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철학을 버렸는가?
며칠전 '온라인불자회'에서 진행하는 목요일 공부시간에 '답변되어질 수 없는 질문(Abyākaraṇīyapañha)'이라는 단원을 공부하였다. 그때 '불교는 철학을 버렸는가?' 라는 도전적인 질문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깔라마경에서 보이듯이 불교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은 불교 자체도 의심해보고 부처님도 검증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한 이유로해서 불교를 철학에 가깝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부처님은 어떤 질문이나 생각은 제쳐 놓으라고 가르친다. 즉 불교인에게는 어떤 것이든 상상하고 추측하는 자유가 허락된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지 말아야하는 질문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14가지 대답하지 않는 질문(14무기,Abyākaraṇīyapañha)이라고 하는데 다른 번역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질문, 붓다께서 답변을 피하신 질문이라고도한다.
말룽꺄 짧은 경(M63)에서 말룽꺄뿟따 존자는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세존께서는 ① ‘세상은 영원하다.’거나 ②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거나 ③ ‘세상은 유한하다.’거나 ④ ‘세상은 무한하다.’거나 ⑤ ‘생명이 바로 몸이다.’거나 ⑥ ‘생명은 몸과 다른 것이다.’거나 ⑦ ‘여래는 사후에도 존재한다.’거나 ⑧ ‘여래는 사후에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⑨ ‘여래는 사후에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거나 ⑩ ‘여래는 사후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는 것에 대해 세존께서는 내게 설명해주시지 않으신다.
그리고 설명해주시면 계속 출가 생활을 할것이지만 만약 설명해주시지 않으면 나는 출가생활을 그만두고 환속하리라고 다짐하고서는 부처님께 찾아가 질문한다. 부처님은 질문을 듣고 “말룽꺄뿟따여, 내가 그대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가? ‘오라, 말룽꺄뿟따여. 그대는 내 아래에서 청정범행을 닦아라. 나는 그대에게 ‘세상은 영원하다.’거나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거나 여래는 사후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는 질문에 대해서 설명해주리라.’라고.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그대가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가? 세존께서 제게 ‘세상은 영원하다.’거나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거나 ‘여래는 사후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는 질문에 대하여 설명해주시면 저는 세존 아래에서 청정범행을 닦겠습니다.’라고.”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은 말룽꺄뿟따에게 마치 독이 묻은 화살에 맞은 사람이 ‘내게 화살을 쏜 사람이 끄샤뜨리야인지 바라문인지 와이샤인지 수드라인지 내가 그 사람을 알기 전에는 이 화살을 뽑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먼저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그리고 부처님이 무기에 대해서 왜 대답하지 않는 것인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말룽꺄뿟따여, 그러면 나는 왜 이것을 설명하지 않았는가? 말룽꺄뿟따여, 이것은 참으로 이익(attha)을 주지 못하고, 청정범행의 시작(ādibrahmacariya) 과 관련이 없고, 염오로(nibbidāya) 인도하지 못하고, 탐욕의 빛바램으로(virāgāya) 인도하지 못하고, 소멸로(nirodhāya) 인도하지 못하고, 고요함으로(upasamāya) 인도하지 못하고, 최상의 지혜로(abhiññāya) 인도하지 못하고, 바른 깨달음으로(sambodhāya) 인도하지 못하고, 열반으로 (nibbānāya) 인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룽꺄뿟따여, 그러면 나는 무엇을 설명했는가? 말룽꺄뿟따여, ‘이것은 괴로움이다.’라고 나는 설명했다. ‘이것은 괴로움의 일어남이다.’라고 나는 설명했다.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이다.’라고 나는 설명했다.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는 도닦음이다.’라고 나는 설명했다.”
부처님이 말룽꺄뿟따에게 무기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는 것은 서로가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고 출가자로서 이런 질문에 대답을 구한다면 그 답을 얻지 못하고 죽음이 찾아온다는 이유다. 부처님은 서로 약속한 적이 없고, 출가자가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출가자가 해야할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두가지 이유에서 대답하지 않았다. 일체지자인 부처님이 나는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른다고 말한 적은 없다. 그런데 요즘 천문학, 양자역학, 뇌과학등 과학적 탐구는 오히려 제쳐 놓아야 할 질문을 제쳐놓치 않아서 발전을 이룩한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인 분야에 종사하는 재가불자에게도 부처님은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갖지 말라고 하셨을까?
이제까지 불자들은 말룽꺄 짧은 경(M63)을 인용하며 불자들은 14무기와 같은 질문에 관심을 갖지 말아야한다고 가르쳐왔다. 이것은 불교가 과학과 철학을 버리라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말룽꺄 짧은 경(M63)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탐구하는 불교 과학자 철학자들에게 불교가 과학과 철학을 버리라고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괴로움의 소멸의 길을 가는 출가자들에게는 그런 조언이 필요하겠지만, 보시하고 도덕적인 생활을 하면 천상세계에 태어난다라고 가르치는 재가자들에게는 이러한 철학적인 질문이 닫혀있다고 보지 않는다. 첨단과학의 시대에 14무기를 다시 들여다 보아야 하는 이유다.
[참고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e_Afdh9RL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