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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스님이 설립한 (재)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 자승스님이 장학생들에게 은정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
학술지원금 지원· 종립학교 성장 병행돼야
정대스님, 오현스님, 주영운 이사장 원력 돋보여
불교환경연대, 우리는 선우 등 NGO 단체도 일익 담당
주지하다시피 기독교는 해방 직후부터 두 가지 사업에 매진해 대중들을 교회의 품속으로 끌어안을 수 있었다. 의료와 교육이 바로 기독교의 핵심 사업이었다.
기독교에 의해 수많은 미션스쿨들이 세워졌고, 여기서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꾸준히 사회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반면 불교계는 동국대, 금강대, 위덕대 3개 종립대학과 20여 개 남짓의 중고등학교만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사업이 이렇다보니, 장학사업도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불교계에 운영되고 있는 장학단체는 대략 50개 정도이다.
장학단체의 시원은 1964년 조계종이 실시한 동국대 종비장학생과 고 이한상 씨가 설립한 삼보장학회로 볼 수 있다. 이후 1970년대에 들어 대형사찰 중심의 장학단체들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사찰은 도선사와 부산 내원정사이다. 1972년 금오문도회가 금오장학회를 설립해 스님들의 교학연구를 지원했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 초까지는 기존의 장학회가 명맥만을 유지하다가, 1990년대 초반에 들어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장학회가 설립됐다.
재가불자 신행모임인 맑고 향기롭게 회원들이 순수 회비를 모아 만든 길상화장학금이 1994년부터 운영됐으며, 1995년 벽파스님문도회가 벽파장학회를 설립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대형 장학재단이 속속 설립됐다. 2002년 고 월암당 정대스님과 모친 최은수 씨의 출연자산을 기반으로 (재)은정불교문화진흥원이 설립돼 은정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학술연구단체, 불교학 신진학자, 불교계 단체 자녀 장학금 등 매년 1억7천5백여만원을 지원하는 은정장학금은 규모면에서 불교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우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4년 간 학자금 전액을 지급하는 (재)청호불교문화원의 청호장학금을 비롯해 탄허불교재단의 보문장학금, 탄허스님과 만화스님의 유지를 잇기 위해 설립된 조계종성찬회의 성찬회장학금, 지난 2000년 백담사 회주 오현스님이 설립한 성준장학재단이 잇따라 설립돼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연구단체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성준장학재단은 매년 1억5천만원을 지급해 은정불교문화진흥원과 쌍두마차가 돼 장학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불교계 대표 NGO 단체들도 장학사업에 뛰어들어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선우’의 향산장학금, 불교환경연대의 불교환경장학금, 여성불자들의 리더십 함양을 위해 불교여성개발원이 마련한 불자여성인력장학금이 대표적인 NGO 단체들의 장학금이다.
단위사찰들도 장학사업을 통해 인재양성에 힘쓰고 있다. 봉은사, 불광사, 법련사, 용주사, 울산 신불사, 하남 성불사, 낙도포교원 안면암, 청도 운문사 등이 대표적인 장학 사업을 펼치는 사찰들이다. 이중 하남 성불사(주지 학명스님)는 총 3억 원을 출자해 별도의 재단 ‘벽담장학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불자가수인 김흥국 씨도 개인원력으로 김흥국 장학재단을 설립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배움의 기회를 주고 있다.
불교계 학자 및 단체를 대상으로 한 장학금도 몇몇 재단에 의해 정례화 되고 있다. 특히 행원문화재단은 올해로 17년째 ‘행원문화상’ 을 수여하고 있다. 지금껏 지원된 행원문화상 시상금액이 5억여 원에 달한다. 동국역경원장 월운스님을 비롯해 전 조계종교육원장 무비스님·소설가 정찬주·탤런트 김용림·개그맨 김병조 씨·은정희 동국대 교수 등 교계에 내로라하는 석학과 문화예술인들이 ‘행원문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밖에 불교학연구지원사업회의 불교소장학자 연구 및 번역지원 사업, 여성불자 모임인 불이회의 불이상, 한국불교선리연구원의 학술사업 공모 등이 대표적인 학자 및 학술단체 지원 사업이다.
종립학교들의 장학사업도 꾸준히 증대되고 있다. 동국대는 재학 중인 모든 스님들에게 등록금의 70%를 감면해주는 특전을 부여하고 있으며, 일반 학생 장학금도 학교가 자체적으로 선발해 해당 학생에게 매 학기마다 1백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금강대는 개교당시부터 전액 장학금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성적우수자에게는 격려금과 해외연수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불교계의 장학사업은 단위사찰과 개인의 원력에 의해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IMF로 국가 경제가 파국을 맞으면서 오히려 불교계 장학사업은 확대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한국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불교계는 향후 장학사업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보다 많은 사찰들과 독지가들이 장학사업에 대한 원력을 세워야 하고, 투명하게 장학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규모면에서 손꼽을 수 있는 장학사업 단체는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성준장학재단, 행원문화재단을 꼽을 수 있다. 50여 단체의 총 장학금 지급액을 환산한다고 해도, 10억 안팎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한다면, 제2의 정대스님, 오현스님, 주영운 이사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교계 장학사업이 확대 되려면 무엇보다도 불자들의 의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불교신자 비율에 비해 사회지도층 불자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는 단적으로 인재양성을 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자들은 불교의 미래가 교육사업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인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장학사업이 확대되려면 시스템 상 종립학교의 질적, 양적 성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현화식물(顯花植物)이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꽃을 드러내는 식물이란 뜻이다. 은화식물(隱花植物)이란 말도 있다. 꽃을 피우지 않고 포자로 생식하는 식물을 일컫는다. 현화식물의 역사는 포유류의 진화와 궤를 함께 했다고 한다. 포유류가 생겨나면서부터 식물들도 개체의 보존이 아니라 계통에 의한 번식에 눈을 떴다고 한다. 이 지구상의 꽃들은 그렇게 피어났고, 진화했다. 사람들이 꽃을 사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순하게 보자면 꽃은 생식을 할 수 있다는 신호이지만, 확대해석하면 이타적인 사랑의 표식이기도 하다.
이제 푸른 별 지구는 식물과 동물 모두 꽃을 피움으로써 생의 연장해가고 있다. 꽃을 피우려면 무엇보다도 숭고한 자기희생이 전제돼야 한다. 인류가 만든 사회라는 시스템 안에서도 아름다운 꽃들은 존재한다. 좁게는 자식들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그러하고, 넓게는 타인들을 위해 한 생애를 바친 성인들의 자비심이 그러하다.
이번 글의 주제인 ‘장학사업’도 하화중생(下化衆生)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응오 기자 arche44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