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개혁

조계종(승가)이란 무엇인가

후박나무 (허정) 2024. 8. 18. 17:42

조계종(승가)이란 무엇인가

최근에 '장자종단이라는 오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부처님의 제자인 비구계를 받으려면 독신이라는 조항이 기준이 되기에 결혼을 허락하는 태고종을 거론했지만 그 글은 "조계종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쓰기 위한 준비 글이었다.

그 동안 나는 몇몇 승려들이 종단을 좌지우지하는 문제와 한글삼귀의 문제,불교성전의 오류,선명상 문제, 종한종법 문제등 제도적 문제와 교리적인 모순점을 비판해왔다. 그럴 때마다 재가 불자들은 "조계 종단은 희망이 없으니, 그만 희망을 접고 스님이 새로운 종단을 창종하시라!", "스님은 왜그리 조계종에 집착하십니까?"라며 충고하고 비판했다. 그 분들에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이 분들은 승가에 대해서 이해가 없구나'. '조계종단이 어떤 종단인지 모르고 있구나' 그러나 그 분들에게 조계종이 어떤 종단인지, 왜 조계종을 버릴 수 없는지 차분하게 설명할 여유가 없었다.

부처님 시대는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승가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승가(현전승가)였다. 이들은 수계의식도 따로하고 승려의 징계절차도 각자 진행하였다. 그런데 지금 조계종 승가는 전국의 지역승가를 하나로 묶어 놓은 단일승가이다. 이 땅에 불교가 전래된이래 전국을 커버하는 승가를 자발적으로 만든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1962년 통합종단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물질적 정신적 유산은 삼국시대부터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와 박해 받았던 조선시대등 모든 전통을 이어받고있다. 정신적으로는 출가자의 독신을 유지하고, 안거와 포살을 행하고, 사찰의 사유화 금지등 율장정신을 준수하고있고, 물질적으로는 명산대찰이라 불리는 전통사찰들과 기타 이 천여개의 사찰을 조계종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그 사찰 안에는 대한민국 문화재중에서 65%인 불교문화재가 있다. 조계종스님 누군가 새로운 사찰을 짓더라도 종단에 재산권을 등록하도록하여 개인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한 것은, 사찰은 승가의 공유물이라는 율장정신때문이다. 싫든좋든 조계종은 2000년 한반도 불교역사에 나타난 물질적 정신적 유산을 모두 물려받은 대표종단이며 단일승가이다. 그래서 '종단'이라는 이름으로 전승된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으니 조계종이란 이름을 버리고 영어로 '코리안 부디즘(Korean Buddhism)'이라고 호명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그런데 불자 중에서는 조계종이 많은 종단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이 들은 조계종을 한국불교의 장자 종단이라고 부른다. 만약 많은 이들의 말처럼 조계종이 장자라면 다른 종단은 동생들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맏형인 조계종은 조계산 선암사를 재판으로 가져오려고 할 것이 아니라 동생 태고종에 일찌 감치 양보했어야했다. 그리고 다른 사찰들도 다른 동생들(타종단)에게 양보해서 맏형의 역활을 제대로 했어야 했다. 이들에게는 지금의 조계종은 동생들을 돌보지 않는 욕심 많은 맏형의 모습이다. 조계종을 장자라는 부르면 이러한 모순을 불러온다. 조계종에 문제가 있다고해서 새로운 종단을 창종하라는 말이 왜 어리석은지 알 것이다.

나는 조계종단을 비판 할지언정 버릴 마음은 없다. 조계종 안에서 35년을 살아오는 동안에 승가의 은혜를 입었기도 하거니와 조계종이 바로서는 것이 대한민국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조계종단의 민주화와 자정능력 회복하는 일은 단순히 조계종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한다. 이것을 불자들도 이해한다면 더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조계종을 변화시키는 노력에 동참할 것이다.

종단이 건강해지는 가장 큰 일을 꼽으라면 나는 총무원장직선제 실현이라고 말하겠다. 사실 승가의 직선제는 대중의 뜻을 한번 혹은 세번 물어서 결정하는 승가고유의 방식과 같은 것이다. 직선제가 실현되면 사찰재정의 투명화, 승가운영의 민주화, 승려간의 평등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대중공의로 종단이 운영될 때, 구성원들은 평등해지고, 구성원들이 주인이 된다.

누구나 출가하는 목적은 수행하여 도를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승가를 건강하게하는 일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승가를 건강하게 하는 것도 불사(佛事)요, 수행(修行)이요. 보살행(菩薩行)이다. 이것을 이해하는 많은 불자와 시민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승가를 보호하고 종단을 정화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불교가 이 세상에서 내가 발견한 가장 뛰어난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불교는 편협하지 않고, 독선적이지 않고,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불교는 서양에서 말하는 종교(religion)가 아니다. 불교는 과학이고, 도덕윤리이고, 자유이고, 평화이고,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행복의 길이다. 부처님은 불교를 믿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믿음이 없어도 불교를 배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역지사지하는 능력이 불교의 수행이다.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보시이고 수행이다. 수행자들이 사는 공간인 사찰은 우리국민 모두의 안식처이다. 조계종 승가가 그러한 역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자리이타의 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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