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의 힘
코로나 시국에 그것도 대선을 앞두고 정청래의 막말이라는 이유로 시작된 승려대회는 명분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원행 총무원장이 “건국 이후 일어난 모든 종교편향 및 불교 왜곡 사례를 담아 짚고 넘어가기로 하고 전국승려대회를 봉행하기로 했다.”는 말을 하겠습니까? 지금 싸움을 하는 명분이 약하니까 건국이래 일어났던 종교편향을 다 끌어 모아서 명분을 삼겠다는 겁니다. 총무원장 스스로 이번 승려대회가 명분이 없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러한 무모한 ,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을 것이 뻔한, 승려대회가 조계종 종도들의 뜻으로 치러지는 것을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상식이 있는 스님들, 자비심이 있는 스님들, 양심이 있는 스님들이라면 이렇게 민폐를 끼치는 승려대회에 동의 하지 않을텐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언로의 길이 막힌 조계종인지라 승려대회의 부당성을 말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종정스님, 원로회의 스님들, 선원장스님들,주지스님들, 강사스님들, 그 누구도. 오지 않는다면 찾아가마. 그런마음으로 설문조사를 시도 했습니다. 사실 진작에 전국비구니회에 설문조사를 부탁하였습니다. 직선제로 회장을 선출하는 비구니회는 이미 설문조사를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단체입니다. 비구니회의 응답은 없었습니다. 포기하고 있다가 다시 불교포커스에 설문조사를 하자고 의뢰 했지만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조계종민주노조도, 불교닷컴에게도 설문조사를 하자고 했지만 모두 어렵다고 했습니다. 다행히도 정의평화불교연대가 흔쾌히 수락하여 불과 몇시간 만에 설문조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배포된 보도자료에 설명한 것처럼 설문조사는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설문조사시간: 2022년 1월 19일 오후5시 16분~1월 20일 오전 11시까지.
*주최: 정의평화불교연대
*설문조사방법: 1만 85명의 조계종스님들께 구글 설문지를 통해 문자 발송.
*설문내용: [1월 21일 전국승려대회 찬반 설문조사]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1월 21일 정청래의 막말 발언, 경기도 광주시의 천주교 천진암 순례길 조성논란, 문광부의 캐롤송 홍보 등을 이유로 승려대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이라는 입장에서 승려대회에 적극 참석하겠다는 입장과 코로나 19시기라서 위험하고 동안거 중이며 정치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스님들의 솔직한 마음은 어떠신지 아래 문항을 선택하여 의사를 표현해 주십시오. -정의평화불교연대-
*설문조사결과: 승려대회 찬성 301명(32.4%), 승려대회반대 601명(64.4%), 기권 37명(4%). 회신율은 9.34%인 942명.
스님들 개인에게 문자를 보내서 찬반을 확인했기에 설문조사의 반응은 빨랐습니다. 이러한 설문조사에 신뢰할수 없다고 딴지를 거는 언론도 있습니다만 어떤 설문조사보다 정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문자를 보낸지 2시간도 안되어 678분이 참여하셨습니다. 저는 30분마다 컴퓨터 화면을 캡쳐하여 자료를 기록하여 놓았습니다. 설문조사결과 64% 스님들이 승려대회를 반대합니다. 대중의 뜻은 이번 승려대회는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설문조사가 진행되자 위급함을 느낀 종단이 재빨리 스님들께 아래와 같은 문자를 보냈습니다.
“귀의삼보합니다. 최근 소위 ‘정의평화불교연대’라는 해종단체에서 1.21 전국승려대회 개최 찬반 설문조사 문자를 발송하고 있습니다. 스님들께서는 해당 설문조사에 일제 응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 적극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전국승려대회 봉행위원회 합장”
이 문자가 발송되자 스님들이 동요하는 듯 승려대회 설문조사 참여율이 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실시간으로 컴퓨터를 보고 있었기에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예정된 시간보다 6시간 일찍 오전 11시에 설문조사를 마감하였습니다. 20일 오전 8시에는 제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이라는 라디오프로그램에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64%가 승려대회를 반대한다는 것을 국민께 직접 알렸습니다. 부처님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구성원이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회의를 하고 그것도 3번 반복해서 물어서 결정하라고 하셨습니다. 동의,찬성 할 기회를 주는 것, 반박,반대할 기회를 주는 것,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이게 바로 부처님법이고, 민주주의고, 지금의 설문조사입니다. 종단집행부의 방해가 있었지만 설문조사를 통해 빠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대중의 진정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설문조사에서 희망을 봅니다. 스님들이 적극적으로 의사표현하여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도 대중의 뜻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설문조사 만으로 몇몇 권승들이 종단을 좌지우지하는 것에 제동을 걸 수있습니다. 대중의 뜻이 표현되어 실질적인 주인이 대중임을 천명할 수 있습니다. 설문조사만으로 직선제의 효과를 낼 수가 있습니다. 이번 승려대회를 보더라도 64%가 반대하는 승려대회란 것이 드러났기에 승려대회 의미가 사라졌습니다. 승려대회에서 어떤 결정을 하든 그 결정에 효력이 없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이번 1.21승려대회가 조계종 스님들의 뜻이 아니고 몇몇 정치승려들의 계략임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종정스님이,원로회의 스님들, 중앙종회 스님들이, 본사주지회의 스님들이, 어떤 결정을 하든 대중의 뜻보다 우선일 수 없습니다. 설문조사의 힘은 그런 것이고 대중의 힘은 그런 것입니다. “대중이 원하면 소도 잡는다”는 표현처럼 대중의 뜻은 절대적인 것입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18시간동안 진행되었고 비용은 50만원이 들었습니다. 참으로 쉽고 간편하지만 그 효과는 대단합니다. 앞으로 종단의 중대한 결정사항이 생기면 설문조사를 하여 발표하겠습니다. 그때마다 종단은 설문조사를 방해하는 문자를 보낼 것입니다. 대중의 뜻을 덮으려는 방해문자를 무시하고 설문조사 당당하게 응해주시기 바랍니다. 설문조사만으로 민주적이고 합리적이고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종단을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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