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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설법 原典 한글직역-전재성

 

'쌍윳다 니까야'이어'맛지마 니까야'옮긴 전재성씨

원효와 성철스님은 중국어를 이중번역한 불교경전이 아니라 초기불교 용어인 산스크리트어와 팔리(Pali)어 경전을 직접 번역한 경전을 가질때 한국불교가 한단계 도약할수 있다고 설파한 바 있다. 바로 그 초기경전 ‘역경(譯經)불사’라는 한국불교의 해묵은 숙제가 한 불교학자의 원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팔리성전협회 전재성(49)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부처님 설법 당시 인도 보편어인 팔리어로 전승돼온 팔리어대장경 중 가장 오랜 불교경전인 ‘쌍윳따 니까야(한역 잡아함경)’ 11권을 지난해 완역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부처님 대화 가운데 중간 크기 설법을 모은 152개의 경으로 된 ‘맛지마 니까야(한역 중아함경)’ 중 1차로 30개 경전을 번역, 1권을 펴내기도 했다. ‘맛지마 니까야’는 이론적으로 매우 중요한 초기불교 교리가 담긴 경전으로 앞으로 1년내 5권이 완역될 전망이다.

전회장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는 중국화된 한문불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불교학자들은 팔리어 대장경 가운데 ‘쌍윳따 니까야’의 완역에 이은 ‘맛지마 니까야’의 번역을 두고 ‘제2의 불교전래’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을 정도다. 도올 김용옥씨 역시 전회장의 저서를 토대로 최근 팔리어경전 연구에 몰두해있다. ‘거지성자’로 잘 알려진 독일인 피터 아나가리카는 “초기불교의 교리체계를 승단 차원에서 정리한 가장 완벽한 교리문답서인‘맛지마 니까야’는 깊이 이해할수록 지혜의 큰 보물로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팔리어 대장경을 번역하면서 기존 한역 불경에서 발견한 오류는.

“팔리어 경전의 상세한 설명이 한역으로 압축되면서 한문이나 한글 번역상의 문제 때문에 교리 자체의 왜곡현상이 일어난 사례가 많습니다. ‘맛지마 니까야’에서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집착’으로 번역되는 문장이 한문에서는 ‘욕심에의 집착’으로, 팔리어경전의 ‘미신과 터부에 대한 집착’이 한역에서는 ‘계율에 대한 집착’으로 잘못 번역돼 있습니다. ‘삼처의 참모양(三處眞如)을 알지 못한다’를 한역에서 ‘욕심·소견·계율에 대한 집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번역하지만, 팔리어에서는 ‘감각적 쾌락·견해·미신과 터부에 대한 집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또 팔리어에서 다르마(DARMA)는 ‘진리·가르침·현상·상태’를 비롯해 ‘…하는 것’등 9가지 의미가 있는데 한역에서는 대부분 ‘법(法)’으로만 번역돼 지나치게 심오하고 난해하게 해석되기도 합니다.”

―한역 경전본의 대표적인 오류들을 몇가지 더 지적한다면.

“몇 가지를 들자면 ‘아라한’은 원래 ‘가치있는 분’ ‘훌륭한 분’ ‘거룩한 분’이라는 뜻인데 한역에서 ‘살적(殺敵)’으로 번역, ‘번뇌를 죽이는 자’로 잘못 해석되기도 합니다. 한역 경전인 ‘불소행찬(佛所行讚)’에서 부처님께서 ‘때를 맞추어(올바른 때에) 탄생했다’는 말을 ‘점점종태생(漸漸從胎生·태에서 차츰차츰 나왔다)’이라고 번역한 것은 명백히 팔리어나 산스크리트어를 문법적으로 잘못 해석한 사례입니다. 이처럼 의미가 잘못 전달될 경우 그릇된 신행(信行)으로 빠져버려 오히려 반불교를 설파하는 꼴이 됩니다.”

―한역 경전 오류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번에 ‘맛지마 니까야’를 번역하면서 교리적인 혼란의 많은 부분이 어디에서 왔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것은 남전(南傳·남방불교)이냐 북전(北傳·북방불교)이냐의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한문으로 번역하는 과정과, 그 한역경전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하는 이중번역의 과정에서 가르침 자체가 왜곡되거나 난해해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살아있는 언어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그 가르침을 가장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낸다면 온갖 견해로 허우적거려야 하는 심한 풍랑의 바다가 아니라 진실로 맑고 고요한 지혜의 바다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전회장은 “대승불교의 방대한 팔만대장경을 갖고있는 1600년 역사의 한국불교가 팔만대장경의 토대가 되는 근본불교의 가르침을 소장하고 있는 팔리어경전을 ‘소승불교경전’쯤으로 치부해온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서양보다는 100여년, 일본보다는 60여년 뒤졌지만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팔리어 경전을 완벽하게 번역할 때”라고 말했다.

전회장은 서울대 철학과와 동국대 인도철학과를 수학한 뒤, 독일 본 대학에서 인도학·티베트학 박사학위를 받아 10개 언어를 번역할 정도로 세계 언어의 연금술사이기도 하다. 독일 본 대학과 쾰른 동아시아 박물관 강사, 동국대 강사등을 거쳐 현재 세계팔리성전협회 한국대표이자 한국팔리성전협회 회장을 맡고있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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