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인터뷰] (1) '왕의 남자' 이준익, "예술보다 약속이 더 중요" | ||||||||||
이동진 닷컴 | 기사입력 2007-09-13 07:48 | ||||||||||
[이동진닷컴] (오늘의 한국영화 대표 감독들을 만나는 '부메랑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이 인터뷰 시리즈는 모든 질문을 그 감독 영화들 속의 대사나 자막에서 빌어오는 형식으로 이뤄집니다. 자신이 만든 작품 속에서 되울려오는 물음에 감독들은 어떤 대답을 들려줄까요.) 영화는 손이 아니라 품성으로 만든다. 고뇌가 아니라 즐거움이 창작력의 원천이다. 포기를 잘 할 수 있으면 가능성도 더 넓게 열린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행동이다. 아름답게 미소 짓는 과거보다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대는 현재가 더 소중하다.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관계다. 그리고 혼자보다는 여럿이 언제나 옳다. 이준익 감독은 그렇다고 몸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사람이다. 그의 영화나 그를 몰랐으면 나도 끝까지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이미 알고 있었더라도 그 의미가 훨씬 약했을 것이다. 여기에 모두 다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문장들이 영화를 만드는 이준익이라는 사람의 손과 발이 되어 생생히 움직이는 순간의 경이로움을 나는 안다. ‘키드 캅’의 참담한 실패에서 시작해 ‘황산벌’로 멋지게 재기한 뒤 ‘왕의 남자’로 최다관객동원기록을 세웠으며 ‘라디오 스타’로 많은 이의 가슴 속에 단단한 감동을 남겨준 감독. 이제 신작 ‘즐거운 인생’까지 내놓은 이준익 감독은 암흑 같은 심연과 햇빛 찬란한 산정을 모두 다 경험했다. 영화사를 운영하며 생긴 거대한 빚 때문에 오랜 세월을 짓눌려 지냈지만, 그 힘든 나날들에도 뜻을 같이 하는 친구들은 언제나 곁에 있었다. 감독이 되고 싶어 찍은 ‘키드 캅’은 처참하게 실패했지만, 떠밀려 감독을 맡은 ‘황산벌’은 큰 성공을 거두며 그에게 새로운 발판을 마련해줬다. 기나긴 여정이 빚어내는 아이러니. 삶에 동시에 깃드는 기쁨과 슬픔. 그의 영화가 귀하게 느껴지는 것은 재능이나 테크닉 때문이 아니다.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살아온 세월이나 살아가는 방식 또는 영화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그가 온몸으로 말하는 듯한 문장 하나 더. 삶은 영화보다 언제나 크다. “아, 여러분. 여기까지 누구 보러 오셨어요?” “활화산!”(‘즐거운 인생’에서 청중들의 함성을무대에서 유도하는 김윤석.) -‘즐거운 인생’이 이제 막 개봉됐습니다. 정진영씨나 김윤석씨 혹은 장근석씨가 궁금해서 이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즐거운 인생’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이준익 감독님이겠죠. ‘황산벌’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에 이어지는 다음 작품이라니, 그런 기대가 당연하게도 느껴집니다.(웃음) “이상하게도 그런 질문을 작년부터 자주 받아.(웃음) 이준익이라는 사람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냐는 거지. 전혀 의식을 안 한다면 그것도 거짓말일 수 있겠지. 하지만 과연 내가 의식하는가 되짚어보니, 그걸 의식해서 뭔가 행동하는 모습을 내게서 찾기가 힘들어. ‘왕의 남자’가 한국영화 흥행 기록을 세운 이후에 찍는 영화가 ‘라디오 스타’라면, 한 장면 한 장면 치열하게 이를 악물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서 찍어야 그게 의식하는 행동이잖아. 그런데 실상은 의식을 심하게 안 할 정도로 설렁설렁 찍었으니.(웃음) 아무래도 이런 행동이나 심리는 내 본성에서 나온 것 같아. 남들이 기대할수록 더 엇나가는 반골 기질이랄까. 반대로 기대를 안 하면 뭔가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불끈 솟는데, 그런 역에너지가 내 인생의 본질인 것 같아.(웃음)” “최곤씨. 노래 한 곡만 더 안 될까. 내 여자친구가 최곤이 팬인데.”(‘라디오 스타’에서 카페에서 노래하는 박중훈에게 돈을 쥐어주며 한 곡 더 해달라는 손님.) -‘라디오 스타’에 이어서 ‘즐거운 인생’을 하신 것을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두 영화의 테마는 비슷한 점이 많으니까요. 비슷한 영화를 한 번 더 한다고 비판받기 쉬움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인생’을 밀어붙인 것은 어떤 이유입니까. “이상해. 나한테 오기가 좀 있는 것 같아.(웃음) ‘왕의 남자’를 하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황산벌’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야. 아쉬움을 개선하려는 욕구 때문에 같은 사극인 ‘왕의 남자’를 선택해 더 밀도 높게 채우려 한 거지. 그 영화가 흥행에서 그토록 크게 성공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다시 사극에 도전했을 거야. 순전히 오기로 말이야. 그런데 예상과 달리 너무 큰 성공을 거뒀으니 오기가 생겨날 리가 없잖아.(웃음) 그래서 전혀 새로운 분야인 ‘라디오 스타’를 한 거야. 그런데 그 영화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았지만, 내심 불만이 있었어. 그건 극장 개봉에서 관객들이 흥행을 통해 열광적으로 호응하진 않았다는 점이야. 거기에 대한 아쉬움이 내게 남아 있었나 봐. 그래서 오기가 또 생긴 거야. 음악밴드와 한물간 인생의 모티브를 가지고 ‘즐거운 인생’에서 다시 밀어붙여보자는 생각이었던 거지. ‘즐거운 인생’을 완성했는데도 여전히 아쉬워. 그래서 차기작 ‘님은 먼 곳에’의 제작에 바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이게 또 락밴드 얘기네.(웃음)” -이른바 ‘오기 3부작’인 셈이네요.(웃음) “바야흐로 오기의 제3장이 이제 펼쳐지는 거지.(웃음)” “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죠. 사랑한 것도 잊혀 가네요.”(‘라디오 스타’의 첫 장면에 흘러나오는 최곤의 노래 ‘비와 당신’의 가사.) -저는 음악을 키워드로 한 ‘라디오 스타’와 ‘즐거운 인생’이 상당히 흡사해 보이지만 그 사이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디오 스타’는 주인공의 노래로 시작하는 영화인 반면, ‘즐거운 인생’은 주인공들의 노래로 끝나는 영화지요. 결국 ‘라디오 스타’는 음악으로 다 할 수 없었던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인 반면, ‘즐거운 인생’은 풀지 못한 삶의 딜레마를 음악으로 해소하는 작품이라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즐거운 인생’이 좀더 음악에 중점을 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놀라운 발견이네. 지금 말한 거 앞으로 내가 써먹어야지.(웃음) 그 지적이 맞는 게, ‘라디오 스타’는 현존하는 ‘빈티지’에 대한 가치에 관해 대중적으로 소통하고 싶었던 의지가 컸던 작품이었거든. 비록 이젠 한 물 갔지만, 극중에서 박중훈과 안성기가 20년간 지탱해온 소중한 삶의 가치 함부로 폄하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야. ‘즐거운 인생’에서는 주인공들이 실업자이거나 중고차 세일즈맨 혹은 퀵서비스 아저씨잖아? 그런 사람들의 삶이 사실 음악과 무슨 상관이 있겠어.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함께 모여 밴드를 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음악이 소수 전유물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화랑을 계속 내보내라.” “행님, 미칬나.” “그래. 자식 죽으라꼬 보낸 니는 안 미칬나? 지 식구들 쳐죽이고 나온 계백이는 제 정신이가? 다 미친 기야. 미쳐야 하는 기야. 전쟁은 미친놈들 짓인 기야.”(‘황산벌’에서 정진영<김유신>이 백제군에 대한 신라군의 분노를 촉발하기 위해 화랑을 한 명씩 계속 적진에 투입해 희생시키며.) -감독님은 하고 싶은 말을 효과적으로 압축해 관객들에게 강력하게 전달하는 데서 대단히뛰어납니다. 일례로 ‘모든 전쟁은 미친 전쟁이다’라는 말을 ‘황산벌’만큼 강력하게 전달하는 영화도 없거든요. “그런 평가를 해준다면 내가 가지고 있거나 내가 노력한 것 이상의 찬사라서 송구스럽지.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내가 다 알고 실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영화가 미술 음악 소설과 가장 다른 점은 집단적인 작업이라는 데 있는 것 같아. 나는 감독으로서 작가 스태프 배우 제작자 등 수많은 사람들로 이뤄진 창작 집단의 대표성을 띠고 이름을 얹은 거야. 내 세계관이 내가 만든 영화와 그대로 일치한다고 말하기엔 내가 너무 부족하고 모자라. 다만 영화가 소비되는 방식이 감독 입을 통해 설명되는 사회적 구조가 있기에 내가 나서서 때로는 변명을 하고 때로는 부연설명을 할 뿐이야. 지를 더 말한다면, 창작품이란 만들 땐 만든 사람 것이지만, 일단 완성되면 돈을 치르고 그 작품의 시간을 사간 사람의 것이 된다는 거지. 만들 때는 만드는 사람의 세계관이 투영되지만, 그게 소비될 때는 소비자의 세계관과 접촉하면서 새로 발생하는 것들이 있어. 내가 영화를 찍으면서 항상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 현상이야. 내가 만든 영화를 평론가나 관객이 볼 때, 그 사람의 현실과 나의 현실 사이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난다는 거야. 그 현상이야말로 리얼한 현실이고 사회적 현실이라는 거지.” -영화는 집단창작물이지만, 일반적으로 ‘감독의 창작품’으로 여겨집니다. 이건 일종의 작가주의적 견해에 따른 것인데, 영화의 핵심 인물을 감독으로 보아 특정 영화를 그 감독의 개성과 세계관이 투영된 창작품으로 보는 거지요.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감독 외에 시나리오 작가나 스태프 혹은 제작자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감독님은 ‘황산벌’ 이후 ‘즐거운 인생’까지 최석환 작가님과 계속 함께 작업을 해오시고 계시죠. 감독님 영화들에 담긴 세계관의 비율을 굳이 수치화한다면, 감독님과 최작가님의 비율은 각각 어느 정도쯤 되는 걸까요. “나는 50대50 정도라고 봐. 그 정도의 비율을 지향하기도 하고 말이야. 최작가가 ‘이런 이야기 어때요?’하고 공을 던지면 그것을 내가 드리블하는 방식이라고 할까. 지금 그 질문은 드리블 하는 사람이 더 영향을 끼치느냐, 공을 던져 주는 사람이 더 영향을 끼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겠지. 축구에 비유하자면, 영화는 패스의 예술이야. 내 영화는 최소한 쓰리 패스에서 많으면 나인 패스까지 간다고. 그런 상황을 주도하고 지시하는 것이 독의 역할인 셈이지. ‘황산벌’은 나와 최작가에 조철현 타이거 픽처스 대표까지 쓰리 패스로 만든 영화야. 조대표가 방대한 역사적 자료 조사와 풍부한 독서량을 통해서 그 기획에 대해 나와 투 패스로 진행하다가 중간에 최작가까지 끌어들여 만든 영화니까. ‘라디오 스타’는 나와 최작가에 정승혜 영화사 아침 대표까지 쓰리 패스로 만든 작품이지. ‘왕의 남자’는 나와 최작가, 정대표와 조대표에 원작자와 정진환 이글픽처스 대표 등등까지 나인 패스로 만든 작품이라고 볼 수 있어. 그 영화 시나리오는 회의실에서 평균 아홉명 가량 되는 사람들이 모여 하루 평균 8시간씩 두 달을 매일 회의하면서 쓴 것이니까. 그 영화의 마지막 회의는 무려 28시간 동안 잠도 안 자고 했어. 결국 한 명씩 픽픽 쓰러졌는데,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딱 둘이었다구. 나랑 최작가.(웃음)” -시나리오에 가장 책임이 클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이네요.(웃음) “그렇지. 그 영화는 토론의 산물이었기 때문에 대사 한 줄을 넣으려 해도 합당한 이유를 대서 남들을 이해시켜야 했어. 그래서 우린 ‘왕의 남자’ 시나리오를 미-적분 시나리오라고 부르는 거야. 일반적인 시나리오에 비해 엄청나게 촘촘하고 복잡하거든. 그 시나리오에 매설된 파이프 라인이 몇 개인데. 보통은 인물들간의 삼각관계가 하나나 두개 정도에서 그치지만, 이 영화는 무려 네개야. 다이어그램을 그려서 보여줄까? (백지에 직접 그려가며 설명.) 공길과 장생과 연산이 하나, 연산과 공길과 녹수가 둘, 처선과 연산과 장생이 셋, 공길과 장생과 육칠팔이 넷. 그렇게 네개의 삼각관계가 두 시간 내내 맞물려 돌아가는 거야. 이 복잡한 시나리오를 말이 되도 관객에게 납득시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구. 그러니 이런 시나리오를 어떻게 혼자 책상에서 쓰겠어.” -그래도 영화가 완성되면 그 작품의 완성도와 관련된 공과 과를 오로지 감독이 혼자서 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연 배우를 제외하면, 매체를 통해 그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일을 떠맡는 사람은 오직 감독 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말씀하신대로라면, ‘왕의 남자’와 같은 집단창작의 산물을 감독 한 사람의 창작품으로만 여기는 통념은 상당히 무리가 있는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난 제작가 출신이라서 사실 연출보다는 제작을 더 많이 했지. 그런데 제작가 시절부터 감독의 어깨에서 짐을 좀 덜어줘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어. 특히 한국에서 감독에겐 너무 많은 부담이 지워져 있거든. 감독이란 직업이 별개 아니라는 것은 그 기원을 보면 알 수 있지. 뤼미에르 형제로부터 시작된 영화라는 매체는 결국 프랑스 부르주아들의 산물이야. 이건 일종의 놀이 같은 것이었는데, 여유가 있어야 놀 수 있는 법이니까.” -지금 개념으로 따지면 일종의 UCC 같은 거죠.(웃음) “그렇지. 그런데 그 영상에 이야기를 넣으면 더 재미있어진다는 것을 안 거야. 그래서 함께모이는 멤버들끼리 논의하다가 ‘너는 잘 생겼으니까 영화에 출연해라. 넌 글을 잘 쓰니까 좀 써봐라. 넌 돈을 많이 벌었으니 카메라를 사라” 뭐, 이렇게 된 거라고. 부르주아들이 새로운 놀이거리를 함께 만들어보기로 약속한 거지. 그런데 그렇게 모여서 놀려면 누군가 연락해야 할 거 아냐. 그래서 그 중 제일 재주 없는 놈이 그 역할을 맡게 된 거지.(웃음) 대사가 좀 이상하다고 배우가 불평하면 작가에게 대신 가서 전달하고, 뭐 이렇게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는 일을 하는 거지. 그 사람이 나중에 감독이 된 거라고.(웃음) 그런 게 점차 시스템화 되면서 지금과 같은 감독의 권력이 생겨난 거야.” -실제 지금 말씀하신 그대로 진행되진 않았더라도, 상당히 흥미로운 요약이네요. 토테미즘의 기원에 대한 프로이트의 신화적 설명 비슷한 느낌도 들구요.(웃음) “그렇게 감독이 영화라는 집단 창작물에 대한 권력의 행사자가 되니까, 우수한 인재들이 그 권력을 보고 감독을 지망하기 시작한 거야.” “아름다운 그 모습을 자꾸만 보고 싶네... 그것도 못 잡냐?”(‘라디오 스타’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기분이 좋아진 매니저 안성기<박민수>가 노래 ‘미인’을 흥얼거리다가 갑자기 던진 손가방을 박중훈<최곤>이 놓치자.) -좋은 시나리오를 가진 영화들이 흔히 그렇긴 하지만, 감독님 영화는 앞에 깔아둔 복선을 극의 클라이맥스에 절묘하게 끌어들여 활용하는 방식이 특히 좋습니다. ‘라디오 스타’의 뛰어난 라스트씬이 위력을 발휘한 것은 영화 중반 밤거리에서 박민수가 던진 가방을 최곤이 놓치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라스트씬에서는 극적으로 되돌아온 박민수가 다시 손가방을 던지는데 이번에는 최곤이 받으니까요. 손가방을 놓치거나 받는 행위를 통해서 두 인물의 현재 관계를 선명하게 요약하는 거지요. 더구나 그 손가방이 매니저의 필수품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그게 블로킹(화면에 인물이나 사물을 배치하거나 움직이게 하는 방식)에 의해서 드라마를 설명하는 방법이지. 영화에서 내러티브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가장 쉬운 게 대사로 처리하는 거야. 그런데 대사로만 설명하려면 뭐하러 영화를 찍겠어? 몇 걸음 앞서 걷거나 뒷모습을 보이며 걷는 게 수많은 대사보다 더 정확한 설명이 될 수 있는 거야. 그 가방은 이십년간 둘의 관계를 그대로 담아온 삶의 매개체야. 그날 벌었던 돈과 다음날 할 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 가방 하나를 두 사람이 쓴다는 게 둘의 관계를 말해주는 거잖아. 그 가방은 박민수가 들고 다니지만 사실상 최곤의 가방인 셈이야. 그런 가방을 그렇게 두 장면에서 놓치거나 받으니 그걸로 둘의 관계는 명쾌하게 설명이 된 거지.” -그 직전 다방 씬에서는 최곤이 애초에 커피를 주문했다가 몸에 좋은 쌍화차를 시키라는 박민수의 조언을 그대로 따르는 장면이 나오죠. 늘 투덜대고 제멋대로인 최곤은 사실 그런다고 쌍화차를 시키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한다는 것 자체가 최곤이라는 인물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거죠. “그런 게 다 장치야. 나는 시나리오를 쓸 때 늘 3장 구조로 써. 할리우드의 영향인 셈이지. 전체 시퀀스의 개수는 8개로 맞춰. 1장에 둘, 2장에 넷, 3장에 둘. 1장은 셋업, 2장은 시추에이션, 3장은 이모션.” -전부 그런 구조로 하십니까? “다 그렇게 해. 내 시나리오의 패러다임이야. 한 시퀀스는 다시 7-8개의 씬으로 구성하지. 그리고 한 시퀀스에서도 전체와 같은 구조를 다시 반복하는 거야. 그 시퀀스의 서두는 2개의 씬, 중반은 4개의 씬, 후반은 2개의 씬. 서두는 셋업, 중반은 시추에이션 후반은 이모션.” -이건 완전히 프랙탈(눈송이의 결정체 모양처럼 부분이 전체를 계속 반복하는 형상) 시나리오라고 할만하네요.(웃음) “한 씬 안에서 매 쇼트를 또 그렇게 구성해. 마지막은 늘 이모션으로 끝나지. 그런 상업적 컨벤션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려면 엄청나게 훈련해야 해. 대중영화는 결국 이모션이 핵심이지.” "난 밖에 나가서 마케팅 뛸 테니까 둘이서 상의 잘 하세요."(‘라디오 스타’에서 DJ 박중훈과PD 최정윤이 대립을 보이자 매니저 안성기가 슬며시 자리를 피하며.) -감독님이 영화의 상업적 컨벤션에 대해 아주 잘 훈련되어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영화 일을 마케팅으로 시작하셨기 때문이죠? 마케팅을 오랜 기간 담당하시면서 수많은 영화를 보셔야 했으니까요. “1986년에 서울극장에서 광고 디자인을 맡으며 처음 영화 일을 시작했어. 그러다 1987년에 직접 회사를 차려서 십수년간 마케팅을 했지.” -영화 수입도 많이 하셨죠? “조도로프스키의 컬트 영화 ‘성스러운 피’가 첫 수입작이었지. 그때 3천만원 손해를 봤는데 그게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 빚의 시작이야. 그전까진 돈 잘 벌었지. ‘제너럴’ ‘벨벳 골드마인’ 같은 수입 영화들이 다 크게 손해를 봤어.” -그 두 편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들인데 안타깝네요. “나도 좋아해.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다 망하더라고.(웃음) ‘러시아워 2’ ‘블레이드 2’ ‘택시’, 이런 것들은 돈을 벌고 말이야. 그러다 ‘K-19’이 결정타였어. 그거 한 으로 30억원 손해 봤으니까. 난 지금도 해리슨 포드가 웬수야.(웃음)” -다른 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마케팅이나 수입을 하실 때 영어를 잘 못하셨는데도 영어 능통자들보다 오히려 더 영화를 정확하게 파악하셨다던데요?(웃음) “내가 광고 때문에 본 영화만 1천편이 넘어. 그게 다 자막도 없이 본 영화지. 정식 상영되기 전에 보는 거니까. 그런데 그런 영화를 보고 나오면,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보다 내가 줄거리를 더 잘 알아. 왜냐면 영어를 못하니까 온갖 상상을 하면서 화면을 뚫어져라 보기 때문이지.(웃음) 생계가 달린 일이니까 절박하게 본 거야. 그러다 보니 자연히 영화 언어에 익숙하게 됐지. 나중엔 영화 한 편을 ?만? 커트를 거의 다 외우다시피 하게 되더라고. 그렇게 몸으로 습득한 커트 계산 능력 때문에 촬영 현장에서도 콘티 없이 바로 찍어버려. 그러니 다 찍고나면 별로 버릴 장면도 없어. 난 디렉터스 컷이 없는 감독이야.(웃음)” “젤로 중요한 것은 날짠데, 7월12일까지 온나”(‘황산벌’에서 당나라 장수 소정방의 말을 신라측에 전달하는 통역.) -제일 중요한 게 날짜라는 소정방의 말은 감독님의 작업 방식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키드 캅’에서도 백화점을 털려는 범인들은 행동에 앞서 차고 있는 전자시계의 시간을 서로 맞추는 일을 제일 먼저 하죠. 날짜를 지키고 예산을 지키는 것을 무척 중시하시죠? “감독은 그걸 지키는 주체야. 감독이 그걸 안 지키면 피해자가 많이 생겨. 감독의 개인적인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서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수 있어. 나의 욕망을 미루더라도 날짜는 지켜야 돼. 그게 영화 제작의 약속이야. 내겐 예술보다 약속이 더 중요해.”
“금일 연회를 맞아 전하께오서 친히 광대를 불러 마련하였으니 함께 보며 즐기도록 하시오.”(‘왕의 남자’에서 연회 개회를 선언하는 내관 장항선.) -저는 ‘왕의 남자’의 궁중 연회가 시작되는 장면을 보면서 내관이 하는 말이 곧 감독님의 관객에 대한 말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감독님의 영화는 호모 루덴스(유희적 인간)의 영화니까요. 감독님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소비되는 양태까지, 일종의 놀이로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그럼. 나는 놀이의 미학이 21세기의 중요한 아젠다라고 생각해. 왜냐면 놀이가 생산이고, 생산이 놀이여야 하거든. 20세기까진 생산은 곧 노동이었어. 그런데 21세기는 달라. 게임 산업에서 보듯 놀이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발생시키잖아? 기존의 모든 생산도 놀이로 전이되지 않으면 생산성을 잃어버리 ?거야.” “여러분 안녕하세요. 놀 준비 됐나요? 함 놀아볼까? 다같이 일어나. 오케이. 예.”(‘라디오 스타’에서 라디오 공개방송 무대에서 관객들을 부추기는 록밴드 노 브레인.) -‘라디오 스타’와 ‘즐거운 인생’에서 공연 장면은 곧 놀이라고 설명됩니다. ‘황산벌’에서는 전쟁 초반이 흡사 놀이처럼 진행됩니다. ‘왕의 남자’는 왕 앞에서 질펀하게 노는 광대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죠. 감독님 데뷔작인 ‘키드캅’까지도 결국은 문 닫은 백화점에서 한바탕 놀면서 악당들을 해치우는 아이들 이야기잖아요. 놀이라는 키워드로 감독님 영화를 구분할 때, 저는 ‘황산벌’은 놀이로서의 전쟁을 다루고, ‘왕의 남자’는 놀이로서의 정치를 다루며, ‘키드 캅’은 놀이로서의 액션을 다루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라디오 스타’는 놀이로서의 직업을 다루고, ‘즐거운 인생’은 놀이로서의 삶을 다루는 영화죠. “야, 이런 지적은 감독의 의도를 완전히 꿰뚫어야 나올 수 있는 거야.(웃음) 내게 삶은 유희야. 오래 전부터의 금언이 있듯이, 모든 인간은 무대에 선 배우라고 믿어.” -유달리 분위기 좋은 감독님 영화의 촬영 현장도 놀이터 같지 않습니까.(웃음) “놀이를 떠난 생산은 고통이야. 고통이 주는 미학도 물론 있겠지만, 놀이가 주는 미학도 결코 그보다 열등하지 않아.” -촬영 현장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시죠? “우리는 촬영 현장이 언제나 코미디라니까.(웃음) 그런데 나는 현장에서 한 가지 목표를 두고 작업할 때 모든 파??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해. 그런데 집중을 하려면 호기심과 흥미가 있어야 하지. 모르면 재미없어. 나는 그 장면을 왜 찍는지 어떻게 찍을 것인지에 대해서 다 공개해. 그러니 다들 궁금해하게 되는 거야. 감독 머리 속에만 있으면 뭘 찍는지 몰라서 다들 흥미가 없어지는 거라고. 그러면 집중력과 효율성도 떨어지지.” -그런 작업 방식과 유달리 빠른 작업 속도도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가 적을 테니까요. “내가 빨리 찍고 재촬영도 잘 안 하는 이유는 뭘 찍는지 모두가 알기에 모든 파트의 기능이 집약적으로 투여되기 때문이야. ‘컷’을 외치면 그 장면이 오케이가 안 될 이유가 없어. 다 집중해서 몰입했는데 그게 어떻게 엔지(N.G)겠어. 보통은 한 두 번이면 끝나. 어떤 장면을 세번 촬영하면 그건 기술적인 실수가 있을 때 뿐이야.” “나를 놀아나게 하는 것은 바로 네 놈이야., 지금도 법도와 명분을 내세워서 나를 옭아매려 하지 않느냐.”(‘왕의 남자’에서 정진영<연산군>이 형조판서에 대한 처벌을 만류하는 이조판서에게.) -영화적인 법도나 명분에 별로 얽매이지 않으시죠? “얽매이지 않지. 다른 감독들과 달리 기본적으로 연출부 생활을 한 적이 없었기에 영화적 법도에 대해 강박이 없어.” -그런 면에서 감독님 영화는 소위 ‘화면 때깔’이나 미장센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적 법도에 얽매이지 않는 것에는 유불리가 있을 거야. 영화적 미장센에 대해 내가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는 게 불리한 점이겠지. 반면에 그런 데 얽매이지 않기에 에너지가 절약되는 측면이 있어서 배우들의 연기 디테일에 대해 좀더 잘 포착하는 유리함도 있는 것 같아. 난 적어도 미장센의 디테일을 잡으려다 배우의 컨디션을 저하시키는 일은 하지 않으니까.” -미장센을 잃는 대신 연기를 얻는 셈이시군요. “그렇지. 그런 점에서 특히 스태프들이 아쉬움을 많이 이야기하지. 그럼에도 내가 추구하는 이야기의 틀거리는 직설적이고 과격한 집중력 같은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건 미장센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기에 내가 그런 쪽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 “우린 조직으로 움직인다.”(‘키드 캅’에서 악당들에 맞서 싸우는 초등학생들의 대장 격인 소년의 말.) -‘키드 캅’을 보니 감독님이 일하시는 방식에 대해 선언하는 듯한 대사가 있더라구요.(웃음) 감독님은 오래 전부터 정승혜 영화사 아침 대표, 조철현 타이거 픽처스 대표, 최석환 작가, 배우 정진영씨를 위시한 일군의 ‘영화적 동지’들과 계속해서 작업하고 계시잖습니까. “어떻게 그런 대사가 ‘키드 캅’에 있었을까. 그걸 기어이 찾아낸 당신은 또 뭐야.(웃음) 우린 당이야. 영화공화당. 나는 당이 까라면 뭐든지 일단 까고 봐.(웃음) 그동안 진 빚 때문에 현재는 세 개의 회사로 나뉘어 있지만, 우리는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같은 당원들이야.” -밖에서 보기엔 거의 동아리처럼 보이던데요?(웃음) “동아리도 맞아. 뜻이 같으니까. 사실 마음은 서로 잘 안 맞아.(웃음) 다 따로 국밥이. 맨날 싸워.” -그럼 서로 같다는 그 ‘뜻’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걸어온 길이 틀린 길이 아니란 걸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는 거지. 충무로에서 함께 보낸 20년 인생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에,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뜻이 같은 거야.” -앞으로도 계속 그 테두리 안에서만 작업하실 겁니까. “이젠 더 이상 갈 데도 없어. 남들이 보면 결속이 정말 공고하다고 하겠지만, 사실 우린 내부의 적이 너무나 강력해서 외부의 적은 적도 아냐.” -내부의 적 때문에 맘대로 못하시나요? “맘대로는 커녕, 내가 독자적으로 인터뷰 한 번만 해도 난리인데, 뭘.” -오늘 인터뷰는 내부의 허락을 받으셨죠?(웃음) “그럼 받았지. CF 들어오는 것도 내게 알리지도 않고 알아서 다 잘라버린다니까.(웃음)” -같은 당원들을 동료로서 어느 정도 신뢰하세요? “100% 신뢰해. 전부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야. 인간적인 면과 영화적인 실력 모두 신뢰해. 나는 내 영화 인생을 그들이 자신들의 잠재력을 세상에 더 명징하게 증명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일에 걸고 싶어. 그들의 기여가 없었으면 나도 지금 이 상황까지 올 수 없었어.” -저는 감독님이 품성으로 영화를 만드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그 품성에는 바로 그런 영화적 동지들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모습도 포함되어 있지요. “그럼. 영화가 생활보다 우선할 수 있겠어? 아무리 영화가 위대해도, 삶보다 위대할 순 없는 거야. 그리고 삶은 인간의 자세 그 자체야. 나는 파트너쉽이 릴레이션쉽으로 확장될 때 비로소 인생이 두터워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 “다음 점검은 한 시간 후에 하겠습니다.” “좀더 자주 하면 안 될까요? 심심해서.”(‘키드 캅’에서 경찰의 점검에 경비원이 농담하며.) -‘왕의 남자’ 이후 작업 속도를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입니다. 심지어 ‘즐거운 인생’이 이제 막 개봉하는 상황인데, 다음 영화인 ‘님은 먼 곳에’ 촬영 시작을 11월로 잡아두고 요즘 정신없이 준비하고 계시잖습니까. 이쯤 되면 충무로에서 김기덕 감독님 다음가는 생산력인 것 같은데요.(웃음) “당이 움직이니까 당원으로서 안 갈 수 없는 거야.” -그 당은 왜 그리 몸을 빨리 움직여야 한답니까.(웃음)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 하지만 무엇보다 우린 먼 길을 이미 떠난 사람들이라는 점이야. 길 위에 있는데 아직 그 길은 끝나지 않았지. 그러니까 계속 가는 거야. 우리가 가는 길에 우리 당의 신입당원들이 하나둘씩 합류하니까 그들의 길을 또 함께 가줘야 하고 말이야. 그 길에 나 혼자 서 있는 게 아니니까.” “좋냐?” “그래 좋아.” “뭐가 그리 좋아?” “그냥 다 좋아”(‘왕의 남자’에서 공연이 성공을 거둔 뒤 만끽하는 감우성과 이준기.) -감독으로서 가장 좋은 것은 무엇입니까. “같이 한다는 거야. 혼자하라면 이게 무 뻘짓이야.(웃음) 혼자 글을 쓰는 소설가들 같은 경우는 참 힘든 작업일 거야. 혼자서 성을 쌓다가 무너뜨리는 일을 얼마나 많이 반복해. 우리는 같이 쌓으니까 무너지는 순간에 누군가 막아줄 수 있어. 우린 무조건 그날 컨디션이 제일 좋은 사람을 따라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매일 좋을 순 없잖아? 어느날 ‘그 분’이 오시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니까.(웃음) 그러면 그 분을 따라서 가는 거야.” -현장 상황에 맞춰 시나리오를 대폭 바꾸시는 경우도 많다면서요? “현장에서는 시나리오 안 봐. 30%는 바뀌지. 심지어 조감독이 ‘감독님, 시나리오 좀 읽고 나오세요’라고 말해. 그러면 내가 반문하지. ‘지금 우리가 영화를 찍는 거지, 시나리오 찍는 거냐?’(웃음)“ “나, 밴드 안 하면 죽을지도 몰라.”(‘즐거운 인생’에서 함께 록밴드를 하자면서 친구들을 설득하는 정진영.) -감독이라는 직업에 목숨을 거는 타입은 절대 아니시죠?(웃음) “당연히 아니지. 난 감독이기 이전에 당원이니까. 나한테는 감독 일만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게 아니야.” -그건 오래 전부터 감독에 대한 꿈을 키워오시다가 감독이 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감독이 되신 전력과 관계가 있는 겁니까. “그건 좀 다른 문제야. 나는 화가를 꿈꾸었던 사람이었지만, 그런 꿈을 헌신처럼 한 순간에던져버린 사람이라고. 나는 내가 삶에서 맺어가는 관계를 통해 내 자신을 증명하는 사람이야. 관계를 통해 내가 증명되는 거지, 나 혼자서 증명할 수는 다는 거야. 나이를 좀더 먹으면 다른 길로도 영화를 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해. 그건 제작일 수도 있고 기획일 수도 있으며 시나리오를 다루는 일일 수도 있어. 그 일이 무엇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이 기사의 후반부는 9월14일 ‘이동진의 영화풍경’에 연이어 게재됩니다.)
.......^^ |
출처 : 차맛어때
글쓴이 : 후박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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