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심/ 대분심/ 대의심(大信心 / 大憤心 / 大疑心)
<선요 -고봉선사>
만약 진실로 참선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세 가지 중요한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① 대신심(大信心)이란
첫째, 참선자는 화두에 큰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이 믿음은 화두 공부를 하면 반드시 일대사(一大事)를 깨칠 수 있다고 하는 견고한 믿음으로 결코 흔들리지 않고 공부해 나아가는 자세를 말한다.
큰 믿음이란 자신은 물론 일체 중생이 본래 성불해 있다는 믿음이다. 나와 부처님은 어떠한 차이도 없다. 비록 모습과 나타난 능력에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본래 청정한 불성은 다르지 않다.
이와 같은 큰 믿음을 내어 그것이 수미산처럼 흔들림이 없어야 불굴의 정진력을 일으킬 수 있다. 나아가 화두를 타파하여 확철대오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과연 내가 화두를 타파하여 깨달을 수 있을까 하고 반신반의하게 되면 결코 이 출격장부의 길로 들어 설 수 없다.
② 대분심(大憤心)이란
둘째는 큰 분심이다. 크게 분한 마음은 무엇인가? 화두는 부처님과 조사 스님들이 자신의 본래면목을 눈앞에 드러내보인 것이다. 과거의 조사들도 여기에서 자신의 본분을 회복하여 대자유인이 되었다.
자신이 본래 부처이건만 스스로를 중생으로 여겨 중생노릇을 달게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무시(無始) 겁 동안 우리는 이렇게 살아 왔다. 그렇다면 어느 때에 나의 본래면목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어찌 내 마음 속의 찬란한 태양은 가리고 밖을 향해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단 말인가?
③ 대의심(大疑心)이란
셋째는 큰 의심이다. 큰 의심이란 화두를 철두철미하게 의심하는 것이다. 화두는 생각의 길이 끊어진 본래면목이기에 망념과 무명에 바탕한 중생의 분별심으로는 알 수가 없다. 화두는 어떤 방법으로도 가히 잡아볼 수 없고 형용할 수도 없다. 없는 것으로도 알 수 없고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없으며 잡을 수도 없고 놓을 수도 없는 것이니, 수행자는 여기 이르러 전심전력을 기울여 정면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
크게 의심해야 크게 깨닫는다. 간절하게 의심하는 것을 커다란 의심, 곧 대의(大疑)라고 한다. 그것은 의심하는 ‘나’가 사라진 자리에서 폭발하는 근원적 의심이다.
새롭게 정의하는 대신심/ 대분심/ 대의심(大信心 / 大憤心 / 大疑心)
① 대신심(大信心)이란
첫째, 부처님과 부처님 제자들이 수행으로 아라한과 붓다가 되었음을 본받아 나도 그렇게 되고자 하는 믿음이다. 부처님과 부처님 제자들이 공부한 과정을 면밀히 살펴서 삼보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한다.
② 대분심(大憤心)이란
죽어야 하는 존재이건만 죽어야 하는 길을 찾아 살아온 것에 대한 경각심, 늙어야 하는 존재이건만 늙어야 하는 길을 찾아 살아온 것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킨다. 나와 더불어 다른 이들도 대책없이 살고 있는 것에 대한 연민심을 일으킨다.
③ 대의심(大疑心)이란
화두에 대한 의심을 간절히 지어가되 화두를 들지 않는 경우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사유하고 그것에 의심하는 것도 중요한 공부이다.
"사람은 물질로써 느낌으로써 인식으로써 심리현상들로써 알음알이로써 여래를 묘사하면서 묘사를 시도하지만 여래는 그 물질을 제거했고, 그 뿌리를 잘랐고, 윗부분이 잘린 야자수처럼 만들었고, 멸절시켜, 미래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끔 하였다. 왓차여, 여래는 물질이라는 이름에서 해탈하여 심오하고 측량할 수 없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나니 마치 망망대해와도 같다. 그에게는 ?태어난다.?라는 말이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지 않는다.?라는 말도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기도 하고 태어나지 않기도 한다.?라는 말도 적용될 수 없고,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태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도 적용될 수 없다."
"마치 그대 앞에서 타오르던 불이 꺼졌는데, 꺼진 그 불은 꺼진 후에 어떤 방향으로 갔는가? 동쪽인가? 서쪽인가? 북쪽인가? 남쪽인가??라고 한다면 그대는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고따마 존자시여, 그 말씀을 적당하지가 않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참으로 불은 마른 풀과 나뭇가지라는 연료를 조건으로 타올랐고, 그 연료를 다 써버리고 더 이상 다른 연료를 공급하지 못하면 연료가 없어서 꺼졌다고 합니다."왓차곳따 불 경(M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