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지 아니한가
(서프라이즈 / 선능어귀 / 2009-04-27)
2009년 벽두부터 몰아치기 시작한 “노무현 죽이기”가 마지막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고 이토록 치사한 정치보복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저절로 울분이 터져나온다. 이명박 일당이 노리는 것이 무언지 그 속셈이 너무 뻔하지 않은가. ‘좌파’라는 시뻘건 딱지가 먹히지 않으니 도덕성에 흠집이라도 내서 정치적으로 매장시키겠다는 것 아니고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노무현은 정말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1988년 국회에 들어와서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선언하고 뛰어다닐 때, 그는 재력있는 후원자들을 스스로 거부했다. 부산상고 출신의 적지 않은 재력가들이 그를 후원하겠다고 나섰지만 그가 국회 노동위원회를 선택하고 노동현장을 다니기 시작하자 후원의 의사를 접기 시작했다.
1989년 당시 노동자 탄압과 관련하여 삼성, 현대, 대우 등 굴지의 5대기업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노동청문회를 주도했을 때 그 회장의 대리인들은 노무현을 쫓아다니며 회장님은 부르지 말아 달라 로비를 했고, 로비가 통하지 않자 당시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를 찾아가 풋내기 정치인을 손봐달라고 애걸했다. 결국 회장들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고 강제 구인도 못하게 되자 국회의원 노무현은 국회의원 사직서를 던져놓고 잠적해버렸다.
지역에서 수많은 지지자들과 문재인, 이호철과 같은 사람들이 나서서 그의 사직을 만류했고 다시 의정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미 그는 국내 재벌과 기업가 그리고 언론으로부터 정치적으로 매장해야 할 '적(敵)‘으로 찍혀 버렸다. 한 달에 몇 만원 정도씩 내는 소액 후원회를 시작하게 된 것도 바로 그때부터였다.
이후 선거에서 몇 차례 떨어지자 격의없이 도와주던 지인들마저 그를 떠나게 되었고 스스로 사업을 해서 돈을 벌겠다며 손을 댄 것이 장수천 사업이다. 1995년 김대중의 정계복귀와 국민회의 창당으로 민주당은 다시금 군소정당으로 전락했고 당을 끌어가면서 그는 경매까지 들어온 자신의 여의도 아파트를 처분해야 했다. 장수천 사업 역시 여의치 않아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1998년 종로 보궐선거 당선과 총선 낙선이후 해양수산부장관을 하면서 생활은 잠시 풀렸지만 그동안 신세진 빚을 갚기에는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본인 얘기대로 대통령 후보가 된 상태에서도 신용불량을 걱정해야하는 처지였으니 말해 무엇할까. 그가 국회의원, 장관을 하면서 돈을 모으려고 했다면 크게 티나지 않게 궁색한 처지는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은 고집스럽게 청탁과 이권을 거절하고 주변조차 챙겨주지 않았다.
대통령이 돼서도 그는 사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통치행위에서도 필요한 돈 이외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스스로 정당의 권력을 놓아버리고 그 어떤 재벌과 기업인에게도 손 벌리지 않았다. 현금으로 찾아서 영수증도 필요 없고 감사도 받지 않는 교부금조차 그는 차곡차곡 쓰지 않고 반납해왔다. 아마 그 돈에 손을 대었다면 그동안 지인들에게 남아있는 부채도 몇 곱의 이자를 쳐서 갚고도 남았을 것이다.
나는 이명박 무리들이 지금 얼마나 초조할지 알고 있다. 아마 이명박이나 그 주변 강부자들의 재산축적 과정을 이 잡듯이 뒤진다면 노무현에 비할까. 딸과 아들, 사위와 사돈, 조카와 조카사위까지 뒤지면서 무언가 만들어 내려는 검찰의 노력이 가소롭기만 하다. 이상훈이란 자가 지껄이듯이 삼족을 멸하려고 나선 놈들이 아니고 무엇인가. 조선시대의 역도들 잡아들이는 것처럼 다룰 일인가 말이다.
여느 전임 대통령들처럼 기업인들의 출자를 받아 퇴임 후 번듯한 사업을 위한 재단을 만들었다면 궁색함을 면하는 것은 가능했겠지만 노무현은 그것조차도 폐를 끼치는 일이라 생각하고 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농촌살리기라는 소박하지만 생명과 환경을 지켜나가는 전직 대통령으로 살고자하는 꿈마저 짓밟는 이명박 정권과 정치검찰에 다시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좋다. 이제 노무현을 그만 죽여라. 이미 노무현은 그의 자책감에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평생 원칙과 상식, 정의와 깨끗한 정치를 위해 헌신했던 그가 자신의 정치적 가치를 모두 잊어달라고 한다면 그는 스스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한 것이다. 그의 재임기간 내내 그를 조롱하고 깔보고 손가락질 해대던 자들이 이제 그를 형장으로 끌어내려 한다. 좋다. 죽여라.
그러나 기억하라. 그는 반드시 살아서 우리에게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의 정신과 그가 추구하던 가치는 우리들 속에서 다시 태어나 수많은 노무현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인데, 두렵지 아니한가 ?
ⓒ 선능어귀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3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