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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불교

[스크랩] ‘방편’ 쓰지 말고 ‘붓다의 언어’로 말해야 - 허정스님(불교신문)

# 이평래 교수의 글을 읽고

 연기와 공엔 어떤 실체도 발 붙일 수 없어

 ‘방편’ 쓰지 말고 ‘붓다의 언어’로 말해야

 

  -인도 뿌네대 빠알리어학과 석사과정 허정스님

 

각묵스님의 ‘현양매구(懸羊賣狗)’라는 글에서 여래장 계열의 가르침은 수승한 불교라는 양 머리를 내걸었지만 존재론적 실체를 찬양해 마지않는 외도의 개고기를 파는 일이라는 글에 대하여 이평래 교수님은 “여래장 사상도 불교의 핵심인 연기와 공을 벗어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여래장사상을 몇 가지로 설명하였다.

 

즉, “공여래장(如來藏)은 번뇌가 0%(空)인 상태를, 불공여래장(不空如來藏)은 지혜와 자비가 100%(不空)인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여래장을 인과로 나누어 설명하면 인(hetu, 因)으로서의 여래장(불성)은 고타마 싯다르타이며 과(phala, 果)로서의 여래장(불성)은 정각을 얻은 붓다이다. 이 둘의 관계는 본성(本性)으로는 불이(不異)이며 위상(位相)으로는 불일(不一)이다. 마치 땡감과 단감은 동일한 감(不異)이지만 땡감(因)은 떫고 단감(果)은 달듯이(不一).”

 

그러나 위와 같은 이 교수님의 반박 글에서 과연 “여래장 사상과 연기와 공이 다른 것이 아니다”라는 그분의 주장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여지진 않는다. 왜 그런가? 먼저 이 교수님의 설명을 따르자면 공여래장과 불공여래장이란 과(果)로서의 여래장을 설명하는 측면이기에 여래장이 연기와공임을 설명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공과 불공의 의미는 번뇌의 없음(空)과 지혜의 있음(不空)을 설명이고 그것은 붓다가 번뇌가 없고 지혜가 충만한 사람이라는 설명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여래장을 인과로 나누어 불일불이로 설명하는 것 또한 여래장이 연기와 공의 뜻이란 것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연기와 공이란 존재란 서로서로 조건 되어 생멸하고 있고 실체가 없음을 뜻한다. 그것이 마음이라 불리어지고 여래장이라 불리어지더라도 서로서로 조건 되어 있고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연기와 공이란 그 어떤 실체도 발 붙일 수 없는 철두철미한 언어이다. 대승에서 마음을 인과로 나누고 이사(理事)로 나누고 체상용(體相用)으로 나누어 그 관계성을 불일불이로 설명하는 것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주불변하는 실체를 인정하는 이교도들도 그러한 방식으로 실체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힌두교의 전변설(轉變說)이 그것이다. 그들은 주장은 영원불변하고 모든 것의 근원인 브라흐마(Brahma)가 있는데 그 브라흐마(Brahma)가 각각의 아트만(Atman)으로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브라흐마(Brahma)가 아트만(Atman)이고 아트만이 브라흐마여서 서로의 관계는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다(不一不二)는 것이 그들의 사상이다.

 

일부 여래장사상을 따르는 사람들은 이사와 체상용의 방법을 상주불변하는 여래장, 진여, 참나를 옹호하는 논리로 사용하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승만경>의 “여래장은 상주불변이다. 그러므로 여래장이다.(如來藏常住不變 是故如來藏)” 라는 표현도 불자들은 외도와 다른 연기와 공의 표현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내적인 이유를 많은 불교학자들은 실체를 인정하는 듯한 언어를 사용하는 불교집단이 나타나서 불교가 힌두화되었기에 불교가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여래장사상이 그 시대에 필요했던 방편이었을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그 방편 때문에 불교는 사라져 간 것이다. 나는 지금 인도의 뿌네대학에 다니면서 힌두교를 굳게 믿는 교수들 밑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그들은 서슴없이 불교와 힌두교는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왜 불교가 힌두교와 같은가라고 물으면 그들이 답하는 것은 힌두교와 불교의 사상(여래장, 불성)이 같다는 것이다. 우리(불교인)가 아무리 그들과 같지 않다고 말해도 그들은 여전히 불교와 힌두교는 같다고 말할 것이다.

 

이제 방편이라는 이름으로 오해를 받을만한 언어를 사용하면서 계속 변명하기보다는 차라리 오해받지 않을 붓다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출처 : 초기불전연구원
글쓴이 : 초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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