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는 이익 공동체가 아니다
승가(僧伽)가 이익(利益)단체냐 아니면 수행(修行)단체냐라고 묻는다. 사익(私益)단체냐 공익(公益)단체냐라고 묻는다. 이 당연한 것을 묻는 이유는 현실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반열반에 드신지 2600년이 흘렀고 한반도에 불교가 들어온지 1600년이 되었다. 그동안 승가는 면면히 명맥을 이어와 2023년에는 대한불교조계종이라는 종단으로서 유지되고 있다. 종단의 현실을 보자. 종헌종법에는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놓았지만 종단은 승가 구성원들에게 가사와 승복을 팔고 있고, 교육비 연수비를 받고 있으며, 문화재관람료라는 명목으로 관람료를 받아 생활하고 있고, 사유지라는 명목으로 주차료.임대료를 받고 있다. 승가는 이제 주식회사, 기업같은 이익단체가 되었다. 승가가 이익단체가 되다보니 구성원간에도 경쟁을 하게하고, 몸이 약하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승려는 거추장스런 존재가되어 승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익 창출에 능력 없는 사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 조직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은 징계하여 추방해야 할 존재로 여겨지고있다.
승가가 이익단체가 됨으로서 사회의 지탄을 받고 걱정거리가 되었다. 이익 단체의 우두머리는 총무원의 집행부다. 총무원은 본사주지의 임명권으로 압박하고 각 교구본사를 마치 회사의 분점처럼 여기고 분담금을 거둬들인다. 각 사찰들은 집행부가 요구하는대로 어떤 일에 침묵하라면 침묵해야 되고, 선전하고 홍보하고, 금전적인 후원을 하고 행사때에는 인원동원을 해야한다. 부처님은 “모든 생명은 고통을 싫어하고 죽음을 싫어한다. 이것을 나 자신에 비추어 보아 다른 생명을 때리거나 죽이지 말아야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 모든 생명은 괴로움의 바다에 빠져있다는 연민의 마음, 괴로워하는 생명들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길을 떠나라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승가는 어디에 있는가?
권승들은 권력을 계속 누리기 위해 혹은 차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승려들을 규합하고 길들이고 관리한다. 중앙종회를 장악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법을 만들도록 하고(서의현이 방장이 되도록하는 총림법 개정등) 언론을 장악해서 자신들이 하는 일이 불교중흥이고 거룩한 불사(佛事)라고 선전하게 한다. 원로회의 의원들의 약점을 잡아 회유하고 이권으로 길들이고 교구 본사주지, 종회의원 선거에 개입하여 자기편을 늘여나가는데 최선을 다한다. 자신들의 뜻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은 호법부 호계원을 동원하여 합법적으로 승려들을 징계한다. 쫓겨난 승려가 억울하여 사회법에 제소하면 그 제소했다는 이유로 다시 징계하고, 그가 사회법에 승소하더라도 다시 그 승려를 제소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서 재 징계한다. 결국에는 그 누구도 반대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그런 집단을 만들어 자신들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해 나가고 있다.
이 모든게 수행 공동체, 전법 공동체인 승가가 이익 공동체로 변질된 결과이다. 이익 공동체가 된 승가는 사회에서 그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 승려들이 스스로 존재이유를 포기했기때문이다. 법(法)의 계승자가 되어야 하는데 물질의 계승자가 되어 수행(修行)과 전법(傳法)에는 관심이 없고 공익적인 승가의 재산을 사적(私的)으로 차지하여 종단을 좌지우지하고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호의호식(好衣好食)하고 있다. 불교문화재를 이용하여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 생활하고 템플스테이 보조금, 국고보조금을 받아서 건물을 짓고 그 과정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을 즐기며 그것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이익 단체가된 승가는 정치권력과 손을 잡고 경제 권력과 손을 잡아서 자신의 영향력과 이익을 더욱 늘려가고있다. 자신들의 이익이 침범 받으면 특정후보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승려대회를 개최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고 있다.
승려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종단이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한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어서는 안된다. 종단이 이익 공동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80~90%가 넘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승려들은 수행한다는 미명아래 종단의 일에 무관심하고 자신이 누리고 있는 자리와 이익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눈 감고 입 다물며 살고 있다. 은사 사형 사제 사숙 조카 등 관계망에 얽혀있어 바른 소리를 내지 못한다. 결국에는 승가의 부조리와 폐단을 야단치고 소신 발언하는 스님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 되고있다.
어떤 이들은 무책임하게도 종단이 더 망하고 망하고 폭망해야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근거도 없이 주장한다. 패배주의에 젖어 내뱉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못 먹는 감 찔러보자는 심보다. 한 사람이라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목소리를 내는 사부대중이 연대해야한다. 부모형제와 세상의 부귀영화를 버리고 결연히 떠났던 그 결기를 되찾아야한다. 무소유의 출가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스님들을 꾸짓었던 꼬삼비 불자들의 정의로움을 되살려야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