며, 부파의 하나로 존재했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이해하고 평등하게 봐야 합니다. 어떤 전통들이 그 시대 그 지역에서 유용한가를 지혜롭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불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시대에 맞는 다양한 불교의 지혜와 자비를 빌려와야 합니다. 그러므로 초기불교의 보급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와 같습니다.

정준영 ▷ 초기불교가 확산된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초기불교의 연구 범위가 확대되고, 초기불교를 바탕으로 하는 수행의 폭이 넓어지는 것 역시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방 상좌부불교의 수행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수행방법이 테크닉화 되는 것은 염려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남방불교국가에서도 수행법이 테크닉화 되는 것에 대해 염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남방전통의 상좌부불교를 수용하며 이러한 전통마저도 고스란히 받아들여 답습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류지호 ▷ 역사적으로 중국에서 들어온 대승불교의 영향으로, 부처님 가르침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초기불교가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습니다. 1980년대 말 이후, 초기불교를 통해 한국불교를 반조하며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초기불교를 공부하러 간 해외 유학파가 들어오고 남방의 수행전통이 전해지면서, 초기불교가 저변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불교의 지평을 넓히고, 대승불교의 전통과 융합하여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오늘 대담이 초기불교를 오해하고 있거나 공부하려고 하는 분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긴 시간 좋은 말씀 해주신 각묵 스님과 두 분 교수님께 감사합니다.

출처 : 초기불전연구원
글쓴이 : 南松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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