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상가(Saṅgha)가 성립된 것은 보리수 밑에서 정각(正覺)을 얻은 고타마 붓다가 바라나시에서 처음으로 5명의 비구들에게 초전법륜경(初轉法輪)을 설하여 귀의한 때이다. 그 때 고타마 붓다를 비롯하여 6명이 최초의 승가이다. 산스크리트어의 상가(संघ, saṃgha)의 빨리어(pāli)어 상가(Saṅgha)의 음역으로 중(衆), 화합승(和合僧), 화합중(和合衆)으로 의역되기도했다.[1]
부처님 당시에 모임,단체,무리를 뜻하는 단어들로는 상가(Saṅgha)를 비롯해서 가나(gana), 빠리사(parisa), 왁가(vagga), 칸다(kkhanda)등이 있다. 부처님은 물론 뿌라나 깟사빠등 육사외도들의 모임도 ' 상가(Saṅgha)라고 불렀고 그들의 지도자를 승가를 가진자(saṅghī) 무리를 가진자(gaṇī)라고 불렀다. 부처님은 이 동의어들을 가져다가 상황에따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서 승가(saṅgha)는 불교안에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며 상가(saṅgha)의 어원을 분석해도 그 뜻이 정확하게 드러나지도 않는 단어가 되었다. 이밖에 승가의 용례에는 사방승가, 현전승가, 화합승가, 비구승가, 비구니승가등이있다.승가의 종합적인 의미는 율장에서 나타난다. 부처님은 4인 승가, 5인 승가, 10인 승가, 20인승가, 20인 이상 승가라는 5종류의 승가만을 인정하셨고 승가의 종류에 따라 할 수 있는 역활과 기능을 다르게 규정하였다.
4인 승가: 포살,자자 가능
5인 승가: 포살,자자,지역에서 수계 가능
10인 승가: 포살,자자,중앙에서 수계 가능
20인 승가:출죄갈마등 모든 갈마 가능
20인 이상승가:출죄갈마등 모든 갈마 가능
번역가들이 붓다(Buddha), 담마(Dhamma),상가(Sangha)를 의역하지 않고 소리나는 대로 불타, 담마, 승가라고 음사한 것은 이 단어들이 가진 종합적인 의미를 계승하기 위함이다.(담마는 법(法)이라고 번역되었지만 담마에는 진리,이치,현상,규칙,가르침,심리현상,사건등의 뜻이 있기에 법이라는 번역은 부족하다) 간단하게 말하면 경장(經藏)이 붓다와 담마의 주석이며 율장(律藏)이 승가의 주석이라 할 수 있다.
승보와 승가의 차이
초기경전에서 “저는 세존께 귀의하옵고, 법과 비구승가에 귀의합니다.(bhikkhusaṅghañca)"라는 문장이 수없이 나타난다. 초기 승가에서는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상가에 귀의합니다.(Saṃghaṃ saraṇaṃ gacchāmi)를 3번 반복하는 것으로 출가의식을 대신하였다. 승보는 과위를 얻은 1인이상의 수행자를 의미하고 승가는 4인 이상의 수행공동체이다. 삼귀의 대상은 승보(Saṅghe ratana)가 아니라 상가(Saṅgha)이다. 들숨날숨에 대한 새김 경(M118)에는 '승가의 범위'를 '예류자, 일래자,불환자,아라한'을 포함하여 '자애를 닦는 범부 비구,들숨 날숨을 닦는 범부 비구들'을 포함하여 설명하고 있다.
보시의 분석 경(M142)이나 웰라마 경(A9:20)에서 개인(붓다)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승가에 보시하는 것이 공덕이 더 크다고 말한다. 부처님과 사쌍팔배를 비교한다면 부처님이 사쌍팔배보다 더 큰 복밭이다. 그런데 사쌍팔배를 포함한 승가와 부처님을 비교한다면 승가가 더 큰 복밭이라고 설명한다.
“장자여, 견해를 구족한 한 사람을 공양한다면, 이것은 그것보다 더 큰 결실이 있다. 장자여, 견해를 구족한 백 명의 사람들을 공양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일래자를 공양한다면, 이것이 그것보다 더 큰 결실이 있다. 장자여, 백 명의 일래자를 공양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불환자를 (…) 백 명의 불환자를 공양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아라한을 (…) 백 명의 아라한을 공양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벽지불을 (…) 백 명의 벽지불을 공양하는 것보다 부처님을 상수로 하는 비구승가를 공양한다면 (…) 사방승가를 위하여 승원을 짓는다면 (…) 이것이 그것보다 더 큰 결실이 있다.”(A9:20)
상가(Saṅgha)에는 불자가 되고 출가자가 되는 귀의처, 4인 이상의 공동체(communitiy) ,보시하면 큰 과보를 받는 위없는 복밭, 포살과 자자를 통해 자정능력을 갖게되는 청정한 공동체, 전원참석으로 대중의 뜻을 묻는 민주 공동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이 모여있다고 ‘자동차’가 아니듯 ‘스님들’이 모여있다고 ‘승가’는 아니다. 승가에는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뜻이 있기에 가(僧迦)라고 음사한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대로 '승가'에는 단순한 모임,공동체라는 번역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종합적인 의미가 있다. 마치 자동체 부품이 모여 있다고 자동차가 아니듯이 '스님들'이 모여 있다고 승가가 아니다.
화합승가(samaggo saṅgho)
현전승가 전원이 참석하는 것을 화합(samagga)이라 한다. 어떤 수행자가 병 들어 거동이 불편하면 자신의 권리를 위임해야한다. 한 사람이라도 참석하지 않으면 화합승가가 아니다. 이 말은 승가 구성원은 그 사람의 지위나 용모나 능력에 따라 차별받지 않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재 자체로서 평등하게 대접받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이다. 승려는 승가의 운영에 대한 발언권(發言權), 승가의 결정에 참여하는 참종권(투표권), 공양물과사찰수입을 평등하게 나누어 가질 사용권(使用權), 어느 사찰을 방문하든지 머물 수 있는 거주권(居住權) 등을 가지고 있다.
사분율에서는 "갈마를 함께 하고(同一羯磨), 포살을 함께 하는 것(同一說戒)"을 화합승가라 설명하고, 빨리어(pāli) 비구위방가(전재성역 997p)에서는 "화합승가(samaggo saṅgho)를 같은 거주처( samānasaṃvāsako)와 같은 결계(samānasīma) 안에서 사는 것"이라 설명한다. 이렇게 같은 결계에 사는 수행자 전원이 참석하고, 전원에게 질문하여 결정하는 모습을 보고 승가의 대중공사는 만장일치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오해가 생겨났다. 그러나 율장에 만장일치라는 단어가 없다. 만장일치라고 오해되는 사막가(samaggaṃ)라는 단어는 전원참석, 조화, 화합이라고 번역된다. 최상의 지혜를 가진 부처님은 '만장일치'를 주장하지 않았다. 전원참석(samagga,和合)과 절차의 정당성(dhammena,如法)만을 중요시했다. 전원참석을 화합(samagga)이라고 하는 것은 승가안에서 승려들은 평등한 존재라는 것이다. 승가의 대중공사에서 결정방식은 만장일치가 아니라 다수결이다.
사마가마 경(M104)에서 승가가 분열하게 되었을 때 대중공사를하여 다수결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아난다여, 여기 비구들이 '이것이 법이고(dhammo), 이것은 법이 아니다(adhammo). 이것은 율이고(vinayo) 이것은 율이 아니다(avinayo).'라고 분쟁을 일으킨다. 그 비구들은 모두 화합하여(samaggehi) 모여야 한다. 만일 그 비구들이 대중공사를 그 처소에서 가라앉히지 못하면 많은 비구들이 머무는 처소로 가야 한다. 거기서 모두를 화합하여 모여야 한다. 함께 모여서 법도를 만들어 다수결로 대중공사를 가라앉혀야한다."
여기서 '화합하여(samaggehi) 모여야 한다'는 뜻은 '전원참석 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법과 율에 대한 이견으로 승가 분열이 예상되는 때도 부처님은 '다수결'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부처님은 승단이 쪼개질지도 모르는 중대한 상황에서도 만장일치로 결정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현재 조계종의 종헌종법도 율장의 다수결 원칙을 따르고 있다. 원로회의에서 종정을 추대할 때도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종정을 추대한다”라고 되어있고, 호계원회의에서도 “재적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 되어있다. 비구니회도 이미 다수결로 결정되는 직선제로 회장을 선출하고 있고, 본사주지 선거, 중앙종회의원 선거도 직선제로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중공사를 할때 절차의 정당성이 여법(如法)이고 전원참석이 화합(和合)이다. 칠멸쟁법(七滅諍法)에서도 부처님은 다수결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였다. 만장일치가 된다면 좋은 일이나 만장일치가 공동체의 원칙이 되어서는 안된다. 만장일치가 승가의 절대적인 원칙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승가를 분란으로 몰아가는 짓이다. 만약 부처님이 만장일치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부처님의 승가는 2700년동안 전승되지 못했을 것이다. 불교역사에 나타났던 제1차 결집, 제2차 결집,제3차 결집등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불교에서 상가를 종합적인 의미로 사용하면서 가나(gana)는 2~3명의 무리(別衆)라는 뜻으로 사용되었고, 왁가(vagga)는 불완전한 모임의 뜻으로 사용하였고 , 빠리사(parisa)는 비구,비구니,청신사(우바새), 청신녀(우바)라는 사부대중의 모임(敎團)의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단어들의 의미의 변화는 경장과 율장에서 상세하게 나타나고있다.
승가의 왜곡
붓다(Buddha) 담마(Dhamma) 상가(Sangha)가 단축되어 '불법승(佛法僧)'으로 불리면서 승가의 의미는 다시 변화된다. 불타(佛陀)에서 타(陀)가 떨어져 불(佛)이 된 것처럼 승가(僧迦)에서 가(迦)가 떨어져 나가 승(僧)으로 단독 사용되면서 탁발승, 객승, 화주승,동자승등 승(僧)이 개인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렇게 승가의 의미가 왜곡되면서 한글 삼귀의에서는 '승가에 귀의합니다'를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로 번역하여 '스님들께' 귀의하고있다. '승가=스님들’이라고 번역하는 것은 많은 오해를 만들고있다. ‘스님들께 귀의한다’라는 번역은 스님들을 권위적이게 만들고 재가자들의 비판을 용납하지 않게 만든다. '스님들'에 보시하면 사유물이 되고 '승가'에 보시하면 공유물이 된다.범죄를 지은 특정 승려에 대한비판을 삼보비방,승가모독이라며 기이한 반응을 보인다. '승가'의 의미를 알아야 비로써 승가 안에서 주인으로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