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주 수요일에 꼭 가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서초동에 있는 정토법당입니다.
손님들이 돈 안벌고 쓸데없이 절에 간다고 혼내시지만 전 빙긋이 웃습니다.
돈버는 일보다, 제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무엇이든 물어라'는 즉문즉설을 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살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법륜스님께 묻고 스님이 답을 해주시는 형태입니다.
질문하시는 분 중에는 카톨릭 신자도 있고, 기독교 신자도 있고, 무신론자도 있습니다.
질문의 내용도 다양합니다. 남편이 바람 피운 이야기부터, 자식이 속썩이는 이야기, 유방암걸린 자신의 이야기, 도망간 남편이야기, 구박하는 시어머니 이야기 등등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총 집합합니다.
스님의 법문을 듣다보면 우리가 어리석어 생기는 문제가 참 많습니다. 오늘 들은 법문을 여러분들께 나누고 싶어 올립니다.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공감가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6살 난 막내가 특이한 병을 앓았습니다. 후유증으로 30년 후 심근경색이나 급사의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도 아이를 가져서 꾼 꿈이랑 아플 때마다 꾼 꿈이 떠오르면서 불안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제가 꾼 꿈이 평소에도 잘 맞았거든요. 지금은 자식의 고통도 성공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공장에서 일한다 해도 함께 할 수만 있다면 행복하겠습니다. 한 친구가 딸아이의 잦은 외박에 힘들어하더군요. 솔직히 저는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살아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법륜스님의 답변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이런저런 문제로 마음을 졸이고 가슴 아파 하기도 합니다. 그런 일들 중 첫 번째로 겪는 것이 대개 부모의 죽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게 배우자의 죽음이고, 그보다 더 큰 충격이 자식의 죽음입니다. 그런데 이 충격이란 게 다 정신적인 문제입니다.
어릴 때는 부모가 의지처가 되기 때문에 부모가 죽으면 그 충격이 굉장히 크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부모가 죽는 것보다 배우자가 죽으면 그 충격이 더 큽니다. 왜냐하면 현재 의지하고 있는 존재가 배우자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자식의 죽음은 내가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잃어버린 것과 같은 허전함 때문에 충격을 받는다고 봐야 합니다. 내가 낳아서 늘 보살피며 키우고 온갖 정성을 다 쏟았던 존재가 사라지는 데서 오는 허전함 말입니다.
이것은 그만큼 집착되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부모, 배우자, 자식, 이 셋 중에서 자기 목숨을 버려서라도 보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자기와 혼연일치된, 자기와 동일한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게 자식입니다. 자식이 건강이 안 좋아서 오래 살 수 없을 거라는 사실로 엄마가 받았을 충격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돌이켜보면 죽음의 문제가 아니고 죽음에 대한 우리들의 두려움 즉, 삶에 대한 집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은 죽더라도 내 이해관계로 볼 때 제일 상관없는 존재는 자식입니다. 그 다음이 배우자이고, 그 다음이 부모입니다. 그런데 그 존재가 죽었을 때 실제로 받는 충격은 반대입니다. 그 이유는 정신적으로 집착된 데서 고통이 발생한 거지 그 죽음 때문에 고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들의 고뇌는 그 집착으로부터 빚어지는 겁니다. 자식의 건강이 안 좋다고 하니까, 실제로 죽는 일은 30년 후에 일어날지 50년 후에 일어날지 모르는데도, 지금부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이 고생고생해서 집도 장만하고 살만해졌는데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암에 걸려 한 1년밖에 못 산다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의 친구가 이분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병문안을 와서 위로해주고 돌아오다가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습니다. 하루밖에 못 살 사람이 1년이나 살 사람을 위로한 꼴이지요. 1년이나 살 수 있는 사람이 위로를 해주지 못하고 위로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1년밖에 못 산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1년밖에 못 산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1년 내내 괴로워하다 죽게 됩니다.
질문하신 분은 자식이 30년을 살 수 있는데 지금 30년밖에 못 산다는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앞으로 30년을 괴로워하게 됩니다. 심장이 나쁘다 해도 지금 살아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30년이나 산다고 하니 마음을 놓으세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30년이나 있는데 무슨 걱정입니까? 나중에 심장 안 좋으면 그 때 가서 수술하면 됩니다. 수술해서 또 몇 년 살다가 때 되면 죽으면 되지요. 누구나 다 죽습니다. 그러니 지금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살고 이틀을 살아도 행복하게 살고 심장이 나빠도 행복하게 살고 팔이 하나 없어도 행복하게 살고 눈이 안 보여서 감고 다녀도 행복하게 사세요. 살아 있을 때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엄마가 아이를 보고 자꾸 걱정하면 아이도 정신적으로 비정상적이 됩니다. 우울증에 빠지기 쉬워요. 속으로는 울면서 겉으로는 격려해주면 안 돼요. 같이 살면 상대도 그 마음을 귀신같이 다 알아요. 정말 마음이 기뻐야 합니다. 안 그러면 오히려 아이가 걱정합니다.
30년 뒤에 이 지구가 남아 있을지 어떨지도 모릅니다. 환경문제로 인해서 이 지구에 어떤 이변이 올지 몰라요. 지금 북한에서는 수십만 명이 굶어죽는데 그 걱정은 안 하고 내 아들 심장 나쁜 것만 걱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아이는 그래도 심장이 좀 나빠서 그렇지 식량이 없나 뭐가 걱정이야 ’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십시오.
자식을 키우는 부모 마음은 다 같지 않나 싶습니다. 위에 질문하신 분처럼 자식이, 가족이 건강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바라는 대로 되면 좋은데 바라는 대로 잘 안되는게 문제지요.
저는 스님 말씀 중에 무엇보다 살아 있을 때 행복한 것이 중요하고, 30년이나 살 수 있는데 30년밖에 못산다고 괴로워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라는 말씀이 와 닿았습니다.
저도 남편이 암선고를 받았을 때 많이 두려웠습니다. 혹시 잘못되면 어쩌나, 병원에서 정해준 삶의 기간을 세면서 불안에 떨었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하루를 살지, 몇년을 더 살지 모르고, 또 내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는데 어리석게 몇년을 두려움으로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눈을 떠서 오늘 하루가 내게 주어진 것이 행복하고, 남편이 살아 있는 것이 행복합니다.
스님 말씀대로 때가 되서 가야 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살아있을 때 최선을 다해 살고, 최선을 다해 사랑할 뿐이란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법문을 읽으시면서 어떠셨나요? 궁금합니다.
'모셔온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차 마시다.(깜짝다회) (0) | 2009.03.17 |
---|---|
[스크랩] 이메이우이(Imee Ooi) 불교음악 십소주6 ,공덕보산신주(Guna Ratna Dharani) (0) | 2009.03.13 |
배종옥, 김여진이 다시 대학가는 이유는? (0) | 2009.03.05 |
[스크랩] Re: 용수 Nagarjuna 보살의 <중론>을 비판한 글 (0) | 2009.02.25 |
칠조어론... 시작부분.. (0) | 2009.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