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묵스님 / 출가, 다시 태어나지 않는 길 |
![]() 라훌라 존자는 세존의 외아들이요, 세존께서 출가하시던 바로 그날에 태어났다고 한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증득하신 지 2~3년 뒤에 고향 까삘라왓투를 방문하셨을 때 부처님의 이전의 아내였던 야소다라 비는 라훌라에게 “라훌라야! 저분이 네 아버님이시다. 가서 너의 상속물을 달라고 하렴.”이라고 시켰다. ‘생사’라는 일대사 해결 그때 대략 여덟 살 정도였을 라훌라 왕자는 부처님께 다가가 “현자시여, 당신의 그늘은 즐겁습니다. 저에게 상속물을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사리뿟따 존자에게 라훌라를 출가시키게 하셨다. 이처럼 부처님이 어린 아들에게 주신 상속물은 바로 출가였다. 라훌라 존자를 출가시키면서 세존께서는 라훌라 존자에게 “다시는 세상에 태어나지 말라(숫따니빠따 339)”는 간곡한 말씀을 하셨다. 이처럼 출가는 다시 태어남을 거부하는 것이요, 12연기의 결론인 생.노.사를 거부하는 것이요, 바로 생사 일대사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존재와 삶에 무한한 의미를 부여하고, 태어나지 않음을 허무의 깊은 나락쯤으로 상상하여 두려워한다. 그리하여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말씀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기에 더더욱 옛적부터 생사문제를 해결할 마음을 내고 출가를 결행한 사람들을 출격대장부라 불러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태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다시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세존께서는 과연 이것을 라훌라 존자에게 가르치셨을까? 가르치셨다면 무엇일까? 우리는 그 답을 상윳따 니까야의 라훌라 상윳따에서 찾을 수 있다. 22개 가운데 20개 경들에서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는 오온에 대한 무상.고.무아의 통찰을 통한 염오-이욕-해탈-해탈지견의 가르침이 그 답이다. 이들 20개의 경은 먼저 눈.귀.코.혀.몸.마음의 안의 감각장소와, 형색.소리.냄새.맛.감촉.법의 밖의 감각장소와, 이것을 반연하여 생기는 여섯 가지 알음알이 등과 오온을 각 경에서 하나씩 나열한다. 그런 뒤에 이들을 무상한 것으로, 괴로운 것으로, 무아로 철저하게 볼 것을 문답을 통해 설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이들 유위제법에 대해 염오하고 그들에 대해 욕망이 빛바래어 해탈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해탈하면 “태어남은 다했다. 청정범행은 성취되었다. 할 일을 다 해 마쳤으며, 다시는 어떤 존재로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라는 해탈지견이 생기고, 이렇게 해서 다시 태어남을 끊어버린다고 결론짓고 있다. 물론 이것은 초기경전의 수백 군데에서 세존께서 가장 강조하고 계시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무상 고 무아를 통찰하라 불자(佛子)는 부처님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부처님께서 출가라는 상속물을 외동아들에게 주셨기 때문에 특히 출가자는 부처님의 아들이다. 그러므로 세존께서 외아들 라훌라 존자에게 간곡하게 말씀하신 ‘다시 태어나지 말라’는 말씀은 우리 출가자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할 가르침이다. 아니 왜 나는 우리 출가자들 타령을 하는가? 초기불전의 가르침을 자신의 생명으로 삼겠다고 다짐하는 나 자신이 사무쳐야할 가르침 아닌가? 나는 과연 다시는 태어나지 않을 준비를 하고 있기나 한가? 오히려 나야말로 세세생생 존재의 단물을 즐길 궁리나 하고 있는 자 아닌가? [불교신문 2488호/ 12월27일자] 2008-12-24 오후 12:57:49 / 송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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