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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번역의 문제점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조선왕조실록은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가 주관하여 번역 작업에 들어가 1993년 말에야 번역이 완료되어 출판되었다. 1994년 4월 전산화 작업에 착수하여 최종적으로 1999년에 2차 개정판이 출시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 한문 승(僧)을 검색하면 4615번이나 나오는데 단독으로 나타나는 승(僧)을 모두 중[]이라고 한문과 병기하여 번역하고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나는 문장들은 이렇다. "석장(石匠)인 중[]의 머리를 베어 그 위에 매달아 그 나머지 사람들을 경계하였다."  "연복사(演福寺)에서 중[]을 공양(供養)하고(태조실록 4권, 태조 2년 10월 17일)"    "중[] 자초(自超)가 범서(梵書)를 구하기 위하여(태조실록 7권, 태조 4년 5월 11일) "   "중[] 1천 5백 명을 광명사(廣明寺)에서 공양(供養)하였다.(태조실록 4권, 태조 2년 10월 11일)"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면서 한문으로 번역될때 붓다, 담마, 상가를 불타, 달마,승가로 모두 음사한 것은 그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함이었다. 붓다, 담마, 상가를 의역하여 표현하기에는 붓다, 담마, 상가가 너무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다. 나중에 담마(다르마)가 법(法)으로 의역이 되고 불타는 불, 승가는 승으로 단축된다. 결과적으로 음사된 불타, 달마,승가는 나무불,나무법,나무승과 같이 불(佛)법(法)승(僧)으로 단축되어 표현된다. 

 

승(僧)이라는 단어는 승가공동체를 의미하는 상가(saṅgha)에서 비롯되었다. 상가(saṅgha)를 승가(僧伽)라고 음사하였고  이 승가(僧伽)는 시간이 흐르면서 가(伽)가 탈락되어 승(僧)이 된 것이다.스투파(Stupa)가 솔도파(率堵婆)로 음사되고 탑파(塔婆)로 단축 되었다가 오늘날의 탑(塔)으로 단축된 것과 같다.

예불문등에서는 아직도 음사된 승가(僧伽)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된다.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불타야중 至心歸命禮 十方三世 帝網刹海 常住一切 佛陀耶衆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달마야중 至心歸命禮 十方三世 帝網刹海 常住一切 達磨耶衆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승가야중 至心歸命禮 十方三世 帝網刹海 常住一切 僧伽耶衆

 

이렇게 승가가 승(僧)으로 단축되면서 공동체인 승단(僧団)의 의미가 승려,스님,중,염불승,화주승이라는 출가자 개인을 의미하는 말로 변질되었고 '귀의승'을 한글화할 때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번역하는 폐단을 낳게된다. 조선왕조실록을 번역하면서 번역자들은 僧을 스님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중'이라고 번역했다. 조선시대 억불숭요 정책으로 출가자는 도성출입이 제한되는등 천시 받는 부류였으므로 천시 받았던 용어인 '중'으로 번역한 듯하다. 이름없는 승(僧)을 모두 '중'이라고 번역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서산,사명,무학대사등 역사에 기리남을 스님들도 중 휴정(休靜), 중[] 자초(自超), 중[僧] 영규(靈奎), 중[僧] 처영(處寧)등으로 번역한 것은 의도성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든다.

 

또한 "중[] 1천 5백 명을 공양(供養)하였다." 는 문장에서 僧은 '승가대중'의 뜻인데 이 때도 승려 개인을 뜻하는 '중'으로 표현하였다. 승(僧)이 원래부터 승가공동체의 의미인 것을 모르고 번역한 오류이다. 이러한 번역 때문에 지금 조선왕조실록을 읽는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모든 승(僧)을 '중'이라고 읽어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억불숭유시대가 아닌 오늘날에도 일괄적으로 승(僧)을 '중'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타당한가? 스님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가치중립적인 '승려'라고 번역하고 문장에 따라서는 승가, 승가대중이라고 번역해야 할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이 모든 승(僧)을 '중'이라고 번역한 것은 지금이라도 수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조선왕조실록  http://sillok.history.go.kr/main/main.do

 

 

 

 

*아래 '사업내역서'처럼 2021년에도 수정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 많은 분들의 항의전화와 메일이 필요합니다.

번역사업본부 역사문헌번역실 (조은정/ 02-350-4826, /cej1235@itkc.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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